달팽이들과의 자전거여행 스케치
이 준 우(화성YMCA 간사)
‘빠름! 빠름! 빠름~LTE WARP 올레!’로 대변되는 세상에 ‘느리게 더욱 느리게’는 그간 나의 자전거 운동을 설명하는 외침이었다. 얼마나 달렸는지.. 얼마나 만났는지.. 얼마나 외쳤는지..그 외침은 외로웠고, 쓸쓸했다. 지루했고 공허했다.
2012년 여름!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평가되는 폭염경고와 열대야로 참도 청하기 힘들었던 이 여름에 가슴 뭉클한 해답을 찾았다.
노오란 달팽이들과의 2박3일간의 노오란 여행!
외로운 외침이 시작된 이래 난 수많은 여행을 떠났었다. 나에게 이번 여행은 부담을 주는 많은 인원도 아니었다. 또한 지치게 만드는 오랜 일정도 난이도가 있는 어려운 코스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감동은 무엇일까? 여행이 끝나고 뜨겁던 감동이 가슴 깊이 잔잔히 가라앉을 즈음 선명히 드러난 마음의 결정체를 느낀다.
그 첫 번째 감동은 달팽이들과의 ‘만남’이었다.
지난 유월 어느날 대표님을 만났다.
그날 “변화”를 말씀 하신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그 ‘변화’가 십여년을 넘긴 공부방에 절실히 필요하다 하셨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모두가 참여하는 ‘자전거여행’이며 함께 해 줄 수 있냐고 하셨다.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기에 그리 고민하지 않고 응하였다.
이 만남이 잊혀질듯 바쁘게 두주의 시간이 지나갈 쯤 “아이들에게 교육이 필요하지 않냐?”고 채근(採根)하셨다. 당연하죠!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아닌가?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교육할 장비(자전거), 안전장구, 교육장소, 그 장소로 자전거를 옮기는 문제 등 그리 고민하지 않던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대표님의 기질이 나오신다. 부딪히자 하셨다.
7월7일 안양 시청광장에서 첫 교육이 있는 날 부득이 진행할 행사가 있어 참석하지 못하고 함께한 김현수 선생(자전거타기운동연합 사무총장)이 그 몫을 담당하였다.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들이 2/1이 자전거를 전혀 못타는 실정에 어린나무 아이들은 교육적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난감한 교육평가를 전한다.
7월14일 아이들과 처음 만났다. 2시간의 교육시간이 어찌 흘렀는지 모르겠다. 전혀 타지 못하는 친구들과 탈 줄 아는 아이들의 격차, 지도하기에는 턱없이 많은 아이들.... 걱정이다. 갈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의정이가 몸은 넘어져 가는데 자꾸 잡고 있는 손을 놓으라 한다.
7월21일 안양시청까지 가려면 자전거를 실어 나르고 타지 못하는 친구들은 승합차로 실어 나르던 소모전을 안양6동에 있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에서 공간을 허락하여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연습이 시작된다.
마음이 조급해져 간다. 시간은 다가오고 개인적업무로 집중은 안되고...
내리막에서 중심잡기 연습 중 지영이가 브레이크를 못잡고 화단에 있는 나무로 직행을 한다...다행히 다치진 않았는데 놀랐는지 울음을 터뜨린다. 너무 더워 땀이 줄줄 흐르는데 아이들은 너무 열심히 하고 있다. 과연 태울 수 있을까? 이런 기우의 마음을 까맣게 그을은 아이들의 눈빛에 부끄럽게 마음을 돌려야 했다.
햇빛 그을린 냄새를 맡아 보셨나요? 이후 7월31일, 8월1일~8월4일까지 연습이 진행되는 내내 아이들에게 맡았던 건강한 냄새다. 아이들의 열정을 뜨거운 태양도 어찌할 수 없었다. 하나 둘 보조바퀴를 때어내고 “선생님 이젠 나 탈 수 있어요?” 탈 줄 아는 아이들에게 속속 합류한다.
내가 만난 달팽이들은 기다릴 줄 안다. 모두가 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지겨웠을까? 8월4일은 드디어 모든 참가선수들이 모두 모였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그간 힘들었지만 잘 이겨낸 달팽이들이 함께 검역소 앞마당을 2열로 주행하며 몸과 마음의 호흡을 맞추었다. 아직 몸과 마음이 다르게 가는 아이들이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그동안 그러했듯이 함께 가게 될 것이다.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이 힘든 여행이 그리도 가고 싶었던 것일까? 정말 스스로에게 도전한 것인가? 청소년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어린나무와 큰나무 초등학교 아이들은 어찌 그랬을까? 어느 한 사람도 싫어하거나 피하지 않고 이 힘든 과정을 함께 하고 있었다.
이 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개인적으로 YMCA국토순례 진행과 경기도 광주 청소년 자전거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8월9일 안양시청에서 달팽이들을 만났다.
노오란 티와 분홍색 헬멧, 자신의 마음을 담아 그린 달팽이 깃발 ... 제법 자세가 나온다. 다소 긴장한 것일까? 출범식 내내 아이들은 진지하다.
이제 출발이다. 어린나무 귀여운 초딩2학년들이 선두이다. 여기엔 두발자전거경력이 일주일도 안 된 아이도 있다. 시청을 몇바퀴돌며 대열을 맞추고 도로로 나아가는 순간 의정이는 자꾸 엉뚱한 데로 간다.
“멀리 봐! 무서워 땅을 보면 흔들리고 내리게 되는거야! 앞을 봐!” 단순한 자전거주행의 원리인 듯 들리나 삶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멀리, 길게보면 흔들리지 않고 곧장 갈 수 있다. 그런데 불평, 불만으로 한탄하며 주춤하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우리의 삶 말이다.
1km 채 안되는 도로주행을 마치고 자전거도로로 들어섰다. 관중들은 가고 우리의 도전만 남은 허전함을 뒤로 하며 이제 우리 길을 간다.
지영이와 의정이는 왔다, 갔다, 정신없다. 고은이, 유정이, 하은이, ?, 역시 인류의 우성인자는 여자임이 분명하다. 그나마 선봉에선 창성이가 턱을 추켜올리고 몽롱한 시선으로 엉덩이를 흔들며 선두를 놓치자 않으며 남자의 자존심을 지켜준다. 전문가라고 자청하는 나로서도 유아용자전거의 속도를 체크한 적이 없었다. 시속13km였다. 창성이가 꾀 불이지 않고 최선을 다해 달린 속도이다. 이 뒤로 어린나무, 큰나무, 청소년, 자원봉사 선생님들, 공부방선생님들이 따라 오고 있다.
상상해 보라! 진정 달팽이들의 행진 아닌가?
안양에서 한강까지 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지나쳐 갔다. 또한 우리는 우리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유아용 자전거 탑승자들! 우리의 귀염둥이들이 자신들에게 맡겨진 미션을 해결하고 차량에 탑승해서 일까? 이제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들이 보인다.
별 부담 없이 운영위원이라고 자원봉사를 자청했다가 큰 코를 다치고 있는 모습(누구라고 꼭 짚지 않아도 알 만한 분인데..^^) “아이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굳게 마음먹고 따라나선 현선, 지영선생님! 점점 말 수가 줄더니 급기야 눈에서 눈물이... 두분과 달리 물찬 제비같이 승승장구하는 보람선생님, 선생님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 모습도 너무 아름다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얼마전 취업한 민희도 밝은 얼굴도 그 속에 있다. 근데 자꾸 뒤로 처진다. 눈을 들어 뒤를 보니 김형남선생과 박성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격려하며 한강 다리를 건널때마다 아이들의 자전거를 거의 날다 싶이 자전거를 날아다 주었다. 그 뒤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하는 김 성수시의원이 따라오고 계신다. 역시 큰코를 다치고 계시고.. 홍길표선생님은 난생처음으로 아들,딸과 함께하는 여행을 즐기고 계신다. 맨 뒤에 진행팀의 에이스 윤철샘과 김현수선생님이 힘든 아이들을 밀어주고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하며 따르고 있다. 또 어디선가 우리를 보고 있을 보급팀에 대표님, 이천화선생님, 보람선생 아버님... 아이들은 지치면 뒤로 쳐졌다가 쉬는 시간 다시 앞으로 와서 다시 뒤로 가기를 거듭하며 한강을 만나고 아라뱃길을 지나며 이겨내고 있다. 마지막 초지대교의 아치형 거대한 다리를 오르며 아이들이 많이 울었다고 한다. 80km구간에 거의 초죽음이 되어서야 도착한 강화도! 미안했다. 너무 힘들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꿈이 짜증으로 바뀌진 않을까? 기우였다. 저녁을 먹으니 살아나는 저 에너지! 숙소로 이동해서 수영장 물놀이에, 캠프파이어에 식지 않은 아이들을 보며 안도의 숨을 골랐다.
이후 강화도에서 출발해 난지공원의 가는길 아라뱃길에서 어린나무들과 함께 모두가 달렸다. 물놀이와 바비큐파티로 두 번째 날을 마무리하며 어제보다는 성장한 우리를 확인하였다. 드디어 안양으로 입성하는 날, 자전거도로를 벗어나 차도로 들어서 안양시청으로 가는 길 어린나무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멋진 호흡을 자세로 안양시청에 입성하였다.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아팟을까? 자랑스럽게 완주증을 받아드는 달팽이들!
달팽이 자전거 여행은 그저 자전거를 탄 여행이 아니었다. 여행을 가기위한 동기가 있었고 아이들의 동의가 있었다. 또한 그것을 펼치기 위한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 아이들의 노력이라는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기어코 이겨낸 인내와 자기극복의 결과가 있었다.
지금도 나의 마음을 울리는 가장 큰 감동은 바로 공동체를 본 것이다.
돈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세상, 그래서 공부를 하니 교육이 아프고, 사회가 아프다. 돈 앞에서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세상 그래서 가족이, 고향이 해체되는 세상 그것이 행복이라고 너도 나도 따라가고 있는 세상이 아닌가? 그래서 아프지 않은 사람 어디 있던가? 외롭지 않은 이 어디 있던가?
경쟁하지 않아도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보름선생은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다시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하고 민희는 취직해 동생들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휴가내어 동생들과 함께 한다. 형남선생은 재대 후 돌아와 동생들의 자전거여행을 위해 자전거교육과 여행 중 높은 한강다리를 넘을 때 기꺼이 동생들의 자전거를 들어 올리고 내렸다. 공부방 자원봉사로 인연이 된 박성은 선생님도 거기에 있었다. 여기에 서현선, 서지영선생님들도 힘에 부치지만 아이들과 한 마음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형식적이지 않은 이러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장 노력한 이는 송용미 대표님이다.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무엇이 두려울게, 외로울게, 부러울게, 있겠는가?
이것은 나에게도 세상에도 큰 희망이 될 것이다. 이번 자전거여행은 그러한 여행이었다.
첫댓글 선생님~ 감동적인 글~ 감사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행복한 자전거여해있었습니당~^^
또 다시 그때가 생각나서 미소가 번집니다~
근데 그때 제가 그랬나요??? 서현선 선생님 만큼은 아니었는데....
전 안울었어요~~~ㅡ.ㅡ;;;;;;;;;;;;
에이~울던데?..ㅋㅋ
서로에 대한 사랑이 깊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고마운사랑을 전합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그때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잊어버리지 말라고 일부로 늦게 올리신건가요? 감사합니다. 가슴뜨거운 감동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셔서~~^^
^^ 감동이네요~ 함께하지 못하여 부끄러운 늦은 밤...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
감동을 많은 분들께 잘 전해주세요~ 늦은 밤.. 생각이 많으면 잠이 않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