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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다음아고라미네르바글모음 원문보기 글쓴이: 쏠몽
제 생각에는 이글이야 말로 미네르바의 가장 마지막 분석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7시간 심야인터뷰... 즉 우리에게 신동아 분석글로 알려진 그 이후에 나온 인터뷰글입니다. 앞으로의 전망에 중요한 내용이 있으니..끝까지 잘 읽어보시길...
작년 미네르바 아고라에 글을 계속 읽는 분들은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저는 진짜 미네르바는 신동아의 미네르바 즉 경제전문가 7인이 맞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가 적중시킨 몇가지 예중에 특히 정부에서 취한 조치등은 관련기관의 정보없이는 구할수 없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확연한 하나는 어느 바보가.. 아고라에서 미네르바가 글을 쓰고 있는 마당에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언론사에 인터뷰합니까... 가짜 미네르바가 신동아와 인터뷰했고 그런 기사 나면
아고라를 이용하고 있는 진짜 미네르바가 가만있었을리 없습니다. 곧바로 다음날 " 장난해? 난 인터뷰한적 없다"라고 나와야하는데
작년 글 쭉 보신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죠 2주정도 잠잠했습니다.
즉 제 생각에는 신동아의 미네르바가 진짜가 맞습니다. 그럼 박대성은 누구인가.. 그것은 1월말경 신동아의 K씨가 자신의 구성 7인중 1명이 잠적했으며 아마도 그가 내세운 인물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비치는데 그게 맞다고 보여집니다
그리고 또 올해 재밌는 일이 하나 있었죠 파이낸셜 곽인찬 논설위원이 자신이 미네르바라는
자수하는 글을 올립니다. 나중에는 미네르바를 패러디한글이라고 번복을 하지만
제가볼때 어느 바보가 그런글을 파이낸셜 뉴스에 올립니까
곽위원은 아마도 그 7인의 한명이었고... 자수하려고 용기를 냈으나 아마도 파이낸셜타임즈 윗선에서 난리를 쳤겠죠
그 뉴스 나가고 나서
그래서 저는 미네르바는 신동아 K씨 포함 7인이 맞으며 그중 잠적한 한명.. 즉 정부에서 지적했던 50대 증권사 해외근무경력있는 사람... 그분이 아마도 박대성씨를 통해 무마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단 이것은 저의 생각입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며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며
이웃집 남자를 형이라 부르며 지나가는 여자를 누나라 부르도록 시키고
위기를 위기라 하지 못하고 위기를 기회다
파국을 괜찮다
모든걸 잘한다 잘한다 해주길 바라는 정부의 짧은 생각과 행동들이
진짜 미네르바로 하여금 잠적이라는 길을 택하게끔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로서도 경제계에 근무하는 베테랑 7인보다는
무명의 전문대 백수인 박대성이 미네르바라고 알려지는걸 차라리 원하는지도 모릅니다
아래 파이낸셜타임즈 곽위원이 올렸던 글 전문과
신동아 K씨가 말하는 향후 전망과 그 7인에 대한글...
미네르바 분석들 다 읽으신분들 알겠지만 신동아에서 새로이 향후 전망 질문에 답하는 그 전망은
보통수준이 아닙니다. 미네르바의 것입니다
즉 제가 보는 미네르바의 정체는 곽인찬위원을 포함한 7인이며
어쩌면 이 글을 보고 화들짝 놀라실수도 있을거 같네요
단... 이것은 모두 저의 추측임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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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즈 곽인찬 논설위원 해프닝
곽 위원은 2일 파이낸셜뉴스의 '곽인찬 칼럼'을 통해 '미네르바 자술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자신이 미네르바라고 밝혔다. 이어 "자수한다. 내가 바로 그 미네르바"라면서 "더 이상 정부와 언론은 날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해당 칼럼은 이날 오후 4시47분쯤 파이낸셜뉴스 온라인 판과 네이버 등 각종 포털에 게재됐고, 일부 인터넷 매체가 "곽 위원이 미네르바가 맞다"는 온라인뉴스까지 내보내면서 미네르바 실체가 밝혀졌다고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러나, 이어 언론이 재차 파이낸셜뉴스측에 확인한 결과 곽 위원 본인이 미네르바를 패러디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은 곽 위원이 쓴 '미네르바 자술서' 전문.
자수한다. 내가 바로 그 미네르바다. 더 이상 정부와 언론은 날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길 바란다. “당신이 미네르바라는 걸 어떻게 믿느냐”고? 허참, 신뢰의 위기가 정말 심각하군. 좋다, 증거를 대겠다. 나는 부엉이 한 마리를 애지중지 키운다. 어두운 밤 내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그 부엉이는 늘 내 어깨 위에 앉아 있다. 인터넷에 올리는 글이 막힐 때 나는 부엉이의 지혜를 빌린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와 부엉이의 동거 얘기는 다들 들으셨겠지. 제발 좀 믿고 살자. 그럼 이쯤에서 내가 미네르바라는 입증 프로세스를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듣자하니 내가 요즘 떴단다. ‘인터넷 경제 대통령’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니 황공무지로소이다. 아마 사람들은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과 환율 급등, 주가·부동산 급락을 내다본 내 신통력에 놀란 모양이다. 내가 추천한 책이 서점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인터넷 토론광장 ‘아고라’에 올린 글들을 모아 선집으로 펴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론은 ‘미네르바 신드롬’을 연일 크게 다루고 있다.
고백하건대 진짜 놀란 사람은 바로 나다. 지난 여름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일이 이렇게 번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냥 알량한 경제지식과 상식에 입각해 소신껏 글을 올렸을 뿐인데 사이버 공간이 좋긴 좋다. 제도권 언론이나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눈치 안 보고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게 사이번 논객들만의 특권이다. 그런데 경제 파탄을 예고하는 ‘닥터 둠(Dr.Doom)’의 글에 댓글이 줄줄이 붙자 몇몇 분들의 심기가 불편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토론방 이름까지 ‘아고라’라니! 바로 정권 초 쇠고기 파동을 부추긴 그 못돼먹은 토론방이 아닌가. 정부는 과민성 스트레스 반응을 보였고 나는 절필 선언과 동시에 잠적했다. 그랬더니 더 웃기는 일이 벌어졌다. 아, 글쎄 내가 순교한 예언자로 둔갑하는 것이었다. 이제 난 전설이 됐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전설의 순교자답게 할 말이나 해보자. 정부에 묻는다. 왜 사람들은 나를 순교자로 추앙할까. 왜 사람들은 정부보다 내 말에 더 귀를 기울일까. 왜 사람들은 현 경제팀이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걸까. 한 마디로 정부가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을 해도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반면에 나는 반토막 펀드를 쥐고 밤잠을 설치는 투자자들의 막막한 속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그들이 나를 따르는 건 당연하다. 혹자는 내 글을 혹세무민하는 도참(圖讖) 쯤으로 폄훼하기도 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도참은 불신을 먹고 자란다. 불신이 사라지면 도참이 뿌리 내릴 공간이 없다. 오늘날 위기가 10년 전 외환위기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나같은 이들이 활개칠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이 정권이다.
흘러간 옛 관료가 각광을 받는 것은 내가 주목을 받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외환위기 극복의 주역이었던 이헌재 전 장관은 최근 계단까지 빽빽이 들어찬 한 강연에서 “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떠오른다”고 걱정했다. 현직 관료들은 이 전 장관의 등장에 주체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한번에 확 몰아서 ‘빅뱅’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참 어려운 주문이다. ‘낫과 망치’를 들었다가 힘 없이 내려놓고 건설사 구조조정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현 정부의 능력을 손 교수는 과대평가하고 있다.
시장 실패가 초래한 현재의 위기는 정부가 풀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 자체가 갈팡질팡, 쩔쩔매고 있다. 비상시기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으로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나 미네르바는 사이버 순교자답게 이 한몸 바쳐 난국이 풀릴 수 있다면 목숨이라도 던지겠다. 꼭 던지겠다는 게 아니라 원칙이 그렇단 얘기다.
특종] 신동아 기고 미네르바 7시간 심야 인터뷰
[신동아]
신동아는 2008년 12월호에 ‘미네르바 절필 선언 후 최초기고’라는 글을 게재했다. 온라인 상에서 이른바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던 ‘미네르바’를 오프라인 공론의 장으로 끌어낸 것이었다.
그후 1월7일 검찰은 31세의 박대성씨가 문제의 미네르바라며 체포했고, 10일 박씨를 구속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구속 사유가 된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관련 주요 기업에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이라는 긴급 공문을 전송했다”는 12월29일자의 미네르바 글과 ‘드디어 외환위기가 터지는구나’ 라는 제목으로 외환 환전업무 전면중단을 주장한 7월30일자 글 등 미네르바 명의로 나온 글의 대부분을 자신이 쓴 것이라고 진술했다. 반면 신동아 12월호의 미네르바 기고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검찰 발표와 박씨의 발언 내용이 보도되자 일각에서 ‘그러면 신동아 12월호에 실린 미네르바 기고문은 과연 누가 쓴 것이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박대성씨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와 신동아에 기고한 미네르바 K씨의 주장이 상충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누가 진짜 미네르바인가를 둘러싼 논쟁도 갈수록 뜨거워졌다. 이번호 신동아가 12월호 기고문에 이어 다시 미네르바 관련 인터뷰를 게재하고 다양한 검증작업을 편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신동아는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미네르바의 정체를 둘러싼 논쟁의 정답을 제시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기고문 필자의 신원과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다.
신동아는 인터뷰 기사를 비롯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취재를 통해 독자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별도 상자기사 참조). 그럼에도 남는 의문점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인 후속 취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나갈 것이다. ‘편집자’
2009년 경제전망을 담은 신동아 12월호 미네르바 기고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인터뷰를 통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네르바의 실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져갔다.
그러다 두달 후(2009년 1월8일) 검찰은 박대성(31)씨를 전기통신기본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 지난해 7월 30일 “외화예산 환전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이라는 허위 내용과, 지난해 12월29일 “정부가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금지를 명령하는 긴급공문을 보냈다”는 허위 내용을 올린 혐의다.
끈질긴 설득에 마침내 입을 연 K씨
박씨는 “신동아에는 기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씨의 발언이 알려지자 일부에서는 “신동아는 가짜 미네르바에 속았나”는 식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동아는 어떤 식으로든 미네르바의 실체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신동아의 인터뷰 요청에 K씨가 처음 보인 반응은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사이버 공간에서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글을 쓴 것이 도대체 왜 죄가 되느냐’는 분노를 표출하는가 하면, ‘자칫 자유를 박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신동아’는 “많은 사람들이 미네르바 사건의 진상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지금 당신이 나서서 모든 것을 털어 놓으라”고 했다.
며칠간의 끈질긴 설득에 K씨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대신 그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었다. 편집실과의 조율 끝에 인터뷰어인 편집장 외 기자 1명이 기록자로 동석한 대면 인터뷰에서 핵심 신상정보와 몇 가지 증거를 공개하는 대신 기사에서 이름은 성(姓)의 이니셜만 밝히고 나이, 직업, 키, 학·경력, 사진 등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K씨는 나이 공개를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으나 신동아에 실명을 밝혔다. 신동아는 또 K씨가 언급한 지인을 통해 K씨의 직장 등 구체적인 신원도 확인했다. K씨와의 인터뷰는 7시간 동안 진행됐다.
Part - 1 신동아 기고 미네르바 K씨는 누구인가?
▼ ‘미디어다음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쓴 것으로 지목돼 구속된 박대성(31)씨를 압니까?
“전혀 모르는 사람입니다.”
▼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습니까?
“네.”
▼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처음 올린 때는 언제인가요?
“대통령선거 즈음이니까 2007년 12월 입니다. 이후 2007년 12월에 비정규직 관련 글을 올렸고, 2008년 4월 귀농컨설팅 글을 올렸습니다. ‘남자가 피해야 하는 10가지 여자’라는 글도 썼습니다. 노르웨이 전기와 관련된 글도 썼고요. 2008년 2월께 쓴 달러 매수 관련 글, 6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한 글도 올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 그렇다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몇 편이나 썼습니까?
“500건 가량 됩니다.”
▼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그 많은 글을 혼자서 다 썼다는 말입니까?
“모든 글을 저 혼자 쓴 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어간 글도 있습니다. 직접 쓰기도 하고, 제가 데이터를 모으면 다른 사람이 그 데이터에 기반해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글의 포맷은 함께 잡았고요. 언론사의 시스템도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는 외국 웹사이트에 나온 정보만 이용해서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글에는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습득한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대표 격인 사람은 저를 포함해 2명입니다.”
▼ 그렇다면 미네르바는 한 명이 아니라 일종의 그룹인 셈이군요.
“모두 7명입니다. 팀으로 움직였으니 일단 동호회라고 해두지요.”
▼ 처음 어떻게 만났습니까?
“경제 클럽입니다. 모두 금융권 사람입니다.”
“0.1% 부자는 과장”
▼ 정보를 교환하고 공부하는 모임인가요?
“원래는 그런 차원이었어요. 일종의 독서클럽입니다. 국내에서 절판됐거나 구하기 힘든 전문서적을 아마존닷컴 같은 곳에서 구해 발췌·번역해서 나눠보고 그랬습니다. 모임을 시작한 지는 2~3년 됐습니다. 친목 도모 차원에서 시작했습니다. 모두 금융권에 몸담고 있어서 서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좋은 책이 발간되면 사 와서 나눠주기도 했고요. 주말에 주로 모였는데, 지금은 이탈한 사람도 있고 해외에 나가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 그 모임 외에 다른 네트워크도 갖고 있습니까?
“국내외적으로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좀 과감하게 말씀드리면, 정보당국이 만든 경제관련 글이 있다면, 그것의 100%는 아니라도 80%는 비슷하게 맞힐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파장이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 부자입니까?
“부자는 아니지만, 밥 먹고 살 정도는 됩니다.”
▼ 미네르바가 우리나라 0.1% 안에 드는 계층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고라에서 ‘readme’라는 필명을 쓴 분이 제 이니셜을 맞혔으니 그 부분은 정곡을 찌른 셈이네요. 저는 대한민국 0.1%가 아닙니다.”
▼ 경제관련 정보는 어떻게 모읍니까?
“정보력은 언론사 저리가라 할 정도입니다. 인터넷정보가 아닙니다. 정보 얻느라고 국제전화비가 많이 나와요. 외국에 나가있는 친구가 정보를 보내주기도 하거든요.”
▼ 멤버 중에 여성도 있나요?
“있습니다. 글을 쓰는 분은 아니지만 글을 작성하는 데 조언하기도 합니다.”
▼ 멤버 7명이 모두 글을 썼나요?
“제가 주로 썼고. 파트별로 나누는 식입니다. 신문사에서도 데스크가 기사 내용을 삭제하고, 첨가하고 그러지 않나요? 우리도 비슷합니다.”
▼ 파트는 어떻게 나뉘나요?
“저는 주로 해외 담당으로 수출입 거시지표를 맡고, 다른 분들은 국제금융상품, 국내외 부동산 동향 전문가도 있습니다. 크게 외환, 부동산, 주식, 채권 4개로 나뉩니다.”
▼ 한 신문이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빌려 언급한 ‘증권사 경력에 해외체류 경험이 있는 50대’도 그룹에 포함돼 있습니까?
“멤버 중에 지금은 연락이 두절된 분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만.”
▼ 글 작성은 어디서 했습니까?
“글 올린 것은 특정 장소에서 했습니다. 위치가 금방 드러나기 때문에 PC방에선 글을 올린 적이 없습니다. 꼭 특정 장소에 모였다기보다는 글을 그쪽으로 옮겨서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보면 됩니다.” ‘상자기사 참조’
▼ 학력과 전공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대학을 나왔고요. 인문대를 졸업했습니다.”
금융권서 투자재무 컨설팅
▼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까?
“그동안 금융기관 세군데에서 일해왔습니다. 전부 국내기업입니다. 다음 아고라 글에서 내비친 적이 있는데, 지금은 금융권에서 투자재무컨설팅 일을 합니다.”
▼ 외국 금융회사에서 일한 적은 없군요.
“기업에 속해 외국에서 일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미국보다는 유럽 쪽을 많이 다녔습니다. 파운드화 거래 경험도 있는데 간접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대학 재학 중 인턴 생활을 해봤고요. 전공은 금융 쪽이 아니지만 그때부터 금융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주식투자도 했고요. 멤버들 모두 저와 비슷합니다. 제 경우 외국에서 산 건 3년 정도 됩니다. 영어는 부딪혀가며 배웠습니다. 일본어는 조금 배운 정도고요.”
▼ 미네르바라고 필명을 정한 이유는?
“헤겔 법철학에서 ‘미네르바는 새벽에 날개짓을 한다’는 문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독일에서 이 책을 처음 접했습니다. 미네르바는 지혜의 여신이고, 통찰력이 있고, 신으로서 인간에게 현명한 상황판단을 해줄 수 있는 신입니다. 그래서 필명으로 삼았습니다. 그리스에서도 그런 표현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 ‘고구마 파는 노인’이라는 비유는 어떻게 쓰게 됐습니까.
“일종의 비유법, 은유법인데요. 조선시대 때 대마도에서 고구마가 구황작물로 들어왔습니다. ‘노란토끼’라는 표현은 일본 환투기 세력, 자민당 내 정조회 등을 표현하고자 썼습니다. 그것을 은유적으로 포장한 게 고구마 파는 늙은이입니다.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죠.”
▼ 소주를 좋아합니까? 미네르바의 글을 보면 소주를 빨대로 마신다고 돼 있습니다.
“소주는 원래 좋아해요. 맥도날드에 가서 코카콜라를 마실 때 빨대로 먹잖아요. 우회적으로 과거 외환위기를 초래한 헤지펀드 세력을 비판하고자 장난으로 쓴 표현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빗댄 것입니다.”
▼ ‘미자’라는 표현도 쓰던데요. ‘단골손님 미자’는 누굽니까?
“그런 것까지 얘기해야 하나요?”
▼ 누리꾼들은 ‘미국자본’의 약어라고 여기던데요.
“최미자가 궁금하십니까.”
▼ 말씀해 보세요.
“최미자는 두 가지로 보면 되요. 하나는 미국 자본을 의미하는 거고요. 또 하나는 블랙홀 같은 국내 A회사를 가리킵니다. 그 회사가 고객에게 잘못한 게 많아요. 그런데 이거 그대로 나가면 큰일 납니다.
한국에 들어온 자본 중엔 씨티은행, 스탠더드앤푸어스 등 금융자본도 있지만, 투기자본이 굉장히 많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국고를 채우고자 국내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었고요. 미국 자본을 비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팔아 낮은 가격에 다시 사서 되갚는 것을 공매도라고 합니다. 공매도해 막대한 차익을 실현하는 일이 벌어졌죠. 채권시장이 요동치고 주식시장은 폭락했습니다. 환율은 폭등했고요. 여기에 외국자본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죠. 대표적인 게 미국 자본입니다. 그리고 A회사는 그런 흐름에 물타기를 했죠. 그야말로 ‘도덕 불감증’에 걸린 겁니다.”
▼ 현실 정치에도 관심이 있나요. 국회 상황이라든가.
“경제를 공부하다 보면 정치를 별도 문제로 삼을 수는 없겠죠. 경기부양책도 정부주도형이고 정치적인 논리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경제에 있어 정치논리가 더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 멤버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됩니까?
“30, 40, 50대입니다. 대부분 금융계 베테랑이고요. 어떤 사람은 우리가 쓴 어떤 글을 읽고 30대가 쓴 것 같다고 했고, 다른 사람은 또 다른 글을 보고 연령대가 높아졌다고 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멤버들이 같은 IP를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쓴 특정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멤버가 있게 마련이죠. 저는 타이핑이 빠른 반면 오타가 많습니다. 또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우회적인 비유법을 많이 씁니다. 사실을 그대로 써서 올리면 뒷감당이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7명의 미네르바 멤버는 30~50대
▼ 몇 사람이 IP를 함께 쓰는 게 가능합니까?
“그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 다음 아고라에서 같은 닉네임을 사용하는 게 허용되기 이전의 IP가 멤버들이 쓰던 것이라면 가입할 때 신원을 밝혔을 것 아닙니까? 검찰은 IP 추적 결과 박대성씨가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썼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말했듯 멤버들과 IP주소를 공유했습니다. IP주소는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합니다. IT분야에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걸 알 겁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박씨가 IP주소를 조작하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사용했던 IP는 두개 입니다. ×××로 시작하는 IP는 쓰지 않을 때는 잭을 빼놓았습니다. 다시 사용할 때 숫자가 변경되면 다시 맞췄습니다. 글을 올릴 때 둘 중 하나를 돌아가며 사용해야 하는데, 제가 직접 올릴 때는 원칙적으로 하나에 맞춰서 올렸습니다.
IP 조작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건 일반 개인도 가능하고요. 일례를 말씀드리죠. 예전에 어느 사이트를 이용해서 대전에서 글을 올렸는데 서울에서 올린 것처럼 조작한 사건이 있었어요. 또 어떤 사람이 주가조작 혐의로 금감원에서 조사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죄목이 조작된 IP를 쓰면서 주가를 조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박대성씨가 같은 IP로 글을 올렸다는 주장과 관련해) 또 다른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 멤버 중 현재 연락이 안 되는 한 사람이 우리와 의견 충돌로 떠났습니다. 그 사람이 박대성씨를 시켜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고요. ”
▼ 박대성씨가 미네르바 멤버 중 한 사람의 심부름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그건 명확하게 말씀 못 드려요. 멤버들 가운데 연락 닿는 6명에게 박씨와의 관련성에 대해 물어봤는데 모두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만 연락이 끊긴 한 명에게만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 검찰이 박씨가 쓴 것으로 파악했고, 박씨 본인도 인정한 지난해 12월29일 글에는 “내부 참고용으로 만들어놓은 걸 잡지사에 가져다가 팔아먹는 놈이 있지 않나, 들쑤는 놈이 있지 않나. 에이그”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박대성씨는 아고라 글은 자신이 올렸지만 ‘신동아’ 12월호에는 기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건 반드시 해명돼야 할 부분입니다. 이것을 설명할 책임은 기본적으로 박씨에게 있겠지만, K씨는 이 부분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그 글이 올라왔을 때 저는 외국에 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요. 나중에 그걸 보고 굉장히 황당했습니다. 더욱이 우리가 쓰던 것과 동일한 IP라고 하더군요. IP 문제는 우리도 황당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원래는 ‘신동아’에 기고하지 않기로 했었기 때문에 처음엔 내부에서 반발하는 누군가가 올리지 않았겠나 하고 추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다 확인해봤는데 아니라고 했고, 연락이 끊긴 한 명한테만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내부 참고용’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좀 황당합니다. 신동아에 기고한 글은 내부참고용이 아니라 사회에 우리 경제상황을 알려 경각심을 갖고 대비하라는 차원에서 쓴 것입니다.”
▼ 연락이 안 된다는 그 사람이 정보당국에서 지목했다는 50대 증권사 경력의 인물입니까?
“…. 제 생각에는 아마도 외국에 나가 있을 듯합니다. 그 부분은 해명이 안 되고 있어요.”
▼ 내부에 불화가 있었나요?
“없었다고는 말씀 못 드립니다. ‘이제부터 흩어져서 하자’ 이런 얘기까지 있었습니다.”
▼ 그 사람과는 왜 연락이 안 되죠?
“언론사에 글을 쓰자고 했더니 그 분이 반대했어요. 지금은 휴대전화도 연결이 안 됩니다. 저도 그가 왜 이탈했는지 궁금합니다.”
▼ 다른 사람들은요?
“C씨도 완곡하게 반대했습니다. 저 보고 죽으려면 혼자 죽으라고 했지요. 왜 긁어 부스럼 만들어 다수를 힘들게 하느냐며, 기고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처음에 ‘신동아’ 기고를 거절했던 것도 그래서입니다. 다른 멤버들도 반발이 심했습니다. 관계가 서먹해진 분도 있고요.”
▼ 또 다른 불화의 원인은 없었나요.
“정부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저는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통화스와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연락이 안 되는 그 분은 반대했습니다. 당장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죠. 그 분은 공기업 민영화나 산업은행 민영화, 혹은 자금시장통합법 실시, 금산분리, 금융시장 개방 등을 앞둔 상황에서 외국계 투자가 이뤄질 거라고 내다본 겁니다. 과거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가 금융산업을 육성할 때 일본·중동·싱가포르·화교·유대인 자본이 들어가 금융산업이 커졌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변화하리라고 그 분은 내다봤습니다.
반면 제 논리는,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느라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낭비했는데 한미 통화스와프가 없다면 연말의 대외 채무 상환이라든지 다음해에 다가올 은행 외채 문제가 아주 커집니다. 저는 정부가 통화스와프를 안하면 과거 러시아, 혹은 지금의 아이슬란드가 겪고 있는 상황까지 간다고 봤습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급한데, 그것마저 안하면 연말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본 겁니다.
당시 리보금리가 상당히 높았고 CD 금리가 7%를 넘었습니다. 기존 부동산 담보 대출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묶인 은행 돈도 상당히 큰 데, 그중 상당 부분이 외채입니다. 외채를 상환해야 하는 은행 처지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또 2008년 상반기부터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매도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의 주식을 매도했죠. 한마디로 환율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어요. 따라서 통화스와프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본 겁니다.
더욱이 경상수지 적자가 145억달러에 달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세계경제는 악화일로에 섰고 대중(對中)수출은 줄어들었죠. 이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마저 부족하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작년에 9월 위기설이 나돈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애초 위기설은 외국 금융기관에서 먼저 나왔습니다. 주식을 급하게 처분하면서 나온 겁니다. 그래서 저는 통화스와프를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씨의 ‘중국 경제 전망’ 글 비판
그는 이번 인터뷰에 앞서 편집실과 밀고 당기기를 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를 전망하는 짧은 글을 보내온 일이 있다. ‘인터뷰 대신 이것으로 대신하자’며 보낸 것이었다. ‘박대성씨가 체포된 이후 쓴 글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쓴 중국 경제 전망’이라는 제목이 붙은 글에서 그는 한국의 대중무역 수출액 감소를 걱정하면서도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대성씨가 검찰에서 작성한 글에는 2009년 중국 경제성장률 예상치가 -5~-8%라고 돼 있다.
▼ 박대성씨가 검찰에서 썼다는 글을 읽어봤나요?
“박씨의 글은 억측이고 과장입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헤지펀드가 청산 절차를 밟고 유럽계를 포함해 중국에 진출한 자본이 이탈하면서 주식과 부동산값이 급락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중국은 국가재정이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재정이 탄탄해서 재정지출을 확대하기가 쉽고 그만큼 위기 탈출이 용이하다는 겁니다. 그런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중국의 내수부진, 수출경기 위축만 강조한 거죠. 본질적인 면을 놓친,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글입니다.”
▼ 박대성씨 구속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상황을 초래하고자 글을 올린 게 아닌데, 엉뚱한 사람이 미네르바라고 주장하면서 모든 걸 다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오르더군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우리 글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고, 다른 곳에서도 정권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위기감도 느꼈습니다.”
▼ 살해협박까지 받았다고 했지요. 어떤 내용의 협박이었나요?
“살해협박이 아니라…. 인터넷상의 메일로 받았습니다. ‘당신이 올린 글로 인해 사회와 금융시장에 혼란이 가중돼 막대한 피해를 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해서 처벌받도록 하겠다, 가만두지 않겠다’는 거였습니다.”
▼ 여러 차례 받았습니까?
“두 차례 받았어요.”
▼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은 메일이었나요?
“글을 올릴 때 사용한 아이디와 연결된 메일로 협박이 온 겁니다. 내가 올렸던 글에 대한 메일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이 올린 글에 대한 협박이었습니다.”
▼ 직접 받은 협박은 아니네요. 그런데 그건 좀 지나친 비약이 아닌가요? 메일에 공공기관 어디라고 밝혔던가요?
“그렇게 써 있지는 않았고요. ‘계속 글을 쓰면 국가기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겠다’고 돼 있었습니다.”
▼ 미네르바의 글이 법적으로 책임질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글을 올린 게 범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막노동, 코피 흘리며 공부’
▼ 차라리 신분을 밝힐 생각은 없습니까?
“신분을 밝혀서 명예를 얻거나 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래서 익명으로 활동해왔던 거고요. 또 신분을 노출했을 때 누가 제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습니까? 요즘 몸이 좀 안 좋아 병원에도 자주 갑니다. 사실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두렵습니다. IP도 차단됐습니다. 제가 한 것도 못하게 막아놨어요. 이젠 제 IP를 다른 사람이 이용하든지 말든지 상관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막노동도 뛰어봤습니다. 새벽에 코피를 흘려가면서 공부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선 배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해외생활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해왔습니다. 매트릭스 속에 수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 나 혼자 빨간 약을 먹으면 살 수 있다, 그러면 탈출할 수 있다, 뭐 그런 상황인 거죠. 나 혼자 살기 위해 뒷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거죠.”
Part - 2 K씨가 보는 한국경제
▼ 다음 아고라에 본격적으로 글을 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이명박 정부는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취임 이후 서민보다는 기득권층, 상위 2%만을 위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첫 조각(組閣)은 ‘강부자 내각’이라는 비난을 들었죠. 747공약 내세워 경제를 살리고자 했지만 핵심을 보면 국가 경제의 펀더멘털을 살려 역량을 강화하기보다는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였습니다. 그래서 비판을 시작했지요.”
▼ 글을 통해 네티즌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한 겁니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으로서, 힘없고 배고픈 같은 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서민들이 미래에 닥쳐올 위험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시민들은 표현의 자유가 있음에도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인터넷 아고라 공간이 있었습니다. 제가 많이 알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빨리 개인 차원에서 살 길을 찾으라고 말해주기 위해 글을 썼습니다. 제가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었어요.”
▼ 그 경제지식을 활용해 사익(私益)을 추구하지 않았다?
“단돈 100원이라도 제가 사익을 취했다면 그런 글을 쓸 수 없었겠죠.”
▼ 그동안 글을 쓰면서 잘못된 부분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HSBC를 중국계 은행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단순한 실수입니까?
“실수였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멤버 중 한 명이 썼는데 오타였으므로 정정해주셨으면 합니다.”
▼ 아고라에 올린 글은 모두 보관하고 있습니까?
“글을 써서 올린 뒤엔 텍스트 파일까지 다 지워버립니다. 이제 와서 그걸 백업시켜놓은 게 있으면 제가 미네르바라는 증거가 될 텐데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근 컴퓨터 복구작업을 시도해 봤는데 지운 것을 되살리지 못했어요. 중요한 것은, 제 주장이 담긴 글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권리요,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747정책은 경기 흐름과 반대 패턴
▼ 결국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 글을 쓴 셈이군요.
“그래요. 제 예상이 맞다 틀리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위기가 닥쳐올 때 경고를 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발 더는 당하지 말자, 왜 당하느냐, 당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정부가 대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데 왜 이를 위해 노력하지 않느냐고 알리고 싶었죠.
정부는 국민에게 기대감만 심어주었어요. 747공약 같은 것들이죠. 그런데 747공약은 경기 흐름과 반대 패턴으로 가고 있어요. 세계는 지금 신성장산업에 집중 투자하는데 우리는 국가부채, 가계부채가 문제 되는 상황에서 부동산을 중점적으로 살리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합니다. 문제는 다른 나라 부동산 값이 다 떨어지는데 우리만 그 가격이 유지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지금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이유는 가진 자, 상위 2% 계층을 위한 겁니다. 대한민국의 7%가 대부분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가진 자들, 그 7%를 위해 93%가 희생해야 하느냐는 문제입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패러다임이 변합니다. 제가 얼마 전 투자자문 컨설팅 해주는 분에게 ‘앞으로 세계경제는 블록화된다. 신브레튼우즈 체제(국제금융규제를 강화하고 미국 달러화 이외의 대체통화를 기축통화로 하는 새로운 금융질서)로 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달러가 기축통화이고, 이것이 휴지가 되면 세계경제 기반이 일시에 무너집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중앙은행의 달러 비중이 너무 높아요. 정부가 막대한 유동성 자금을 풀었다고 하지만 시중은행은 개인에게 신용대출도 잘 안 해줍니다. 또 한 가지,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 저축률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입니다.”
▼ 중국 경제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닌가요?
“중국은 저축률이 높은데도 GDP 성장률이 지난해 상반기 13%에서, 4분기 3.5%로 떨어졌습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간 겁니다. 그럼에도 제가 중국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국가 재정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에요. 미네르바 모임에서 미국과 중국이 똑같은 경제위기 상황을 맞는다면 누가 빨리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중국이 더 빠를 것이라고 봅니다. 국가 재정이 탄탄하면 추가자금 방출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중국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버블위기라고 얘기하는데, 이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중국은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고 개인기업에 임대 형식으로 내줍니다. 최종적으로는 국가소유입니다.”
▼ 경제 전망을 정확히 하려면 대기업의 고급정보 등이 필요할 텐데요. 국내 대기업의 내부 정보도 파악합니까?
“이건 공격받을 수 있는 사안입니다.”
▼ 주로 인맥을 통해 얻는 정보인가요?
“그렇죠.”
▼ 정보 네트워크가 아주 강한 것 같네요.
“굳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A그룹, B그룹, C그룹, 휴켐스, 세종증권 사건, 이런 것들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세종증권 사건 같은 민감한 부분까지 정부가 손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수사가 이뤄져 좀 놀랐습니다.
지난해 강만수 장관이 한미스와프 협정을 위해 뉴욕으로 날아갔죠. 그 사실을 저는 그전에 알고 있었어요. 9월 채권 만기가 연장된 상황이었는데 저는 통화스와프를 하지 않으면 한국은 파산이다, 파국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런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지인에게서 메일이 왔는데 ‘강만수 장관이 온다’는 거였습니다.
‘국내외 인적 네트워크 탄탄’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가 9500억~1조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그 이상이겠지요. 그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 통화스와프를 해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면을 조사해보니까 일본이 통화스와프 총액(300억달러) 가운데 3분의 1을 IMF를 거쳐 조달해주기로 이면합의가 돼 있다는 겁니다. 그것에 대해 정부는 일언반구도 없었고, 실제로는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 IMF를 거쳐서 줬다는 거죠. 엔화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게 아소 다로 일본 총리의 생각입니다. 일본이 관료를 IMF에 보내 이런 내용의 밀담을 나눴다는 것까지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이런 내용이 일본의 인터넷신문에도 나왔습니다.
어쨌든 미국의 실물경기 침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아무리 우방국이라고 해도 통화스와프를 해줄 리 만무하다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한국과 통화스와프를 맺는다면 50억~100억달러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했었고요. 그런데 그게 어느 순간에 바뀌었습니다. 그때 일본이 움직였다는 겁니다.
그래서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그런 뉘앙스를 비쳤던 것이죠. ‘노란토끼’는 말 그대로 과거에 백인이 노란 머리로 상징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같은 노란색이지만 일본이 위장을 한 것이죠. 앞에 허수아비를 놓고 뒤에서 조종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빌려 제3국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자금은 단카이(團塊)자금입니다. 일본 전후세대 자금이죠.
일본 경제는 고용 불안, 내수경기 불안 등으로 위축돼 있습니다.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잃어버린 20년입니다. 물론 주식시장이 좋았었지만 그렇다고 경기가 회복된 것은 아니죠. 과거에 은행이 경기를 살린다고 돈을 많이 풀었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시중에 풀린 게 아니고 은행에서 은행으로 옮겨 다녔어요. 자본은 지금 일본의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태평양 건너 파산 지경인 미국에는 투자하기 어렵죠. 그 돈이 한국으로 몰려온다는 겁니다.”
▼ 해외 네트워크는 어떻습니까.
“중국과 일본에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습니다. 그쪽 라인을 통해 정보를 많이 얻어요. 국내 사이트가 아니라 해외의 야후닷컴, 구글 등에서도 데이터를 얻고, 그 데이터를 나름대로 번역도 하고, 색칠도 합니다. 지금 외신에서 국내시장을 보는 관점에 대해 아는지 모르겠지만,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한국을 비관적으로 바라봅니다. 근거 없는 비관론이 아니라 명확한 데이터를 들이댑니다.
글로벌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만 살리려고 애써 봐야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정부는 자꾸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시대 때 했던 방식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토목공사를 이름만 바꾼 채 4대강 정비사업이니 친환경 뉴딜이니 하고 내세우는데, 지금의 위기 해법이 건설이나 토목사업 중심은 아니라는 거죠.”
▼ 미네르바가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예측하는 글로 유명해졌는데….
“당시 산업은행 총재가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알다시피 그 사람은 리먼브러더스 서울지점장 출신입니다. 리먼브러더스에선 2007년 11, 12월에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졌어요. 로이터 뉴욕타임즈도 당시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보도했죠. 물론 부인했지만, 결과적으로 리먼브러더스는 쓰러졌습니다.
리먼브러더스가 가진 현금 수준이 파산 일보 직전이었는데 인수를 하겠다니요? 몰랐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습니다. 리먼브러더스 ‘뱅크 부문’의 속내를 들여다봤다면 파산으로 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으니까요.”
리먼브러더스의 교훈
▼ 검찰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예측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국내 금융기관이 리먼브러더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게 2007년부터입니다. 이때부터 대규모 투자를 해요. 국민연금이 리먼의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2007~08년 초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집니다. 상황을 아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 곳에 투자했을까요? 리먼브러더스의 한국지점, 산업은행 행장조차 국정감사장에서 파산 가능성을 몰랐다고 말했는데, 이제 와서 이걸 알고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저는 2007년 10월부터 11월 사이에 미국 리먼브러더스 소유 은행에서 인출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때 이미 자금이탈이 시작돼요. 최근 들은 얘기로는 2007년 말에 무려 400억달러의 자금이 이스라엘로 이탈했다고 합니다. 리먼브러더스 투자자의 대부분이 유대인이거든요. 리먼의 파산 가능성 얘기가 결정적으로 나온 시점은 2008년 1~2월입니다. ‘파생상품, 아시아 지역 부동산에 투자해서 묶인 리먼의 자금이 천문학적인 액수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버티는 게 신기할 정도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죠.”
▼ 어디서 그런 경고가 나왔나요?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로이터 등 외신에서 2008년 초부터 리먼 파산 가능성에 대해 경고를 했는데, 산업은행은 6월경에 리먼을 인수하겠다고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협상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도 일시적으로 반등했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미국의 투자은행을 인수한다’ ‘작은 나라가 미국의 심장부에 칼을 꽂는다’는 표현까지 나왔죠. 그런데 미국에 가서 리먼의 재무제표를 열어보기만 해도 답이 나와요. 1분기 실적만 봐도 이미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나와 있습니다. 자기자본 대비 투자손실금액이 너무 컸어요.
‘시장 인위적 조정 우려’
그 과정에서 리먼그룹 총수가 주식을 처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라면 경영진이 스톡옵션 받은 것을 처분하겠어요? 이런 상황을 정부는 정말로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정보기관은 정말 몰랐을까 궁금했습니다.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경제수석이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협상을 막았다고 하는데 그건 굉장히 잘한 일입니다. 산업은행이 무너지면 국가 금융시스템이 다 붕괴될 수 있어요.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하면 안 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 예컨대 대우조선해양, 현대건설 같은 회사들에 대한 지분 때문입니다. 이 지분도 매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은행이 리먼을 인수했다면 그 회사들도 공중 분해되는 결과를 가져왔을 겁니다.”
▼ 리먼이 파산한다는 걸 언제쯤 확신했나요?
“파산하기 1~2주 전입니다.”
▼ 신동아 기고문에서는 코스피지수 500, 다우존스지수 5000, 그리고 2008년 말 바닥설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예측은 틀렸어요.
“저는 모든 주가의 기준점을 미국 월가로 봅니다. 다우존스 산업지수에는 알코아, 지엠, 포드 등 주로 굴뚝산업들이 편입돼 있습니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부동산 경기 하락과 금융권 부실, 소비침체 가속화로 실적이 안 좋아 주가가 하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5000까지 안간 건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한시적으로 공매도 규제를 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7000선까지 하락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자산가치와 기업영업이익을 총체적으로 분석했을 때 미국이 7000선이면 국내 주가지수는 700~800이 적정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걸 국민세금인 연기금으로 막았어요. 투신, 기관, 개인 모두 투매로 펀드를 환매하고 있었어요. 정부가 주가 방어에 나섰기 때문에 500까지 안 갔던 겁니다. 정부는 공매도, 차익매도 거래까지 제한해놓았어요. 정부가 건설, 금융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으니까 실제론 경기가 마이너스로 가는데도 주가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제에서 엑스(X)축이 내수라면 와이(Y)축은 수출입니다. 수출은 무너져도 일단 내수는 살리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인기영합주의로 봐야 합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 바로 그렇게 했어요. 하지만 지지율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내세운 게 감세안과 부동산 규제완화였습니다. 지금 이명박 정권, MB가 하고 있는 게 바로 2002년에 미국이 펼쳤던 바로 그 정책입니다. 제가 우려했던 상황이 그거예요. 정부가 자꾸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거죠.”
▼ 12월호 기고문에서는 또 물가가 폭등하니 생필품을 사두라고 했는데, 이것도 잘못된 예측 아닙니까?
“대한민국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가가 하락했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환율이 급등하면 그만큼 수입 물가지수도 폭등하게 돼요. 그래서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쨌건 쌀이나 휴지, 생수, 비누, 라면 같은 것들은 그때보다 가격이 더 오르지 않았어요?”
▼ 이런 것도 있네요. ‘8월 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르겠지만 원자재펀드에 투자하면 최소 20%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것도 결과적으로 틀렸습니다.
“그건 다른 멤버가 쓴 겁니다.”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
▼ 다른 멤버가 했다고요?
“거기에 덧붙이는 문구를 넣자고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틀려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그때는 이스라엘이 이란에 핵 공격을 퍼붓는다고 해서 중동 리스크가 커지고 관련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봤거든요. 그러나 석유와 철광석 등은 고갈돼가는 상태입니다. 가격이 계속 하락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8월 말의 상승은 계절적 수요증가 탓이 크고요. 중국이 그때 아프리카와 중동의 원자재를 독점하다시피 매입했거든요. 또 투기세력도 붙어 있었기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봅니다.”
▼ 아무튼 현재 지난해 말보다는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좀 진정된 것 아닌가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한국은 지금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아 경기가 활성화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국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시중은행에 자금을 풀면, 일단은 막혔던 동맥이 뚫립니다. 그래서 장기적으론 유동성이 넘쳐나다 보니까 주식시장이라든지 부동산 자산 가치가 어느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봐야 해요.
과거 일본을 봅시다. 월 30만엔 소득자가 은행에서 300만엔 이상의 대출을 받아 주택을 샀다고 쳐요. 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하니 상대적으로 대출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대출이자는 잘 안 낮춥니다. 은행의 예대마진율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 결과 실제로 주식시장, 부동산시장이 하락국면에 들어갑니다. 강만수 장관이 얘기했듯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완화 등의 시책을 펴고, 미분양 주택을 정부예산으로 매입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니까 유동성으로 버티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 그래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그 얘기를 하고 있지만,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그 점과 관련해선 특히 로이터통신이 한국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죠. 실상은 수출이 줄어드니까 수입도 따라서 줄어들어 흑자전환이 된 겁니다. 현 상태로 가면 대중국 수출이 단기적으로 흑자 전환한 게 전부 마이너스로 전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갔다가 줄어든 물동량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수입 원자재도 주로 석탄, 무연탄, 국제곡물(밀) 등이더군요. 12월 초 미네르바의 한 멤버가 제게 투자할 곳을 묻기에 금과 농작물에 투자하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류 소비도 많이 줄었습니다. 계절적 수요만 보더라도 증가해야 하는데 오히려 줄었어요.”
▼ 당신은 올해 3월 일본발(發) 위기설을 주장했습니다. 강만수 장관이 이에 대해 ‘신동아’ 1월호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는데요.
“3월에 일본자금의 침투가 시작될 겁니다. 일본기업이 국내기업에 대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대규모로 하게 될 겁니다. 최근 아소 다로 일본총리가 한국에 왔었습니다. 한국이 모노레일(경전철)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까 ‘미쓰비시가 강하다. 모노레일, 공항 같은 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흔쾌히 허락했고요.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한 일본 대부업체가 중소기업에 불법대출을 해서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려 했다가 적발된 적도 있습니다.”
▼ 일본자금이 들어오면 외환이 늘어나 좋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잖아요?
“국내 자산이 일본 자본에 매각되면 경제주권이 넘어가는 겁니다. 일본은 지금 모든 게 막혀 있어요. 대미수출이 안 되고 있어요. 일본 내 잉여생산물이 있는데 어떻게든 처리해야 해요. 엔고 때문에 수출도 안 됩니다.
일본의 탈출구는 한국이에요. 지금 한국의 자산가치는 IMF 때 수준이랑 같아요. 그만큼 싸요. 원-엔 환율만 해도 당시의 더블이에요. 이 상황에서 현재 1조6800억달러 정도 되는 일본 재정규모 중 5분의 1만 한국에 들어와도 대한민국의 금융시장뿐 아니라 산업자본은 사실상 일본 소유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과거 IMF 체제 때는 미국, 유럽자본이 우리나라의 은행 지분을 늘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지분을 처분합니다. 그 부분이 일본자금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엔캐리 자금은 움직임이 굉장히 빠릅니다. 자산을 통째로 움직이는 식입니다.”
▼ 한국 경제에 또 어떤 문제점들이 있다고 봅니까?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오바마노믹스 자료를 보신 적 있어요? 그 자료를 자세히 검토해보면 오바마가 가장 싫어하는 게 환율조작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대미관계에서 관세 문제가 생기고, 통화스와프도 만기 연장이 안 될 수 있습니다. 통화스와프 만기가 4월 중순입니다. 우리나라가 조만간 갚아야 하는 은행 외채만 1300억달러입니다. 정부가 부동산을 살리겠다고 발 벗고 나선 이유도 바로 그런 겁니다. 부동산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갚아야 할 외채 금액이 증가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이건 결국 통화정책을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 통화정책을 포기한다는 게 무슨 뜻이지요?
“무리한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통화 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무가베 체제의 짐바브웨처럼 될 수도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리디노미네이션’(화폐 가치는 그대로 두고 화폐 액면단위를 낮추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통화량이 증가해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실질소득은 줄어들어요. 토목공사에는 정부예산이 들어가는데 이게 또 통화량 증가요인이 되죠. 그만큼 국민에 대한 세금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설사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법인세 등 세금을 내린다고 해도 이것은 가진 자들에 대한 혜택이지 중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작아요.”
▼ 정부는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은행에 돈을 풀 것을 주문하고 있어요.
“정부는 소비 촉진하라고 하는데 소비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소득이 줄었기 때문에 소비하고 싶어도 못하는 겁니다. 은행에 가서 대출이자 낮춰 보려고 하는데, 그것도 잘 안 됩니다. 금리를 인하했다고 하지만, 효과가 나오는 데는 3개월 정도 걸립니다. 은행들이 돈을 풀지 않아요. 정부가 은행의 총액대출한도를 인하했지만 시중은행들은 ‘또다시 실패를 경험하지 않겠다’며 대출을 늘리지 않습니다. PF 때문에 BIS 10%선이 무너져가는 것도 그때문입니다.”
▼ 경제변수 중 하나인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앞으로 남북관계에 위기가 왔을 때 미국은 한발 물러날 것으로 봅니다. 그런 점에서 개성공단을 폐쇄하면 안 됩니다. 제가 제기한 3월 위기설의 원인 중 하나에 북한변수가 있어요. 북한은 그동안 외화의 대부분을 개성공단, 금강산관광으로 벌어들였는데, 그게 막힌 겁니다. 위기에 빠지면 북한은 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일이 벌어지면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공산이 큽니다. 그럼 점에서 북한 돕는 것을 퍼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14일 오후 8시 조금 넘어 시작된 인터뷰가 날짜를 넘겨 15일 새벽 3시30분에 겨우 끝났다.
그때까지도 편집실에서 일하던 기자 몇 명이 그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는 신문사 건물에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긴장이 많이 풀어진 듯 기자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렇게 서서 또 40분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무리한 부동산 개발 인플레 우려’
▼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건강은 어떻습니까?
“11월 말에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있다가 나왔습니다.”
▼ 미네르바의 글을 검토하면서 일본어에 능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일본어는 잘하지 못합니다. 한자를 보고 읽는 수준입니다. 멤버 중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요.”
▼ 다시 여쭤보겠습니다. 박대성씨는….
“아까도 말했지만 그 사람에 관한 일은 나한테 물어보지 마세요.”
▼ 이번에 왜 인터뷰에 응했습니까?
“국민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자병법에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잖아요?”
신동아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