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다랭이 마을을 뒤로 하고 귀경하는 길에
첫 행선지로 순천 선암사을 들렸습니다.
선암사는 조계산을 동서로 서쪽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승보사찰 송광사가 있고
동쪽에 있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절입니다.
조계종과 태고종과의 사찰 분규로 순천시가 관리하고 있어 손을 함부로 대지 못하여
사찰 중 옛 멋이 그대로 간직된 곳이 많아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할 정도로
절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입니다.
선암사에는 한국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화장실(해우소)가 있고
한국에서 가장 차 맛이 좋다는 야생차 밭이 있습니다.
(해풍이 뒷 산 봉우리에 갇혀 야생차 밭에 머물어서 차 맛이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진이나 영상에서 보이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조가 있는 곳입니다.
해우소에서 볼 일을 보는데 벽에 '파리야 극락가자.'란 글이 있었는데
우리 인간과 미물과 천지동근이라는 불교사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이 수조를 보고 싶어
총무스님에게 '번번히 이곳에 와서 수조를 보지 못했다. 보여 달라.'라고 부탁하여
수조를 볼 수 있었는데 역시 담백하고 정갈한 눈 맛이 있어 좋았습니다.
홍샘의 활약에 의해 점심 공양을 마치고
때 마침 선을 하시는 스님이 계시기에 법문을 청하여
눈 빛이 성성한 스님과 10여 분 담소하고
손수 선암사 차을 내어놓으셔서 한국의 최고 차를 맛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차 맛을 잘 몰라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최고의 차를 맛본다는 감회가 있었던 것으로 차 맛을 대신하겠습니다.
다음 행선지는 귀촌하신 지인이 계시는 낙안읍성으로 갔습니다.
낙안읍성은 우리의 정서에 맞게 잘 정돈되어 있어 우리의 원형질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한 바퀴 둘려보고 귀촌하여 닭을 기르시는 김계수 선생님 댁으로 갔습니다.
달나무 농장(이름이 달에 있는 계수나무라)에 1,500마리 닭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KBS 6시 내고향 귀촌일기에도 소개된 바가 있는데 닭을 많이 키우지 않고
자기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만큼 유기농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닭 모이를 주고 있어 함께 도와 주었는데
조그만 초란 하나를 발견하여 내게 주어 유일하게 초란을 맛 볼 수 있었습니다.
맛이 유난히 담백하고 고소하였습니다.
올해 귀농 8년만에 통나무 집로 지은 집에 들어가니
웃음 많은 사모님께서 계란 한 판을 삶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둘러 앉아 단 숨에 계란 3개를 먹었는데도 질리지 않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하였습니다.
계란도 계란이지만 김치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모두들 사모님의 음식 솜씨를 칭찬하자
음식 솜씨가 아니라 닭장에서 나온 계분으로 키워
배추가 물지 않고 단단하여 김치 맛이 좋다고 하였습니다.
역시 정성이 들고 유기농으로 키웠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사람이 문제의 중심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케 했습니다.
1박 하면서 저녁에 유기농 닭 회 맛을 보고 가라고 간곡한 마음을 간직하고
다음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지극히 마음이 편하다.'란 김샘의 말을 되새기며 귀경 길에 올랐습니다.
여정 내내 7인들은 떠들고 웃고 먹고 마시며 지극히 편안하게 그리고 지극히 유쾌하게 보낸 여정이었습니다.
여정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첫댓글 여정을 보니 그곳에 다시 간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