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좋은교사운동 북유럽 교육탐방]
“한겨울 밤의 꿈”
제6화 : 덴마크, 동화 속 세상으로 들어가다
1월 15일(주일)
핀란드를 떠난다.
글을 쓸 만한 감흥이 없는데 핀란드를 떠난다.
마지막 요거트+베리 듬뿍 시리얼을 먹는다.
헬싱키를 더 보고 싶다며 어제 탈린에 가지 않은 장효진 선생님은 - 역시나 언어가 되기 때문일까 -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한인교회 예배 전 마지막 관광. 루터교 대성당에 다시 갔다.
오후에 갔을 때는 비도 오고 너무 어두웠던지라, 아침에 다시 간… 걸까?
바닥에 잔잔히 깔린 눈이 배경을 화사하게 돋우니, 뭐 또 사진을 찍어야지 어쩌겠는가.
버스가 이동한다. 한인교회에서 ‘기독교사의 노래(보리라)’를 부르기로 했다.
차 안에서 연습. 와… 처음 맞춰 보는데 화음이 들어간다. 반했다.
2012 기독교사대회 운영국장님에게 바로 캐스팅되었다.
이번에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 앞에서 멈춘다.
핀란드에서 드리는 예배, 특송에 반주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가 시켜줘야 말인데…
마침 바로 옆에 음악 선생님이란 이유로 연습을 책임지는 강준구 선생님과
성악 전공하셨다는 박선아 선생님이 걸어간다.
박선아 선생님이 교회에서 지휘하신다기에, 살짝 거들었다. “전 교회에서 반주해요.”
감사하게도 두 선생님은, 그 한 마디에 특송 반주로 지명하신다. 내가 야매 반주란 걸 모르는 거다.
짧은 시간이라 다들 사진 찍기에 열중한다. 이 카페도 <카모메 식당>에 나왔다고 하여
안에 들어가 봤다. 달달한 파이들이 손짓한다. 하지만 시간이…
앗! 박경현 선생님과 문경민 선생님은 이미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계신다.
사진만 남는 건 아니다. 배웠다.
다시 달려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 건물은 아니고 다른 건물을 빌려서 사용한단다.
아직 시간이 안 되었는지 문을 안 열어준다.
몇몇은 문 앞에서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대다수는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활동한다.
드디어 열린 문! 예배실을 찾았다. 역시나 환하고 따스한 느낌이다.
일주일 전에 봤는데도 처음 만져보는 것처럼 그랜드 피아노에 앉아 반주 연습을 시작했다.
달려오시는 김 경 선생님. 몇 가지 코드 변화를 말씀하신다. 여기 진정한 고수가 계셨다.
채 5분도 안 되는 레슨에 반해 버렸다. 서울에 계시면 매일 찾아가고 싶을 정도이다.
고수가 계신데 내가 욕심을 부리나 싶어 “선생님이 반주하세요~” 했다. 돌아오는 답,
“난 알토할 거야.“ 감사하고 부러웠다. 난 알토 못 한다.
반주하시는 분이 감기로 못 오셨다 하여 김 경 선생님의 고수 반주와 함께 예배를 드렸다.
참으로 오랜만에 ‘예배를 드렸다’.
원래 예배를 드리는 공간이 아니기에 청년들이 미리 세팅을 하는데 ‘저건 진짜 봉사다’ 싶었다.
찬양과 기도에 담긴, 꾸밈없는 진심이 마음을 울렸다.
아이들에게 축복송을 불러주는 순서가 있었는데, ‘야곱의 축복’을 부르며 눈물 나 보긴 처음이었다.
진짜 축복이라는 건 마음이 찡한 거라는 걸 알았다.
이어지는 목사님의 말씀. 고린도후서 5장 16~21절이 본문이었다.
우리를 위해 핀란드 이야기를 해 주시겠다며 의도적으로 삼천포로 빠지셨다가
다시 돌아오신 목사님은 이혜숙 선생님의 말대로 순수하셨는데,
어딘가 어수룩한 산적feel이 나면서도 재미있었다.
나중에 임종화 선생님은 보통 내공을 가진 분이 아니라고 극찬하셨다.
덴마크로 가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예배 후 바쁘게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건물을 나오면서 입구에 걸어놓은 외투를 들고 입지도 않은 채 버스로 뛰어갔다.
우리를 위해 쉬는 날 문을 연 한국관에서 김치찌개를 흡입한 후,
공항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오면서 외투를 입었다.
어라? 이건 내 옷이 아닌데? 그때까지만 해도 식당 안에서 옷이 바뀐 줄 알았다.
아니었다. 상황 파악 못 하는 나를 위해, 선생님들이 결론을 내려주셨다. “교회에서 바뀐 거네.“
이번엔 진짜 달렸다. 어떡해… 비행기 시간 늦으면…
걱정으로 웃지 못하는 건 아마 3명(나, 임종화 선생님, 이혜숙 선생님)뿐이었나 보다.
특히나 내 뒤쪽에 앉아 있는 선생님들은 아주 즐거워하셨다.
왜? 김 경 선생님의 어투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워메, 핀란드에서 인연을 만나부렀네!”
교회로 다시 돌아가는 내내, 선생님들은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아무리 봐도 남자 옷인데?”,
“교환학생 옷일 거야, 그치?”,
“조은애, 전화 번호 적어서 넣어 놔.”,
교회에 도착해서 목사님을 만나 옷을 교환하고 버스에 올라타 바로 고개를 숙였다.
“민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민폐에 관심 없는 우리 유쾌한 선생님들.
“남자 얼굴 봤어?”,
“조은애, 조은애, 주머니 뒤져 봐. 뭐 없어?”
드라마 한 편 제작하셔야겠어요.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이혜숙 선생님과 아르노 씨에게
선물과 함께 어제 돌아오는 배 안에서 다들 돌아가며 쓴 엽서를 드렸다.
아르노 씨는 그 엽서에 매우 감동하셨다고.
미처 다 구하지 못한 자일리톨 치약을 다른 팀을 통해 덴마크에 있는 우리에게 보내셨다.
큰일났다, 다음 팀.
이제 아르노 씨에게는 최소한 롤링페이퍼가 필요하다.
짐을 부치고 티켓을 받았는데 좌석 번호 대신 스탠바이라고 써 있다.
그런 경우 비즈니스 석을 줄 때도 있다고 해 내심 기대했으나…
핀란드에서 덴마크에 가는 이 작은 비행기에는 비즈니스 석이 있나 싶다.
그래도 내 옆자리, 옆옆자리에 아무도 안 앉았다. 덕분에 심심하여 잠만 잤다.
덴마크 코펜하겐 활주로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4시 7분. 여긴 핀란드보다도 1시간이 늦다.
비행기 창문으로 얼핏 보니 시골 풍경이다. 하루 사이에 세 나라를 밟아본다.
우리를 안내도 하고, 함께 학교 탐방도 할 강경덕, 이주리 학생을 만났다. 교환학생이란다.
덴마크, 공항에 핀란드와는 달리 맥도날드 뿐 아니라 버거킹, 스타벅스도 있다.
선생님들은 뭔가 ‘허술’한 느낌이라고 한다.
날씨는 겨울의 마지막 문턱에서 봄으로 넘어가기 직전?
여기도 해는 금방 진다.
다시 버스를 타고 오덴세로 이동하는 길, 저 앞에 보이는 것은 하늘인지, 바다인지?
전에 본 적 없는 노을의 색에 할 말을 잊는다.
2시간 정도 달렸나보다. 비행기가 아니라 버스 이동에 지쳐갈 때 새로운 집,
오덴세 City Hotel에 도착했다. 짐만 방에 옮겨 놓고 말로만 듣던 ‘미운오리새끼’ 식당으로 향했다.
그 길에서 우리가 만난 건 에버랜드였다(이렇게 말하지만 정작 본인은 에버랜드에 가 본 적이 없…).
바닥에는 돌이 깔려있고 집들은 그야말로 유럽이었다. 아! 드디어 알겠다.
헬싱키는 유럽 느낌이 안 난다고 했던 이유를.
난 왜 여기서도 카지노가 눈에 들어오지?
카지노 앞에는 인어공주, 엄지공주 등의 조형물이 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모자 쓴 그 아저씨, 생각해보니 안데르센이다.
‘미운오리새끼’ 바로 맞은편이 안데르센 박물관이다.
그 박물관 근처 보행자 신호등에는 지팡이를 든 사람이 있다.
‘미운오리새끼’는 그 이름과 달리 훈제 오리가 나오지 않는다(또 나만 그런 생각???).
덴마크에 있는 동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여기서 점심과 저녁을 먹었는데,
메뉴가 달라지는 샐러드 바였다. 샐러드 바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는 샐러드 바만 먹었다.
탄산음료가 무료인데 우리가 레모네이드를 선호했더니
나중엔 물어보지도 않고 레모네이드를 갖다 주었다.
이 호텔은 저녁 시간에 식당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서 매 저녁마다 모이기로 했다.
덴마크에서는 보통 두 팀으로 나누어 다닌단다. 오전·오후 합하면 총 4군데 학교를 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서로 가 보지 않은 학교에 대한 나눔도 필요했다.
각자 갈 학교를 정했다. 역시나 임종화 선생님의 오랜 신신당부가 있었던 터라,
한 곳으로 몰리지 않고 인원이 잘 조정되었다.
박경현 선생님으로부터 우리 목소리가 너무 크다고,
이곳의 문화를 생각해서 목소리 낮춰야 한다는 말씀을 듣고
아까 식당 갈 때 에버랜드로 생각하고 떠든 생각이 났다. 가정집이란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가 지났다. 내일부터는 덴마크다.
문제는 핀란드는 그래도 책도 읽고 영상도 보고 해서 익숙한데 덴마크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거다.
그래, 일단은 자자.
그런데 여긴 삼중창이 없나. 춥다.
첫댓글 생각난 김에 다 긁어오다보니 게시판 도배해 버렸네요... 이해를... ^^;;; 참, 주리 학생이 김주리 맞나요?? 성이 확실치가 않네요 ^^;;;;;;
이주리 ^^
아~ 은애쌤^^ 이렇게 감사하고 맛나게 정리를 잘해 주시다니.. 그 은사가 놀라워요. 다음 편도 계속 기대합니다.
^ ^ 더 기대되는 다음편~~ 감사해용~~
말랑말랑해서 쏙쏙 들어와요 흐흣.. 진짜루 옷바뀌었을때 이혜숙씨, 임종화 쌤만 걱정하시고 다들 드라마 쓰고 있었음. ㅋㅋ
ㅋㅋㅋㅋㅋㅋ저도... 영화 한편 나올줄 알았어요.
샘 글이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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