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 책과 세계(살림)
저자: 강유원
발제: 김명훈 (결락)
장소: 김해 다어울림 문화센터. F4/워킹룸 1-2
일시: 2024년. 7월 26일. 금요일 저녁 7시.
독서토론회 7월 텍스트는 강유원의『︎책과 세계』︎입니다. 책표지에 인용 된 '사자가 위장에 탈이 나면 풀을 먹듯이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는 저자의 진단에 의아하면서도 괜히 서글퍼집니다. 그나마 병든 나에게 내려진 처방이 책이라서 다행이지만요.
『︎책과 세계』︎는 100페이지 미만의 짧은 내용입니다.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다윈의「︎종의 기원」︎까지, 병든 인간들이 컨텍스트(세계)를 해석한 텍스트(책)를 백석의 싯구처럼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쓴 산문 같은 서평집이지요. 2004년에 초판 후 거듭 출간되어 현재는 21쇄를 찍은 인문학의 시금석 같은 책입니다. 어떻게든 세계를 이해해보려는 만인의 우울한 투쟁사가 서사처럼 엮여져 있습니다. 만 개의 글자를 백 개로 벼린 저자의 칼끝은 오히려 뭉툭하여 가슴에 둥둥 울려댑니다.
먼 옛날의 서사시들은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인식 없이도 세계가 쓸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에도 또다시 같은 것을 알아차리는 건 너무 허망하다. 쓰라린 것이다.
우리는 태생부터 쓸쓸하였을까요. 책의 말미에 쓰인 위의 문장을 읽고 난데 없는 쓰라림을 느꼈습니다. 외롭고 높고 쓸쓸하게 죽어 간 인간들이 묻혀있는 무덤 앞 비문처럼 비통하고 허망하였지요. 세상의 모든 무덤을 돌아다니며 추모를 해야 하는 건 아닐까하고 며칠이 쓸쓸하였답니다. 아직도 여전히 쓸쓸합니다. 먼 옛날 박동대던 초원의 북소리 같은.
인간이 아닌 생명들이 지구에 가득할 때의 그네들도 저편의 그림자로 사라졌듯이 인간도 세상의 그림자로 사라지겠지요.
습기에 안경이 흐려질 만큼 장마가 찐득합니다. 살아온 날을 보여주는 텍스트는 몸입니다. 부디 병든 인간들의 부질 없는 글자이어도 최후까지 성실하게 새겨지기를.
많은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