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세달전 이야기인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ㅎ
5세인지라 적응기간이 짧았어요. 3월 2일 화요일을 시작으로 제가 함께 두빛에 오전 자유시간에 머무른 기간은 총 5일이고, 처음 이틀만 숲에 같이가고 3일째부턴 숲에 혼자갔으며 5일째에 점심을 먹고 왔고 6일째부터 혼자 등원했습니다~
두빛에서 제가 함께 하면서 지켜본 시간이 짧았고 관찰한 기억이 별로 없어요~ㅜ 그래서 해나가 적응해 간 과정 위주로 작성할게요!
출산 전부터 4세까진 가정보육을 하기로 마음 먹은것도 있었고 막상 이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걸 보니... 불안이 매우 높은 아이고 특히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크고 고정적으로 만나는 한 사람과 익숙해 지기까지 일년이 걸리는걸 보며~ 좀더 단단해질때까지 기관에 보내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확고했습니다.
그러던 아이가 3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저없이 친구랑도 넘 잘놀고 저와 떨어지는것도 잘 하길래 준비가 됐구나 싶어서 발도로프에 상담신청을 했습니다. 발도로프에 대해선 어렴풋이만 알고 있었고 해나는 기관을 간다면 저곳에 보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한가지 걸렸던건 불안이 높은 아이일수록 구조화되지 않은 낯선 상황에서 불안이 더 높게뜨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적응을 더 힘들어하기때문에(학창시절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반에 배정됐을때 쉬는시간보다 수업시간이 차라리 마음 편한것처럼) 자유놀이가 주가 되는 발도로프에 적응을 할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정해진 프로그램이 있고 소수로 케어하는 놀이학교에도 상담을 갔으나.. 음.. 역시 아니였어요(짧은 단위의 시간으로 프로그램을 돌리는거 보고..그리고 학습이 너무 들어가서 이게 무슨 놀이학교냐 싶었네요)
두빛 등원 첫날, 역시나 제 옆에 앉아서 한참을 관찰만 합니다. 부끄럽다고(낯설다고) 제게 속삭여요~. 마침 케이크를 만들고 계신 선생님을 보며 호기심을 가지고 가서 반말로 말을 걸어요 ‘그게 뭐야?’ 친절한 선생님의 태도에 마음을 조금 열고 참여해보고 친구에게도 몇살이냐 물어보고~ 그러다 다시 제게 와서는 ‘이제 좀 편해졌어’라고 속삭여요.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놀잇감에 손을 대지 않고 친구들이 노는걸 지켜보기만 해요. 그리고 숲에가서도 낯선 친구들과 있는게 힘든지 제게 ‘집에 갈래’라고 합니다. 선생님이 가도 좋다고 하여 하원~~
둘째날도, 셋째날도 제가 두빛에 머무는 날들 다 자유놀이 시간을 역시나 너무 힘들어했어요ㅜ 제 옆에 계속 서서 보기만 하고 가서 놀지 않았어요 저와 선생님이 거실에 있으니 저와 하랑반 선생님이 없는 다른 교실에 들어가는게 힘들었던거 같아요~ 반응을 잘 해주시는 하랑반 선생님에겐 마음을 잘 열어주어서 편했던거 같아요^^
그리고 혼자 등원하는 첫날 어리둥절 하더니 잘 들어갔어요~ 이게 웬일? 했죠. 그러다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현관앞에서 대성통곡을 하며 제 손을 잡고 안놔주고.. 선생님이 울고 소리지르는 아이 안아서 데리고 들어가고 전 문닫고 나왔어요. 한번 울면 엄청 소리지르며 울고 쉽게 그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한 사람이 없는 곳에서 과연 울음을 그칠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되더라구요. 선생님들도 과연 난리치는 얘를 감당 할수 있을까, 한번 기분 안좋아지면 뚱한 모습으로 다 거부해 버려서 저도 넘 지치는데 쌤들에게도 그러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그런데 30분 후인가 하랑반 쌤이 전화오셔서 해나에게 잘 설명해주고 달래주고 해서 금방 그쳤다고 하시길래 안심이 되었어요~
그러나 그 담날부터 아주 아침마다 전쟁.. 눈 뜨자마자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울고 긴장하며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겨우겨우 달래서 가면 현관앞에서 바들바들 떨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불안에 떠는 아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래도 보내야하니 우는 애 떼어놓고 또 오고~ 몇일을 그리 한것 같아요. 선생님께서는 아침모임시간에 해나에게 도움되는 동화책을 가져오셔서 읽어주시기도 하고~ 아이 마음을 공감해주고 친구들의 경험을 이야기 해주고 초도 불게 하며 용기를 붇돋아 주어서 감사했어요~ 또 아침에 벨 누르면 해나 엄청 반겨주시고~ 제가 걱정할까봐 울음 그치면 전화도 주시고 놀고 있는 사진도 보내주시고^^
해나가 하는말이 아침모임 시간이랑 숲놀이는 좋은데 자유놀이 시간이 싫다. 소꿉놀이가 싫다 라고 하더라구요. 이 부분에 대해서 선생님께서도 해나가 그동안 자극에 많이 노출되서 그런건 아닌지 얘기를 해 주셨는데 맞는 말씀이셔서 그런 환경을 좀 더 자제해야 겠다고 남편과도 이야기 했어요.
저도 원인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았는데 일단 소꿉놀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것도 있고(인형보다는 차로 역할놀이 하는걸 좋아했어요), 가장 큰건~ 접근성(새로운 자극에 접근하려는 경향)이 낮고 적응력도 낮으며 관계성이 넘 중요한 기질의 아이인지라, 낯선 친구들과 마음이 일단 편하지 않으니 그 어떤 놀잇감을 가지고도 놀고 싶은 동기가 전혀 생기지 않았던것 같아요. 낯선사람이 한명도 아니고 여러명이 한 공간에 있으니.. 힘들었나봐요. 나무 블럭놀이는 집에서도 주도적으로 잘 갖고 노는 놀이인데 그 장소와 사람이 편하지 않으니 놀이에 집중도 안되고 놀고싶지 않았던거죠. 그리고 관계성이 넘 중요한 아이라 혼자놀이에 흥미를 못느끼고 관계 안에서 놀이를 할때 더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상호작용 할수 있는 편한 친구가 없는 상황에서는 놀고싶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래서 자꾸 그나마 편하고 자신과 상호작용한다고 느껴지는 최성희 선생님이 계신 거실로 자꾸 나와 있던것 같아요ㅎㅎ
그러므로.. 자유놀이 시간의 힘듬은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들과 익숙해지면 다 해결될 일들이라.. 시간이 지날수 밖에 없었어요.
넘 좋은 타이밍에 원장님께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셨었고 해나가 좋아했나봐요. 그 다음날 또 울면서 안가겠다고 집에서 시간을 질질 끌고 있었는데 최성희 쌤의 반가운 카톡! 강아지가 해나 기다리고 있다는 글과 함께 강쥐사진을 보여주니 해나가 얼집 가겠다며 나왔고 첨으로 울지 않고 등원했어요! 저만큼이나 기뻐하시고 기특해하시는 선생님의 모습보며 감동이였어요~ 그 후로.. 두빛의 그 공간의 장소에서 좋은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서 좀 편안해졌는지 울지 않고 현관에서 인사하고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현관서 울면서 떨어지는 기간이 짧아서(일주일?) 어찌나 다행이던지요. 선생님께서도 긴장하는 해나의 마음을 잘 읽어주시고 해나가 민감해 하는 부분들 잘 도와주셔서 점점 나아지고 있었어요~
그치만 여전히 아침마다는 눈 뜨자마자 가기 싫다 울고 하는건 좀 오래 지속이 되었어요. 아침에 긴장을 좀 풀어주고 좋은 기분을 좀 끌어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등원 준비하면서 놀이식으로 즐겁게 하니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기분좋게 아침에 집에서 나왔고 가는길도 즐거워하기 시작했어요. 얼집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 둘만의 의식을 정해서 매일하고~ 끝나고 나와서 놀이터에서 놀 약속을 하고 기분좋게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엄마의 손뽀뽀라는 동화책이 도움이 되었어요)
해나의 적응 속도에 맞추어서 낮잠 자는것도 선생님께서 좀 늦쳐주셨고 함께 방에 들어가서 애들과 같이 누워서 동화 읽는것 듣고 해나는 바로 하원하고 하는것부터 점진적으로 적응시켜 주시는게 좋았어요~ 그러다 이불 가져오고 해나도 스르르 잠이 자연스레 들었구요~ 그치만 역시나 잘 자고 났어도 하원할땐 자는게 넘 싫다고 말하네요ㅡㅡ 잘때 엄마가 보고싶고 특히 자고 일어났을때 엄마가 없어서 눈물이 난다고.. 충분히 그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치만 이것도 시간이 흐르니 자연스레 그런얘기를 더 이상 하지 않았어요^^
첫 기관이고 마냥 적극적이고 순둥한 아이는 아니라서 케어가 쉽지 않았을텐데 잘 기다려주시고 도와주실 부분은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시고 함께 고민해 주셔서 생각보다 빨리 적응할수 있었던거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해나에게 적응이라는 키워드와 관련해서 두빛이 긍정적인 밑거름이 된것 같아 감사드려요♥️
p.s. 혹시나 해나와 비슷한 기질의 아이가 등원할때 참고하시라고 구구절절 적었습니다~^^ 저도 해나가 너무 울때 다른 애들은 어땠는지 적응기를 읽어보았거든요ㅎㅎ
첫댓글 두빛에 들어오지 못하고 동네를 돌며 마음의 준비를 하던 해나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적응기간중에 보이는 울음이 일시적이고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는 아이를 데리고 들어올때면 마음이 아파요. 시간이지나면 언제 그랬었나~싶게 잘 지내지만 그 과정은 험난하고 그 당시는 아주 심각하기도 하지요^^ 낮잠적응 하기 전 상담도 해나의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일찍 등원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믿고 보내주셔서 해나가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첫 기관의 적응과 생활이 성공적이라 다행입니다~^^
아 맞아요~ 중간에 아이들의 놀이에 합류하는것보다 아이들 많이 오기 전에 일찍와서 놀이를 시작해서 아이들이 합류하게 하는게 낫다라는 말씀에 아하 했어요~^^ 가이드 주신부분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역시 아이를 이해하는 전문가적인 면이 보이는 해나엄니의 글입니다
맞아요
해나가 첫경험에 포기하지않고
성공한것은 어머니의 도움이 컷던것같아요
해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질날을 기대해봅니다 ㅎㅎㅎ
해나의 첫 사회생활 입문기네요...그 두려움을 잘 극복 했으니 앞으로는
어떤 도전을 하더라도 좀 더 수월히 헤쳐나가리라 생각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