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갈께요"
"그래 조심해라"
캐나다 토론토행 편도 비행기표 한장과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아들놈은 그렇게
공항을 빠져 나갔다.
긴 이별의 시작 이었다.
2000년 8월 어느 날,
아들놈 나이 만 15살 조금 넘었을 때 였다.
아들 놈은 어릴때부터 하도 장난이 심해
초등학교때 부터 '문제아 지정석'
(교실 맨앞 별도의 책상, 일명 '로얄석')
일년 내내 단골 이었다.
그래도 아들놈은 상관않고
지 본연의 임무, '장난'에 열중이었다.
공부에는 별 관심도 없다.
그래도 주눅들지 않고
건강하게 커가는 아들놈 모습이
넉넉하게 키우지 못하는
이 애비의 눈에는 한편으론 안심(?)이
되었다.
중학교 3학년 이었던 가을 어느날,
아들놈은 내게 어렵게 고백 했다.
"아빠. 저 고등학교는 다니고 싶지 않아요"
"....."
"중학교 마치고 학원 다니면서 검정고시 볼래요"
"???"
나는 한동안 아무말 할수 없었다.
더듬 더듬 어렵게 말을 꺼내는
아들놈의 얘기는,
'숨이 막혀 더 이상 학교생활은 못 하겠다'
는 거였다.
그리고 중학교 3년 내내 '시계불알' 처럼
학교와 집을 들락 거렸을뿐,
도통 학교생활에는 취미를 붙일수 없었다는 얘기였다.
물론 말 할것도 없이 공부는 하지 않았다.
한참을 서로가 딴데만 쳐다 볼 뿐
눈길을 마주 칠수 없었다.
30년전 나의 모습이 떠 올랐다.
'아! 피는 못 속인다고 하더니
어쩌면 네가 그 옛날 나와 똑같단 말인가?'
잘 해 주지 못하는 못난 애비지만,
무언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 이었다.
아들놈의 뜻이 너무 단단해
"그래 생각해 보자" 고 만 말하였을 뿐,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후로,
약 1년을 아들놈과 고민한 끝에
'캐나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온전히 그 경제적인 부담을 감당할 수
없었지만, 방황하는 아들 놈을 위해
무리를 하였다.
집사람 직장에서 대출 좀 받고
어떻게 어떻게 해서 아들놈을 유학길로
내 몰았던 것이다.
떠나기 전 날,
나는 처음으로 아들놈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고는 그 편지를 아들놈 노트북 가방
깊숙히 집어 넣었다.
캐나다 도착해서 읽어 보라고...
"가서 공부 못해도 좋으니
죽지 말고 살아 남아라!"
그날,
공항에서 아들놈 배웅하고 돌아온 날 밤,
나는 텅빈 아들놈 방에 들어갔다.
그날 따라 유난히 작게 보였다.
(약 '한평반' 밖에 안된다)
이 작은 방에서 그동안 어떻게 생활 했을까
하는 회한이 못난 애비의 마음을 못 견디게
만들었다.
냉장고의 문을 열고 술한병을 따서
아들놈의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불을 껐다.
지난 겨울, 아들놈이 귀국했다.
한국을 떠난지 7년만이다.
군대 마치고 다시 복학 할려고 휴학을 했다.
군대 가던날, 아들놈이 인사한다.
"아빠 갈께요"
"그래 조심해라"
7년전의 그 말이다.
나에게 있어 아들놈은
항상 떠나 가는 존재다.
그리고 그 뒷모습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끝.
(위의 글은 2006년 아들놈이 군대간 며칠후
저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임사장님 아들 병묵이가 군대를 갔다하기에
임사징님 내외분의 심정이 그때의 저와 같을
거라는 생각에 여기에 다시 올립니다)
지난 2010년 7월 말에 아들놈이 애비를 한번
보고 싶다고 여기 '달랏'을 약 일주일 다녀
갔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8월 23일 다시
캐나다로 떠났습니다. 향후 약 3~4년간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애비는 한해 두해 자꾸 늙어 가는데 하나밖
에 없는 아들놈은 저렇게 무심합니다.
첫댓글 마음 고생 모두 하나씩은 가지고 살겟지요.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삶인가 생각되기도 하구요. 지도 아들넘때문에 고민이 많답니다. 그래 니 맘대로 해보거라 하고 얘기는 했지만 속은 그것이 아니랍니다. 백수님 공부 열심히 하고 훌륭하게 잘 돌아올 겁니다. 그날을 위해 건배한잔 하시죠^^*
예..감사합니다. 어릴때 제가 아버님한테 불효한 죄를 아들놈에게
고스란히 돌려 받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게 누구누구 할거엽시 비스가리 하네여
나는 부모 속 썩엿고 아들놈 나 썩히고 손자놈이 아들 속 썩일 겁니다
인생 머 잇습니까
건강하게 사세요
예.. 맞습니다.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라는 말이 딱 맞습니다.
인생 선배이시니 구구절절이 제마음하구 .....ㅠ
모두들 마음써주시니 감사할 뿐임니다..모든지 행복하세요...
임사모님 언제 달랏에 들어오시는지요?
10월초순 계획하구 잇음니다..실하개 말씀올리지요...
표사면
알겠습니다.
누구나의 한켠엔 외로움과 쓸쓸함이 자리잡고 잇는거 같습니다...
신우 군대간다고 너무 섭섭해 말기 바랍니다. 더 강해져서
돌아올겁니다.
잘해 내리라 믿슴니다..신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