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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0. 22(토) 날씨 : 하루종일 가을비가 내리고 또 내림..
주왕산....
가을 단풍의 명소로는 설악산, 내장산 다음으로 아름답기로
이미 명성이 있는곳 아니던가...
"단풍을 보지 못하면 가을을 보지 못하는것이다"...
어느 광고의 카피 한구절이 간절하게 가슴에 와닿는 계절이다...
이 때문인지 단풍놀이 산행신청이 시작되자마자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마감이 되어버렸다.
사실 이러한 예상은 미리부터 짐작이 가능했다.
때문에 산행신청을 못하게 될까봐 하루전부터 이번처럼 전전긍긍 해본 적이 없었다...
또한 주왕산은 대한민국 폭포의 6대 명소로 꼽힐만큼 폭포의 명소로 더 유명하다.
지난해 KBS TV 1박2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파를 타고나서는 그 유명세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 개그맨 이수근이 1박2일에서 주왕산 폭포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
문예회관앞에 도착하니 버스 3대가 나란히 서있다..
3대 가득 만차를 채운 버스는 문예회관을 6시10분에 출발하였다..
창밖은 아직도 어둠에 덮여있어 창밖의 시야가 암흑을 버금간다....
버스 안은 간간히 걸죽한 아낙들의 웃음소리만 흘러 나올뿐 정적이 흐른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온탓인지 모두가 잠에 빠져 들었다...
창밖에 시야가 어두우니 딱히 할일도 없지 않은가.....
버스가 문예회관을 출발한지 한시간이 훌쩍 넘어섰다...
조금씩 허기가 느껴지고 간간히 속이 쓰려오기도 한다....
이젠 신협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 맛에 길들여진 탓에
아예 아침을 거르고 나온 터여서 허기가 더 느껴지는 듯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은 아침식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렇다고 딱히 물어 볼 사람도... 물어 볼 곳도 마땅치 않다....
그저 잠잠히 앉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아직도 밖이 어두워 여전히 캄캄하다...
고개를 높이 치켜들어 앞쪽을 내다보니 운적석앞 전면유리에 꽤 많은 양의 빗물이
연실 흘러내리고 유리양쪽의 윈도브러쉬가 바삐 돌아가며 연실 빗물을 닦아 내린다...
평택을 떠날때 한 두 방울 빗방울이 살짝 비치더니..이제는 아예 주룩주룩 흘러내린다....
다시 눈을 붙이고 잠을 청하려는데... .. 버스가 멈칫멈칫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울퉁불퉁한 도로를 넘나들기도 하고 기우뚱 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원을 크게 그리며 다시 빠져 나오기도 하고...
잠결에서도 무엇인가 버스가 찾아 헤매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아 하~
버스가 식사 할 곳을 찾기위해 휴게소 마다 기웃 거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이렇게 쏟아지는 빗속에서 어찌 노상에서 식사를 하겠는가...
그렇다고 예전처럼 어느 휴게소의 양해를 얻어 식사를 한다는것은 한번으로 족할것이며..
또한 그러기에는 버스 3대의 만차인원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일 것이다...
이쯤 되면 임원님들의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갈 것이다...
아무 속없이 그저 허기를 참지못해 막연히 식사를 기다리던
내 모습이 참으로 뻔뻔스럽게 느껴져 부끄럽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도울일이 있는것도 아닌 듯 하다.....
그냥 눈을 감고 다시 꿈길을 재촉한다. 그래야 허기라도 덜 느낄것 같아서이다...
그렇게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는데...
잠시후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는 낭보가 날아든다...
반가움에 온몸을 비틀어 기지개를 크게 틀어본다....
그리고는 눈을 크게 치켜뜨고 밖을 살피니 아까보다는 한결 빗줄기가 잦아 든 듯 하다...
운전석 전면유리의 빗물을 닦아 내리는 윈도브러쉬도 간헐적으로 움직임일뿐 한결 둔해졌다...
마침내 버스가 "단양휴게소" 한쪽 모퉁이에 정차했다......
내려서 보니 잘 다듬어진 정원 한가운데 몇 개의 원두막이 눈에 들어왔다..
이 원두막 하나에 임원님들이 주방을 차리고 음식을 풀어 놓는다....
그러자 허기를 느낀 회원님들이 일제히 늘어서 줄을서고 차례를 기다린다...
이미 배식은 시작되었는데...
오호~ 통재라~~ 다시 빗줄기가 굵어진다....
식사를 받아든 사람들이 이리저리 밥먹을 자리를 찾아 우왕좌왕 이다....
몇 개 되지 않은 원두막은 금새 만원이 되어 더 이상 발을 들여 놓을 틈이 없다..
일부는 옆 건물 처마밑으로 밥그릇을 들고 달려가고....
일부는 나무 밑으로... 또 일부는 공사를 하다가중단한 구조물 밑으로...
또 어떤이들은 과감하게 우산을 꺼내 펼쳐 들고 식사를 즐긴다....
길 바닥에 쪼그려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
선채로 들고 식사를 하는사람....
나 처럼 원두막을 차지한 사람들은 그래도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래도 모두들 마냥 즐거워 하는 표정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존을 위해 펼쳐지는 몸부림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을 왜일까...
평생에 한번을... 이런 추억을 만드는게 흔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ㅋㅋ
< 내리는 빗줄기속에서도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 정겨워보입니다... 원두막에서도... 나무밑에서도 우산을 쓴채로... >
<이분은 컨테이너 밑에서 쪼그려앉아 우산을 쓴채 식사를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
식사를 마치고 휴게소 안 매점으로 향했다...
새벽에 서둘러 나오느라 늘 챙겨오던 막걸리 한병과 생수 한병을
식탁에 꺼내놓고는 그만 챙겨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점안에 들어서서 막걸리를 찾았으나 없다고한다...
대신에 조그만 생수 한병을 꺼내들고 계산대에 올려놓으니 500원이라고 하는줄 알았다..
돈을 내밀으니 1500원이라고 한다...
평택 편의점에서도 700원이면 사는것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그 후하다는 충청도 인심이 이리도 고약할까...
다시 휴게소를 출발한 시간은 8시반이다...
여전히 내리는 빗속을 신협 산악회버스 3대가 줄지어 힘겨운 질주를 계속한다...
그렇게 두어시간을 넘게 훌쩍 넘게 달려서 시계는 11시가 가까워온다...
분명 시간상으로는 대낮일터인데...
창밖은 아직도 어둡기만 한다...
백주대낮에 버스 안 천정의 화려한 실내조명이 오늘처럼 빛나고 휘황찬란 하게
보인 적도 없는 듯 하다...
< 대낮인데도 비내리는 하늘이 너무 어두워 버스안 실내 조명이 유난히 휘황찬란하고 밝아보입니다.. >
버스가 다시 휴게소로 들어갔다...
마지막 휴게소라고 한다....
두 어 시간을 달려온 터라 사람들이 일제히 화장실로 달려간다..
생각보다 휴게소는 초라하고 비좁았다....
주차장을 꽤나 넓어 보이던데... 매점도 협소하고 물건도 별로 없다....
화장실은 재래식 변기 몇 개가 고작일뿐...
인테리어는 개념도 없고 시설도 노후해 보인다...
화장실을 나와서 보니....
여자 화장실은 생리적 욕구 경쟁이 더욱 심각하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길게 늘어선 줄은 문밖을 나와 주차장 한가운데 까지 이어졌다...
여자분들은 여기에서도 또 다른 생존을 위한 경쟁을 해야하니...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이 때문에 여성단체의 반발로 2007년 10월 29일 법개정이 되었다.
이로 인하여 여성용 변기수를 남성용의 1.5배 이상이 되어야만 건축허가를 받을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건축된 고속도로 휴게소나 국립공원도 여자화장실 줄서기는
별로 나아지지 않은 듯 하다...
특히 연휴나 명절때는 여자화장실 줄서기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여성용변기수를 늘렸어도 왜 좀처럼 이문제가 개선되지 않는것일까...
이에대해 한 시민단체의 조사를 보면......
하루평균 화장실 사용횟수는 남자가 5.5회, 여자가 7.5회......
또 1회 평균사용 시간은 남자가 1분21초, 여자가 2분31초....
여자가 남자에비해 소변을 참기힘든 신체적 구조 때문에 생리욕구를 더 자주 느끼는 데다가
의상조건이나 유아 동반등...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으로 사용시간도 두배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런 점을 들어 시민단체는 여성용 변기숫자를 3배이상 늘려 줄것으로 요구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여성용변기가 차지하는 면적이 남성용에 비해 크기 때문에
여자화장실 건축면적이 6배이상 커져야 한다고 하니 건축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딫혀
좌절되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고 하니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 싶다.
< 여자화장살 줄서기.. 주차장 한가운데까지 줄이 이어졌습니다... 또하나의 생존경쟁이네요.. >
다시 버스에 오르니 멋진남자 산악대장님으로부터 산행안내가 시작된다.....
이제 30분후면 산행이 시작된다고 한다....
일기예보를 보니 12시 정도가 되면 비가 그친다고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단다....
정상까지 등산을 하실분은 반드시 우의를 착용하고 조심해서 등산을 하란다....
또한 폭포 구경만 하실분은 우산만 쓰고 걸어도 좋을만큼 길이 좋다고 하니
여유있고 편안하게 구경하고 오시란다...
과연 그럴까.....
기상청이 체육대회를 하거나 야유회를 하면 꼭 비가 온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몇 년전 한강에서 체육대회를 하다가 비가 쏟아져 행사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 비아냥거리는 조롱거리가 되어 망신을 당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실은 그 전에도 여러번 그런일이 있었다고 하니 오늘의 일기예보를 어찌 신뢰할수만 있을까...
이때부터...
소심한 오형이 일상처럼 겪어야 하는 햄릿의 고민이 시작된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서 정상을향해 올라야 할것인지...
산 아래서 여유를 즐기면서 폭포 구경만 할것인지...
다만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비가 그쳐주는 행운을 기대할뿐이다...
정말 우중산행은 생각조차 하기싫은 것이 사실이다..
몸속까지 스며 들어오는 빗줄기... 축축해진 옷....
갈아입고 씻을 곳조차 녹녹치 않은게 사실 아닌가....
뿐만 아니라 정상에 오른다 해도....
어둑한 구름이 내려와 단풍을 가렸을 터이니 단풍구경은 고사하고
시야확보조차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정상에 오른들 무엇을 볼것이며 무엇을 즐기고 무엇을 얻을것인가....
이 고민은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 까지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사이 마침내 버스가 주왕산 관광지 주차장에 도착했다...
빗줄기가 조금은 가늘어 지긴 했으나 아직도 창밖에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일제히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려 우의를 걸치고 등산화 끈을 조여 맨다...
난 한 방울의 비라도 덜 맞기위해 버스 안에서 등산화끈을 조여매고 우의를 걸치고....
게으름을 피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차안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운전기사님이 문들 닫기위해 내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서있다...
이런... 민망해서 얼른 뛰어 내렸다...
차에서 내려보니....
언제나 제일 후미에서 산에 오르는 일행들이 눈에 뜨인다....
일행들에 슬쩍 다가가서 한순희 상무님께 의중을 넌지시 물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정상에 올라 가실건가요..?
의중을 물었다기 보다는 솔직히 산에 올라가지 말자고 회유를 했다고 해야 할것이다...
"글세요... 이정도 비라면 올라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돌아오는 대답이 내가 기다리던 대답이 아니다....
이번에 옹달샘님 한테로 다가가서 똑같은 의중을 물었다...
질문의 내용을 조금 바꾸어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묵시적 동의를 구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구태여 비를 맞으면서 정상에 올라갈 필요가 있겠어요..?
오히려 폭포 경관이 더 아름답다고 하는데...."
촌각도 지체하지 않고 일언지하에 대답이 돌아온다...
"그럼 이정도 비에 안올라 가실려구요..? "
"그럼 여기 뭐하러 오셨어요..? 오늘 안올라가면 다시 여기 오실건가요..?
동그란 눈을 더 크게 치켜 뜨고는 어이없다는 듯 쏘아 보신다...
이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을 떼려다 붙인셈이다..
뒤통수가 화끈거리고 어찌나 민망한지 내 표정이 머쓱해졋다...
역시 산의 여인다운 대답이다......
사람 한번 잘못보아 망신한번 제대로 당한 셈이다..ㅋㅋ
두번다시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아야 겠다..
등산로로 향하는 길은 전국에서 몰려든 행락객으로 인산인해다...
자칫하면 일행들과 떨어지기 십상이다...
매표소를 향해 오르는 도로양쪽에 식당과 상가들이 즐비하다...
길가에 늘어놓고 파는 막걸리 한병을 집어 들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삼천원이란다....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다....
1300원짜리 막걸리 한병이 3000원이라니....
등짐을 져서 올려오는 관악산 정상에서나 부를 가격을 도로가에서 부르다니.....
경상도 인심은 고약하다 못해 무섭기 까지하다...
잠시후 대전사라는 큰 사찰이 나타나고 그 앞에 매표소가 나타났다...
일행들을 따라 줄을 서서 입구로 들어섰다....
그런데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일행들이 순식간에 흩어져 인파속에 묻혀 버렸다...
여느때 같으면 배낭뒤에 매달린 신협리본을 보고 찾아갔는데........
전부가 우의를 뒤집어 쓴터라 리본이 보일 리가 없지 않은가....
일행들을 찾을 방법이 없다...순식간에 혼자가 되었다....
멍하니 대전사 뒤편 산을 올려다 보니 주왕산의 얼굴이라 할수있는 기암이
까마득히 올려다 보이는 산끝자락에 웅장한 자태로 버티고 있어 쳐다보기만 해도
금새 주눅이 든다..
웅장한 자태로 버티고 있기는 그 건너편 장군봉또한 마찬가지다...
양쪽의 거대한 바위봉이 쌍벽을 이루고 우뚝 솟아있다...
여기서 기암(旗岩)은 "기이한바위"라는 뜻이 아니다...
"깃발을 꽂은바위"라는 뜻이며 당나라 주왕이 제일 먼저 깃발을 꽂은 바위라고 한다..
< 대전사 사찰 넘어로 기암이 웅장한 자태로 버티고 있어 위압감을 느낄정도네요.. >
몇 걸음을 옮기지 않았는데... 삼거리가 나타났다...
왼쪽은 그 유명한 주왕산 폭포로 향하는길.... 오른쪽은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이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때문인지 잠시 발걸음이 멈칫거린다...
짧은 고민이 이어지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발길이 정상을 향해 걷고 있었다...
여인네들조차 주저않고 오르는 등반길을 피해 간다는 것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듯 싶어서일까..
비에 젖은 몸을 추스르기 귀찮아 게으름을 피우는 가증스런 내 모습이 싫어서일까...
정상에 오르지 아니하면 반쪽짜리 산행후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이랄까...
이런 저런 이유가 내게 그런 결정을 내리게 한 듯 싶다...
정상을 향해 오른는 길이 비에 젖어 미끄러진다..
그 지질이 점사토(진흙과모래)로 되어있어 겉으로 보기에는 단단해 보이지만
물에 흠뻑젖은 터라 밟으면 쉽게 미끄러진다...
한걸음 한걸음을 조심스럽게 힘을주어 발걸음을 옮기는데....계단이 나타난다..
내가 계단길을 몹시도 싫어하는데...
이렇게 계단이 반가울때가 있는줄 몰랐다...
그렇게 완만한 계단으로 이어진 길을 걸어 오르는데...
이번에는 구배가 완만하고 평탄한 길이 나타나는데 노면 전체가 물에 흠뻑 젖어있다...
바닥이 점사토라 평탄한 길에서는 배수가 쉽게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위로 아기통나무 다리가 예술작품처럼 예쁜모양을 갖추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 위를 걷는 발의 촉감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등산객의 편의성에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 평탄한 땅인데도 아기 통나무 다리가 예쁘게 놓여있네요... >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을 삼분의일 쯤 올라서니 전망대가 나타났다....
이 전망대에 오르니.....
건너편 기암절벽과 단풍이 어우러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어두운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에 가려 그 모습이 불투명하다...
그 바위 정상에는 시커먼 구름들이 걸쳐있고...
절벽에 매달린 단풍들은 빗방울에 무게를 이겨내느라 함겹게 고개를 숙인채 지탱하는 모습이 어둡다.
이러한 모습들이 산을 오르기 주저했던 내게 다시 망설이는 명분을 가져다준다...
그래....이건 아닌거 같아....
산을 더 오른다고 해서 더 볼것이 없는것같아....
이제라도 하산해서 다시 되돌아갈까....
잠시 이런 망설임으로 발걸음을 머뭇거린다......
그러나 어찌 오르던 길을 차마 되돌아 내려갈수가 있단 말인가...
< 건너편 산봉우리에 구름이 내려앉아 산세가 불투명하고 어둡네요.. >
혼자서 오르는 길이 고독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 길을 오르는 동안 빗줄기는 가늘어지고 시야도 조금씩 트인다...
8부능선 쯤 올랐을까....
전망이 시원스럽게 탁트인 바위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 바위꼭대기에 올라서니....
이번에 산아래 기슭에 곱게 물든 단풍이 꽃밭을 이루어 수를 놓아 드리운다....
어찌나 그 빗갈이 곱고 아름답던지.....
그 아래서는 비를 다 뿌린듯 안개처럼 가벼워진 구름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건너편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절벽에도 구름이 걷히기 시작하고....
힘겹게 빗방울에 짓눌려 있던 단풍잎도 고개를 치켜들고 자태를 뽐낸다.....
여기가 주왕산에서 전망과 절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인 듯 하다...
잠시후에 정상에 오르니....
주왕산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이 눈에 들어오는데....
사방에 수목이 가리워져 답답하다.
표지석이 없었다면 아무도 여기가 정상이라 말하지 않을듯 싶다...
예상했던 대로 정상에서의 시원스레 탁트인 조망과 성취감은 느껴 보기 어렵다...
그래도 쉽게 내려가려니 아쉬운 마음에 주변을 서성거리는데...
내 옆의 한 사내가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시도한다....
주왕산 정상에 오른것이 감회가 깊은듯...자녀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 아빠다 !!~ 여기 주왕산 정상이다. ...."
그런데 자녀가 주왕산이 어디냐고 되묻는 모양이다....
"아.. 여기 청송이다.... 청송의 주왕산~~"
그런데 이번에는 청송이 어디냐고 또 되묻는 모양이다...
"청송... 청송모르냐~ 교도소 있는데..."
아마도 청송교도소를 이야기 하는가본데....
어찌 이 아름다운 주왕산에 와서 하필 생각나는 것이 교도소일까....
청송을 설명할 말이 정녕 "교도소" 밖에 없는걸까......조금은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정작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의 대화다....
"아빠가 있던데 말이다...거기 말이다...." 대체 무슨 말인가....
헉~~ 청송교도소" 라면....
"신창원" 같은 흉악범이나 사형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유명한 교도소 아닌가...
그런데 아빠가 있던데 라니......그렇다면 대체......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갑자기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다..
자녀와의 정감은 돈독해 보이는데 어찌 대화는 섬뜩하다...
돌아서서 전화통화 하시는 분의 얼굴을 흘깃 살펴보니
인상이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데....
그렇지만.. 웬지 여기 더 머무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슬며시 자리를 떴다.
하산길로 접어 드는데 머리가 좀 복잡하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혹시 청송교도소 교도관으로 근무했었다는 말을...
내가 스스로 넘겨집고 오해를 한건 아닐까... 다소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 차츰 빗줄기가 가늘어 지고 구름이 걷혀 건너편 아름다운 산의 자태가 드러납니다... >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는 다시 하산길을 시작했다...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며 운치를 자아낸다...
빗물에 말끔히 때를 씻어내고 새단장한 단풍잎이 더욱 빨갛게 타오른다..
노랗게 물들은 나뭇잎들이 단풍과 어우러져 단풍터널을 만들어 낸다...
바닥에는 노란 꽃잎이 떨어져 주단을 깔아 놓는다....
그 주단 카페트위를 가을비를 맞으며 혼자 걷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
사춘기의 소년같은 감정에 흠뻑 젖어든다...
단풍터널이 끝나는 지점에 비에젖은 단발머리 소녀가 단풍잎 꽃다발을 한아름안고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그렇게 아름다운 꽃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이번에는 단풍이 수놓은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마나 이광경이 아름다운지 그림을 그려 낸다해도 이보다 아름다울 수 가 없을듯 하다..
꽃이불 보다 더 포근하게 보이는 단풍숲 위로 몸을 던져 풍덩 빠져 들고싶다...
그 아래 계곡을 흐르는 물에도 단풍이 피어오른다...
단풍잎이 가득 떨어져 흐르는 물도 붉게 타오르고...
흘러가다 지쳐 가라앉은 단풍잎이 바닥에 수를 놓으니 개울바닥도 온통 붉은 꽃방석이다...
흐르는 단풍계곡의 물가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배낭을 풀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옆에서 식사를 마치고 내려가던 서울서 내려왔다는
젊은 아낙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서있다...
놀라서 돌아보니 내가 꺼내놓은 미니의자에 시선이 꽃혀 있는 듯 하다...
자신들은 흔히들 갖고 다니던 접이식 미니방석을 깔고 앉았었는데....
숲속의 빗물이 넘쳐 들어와 속옷이 그만 다 젖어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 미니의자를 보고서는 그럴염려가 없어 좋겠다면서 관심을 보인다..
사이즈도 너무 작아 배낭안에 쏘옥 들어가겠다면서...
사실 이 미니의자가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특히 땅바닥에서 식사를 할때는 더욱 그렇다..(휴게소에서 아침식사때...)
미니방석에 비해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기가 매우 편하여 식사가 아주 용이하다...
낚시의자 형태로 생겨서 접으면 가로세로의 길이가 한뼘정도 이니 배낭안에 넣기도 편하고...
배낭에 매달아 다니기도 용이하다..
다만 산의 중턱이나 정상에서 바위에 걸터 앉을때는 조금 불편한게 흠이다...
< 단풍 터널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저 멀리서 단발머리 소녀가 기다리고 있을듯 한 느낌이 드네요..>
< 하산길에 내려다 본 아름다운 계곡... 곱게 물들은 단풍이불에 풍덩 빠져 보고 싶네요.. >
< 오늘 인기를 끌었던 미니의자... 아무리 땅이 젖어있어도 아주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어 좋네요... >
마침내 하산을 마치고....
1박2일에서 개그맨 이수근이 재롱을 피워대며 자랑하던 제3폭포를 향해 오른다....
여기서부터는 어찌나 행락객들이 붐비는지 발을 옮겨놓기가 쉽지 않다..
부대끼는 사람들을 밀치고 밀리면서 폭포를 향해 올라가니....마침내 폭포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전날부터 비가 내린탓인지...
폭포의 수량이 풍부해 장관을 연출한다...
몇일 전만 하더라도 가느다란 두줄기의 물줄기가 힘없이 흘러내리던 곳이다..
제3폭포는 위에서 한번을 떨어져 수평으로 잠시 흐르다가 다시한번 크게 낙차를 그리며 떨어진다....
다시말해 두 번을 나누어 떨어지는 2단폭포이다...
그 폭포의 수면이 어찌나 매끄럽게 느껴지는지 여름철 야외 풀장에 미끄럼틀처럼 설치된 슬라이더가 연상된다...
그 폭이 넓어 우리 신협산악회 일행들이 한꺼번에 타고 내려와도 여유가 있을 듯 하다...
널따랗게 펼쳐진 채로 내려오는 하얀 물줄기는....
흰색 비단을 얇게펼쳐 놓아 펄럭이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과연 대한민국 6대 폭포로 그 명색에 추호의 손색이 없다 할수 있겠다...
오래 머무를 시간이 없어 아쉬운 발길을 돌려 제2폭포로 향해간다...
2폭포로 가는길은 길이 매우 좁고 협소하다....
군데군데...한쪽방향에서 통행을 할때는 반대쪽방향에서는 기다려야할 만큼 협소하다.
이 때문에 오고가는 인파들이 얽혀 한참동안이나 체증을 유발해낸다...
우여곡절 끝에 제2폭포에 다다랐다...
제3폭포 보다는 규모가 다소 적지만.... 이곳도 2단폭이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곳은 폭포가 두 번씩이나 방향의 바뀌어 떨어지는것이
여느폭포와 크게 다르다... 이또한 보기 드믄 희소성을 갖기에 충분하다...
여기서도 오래 시간을 지체할수 없어 발길을 돌려야 하는것이 마냥 안타깝다..
서둘러 제1폭포로 향해 발길을 재촉했다...
제1폭포는 그 규모가 비교적 왜소하나 폭포를 둘러싼 기암절벽이 장관이다...
양쪽의 깍아질러 세워놓은 바위틈새를 끼고 흘러 떨어진다...
흘러 떨어진 물은 다시 기암절벽을 기슭을 타고 흘러내린다....
대전사에서 올라올때 제일 먼저 접근하는 곳이 여기 제1폭포이다...
때문에 행락객 인파가 가장 붐비고 혼잡하다...
또한 이 폭포를 둘러 싸고 있는 주변이 온통 기암절벽의 신비감에 빠져들어
제일 오래 머무는 장소도 여기 제1폭포이다...
기암절벽의 규모가 모두가 고층빌딩 규모인데 서로가 바짝바짝 이마를 대고있다.
그 틈새로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금새 뛰쳐 나올 듯 하다..
학소대... 급수대... 시루봉... 병풍바위..
어찌나 크고 우람한지 기가 질려 입이 다물어 지질 않는다....
그 절벽 기슭에 곱게 매달린 단풍과 폭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절경의 극치를 자아낸다.
여기에서는 어디를 쳐다봐도 시선을 떼지 못할만큼 짜릿하여 오르가즘을 느낄정도 이다.
그렇게 한참을 머무르다가 하산의 시간이 지체되는 줄도 몰랐다...
재빠른 걸음으로 캠프로 내려오는길....
내내 양쪽의 계곡과 산의 조화가 절경이다...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행락객들이 연실 셔터를 눌러댄다....
역시 주왕산 폭폭관광은 올라오면서 1폭포, 2폭포, 3폭포를 순차적으로 구경해야
그 우아함과 웅장함이 갈수록 높아지는 묘미를 제대로 느낄듯 하다...
< 제 1폭포 주변 기암절벽....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냅니다.. >
< 제 1폭포 주변 기암절벽....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냅니다.. >
< 제 1폭포 주변 기암절벽....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냅니다.. >
< 제 1폭포 주변 기암절벽.... 보기만 해도 탄성을 자아냅니다.. >
그때 문득....
멀리 올려다 보이는 건너편 산 정상에 하얀 물줄기가 포착되었다....
그 또한 폭포가 아닌가...
어찌 산 정상에 저런 폭포가 있을까.....
이렇게 먼곳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날 만큼 규모가 커보이는 것으로 보아 웅장한 모습이 장관일 듯 싶다....
그곳은 어디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볼수 있을까.. 규모는 얼마나 클지...
돌아오는 내내 그 폭포의 궁금증이 지워지지 않았다....
< 건너편 산 정상에서도 폭포가 쏟아집니다... >
캠프로 바삐 발걸음을 재촉하려는데...
행락객들이 계속해서 앞길을 막아서고 가을비는 그칠때도 되었는데 끊임없이 내린다..
부슬부슬 속절없이 내리는 가을비를 맞는것도 이젠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앞,뒤 사람들의 바지가랑이가 모두 흙물로 범벅이고 진창이다...
예쁜 아가씨도... 중년 미모의 여인도.. 누구하나 예외가 아니다...
나 역시 뒤로 돌아 바지끝자락을 내려다 보니 말이 아니다....
마침내 산을 오를때 내가 망설이고 주춤 거렸던 그 삼거리길이 나타나고...
조금더 내려오니 대전사 뒤편으로 웅장하게 버티고 있던 기암이 다시 나타난다..
주왕이 왜 여기까지 와서 저 바위에 깃발을 꽂았을까...
그러고 보니 이 산의 이름도 주왕산... 주왕암, 주왕굴...주왕이 무기고로 사용했다는 무장굴,
주왕의 아들(대전) 이름을 따서 붙인 대전사... 딸의 이름(백련)을 붙인 백련암....
온통 주왕의 이름을 얻어 붙였다는 것이 웬지 꺼림칙하고 석연치가 않다...
이 아름다운 산의 이름이 왜 주왕산이란 말인가....
대체 주왕이 누구란 말인가...
각종 안내판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 당나라때 지방의 호족이었다고 하는데...
반란을 일으키다 실패후 이곳까지 와서 숨어 들어 재기를 꿈꾸었다는데...
이것이 사실일까... 의구심을 떨쳐낼수가 없다...
군사들을 이끌고 요동반도와 고구려를 걸쳐 이곳까지 오기에는 너무 멀지 않은가...
군사들이 먹고 입을 병참지원 없이 여기까지 온다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여기까지 온 군사의 숫자가 일천을 넘지 않았을것 같은데....재기가 가능할까..
진정 재기를 꿈꾸었다면 광활한 중국땅에 숨어들어 자리를 잡고 은밀히 세력을 규합하고
군사를 모았어야 가능한 것 아닐까...
이곳에서 군사들이 계속해서 먹고입을 병참을 조달할 기반이 없어 노략질까지
일삼아 했다고 하니.....
이 때문에 신라조정에서 마장군을 보내어 섬멸시켰다고 하기도하고....
중국 당나라의 요청으로 섬멸시켰다고도 하고... 모든 것이 의심투성이다...
물론 이러한 사실들이 삼국사기나 고려사,삼국유사는 물론 그시대 중국의 역사서인
십팔사략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주왕산삼암기"라는 향토자료에는 신라 태종무열왕의 7대손인 왕자 김주원이 왕권정쟁에
휘말려 피신하여 여기서 은거하였다고 하여 이 왕자를 주왕이라고 묘사한 기록이 있다하니....
나는 이 향토사학자들의 논리에 한표를 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렇지않아도 지금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이란 역사왜곡 작업을 무모하게 진행중이지 않는가...
그러면서 고구려역사도 중국의 역사이고... 고구려도 중국의 한 부족국가 였다고
우겨대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 스스로가 이땅에...
그것도 경관이 가장 빼어난 산하에 중국의 벼슬아치가 살았다고 하고...
그래서 그 이름까지도 주왕산이라고 지었고.. 온통 그의 흔적마다 주왕의 이름을 갖다 붙였다고 하면....
중국의 동북공정을 우리가 앞장서 도와주고 인정하는 빌미가 되지 않을지....
이렇게 유린되는 역사왜곡이 왠지 씁쓸하기만 한데...
어찌.... 국립공원을 관장하는 정부, 또한 이를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지자체에서는
이를 사실로 인정한듯 모든 안내판과 홍보물에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일까...
이를 바라보며 답답해 하는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지금이라도 이 명산의 이름을 청송산이라 부르면 어떨까...
그리하면 "청송"하면 교도소부터 떠올리는 치욕을 피해갈수 있지 않을까...
지자체에서는 이 명산의 명성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캠프까지 돌아오는 내내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머리가 혼란 스럽다...
오전이면 그친다던 빗줄기는 산을 다 내려와 집에 갈 시간이 되어 가는데도
그칠줄을 모른다... 참으로 속절없이 내리는 빗줄기가 야속하기만 하다...
이 와중에 뒤풀이는 어디서 한다는 것일까....
미리 식당을 빌려 놓았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갈 식당이 이 시골에 있을턱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노천에서 할수도 없을 터인데....
궁금하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마침내 캠프에 도착했다...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내려와 뒤풀이 장소를 찾아 나섰다....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경천동지 할 일이 벌어 지고 있었다..
주왕산 버스터미널 승강장을 통째로 점령해서 뒤풀이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놀랍고, 당황스럽고, 감격스러움에 감동한다...
이런 배짱있고 과감한 아이디어는 누구의 두뇌에서 나왔을까....
매번 느끼고 체험을 하게 되지만 임원님들의 번득이는 지혜와 과감한 판단에
절로 고개가 숙연해진다....
이미 뒤풀이는 중반을 넘겨 마무리가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혼자 내려와 딱히 어디 끼어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서성거리는데..
이를 본 총무님이 한상을 차려주신다.... 어찌나 고맙던지....
그런데 큰상을 차지하고 혼자서 막걸리를 따라 먹자니...
여간 민망하고 쑥쓰러운게 아니다...
이때 눈치빠른 총무님이 쪼르르 달려와 한잔을 따라 주시고 한상무님까지
옆자리를 채워 주신다...
잠시후 회원님들...타올나라님... 산내음님.... 자리를 함께해주시니
그럴듯한 자리가 만들어졌다...참으로 고마우신분들이다....
오늘은 막걸리를 가볍게 끝냈다....
화장실을 오고갈때의 불편함도 염두에 두었고....
내 옆자리 처음 오셨다는 여자분들께 악취를 풍겨 불편을 끼칠까 염려도 되었다.....
평소에도 술마시고 전철이나 버스등 대중교통을 이용할때는 좌석이 있어도 앉지 않는다...
남에게 누를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구석에 홀로 서서 가는편이다....
실은 내 2년여 동안 산행에 참여했는데 내 옆자리 여자분이 앉기는 처음이다....
적응이 안되다 보니 여간 조심스러운게 아니다..
오는 내내 어색하여 인사한마디 나누지 못했다...ㅋㅋ
5시가 넘어서야 버스가 출발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여흥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열리는 여흥시간이다...
예전에 자주 버스에서 여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사정이 있었는지 많이 자제를 하는편이었던 것 같다...
다들 노래연습을 하고 오셨는지 명가수, 명창이다...
처음에는 머뭇머뭇 하시던 분들도 여흥이 무르익어가니 주저없이 마이크를 잡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약곡은 쌓여간다....
나 혼자만이 음치라....
노래를 시킬까봐서 돌아오는 내내 가슴이 콩닥거렸다...
내 옆자리 여인이 과감하게 마이크를 잡는다...
"문밖에 있는 그대"를 부르시는데.... 목소리가 차분하고 음색이 참곱다...
어느덧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버스통로는 댄서들로 가득 찼다....
그런데 온통 남자들이다....
"아줌마들이 춤추는건 많이 봤는데... 이렇게 남자들이 춤추는건 처음보네요..."
내 옆에 처음 오셨다던 분... 이 한마디를 하시더니 까르르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처음보는 듯 하다...
춤을 춘다기 보다는 흥에겨워 흐느적 거린다는 표현이 더 적적할 듯 싶다....
앉아있는 사람이나... 서있는 사람이나.....
모두들 흥에 겨워 행복한 표정들이다...
하루의 피로가 고스란이 녹아내려 눈녹듯 사라진다...
이 즐거운 하루를... 이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주시고 수고해주신 신협산악회 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이날 함께 하여주신 모든 산우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1.10.23.
성공나라.
** 자료 사진입니다...
< 제3폭포... 비가와서 수량이 매우 풍부해 장관을 연출합니다..>
< 제 2폭포... 폭포가 두번이나 떨어지는 방향이 바뀌네요..>
<제 1폭포.. 폭포를 둘러싼 기암절벽이 너무 아름다운 폭포입니다...>
< 일주일전.. 제 3폭포의 모습입니다... 두줄기 물줄기가 애처로워보입니다...>
< 일주일전.. 2폭포의 가느다난 물줄기가 초라해 보입니다... >
< 단풍이 너무 곱게 물들어 그림을 그려낸것 처럼 아릅답습니다... >
< 곱게 물든 단풍과함께 기념사진을.. 왼쪽부터 멋진남자, 한순희상무, 옹달샘, 꼬끼오님...>
< 1폭포를 향해 오르는 길... 단풍이 너무 아릅답습니다...>
< 1폭포를 향해 오르는 길... 단풍이 너무 아릅답습니다...>
< 1폭포를 향해 오르는 길... 단풍이 너무 아릅답습니다...>
< 기암 건너편에 자리잡은 장군봉입니다...역시 웅장한 기풍이 들어보입니다.. >
< 주왕이 숨어 지냈다는 주왕굴입니다.. >
< 주왕의 흔적을 알리는 홍보판... 역사가 유린되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
< 주왕의 흔적을 알리는 홍보판... 역사가 유린되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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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크... 주왕산보다 글솜씨에 빠져들었습니다. ^^
저보고 산행후기 쓰라고 하면 아마 이렇게...
비 오는날 주왕산에 갔는데 아침밥 먹느라고 고생했다. 오락가락 날씨가 좀 거시기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다음에는 날씨 좋을 때 함 가봐야 쓰것따..... 요런 정도의 후기를 약 두 시간동안 고민하다가 쓸 듯...^*^
읽느라.....진땀 흘렸네요. ㅋㅋ
섬세하고 남자 소장님들도 이런 아기자기한 면이있구나 느껴집니다. 평소 남자들은 말을 많이 안하고 꼭 필요한 말만하기때문에 ..여자의 감수성도 많이 느껴집니당. 저도 땀내새가 많이나서 닉넴 산내음 이였는데 ㅎㅎ훌륭한 청송산 후기잘봤습니당
이글을 끝까지 읽으신분은 인내심이 대단하신 분임다...
예전에는 내가 왜 글을 길게 썼는지 몰러...
한번 펜을 잡으면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아 지는지...
지금은 아무 생각없이 사는데...
대단하십니다~
역시 ~~조소장님~
주왕산 구경 잘하고 갑니다. 감사함다! 공짜로 다녀가서 죄송함다! 사후청구서라도 받겠습니다.ㅎ
한편의 단편소설을 읽는듯 작가의 마음도 함께 읽어 가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