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cnc에 제가 올려논 건데 여기에 다시 수정해서 올립니다. 앞으로도 말러의 음반에 대한 저의 좁은 소견을 올리도록 하겠으니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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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구입한지 열흘만에 쿠벨릭의 전집을 모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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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10장이라 좀 서운하기도 했지만 들어보니 무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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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에드는 연주였습니다. 쿠벨릭하면 전 드보르작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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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밖엔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그의 이번 전집으로 인해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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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뛰어난 말러리안 인가를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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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집은 어느 음반잡지에서 평한것과 같이 무척 서정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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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군요 항상 아름다움을 잃지않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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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 3번만 두장으로 들어있고 나머지는 모두 한장으로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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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되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2번과 8번 그리고 9번은 두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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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어가야 재맛이 난다는게 제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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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로의 맛이 있더군요 절대 밋밋한 연주를 들려주진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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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특히 전 1번 교향곡을 듣고 좀 놀랐습니다. 어떻게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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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면 섬뜩하기까지한 3악장을 민요처럼 노래하듯 풀어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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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군요 트럼펫이 독주처럼 튀어나오는 부분에서 너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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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고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5번 교향곡도 무척 훌륭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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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다. 그 폭넓게 뿜어져 나오는 1악장과 처연한 4악장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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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어지는 멋들어진 5악장 물론 다른번호의 교향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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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준이상의 연주를 들려줍니다. 한번 들어보세요 기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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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스타인류의 해석과는 무척 다른 모습입니다. 전집을 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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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기 부담스러우시다면 DG에서 오리지날스 시리즈로 1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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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있으니 들어보시구요 최근에 갈레리아 시리즈로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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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나왔죠 그리고 아우디테 에서도 1번과 5번의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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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반이 나와 있구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쿠벨릭의 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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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집은 말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꼭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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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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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인 소견으론 쿠벨릭의 말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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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스타인보다 뛰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번스타인도 쿠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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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릭보다는 뛰어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그럼 이만
사실 이런 글은 따로 올리는게 옳겠습니다만, aftermahler님께서 쓰신 글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여기에 조금만 추가하겠습니다. aftermahler님의 양해를 구합니다.
저도 최근에 쿠벨릭 전집을 구했습니다만(전역 기념?으로 샀습니다. 참고로 제 전역일은 제헌절이었습니다^^;), 님의 글대로 정말 좋습니다. 새로운 말러의 세계를 경험한다는 건 언제나 짜릿한 일이지요. 전 여태까지 어떤 곡의, 어떤 연주에서도(하긴 들어본 것도 별로 없지만만) 그렇게 현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경우란 보지 못했습니다. 이건 전집을 통해 일관된 특징입니다만, 3번 전체나 5,7번의 종악장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지요.
제 개인적으론 전집 가운데 가장 잘된건 3번이라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다른 곡들만큼 지명도가 없어선지 그다지 회자되진 않습니다만, 객관적인 완성도를 따지자면 그렇습니다. 아마 야사 호렌슈타인의 저 전설적인 명연과 견주어봐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물론 스타일이 다른만큼 단순비교해선 안되겠지만요. 호렌슈타인이 '따뜻함'이란 면에서 최고라면, 쿠벨릭은 아마 '선명함'이란 면에서 최고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1악장을 듣다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뭣보담도 거침이 없습니다.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어나가고 애매한 데라곤 전혀 없지요. 30분 넘는 이 악장을 이렇게 지루하지 않게 들은건 첨입니다. 금관 울림도 좋습니다. 7번에서는 너무 건조하게 들려서 마땅찮았는데, 딴 오케스트라 같다고 하면 어폐가 있겠지만 정말 달라요.
또 주목하실 만한 곳으론 3악장, 포스트호른의 고적한 소리도 좋지만 그보다도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대목에서의 현의 다양한 운궁이란! 들어보시면 기가 막힐 겁니다. 6악장은 좀 빠른 진행이 혹 맘에 안 드실 수도 있겠는데 전 괜찮았습니다.
사실 다른 좋은 연주도 많습니다. 솔티의 강건함, 아바도의 섬세함, 번스타인의 열광... 다 좋지요. 요즘 연주론 살로넨도 꽤 하데요. 하여튼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 다음부턴 전적으로 취향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이 곡만 아니라 다른 곡에 대해서도요. 번스타인이 쿠벨릭보다 낫다고 할 수도 있고, 반대라고도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떤 관점에서 보아 그렇다는 건지 밝히지 않는다면 혼란을 줄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 평소부터 지니고 있던 생각이구요, 누굴 겨냥한 말은 아닙니다.
다른 곡들에 대해서도 조금만 얘길 할께요. 1번은 그냥 넘어가죠. aftermahler님 평 그대로니까요. 2번은-이건 제가 갤러리아 시리즈로 갖고 있다 전집을 사면서 친구에게 헐값에 넘기고 땅을 치는 음반-예, 이것도 좋습니다. 적어도 클렘페러의 같은 오케스트라 실황에 비하면 몇 배 낫습니다. 물론 클렘페러의 강건한 의지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닙니다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둔중한 진행(그것도 한장짜린데 참...)과 산만한 앙상블, 둔탁한 음색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누가 클렘페러를 들을 때 그딴 데다 신경쓰냐고 질타하시면 할 말은 없네요. 옳은 말씀이니까... 하여튼 쿠벨릭 쪽은 선명해서 마음에 듭니다. 부천 필의 2번을 듣고 나선 1악장 콜 레뇨 부분을 들을 때마다 웃음짓게 되네요. (그때 임헌정씨 정말 대단했죠. 세상에, 콜 레뇨를 그토록 맹렬한 기세로 연주하다니...) 하긴 공감 못하는 분들도 많겠지요. 개인적인 체험이라서...
4, 5번도 아주 좋지만 그쪽은 좀 더 전문적인 감식안을 가진 분들께 맡기고 넘어가겠습니다. 죄송...
6번, 이건 참 독특합니다. 여기서도 역시 거침없는 진행이 돋보이지요. 특히 2악장은-첨 듣곤 웃음 참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스케르초의 리듬감이 이렇게 잘 살아 있는 연주는 달리 없습니다. 하여튼 제가 갖고 있는 8종의 연주 가운덴 그렇더군요. 음향 설계도 아주 좋습니다. 거의 카라얀에 맞먹습니다. 다른 악장도 물론 좋지요.
7번은, 말씀드렸다시피 금관이 건조한 게 문젠데 현이 그걸 보충하고도 남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악장을 들어보시면 이해하실 겁니다.
8번은... 전 아직도 솔티의 아성을 무너뜨릴 연주가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만, 이건 그 정도는 아닙니다. 아쉽게도. 하지만 그만의 따뜻한 표현력을 버리면 안 되겠죠. 그리고 솔티 반 1부 코다에서 합창이 잘 안들리는 것이 불만스러우신 분들께는 이 연주도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9번은 그저그런 것 같군요.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내공(?)이 안 쌓인 탓인가... 10번은 저도 공부 좀 해야 되는 곡이라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다른 연주들에 비해 선명한 것 같긴 합니다.
이 전집의 음질은 전체적으로 보아 나쁘지 않습니다. 3번 같은 경우엔 당시 음질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혹시 DG 측에서 따로 복각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2번이나 4번 들어보면 그건 또 아니고... 헷갈립니다.
aftermahler님의 훌륭한 글에 괜히 '뱀발'을 단 거 같습니다. 음반에 대한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반가움(혹 착각인지도 모르지만)이 이런 주제넘은 짓을 하게 만들었군요.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럼 다들 행복하시길, ew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