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조된 고해성사 9 (1)
탁 사장은 내가 나타나자 화난 얼굴을 했다.
"김 부장 어디 갔다 오는 거야. 여기가 적지란거 몰라."하면 힐난했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들은 막 식사를 끝마친 후였다.
우리가 쉬고 있는 숙소는 콘센트 건물로 월남 관리인 듯 한 사람이 10여명의 아이들을 모아놓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이들이라지만 나이는 꽤 들어보였다.
"저 애들이 한국인 2세들이야 제일 나이 많은 아이가 스물 둘이고. "
탁 사장은 아이들을 가리켰다.
"저놈들 데려다가 키우면 써먹을 수 있을까?"
탁 사장은 인도적인 측면보다 얼마나 그 자신의 사업에 이득이 될 것인가를 계산하고 있었다.
첫 보기에 어딘가 월남 족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동안 영양실조 때문인지 거의 비슷했다.
월남 족은 키가 작고, 뼈대가 가늘고 샌달을 오래 신어선지 발가락이 길쭉하고 제각각이었으나 그들은 뼈대가 굵고 얼굴도 그리 검지는 않았다.
"나트랑 출신 혼혈아야. 이곳이 군인들과 기술자들이 많았다면서?"
탁 사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김 부장 아이도 혹시 있을지 모르지. "
"저는 결백 합니다. "
"누가 알아."
탁 사장이 나를 보며 빙긋이 웃었다.
"아무리 봐도 볼 만한 놈들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탁 사장은 혼혈아 가운데 신체가 건강한 아이들 10여명을 데려다 자신이 경영하는 주물공장에 노동자로 취업시켜 값싸게 부려먹자는 생각이었다.
그와 함께 온 후원자들 역시 생각은 같았다. 기획실장이란 사람은 플라스틱 공장을 경영하고 있는 사장이고 이사란 사람은 보세공장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높은 임금 때문에 공장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고 후원회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혼혈아들을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명분 살리고,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고, 또 신앙인으로서의 남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다는 트릿한 생각을 갖고 있는, 인도주의의 탈을 쓴 사이비들이었다.
탁 사장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좀 보세."
그는 허술하게 지은, 바람이 들이치면 당장 날아갈 듯한 숙소 안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냄새가 역하게 풍겼다. 화장실이 따로 있지 않고 바닥에다 함부로 보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씀인가요?"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어째 몸 조시가 안 좋은데
하며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기후가 바뀐 탓이죠. 음식도 맞지 않고"
"그런 것이 아니고‥‥‥‥ “
그는 말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내 눈치를 살폈다.
"말씀하시죠. "
"그거 있잖아. "
"그거라뇨?"
"김 부장이 여기 왔을 때 월남 여자와 오입하고 옮았다는 그거."
"나는 그런 병 옮아본 적 없습니다. "
"그런 게 아니라‥‥‥‥
"그럼 임질이나 매독 같은 거 말인가요7"
"음, 끈적끈적한 게 묻어 나오는데, 냄새도 지독하고‥‥
"아직 시간이 이른 것 같은데요. 그 병이라면 며칠 후에 나타나는데 이틀밖에 더 됐습니까?"
나는 속으로 천벌을 받아 싸지, 싸 하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월남인 혼혈아들을 돕기 위해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 온 작자가 불쌍한 월남 여자를 데려다 오입이나 하고 그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싸지, 싸.
"며칠 됐잖아. "
"성병 이라면 일주일쯤 후에나. "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돼지같이 살 편 그 얼굴이 죽을상이 됐다. 당시 월남에는 국제 매독이란 병이 있었다. 스피로헤타균과 다른 잡균이 섞여져 국부에 깊숙히 침투해 썩어 가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래서 그 병을 버거스씨 성병이라고 했다. 버거스씨 병 이란 다리 쪽에서 썩어 들어가는데 국제 매독은 사고를 저지른 부위부터 썩어가는 병이었다.
"특별한 병은 아닌지. "
그는 자신의 행위에 무척 후회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웃지도 않고 이야기를 했다.
"일책 찾아온 모양이군요. 항생제 가져오셨습니까?"
"그걸 미처 생각 못했지. 이럴 줄 알았으면 보건증을 보여 달라는 건데."
"그런 여자들한테 보건증이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거 있잖아, 그거. "
하며 자꾸만 그거 그거 하길래 그거가 도대체 무엇이냐고 물었다.
"여긴 외국이 아닌가? 외국이라면 여러 사람과 접촉 할텐데 국제‥‥‥‥
"국제 매독 말씀인가요? 있죠. 아주 지독하죠. "
그는 국제 매독이란 말에 눈빛이 달라졌다. 눈빛만 달라진게 아니라 몸까지 와들와들 떨었다.
"국제 매독? 이 거 큰일 났군. "
내가 덧붙였다.
"왜 에이즈란 병도 있죠. "
그러자 그는 얼굴이 백짓장처럼 되더니 내앞에서 체면 불구하고 아랫도리를 梁다. 그리고 흉물스럽게 생긴, 볼품없는 물건을 내 앞에서 꺼내 보여 주었다.
"자네가 한번 보게. 잘 알 것 아닌가. 이렇게 됐는데. "
내가 보니 그의 불두덩 아래쪽이 벌겋게 상기돼 부풀어 있었다. 그 모습이 끔찍해 보였다.
근처에 병원이나 약방이 있을 리 만무했다.
내가 짐짓 겁을 주었다.
"힘들겠는데요. 발리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어요.
병균이 퍼지기 전에."
"아직 날짜가 멀었는데 서둘러야겠군. "
"국제 자가 들어가면 힘듭니다. 옛날에도 그런 게 있었지요. 잘못 하면 생명에도 지장이 있어요. "
탁 사장은 내 말에 더욱 겁을 먹었다.
"에이 X할, 괜히 왔네. 쌩돈 내버리고, 고생하면서 얻은게 이게 뭐야."
하며 본성을 나타냈다.
그는 연신 상소리를 내뱉었다.
마음을 곱게 써야지 트릿한 생각으로 오입질이나 하고 그게 뭐란 말입니까 하고 말하려 했으나 나는 다시 참았다. 아무래도 이런 사람과 오랫동안 근무한다는 게 어려울 것만 같았다. 일주일 동안 우리는 과거 파월 군인들과 기술자들이 주둔했던 곳을 돌아보았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