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남 수사는 2000년에 수도원생활을 그만 두고 세상으로 환속했다. 종교인들에게 흔히 있는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가 섬겨야 할 사람들 때문이었다.
남재의 글마당에서 펌.
그는 지금 ‘민들레 국수집’을 지키고 있다. 흔한 ‘대표’라는 호칭은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서영남씨의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있다.
“민들레 국수집은 배고픈 사람에게 동정을 베푸는 곳이 아니라 섬기는 곳입니다.”
배고픈 사람을 섬기기 위해 수사생활을 그만 둔 그에게는 차라리 그냥 ‘민들레 국수집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어정쩡한 표현이 알맞을 것 같다.
서영남씨는 2003년 4월 1일 식탁 하나로 노숙자들을 위한 민들레 국수집을 시작했다.
화면에 비친 간판의 글씨는 바닷바람에 바랬는지 보일 듯 말듯 흐릿한 것이 흡사 바람결에 실려 가는 민들레 꽃씨의 하얀 솜털을 연상시켰다. 그분의 인상도 그처럼 보드랍고 천진스러웠다.
민들레 국수집은 열 사람이 앉으면 꽉 차버리는 작은 식당이다. 하지만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곱 시간 동안 언제든지 찾아가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매일 150-300여명분의 식사를 대접하는데 매일 두세 번 가서 식사해도 괜찮다.
민들레 국수집은 포장마차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뷔페식을 고집하고 있다. 무조건 김치 한 접시 국 한 그릇으로 나눠주는 것이 마치 ‘이렇게 해 저렇게 해’하는 것 같아서 뷔페식으로 했다고 한다. 비록 4~5가지이기는 하지만 고기반찬은 꼭 갖추어 놓는다. 배고픈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린 때문일 것이다.
민들레 국수집에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서영남씨를 본 그날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뉴스가 보도되었다.
노건평씨가 검찰조사를 받기 전에 “꿈에라도 돈 받은 적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한 끝이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 경남도민은 물론 봉하사람들의 마음은 특히 더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가끔 측근비리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소설 쓰지 마라”고 하거나 “깜이 안 된다”며 펄쩍 뛰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노건평씨가 대우건설로부터 현금 수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기자회견에서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이 시골에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돈을 준 사람을 더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돈을 전했던 기업인이 한강에 투신자살한 일까지 벌어졌을 정도이니 형으로 인해 집안이 결딴나도록 방임할 리가 없을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검은 돈에 손댔다가 파면당한 전력이 있었다. 세상물정 모르는 시골노인이 아니라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도록 도와주고 4억원을 자재창고에서 현금박스로 건네받은 돈맛을 제법 아는 사람이었다.
돈을 버는 방법이나 쓰는 모습에 그 사람의 품격이 드러난다. ‘개 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써라’고 하지만 버는 것도 떳떳하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방법으로 벌어야 한다.
노건평씨와 서영남씨가 대조되는 것은 재물에 대한 자세 때문이다. 한 사람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긁어모았고 한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으로 다른 사람을 섬겼다. 어떤 사람들이 많아야 살고 싶은 곳이 되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통영을 사랑하는 이유의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오늘도 그런 분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시내에서 한참 벗어난 도산면의 도산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이 분들은 한 해를 마무리한 뒤에 다른 곳의 학교를 시찰하는데 쓰려고 여행적금을 들었었는데 그 돈으로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도왔다.
그것도 이 학교의 선생님 스물일곱 분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한 일이라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권력의 그늘에서 벌어지는 온갖 범죄에 분노가 치밀다가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래도 세상에는 착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생님들의 특별한 희생과 지극한 사랑 속에 자란 도산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장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성 싶다. 아이들은 부모와 스승을 닮는다고 하지 않는가. 도산초등학교 선생님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참 스승이 아니겠는가.
|
첫댓글 새롭게 주어지는 시간의 구슬들을 제대로 꿰지 못해 녹슬게 했습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일상의 기쁨들을 놓치고 살며 우울한 늪으로 빠져들었습니다. 힘든 이웃들과 함께하는 기쁨, 그 소소한 기쁨을 일깨워주신 민들레 수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민들레 국수집을 징검다리 삼아 가난한 이웃들과 돈독하게 매일매일을 가꾸고 싶습니다. 민들레 국수집을 뜨겁게 응원합니다!!
배고프고 힘든 이들에게 '모든 것'이 되어주시는 수사님 너무 훌륭하십니다!! 더 큰 사랑의 나무로 번성하는 민들레 국수집이 되길 기도하겠습니다. 2011년은 민들레 국수집 안에서 나눔의 꽃을 마구마구 피워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