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중앙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3시간, 풍기 나들목으로 진입한 후 풍기읍 동쪽 방향으로 20분 정도 가면 소백산 자락에 위치한 영주 부석사에 도착한다.
주차장에서 한숨을 돌린 뒤 매표소로 올라서면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입구에서부터 반갑게 맞아준다.
부석사는 현존하는 목조 건축물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는 무량수전이 있어 유명해진 절이지만 영주시가 은행나무를 시목으로 정해 심어놓은 뒤부터는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호젓한 은행나무 산길을 거닐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매표소에서 절까지 연결되는 2km 정도의 산길을 천천히 오르다 보면 하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들어선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는 멋진 장관이 펼쳐진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노란 은행잎의 화려함은 물론 가을 맛을 제대로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은행잎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산길 옆으로 눈길을 돌리면 빨갛게 잘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사과밭이 눈에 들어온다.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확한 사과를 분류하고 있는 아주머니들, 사과 궤짝을 번쩍 들어 차에 올리는 아저씨, 그 앞에서 수확한 사과를 소쿠리에 가득 담아 “2천원, 한 짝에 1만원~” 하고 외치는 장사꾼의 모습까지 시골스런 풍경이 정겹다.
은행나무 숲길을 지나 절 안으로 들어서면 현대적인 불상들과 오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색 바랜 목조 불상을 함께 만나게 된다. 이곳을 통과하면 큼지막한 나무 기둥들이 세워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데, 기둥 표면에는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스님에게 물어봤더니 무량수전이 유명해진 것은 지금도 따라 할 수 없는 이 배흘림 기둥의 문양 때문이라고 한다. 나뭇결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듯한 아름다운 문양은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다. 또 하나, 돌이 생긴 모양대로 자연스럽게 쌓아 올린 석축 역시 눈여겨봐야 할 것 중의 하나다. 부석사는 비교적 큰 절에 속하는데, 강한 색채를 사용하지 않아 화려하지 않고 오래된 것을 꾸미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소박함이 느껴진다. 코너를 돌 때마다 미로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고 인기척이 있는가 하면 바로 없어지는, 그래서 더 경건한 마음이 드는 곳이다. 무량수전 앞에 오르면 소백산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데, 자연과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부석사를 둘러보는 것은 2시간이면 충분하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아쉬움이 남는다면 주변에 있는 선비촌에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초가집과 기와집 등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았는데 그 안에는 소수서원과 박물관이 있고, 맛집들이 즐비하다. 공원과 연결되어 있어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둘러보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서울로 올라오는 도중 큰 도로를 중심으로 인삼밭과 송이버섯밭이 양 옆으로 펼쳐져 있어, 당일로도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
기획 : 민영 기자 | 사진 : 임익순 기자
출처 : [여성중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