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서열(空間序列)
아래는 편집중인 충청서도, 충청동도 (3)의 일부이다.
공간서열(空間序列) 동양에는 공간에도 서열이 있다. 상하좌우와 동서남북, 남북통일, 남북관계, 남남북녀, 동분서주, 동문서답, 동입서출, 정오(正誤)은 글자의 순서가 굳어진 단어이다. 하상, 우좌, 서동, 북남, 오정은 뜻이야 알 수 있지만 잘 쓰지 않는 말이다. 방위의 동서가 기준일 때는 동북/동남, 서북/서남이 되고, 남북이 기준일 때는 남동/남서, 북동/북서라고 한다. 그리고 북동보다는 동북(동북아시아), 남동보다는 동남(동남풍), 북남보다는 남북(남북통일)이 익숙한 단어이다.
조선팔도에서 상하를 붙인 이름은 없지만 좌도, 우도는 있고 설명이 필요하다. 우와 좌는 분명히 방향을 말한다. 우는 오른쪽이고 좌는 왼쪽이다. 오른쪽의 ‘오른’은 ‘옳다’는 말에서 나왔다. 해와 달은 동쪽에서 올라와서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진다. 지구의 자전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도는데 우리가 서있는 곳에서 보면 해가 뜨면 오른쪽으로 움직인다. 시계의 숫자판에서 바늘이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도는 것과 같다.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므로 오른쪽은 옳은 것이고 바른 것이다.
왼쪽은, 옳지 않은 쪽, 그른 쪽, 오른쪽의 반대쪽을 말한다. 오른쪽은 올흔 쪽, 옳은 쪽, 옳다는 뜻이라면, 왼쪽의 ‘왼’, ‘외’는 무슨 뜻일까? 사람이 살지 않는 ‘외진 곳’, ‘외딴곳’, ‘외로운’에서처럼 주류에서 벗어난 것을 말한다. 왼쪽의 ‘외’는 ‘외다’, "그르다", ‘틀리다’의 옛말이다. 일상에서 대부분이 오른손잡이다. 왼손잡이들이 연필 잡는 법, 수저 잡는 법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은연중에 그런 뜻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운행에서 보면 옳은 쪽(바른 쪽)을 지나가는 반대방향은 옮겨온 자리, 지나온 길이므로 순행과 반대의 역행인 왼쪽이 된다. 동쪽으로 순행하는 것과 반대되는 지나온 길인 왼쪽이고 서쪽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오른쪽 왼쪽을 right, left라고 한다. 또 right는 맞는다는 뜻이다. 왼쪽은 left라고 하는데 ‘left’은 ‘Leave(남기다)’의 과거형으로 지나온 길, 지날 때 남긴 자리, 남기고 간 자리가 된다. 좌측통행에서 좌측으로 가니까 우측은 남기게 되어 마주 오는 사람도 좌측통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좌측통행은 ‘좌’에는 존비(尊卑)와 상하(上下)가 있어서 현재의 인권평등 시대에서는 어울리지 않아 우측통행으로 바뀐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좌우의 구별은 관행에도 있다. 남자 옷은 단추를 오른쪽(안섶)에 달아 왼쪽에서 단추 집으로 채우고, 여자 옷은 왼쪽에 달고 오른쪽에서 채운다. 오른 손잡이에게는 단추가 오른쪽에 있는 것이 훨씬 채우기 편하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과거 남자들은 항상 싸우거나 경계심을 풀지 않아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기, 총기류를 소지하던 이들은 무기를 뽑을 때 오른손으로 무기를 뽑아야 했기 때문에 단추를 오른쪽에 달았다.
그리고 동양철학에서도 기본은 음양오행설이다. 해와 남자는 陽, 달과 여자는 陰이고 세상만사는 음양의 조화인 것이다. 음양에도 서열이 있다. 좌는 양이고, 우는 음이어서 절할 때 남자는 왼손을 위에 올리고, 여자는 오른손을 위에 올린다. 조선시대의 고위관직인 삼사제도에서도 삼정승(三政丞)인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을 두었던 것도 오른쪽과 왼쪽을 형평을 맞추어 우와 좌를 잘 조정해야 하는 통치철학의 기본이었다. 삼정승의 서열은 영의정이 제일 높고 좌의정, 우의정 순이다.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다. 이를 ‘좌상우하(左上右下)’라고 한다. 용상은 북쪽에 있고 임금은 남쪽을 향하여 앉는다. 임금을 기준으로 왼쪽(동쪽) 품계석 쪽은 문반이, 오른쪽(서쪽) 품계석 쪽은 무반이 차지한다. 당연히 문반은 무반보다 더 높은 지위가 된다. 한편 신하나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좌의정이 오른쪽에 있으므로 임금이나 영의정의 결정에 혹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는지(옳을지) 백성이 보는 오른쪽에(옳은 쪽) 있는 좌의정이 다시 한 번 숙고하려는 지혜일 수 있다.
군사편제의 서열에서도 좌와 우는 중요하다. 조선시대에는 왜구와 접촉이 극심한 전라도와 경상도에 한하여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가 상주하는 주진을 각각 두 곳에 설치하였다. 그리고 한양에서 보아 각 도의 서편인 우편을 전담하는 주진을 우수영, 동편 인 좌편을 전담하는 주진을 좌수영이라 하였다. 삼도수군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는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수군(水軍)을 총지휘하는 조선시대의 관직으로 관품은 종2품이다. 지휘 관청과 해군 기지로 삼도수군통제영을 두었다. 하삼도 에 경상좌수영, 경상우수영, 전라좌수영, 전라우수영, 충청수영이 있었다.[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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