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높을수록 계곡은 깊다.
사람들은 우뚝 솟은 산봉우리를 쳐다보지만
노자는 텅 빈 계곡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산 정상을 향해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갈 때
노자는 계곡의 시원한 그늘에서 한가로이 노닌다.
사람들이 산꼭대기에서 호들갑을 떨며
“야호! 야호!” 하고 외칠 때 노자는 계곡의 자궁에 들어앉아
조용히 침묵으로 응답한다.
금강산의 일만이천 봉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무수한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파여 있는 깊은 계곡들 때문이 아니겠는가?
계곡들이 짙은 그늘을 머금은 채 깊이 파이면 파일수록
봉우리들은 더욱더 그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뽐낸다.
하늘을 향해 도도하게 머리를 쳐든 채 우뚝우뚝 불끈불끈 힘자랑 한다.
그러나 그 바닥에는 침묵하는 계곡들이 엎드려 있다.
그늘에 파묻힌 계곡은 자신을 텅 비운 채 천만 년의 기나긴 세월 동안
한결같은 자세로 낮게 낮게 머물러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습은 더욱더 낮아지고 깊이 패여 간다.
그늘 속에서 낮음을 지향하는 것, 이것이 계곡의 미덕이다.
노자는 이러한 계곡의 미덕을 통해 도의 오묘한 모습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비움과 낮춤의 철학 중에서 호수♬
|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한소절 마음에 남기고 갑니다^^
좋은 글 속에 잠시 쉬었다 갑니다 . 감사합니다
양지가 빛나는 것은 가려진 음지가 있기 때문이며, 봉우리의 위용을 드러내기 위해선 더 깊은 계곡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 삶이 더욱 가치 있음을 깨닫기 위해서는 눈물과 아픔을 거쳐왔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