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가게 아저씨 현란한 칼놀림 뎅강뎅강', `된장 고추장 쌈장 쌈 싸먹어
둑우둑 고기도 들었네.' 부전시장에서 족발도 팔고 활어, 말린 생선도 파는
골목. 그림이랄지 만화 같은 초상화 현수막이 천장에서 대롱거리고 현수막
옆으로 재치 있는 글이 매겨져 있다. 이 골목 상인들 얼굴을 익살스럽게 표현
한 김선영 화가 작품이다.
시장 골목 사거리. 전등 모양 조형물이 역시 천정에서 대롱거린다. 조형물
하나 하나에 게나 생선 같은 그림이 보이고 복(福)이니 기(氣) 같은 글자가
보인다. 보기만 해도 복 받을 것 같고 기가 넘칠 것 같다. 부전 복덩어리를
나타낸 손소화 작품이다. 부전시장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기운이 넘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부전시장이 `살아서 펄떡이는' 미술관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2년마다 열리
는 미술잔치인 부산비엔날레 하나인 시장통 비엔날레가 부산 소재 시장에선
유일하게 부전시장에서 열린 것. 시장 곳곳에 미술작품이 걸리고 곳곳에 미술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토요일마다 열리는 부전마켓타운 문화야시장 `얼쑤
난장'과 맞물려 부전시장이 문화시장으로 격을 높인 셈이다.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잔치를 이른다. `진화 속의 삶'
이란 주제를 내건 2010부산비엔날레가 열린 곳은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요트경
기장, 해수욕장, 문화회관과 시내 여기저기 화랑. 그 안에 부전시장이 포함된
것이다. 찾아가는 미술, 대중과 함께하는 비엔날레의 시도라서 그 의미가 각별
하다. 행사기간은 장장 71일. 공식적인 막은 지난 20일 내렸지만 부전시장은
시장상인회가 나서 이달 말까지 열기를 이어간다.
비엔날레답게 내용은 다양하고 신선하다. 천정 등을 이용한 갤러리가 7군데서
선보였고 시장 소리를 녹음하는 손수레가 돌아다녔다. 작품이 전시된 다방에선
작가들이 일주일 동안 직접 다방을 운영하는 다방전이 열렸다. 포장마차 형식
예술포차를 가동해 미술평론가 등이 취중토크 손님으로 출연한 바 있다. 시장
콘텐츠사업단에선 가이드북을 무료로 제공하는가 하면 시장통 비엔날레 기념
티셔츠와 장바구니를 판매했다.
400개가 넘는 소원등이 천장에 달린 `상추골목.' 서울 봉은사 생명의 강 살리
기 행사에 사용했던 등을 재활용한 설치작품이다. `살림'이란 화두로 불을 밝힌
등에 가게 이름과 파는 물건을 적어 넣어 가게의 융성을 기원한다. 소원등을 매단
천은 용산 철거민 참사 장례에 썼던 만장이다. 나규환, 이윤정, 정윤희 등 젊은
화가 열 명이 참여했다.
비엔날레와 겹치면서 `얼쑤 난장'도 탄력을 받는 인상이다. 얼쑤 난장은 올해
5월부터 매주 토요일 부전시장에서 열리는 문화야시장.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 하나다. 예술작품과 공예품을 파는 프리마켓, 다문화장터, 거리공연
등 다양한 문화 볼거리를 즐기고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시장과 거리를 상대로
`수레는 노래를 싣고'도 인기다. 이달 19일부터 사흘간은 시장통영화제가 열린
바 있다.
"시장에 자주 가는 편인데 발전되는 모습이 좋아 보여요." 부전시장 인접한 곳에
있는 부전1동 박미자 주민생활지원담당은 부전시장이 갖고 있는 활력성이랄지
생명성을 높게 평가한다. 기차역과 지하철역이 지척에 있고 서면 유동성을 흡수
하는 거리에 있는 만큼 부전시장은 미래지향적 시장. 문화 마인드까지 겹치면서
문화시장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싶다.
시장 도로변과 골목에 펄럭이는 깃발들. 시장통 비엔날레 깃발과 얼쑤 난장
깃발이 색색으로 펄럭인다. 깃발이 펄럭이면서 덩달아 마음까지 펄럭인다.
깃발도 펄럭이고 바람도 펄럭이고 마음도 펄럭이는 주말 오후. 요 어디에 술 한
잔과 안주 한 점을 파는 `낮술 한 잔' 코너가 있다는데 거기나 들러볼까. 펄럭이는
이 마음, 낮술 한 잔에 다독여볼까.
첫댓글 나중에 복합환승센터가 생기면 어떻게 변할까요?
부전시장에서 요식업 total 컨설팅을 업을 삶고있는 저로서는,
늘 설레이고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으며,
작지만 소박한 사랑을 실천하는 시장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작은 채찍을 가한답니다. ^^
전통시장에 문화를 입히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지요.
상인들 협조도 있어야 하고 된다는 믿음도 있어야 하고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