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동에 짓고 있는 이건희 회장 자택.
‘주간동아’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 측은 베일에 가려진 이건희 회장 자택 신축 계획을 ‘B-PROJECT’로 명명했다.
그동안 별 문제없이 진행돼오던 이 프로젝트는 농심가의 문제 제기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삼성가(家)와 농심가의 한남동 타운 분쟁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지상(紙上)전에 이어 이번에는 공중(空中)전이다.
전선도 인근 주민이 농심가에 합세해 다국적군을 형성, 삼성가를 포위하는 형국이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자택의 불법성을 제기했던 농심 메가마트 신동익 부회장 측은 최근 서울시가 1999년 5월21일 항공 촬영한 사진을 입수, 대(對)삼성 전을 준비하고 있다.
신 부회장 측은 99년 항공사진과 공사가 진행된 후인 2004년 10월20일 촬영한 사진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들어 “신축 중인 이 회장 자택은 불법 건축물”이라고 주장했다.
메가마트 김택교 경영기획실장은 “두 사진과 도면 등을 통해 신축 건물 최고 높이와 지표면 등의 변동 상황을 파악한 결과 이 회장의 신축 건물은 건축 이전에 비해 최소 2.1m의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그동안 삼성 측이 불법 건축물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항공사진을 통해 불법성이 확인된 만큼 공사 중단 등 삼성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심 측은 건축 전문가 등을 통해 확인한 이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농심가와는 별개로 이 회장 측의 자택 건축물 인근 주민이 또 다른 법적 소송을 제기했거나 제기할 예정으로 알려져 삼성 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주민은 이 회장에게 자신의 집을 판 사람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주택에 사는 또 다른 주민도 이 회장에게 서신을 보내 “인간답게 살게 해달라”며 5년여 진행되는 이 회장 자택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삼성 관계자는 “일부 주민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서너 차례 편지를 썼다. 편지를 보낸 직후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씨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차례로 신 부회장 집을 방문, 상황 점검에 나섰다고 한다.
홍 씨와 이 상무는 집을 둘러본 후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신 부회장 측의 주장. 그러나 돌아간 그들은 소식이 없었고, 신 부회장의 한남동 투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월19일 신 부회장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이 회장의 자택 건설을 담당하는 현장 소장이 새벽 6시 신 부회장 집을 방문, 안방에 누워 직접 소음과 진동 정도를 점검하기도 했다.
신 부회장은 2월 말 이사를 결정했다. 김택규 실장은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삼성 측에 “집을 살 의사가 없느냐”는 의견을 전달했는데 삼성 측은 “기다려보라”는 입장을 통보해왔다고 한다. 김 실장은 “집은 팔지만 생존권 투쟁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김시관 sk21@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