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3.11.26.(일)
●장소: 도봉산 낭만길
●날씨: 적당히 푸근한 날
●참석자: 백호기, 박정호, 이경미, 윤창섭, 황의도
등반 전전날(11/24)_호기형집/어쩌다 채봉이 출정식
지난 동문산악회 통합등반 중 호기형이 쓰던 침낭을 줄테니 와서 가져가라 하셔서 마련된 만찬!(기획: 창섭형)
도착해보니 반가운 채봉이도 와있었다. 며칠 뒤 히말라야로 떠난단다(채봉아 건강히 잘 다녀와~!).
만찬이 시작되고 두툼하게 소고기를 써시는 호기형, 어김 없이 '마장동' 시절이 등장한다.
언제 함 꼭 가봐야겠다 마장동! 호기형의 젊은 날의 초상을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모레 추모등반을 앞두고 사고로 잃은 절친과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호기형이 슬링 하나를 꺼내오셨다.
지금은 스며 나오던 혈흔도 희미해졌다며 아쉬워하는 눈빛으로 슬링을 쳐다보신다.
가슴이 뭉클하다.
이야기 내내 여사친이라 표현했지만 형이 술장에서 꺼내온 양주처럼 진한 사랑의 향이 느껴졌다.
등반 전날(11/25)_선인 야영장
호기형표 김치찌게와 잡곡밥을 든든하게 먹고 나는 불광동 수리봉으로, 창섭형은 집으로 향했다.
바름인이 된 후 오랜만에 찾은 수리봉에서 친정집 같은 적벽산악회 악우들과 운동하고 송년회에 참석했다.
어디 바람피우다 이제야 나타났냐며 핀잔을 주지만 이내 반갑게 맞아 준다.
6시경 송년회를 빠져나와 창섭형에게 전화하니 30킬로 이상의 배낭을 맨 숨소리가 들려왔다.
선인 야영장에 도착하니 형이 추위와 배고품에 떨고 있었다.
술이 바닥나고 9시반이 넘어서야 호기형이 도착했다.
나는 창섭형이 구입해 처음 개시한 텐트안에서 호기형 침낭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호기형은 동석형에게 받은 침낭커버속으로...산꾼들의 정이 돌고 돌아 겨울초입의 싸늘함을 데운다.
등반 당일(11/26)
아침 10시에 정호형이 야영장으로 합류하기로 하여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장비를 챙겼다.
짝궁 경미 누나도 함께 오셨다. 분위기가 살아났다.
호기형은 어제 일마치고 부랴부랴 집에 들러 지하철로 오시느라 안전밸트를 두고 오셨다.
전화 한통화에 특수구조대 박대장님이 나타나셨다. 신통방통!
호기형이 "벨트만 줘!" 하셨지만
대장님은 "이제 확보줄도 쓰셔야해요!" 하신다. 곧 환갑을 앞 둔 호기형이 씁쓸한 듯 김빠진 웃음을 짓는다.
(형은 아침내내 어제 쓰고왔다는 빨간 모자도 찾았지만 결국 등반이 끝나고 침낭속에서 발견!. 천하의 호기형도 세월을...)
등산학교 교육장을 지나
낭만길 초입에 도착하여 장비 착용!
형들이 자일 한 동이면 된다고 일주일 전부터 그렇게 노래를 불렀다던데...,
창섭형은 무슨 생각으로(?) 두 동은 필요하다며 호기형집에서 한 동을 빌려 나에게 맡겼다.
(하강에서라도 쓰이겠지 하고 기대했지만 줄곧 내 등판에서.....자일호강ㅜㅜ)
출발 전 호기형이 누나를 위해 심었다는 나무를 보여줬다.
자목련과 인수봉 전망 좋은 곳에서 옮겨 심은 진달래라 했다.
애틋하다.
추억을 나무로 심던 삽자루는 썩어 이미 흙으로 돌아갔지만
낭만의 시간은 해마다 꽃이 되어 피어났으리...
진달래가 피는 계절 다시 오고 싶다.
오전 11:00 드디어 등반 시작
왕년에는 프리솔로 다니던 길이라고 하시는 정호형이 경미 누나를 호위하며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에 힘이 빠져 선등을 호기형에게 양보하셨지만 두 분 모두 릿지화로 사뿐사뿐 오르신다.
나도 완력을 밑고 챙겨온 암벽화를 허리춤에 매달고 뒤따라 올랐다.
말구로 올라오던 창섭형은 홀로 남아 외롭고 발이 시렸는지 중간에 호기형 뒤를 바로 따라 나섰다.
만장봉 정상에 오르니 아직도 따뜻하게 비춰주는 햇빛이 고맙다.
낭만의 뷰 맛집답게 경치가 일품이다.
그러나 이번 등반의 완성은 오르는 중에 호기형이 남긴 글에 있었다!
가자 낭만길로
추억은 가까이 있는데
시간은 멀어저만 가고
의미있는 아련함은
겨울 낭만길의 손시려움을 잊게하다
사랑만한 우정을 찾아
겨울 낭만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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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가슴이 잃어버린것에 대하여
.......
............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가슴에 다시 못올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이 멋진 남자를 두고 누나는 왜 그리 서둘러 가셨는지.....
형은 운명이라 담담하게 말했다.
하산 후 뒷풀이에서 호기형은 평소 마시지 않던 막걸리를 주문했다.
누나가 막걸리를 즐거 마셨나? 근거 없는 뇌피셜...ㅎ
돌이켜보니 사랑만한 우정도, 우정만한 사랑도 없는 내 인생은....꽝이다.
나의 낭만은.....바름 어리바리 형제의 브로맨스에서 쫑이 나려나... ㅜㅜ
창섭형, 칼국수랑 파전 등 잘 먹었어요! 자일 건은 젓가락 놓으며 용서했어요~^^
첫댓글 자일하중훈련하느라 고생했어~~^^
그런 깊은 뜻이 있었던 거로 !ㅎㅎ
행복한 등반이었네요!! 내년이맘땐 꼭 같이 하고픈 낭만입니다.
그래 다음에 꼭 함께 가자~
릿지 등반도 재미가 쏠쏠하네!!
오빠 책 많이읽죠? 너무 재미있게 잘봤습니다~~ㅎㅎ
노노 ! 책은 머리맡 수면제용으로^^
재미있게 읽어줬다니 고마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