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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열린 포괄수가제 공청회에는 임대빈 대한당뇨인총연합회장(왼쪽 첫 번째)과 조광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 연합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토론자로 참석,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해서는 안된다는 입장과 함께 충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해 줄 것을 당부했다.ⓒ의협신문 송성철 |
환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포괄수가제 당연적용으로 의료의 질 하락과 새로운 의료기술을 적용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며 환자에게 제도를 선택할 권리를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불제도를 크게 변화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의료소비자를 빼고 제도를 추진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임대빈 대한당뇨인총연합회장은 26일 선한봉사센터와 대한개원의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포괄수가제 공청회'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은 지금까지는 적용기관이나 추가 검사·치료에 대한 선택권이 있었으나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선택권을 제한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포괄수가제는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환자의 선택권을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포괄수가제가 국민을 위한 제도라면 큰 의료제도 변화에 앞서 충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더라면 의료계의 수술 거부 선언이라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대국민 설문조사와 홍보를 통해 새로운 제도 변화에 따른 국민의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함에도 아직도 포괄수가제가 어떤 제도인지 모르는 국민이 다수"라며 "제도 도입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광호 교육과 학교를 위한 학부모연합 대표는 합의안 도출에 무게를 실었다. 조 대표는 "정부는 재정절감에만 목적을 두지 말고, 재정안정화에 필요한 미지급금이나 적정한 국고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재원조달 방안을 주문했다. "이왕에 시행하려면 전의료계가 수긍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밝힌 조 대표는 "단점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서 충돌의 최소화하고,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수가제 논의에서 지불제도와 직접 관련이 있는 의료소비자(환자)가 제외됐다는 비판에 무게가 실렸다.
임금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공청회 주제발표를 통해 "포괄수가제 논의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의료소비자(환자)가 제외됐다"며 "제 3자인 정부와 보험자 또는 NGO가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견해를 대신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개별 의사결정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 보다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두는 것이 될 것"이라며 "이래야 포괄수가제와 관련된 논쟁을 효율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위원은 "당장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줄어들지만, 외래로의 전가와 급여로 포함된 비급여 항목으로 인해 보험재정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본인부담이 줄어들고,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결국 가입자인 국민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론계를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암환자의 본인부담률이 5%로 낮아지면서 빅 5로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무너지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끄집어냈다. "내년에 포괄수가제가 대형병원으로 확대되면 일부 대형 전문병원으로 급속히 환자가 쏠려 지역의료기관의 이용률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 김 전문기자는 "포괄수가제 시행으로 본인부담이 낮아지면 의료전달체계의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문기자는 "보건복지부가 의협을 자극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싸움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한 뒤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논란은 내년 7월 병원계가 참여하는 순간에 핫이슈로 불거질 것"이라면서 내년 7월 포괄수가제의 종합병원 확대를 둘러싼 혼란을 예측했다.
정부측을 대표해 토론에 나선 박민수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서 가입자에게 수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해도 행위량이 마구 늘어나지 않으므로 보험료 더 내도 안심해도 된다는 시그널을 주고 싶었고, 공급자에게는 적정수가가 정책목표 아젠다로 설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정부는 단기적으로 수가수준 적정화를 위한 수가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주기적이고 객관적인 수가 적정화를 위한 수가조정 원칙·방법·주기·절차 등 조정기전을 규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박 과장은 "의료계 주도로 중증도·치료 다양성·의학발전 등을 고려해 7개 질병군의 환자분류체계 개선안과 급여 적정성 평가방안을 마련해 시범적용할 계획"이라며 "포괄수가협의체를 통해 쟁점을 토론하고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과장은 이날 7개 DRG와 관련돼 있는 4개과 개원의사회와 학회가 참여하는 포괄수가논의체를 구성, 임상 현장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도출하고,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토론에 참석한 민응기 동국의대 교수(동국대일산병원 산부인과)는 "여성에게 가장 소중한 장기인 난소는 모양·형태·조직성질 등이 수십 종류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고, 수술 난이도·변이도도 큼에도 이에 대한 모든 수술을 자궁부속기로 분류해 오직 동일한 수가만을 적용하고 있다"며 "제대로 의견 수렴을 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안과의사회를 대표해 참석한 김봉균 총무이사는 "정부는 포괄수가제의 장점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단점까지 낱낱이 공개해 국민이 제대로 알도록 해야 한다"면서 "현행 포괄수가 수준에서는 안과의사들이 백내장 수술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수술 거부가 아니라 수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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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성 선한봉사센터 이사장이 포괄수가제 시행시기를 1년 뒤로 늦추는 내용을 담은 대정부 건의문 낭독하고 있다. 포괄수가제 공청회를 공동으로 연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옆)이 건의문을 살펴보고 있다.ⓒ의협신문 송성철 |
방청객들의 질의 공세도 이어졌다.
이상률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기획위원장은 "포괄수가제를 준비하면서 마취부분에는 생각이 못미치는 것 같다.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는 순간 개원가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마취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명진 의료윤리연구회장은 "환자를 빨리 퇴원시킬수록 더 많은 환자를 치료할 수 있고, 병원의 수익도 높아지는 포괄수가제는 환자들의 적절한 통증 조절과 상처회복의 기간을 박탈해 버린다"면서 "정부가 의사와 병원들에게 아픈 환자를 조기에 퇴원시키거나 싼 약과 싼 의료소모품을 사용토록 강요하는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선한봉사센터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제도 시행을 1년 늦춰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정부와 의료계는 머리를 맞대고 심도 있는 논의를 다시 시작해 달라"고 밝힌 이들 단체는 "개원의 만이 아닌 전 의료계가 따를 수 있도록 시행시기와 대상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과 의료계 모두가 수긍하고 따를 수 있도록 제도 선택권을 부여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들 두 단체는 건의문을 청와대·국회·보건복지부·언론계에 전달키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