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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기간 : 3년 5개월(2020년 2월 ~ 2023년 6월), 인강(3년) + 실강(5개월)
베이스 : 비법대, 법학 관련 전공X
[2023 성적표]
들어가며
제 공부 기간은 3년 5개월입니다. 공부 기간이 길었던 편이고 그에 비해 고득점은 아닌지라 사실 공부 방법에 대해서라면 저보다 짧은 기간 내에 합격하신 분들의 수기를 참고하시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요😂 다만 이런 사람도 있다는 것이, 재시에 떨어지고 새벽에 깨서 머리를 쥐어 뜯던,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그 시간들을 지금 보내고 계실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때론 악착같이 버텨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이 시험을 준비하며 배웠습니다.
패인 점검
제가 재시에도 실패했던 원인은 건강관리 실패와 잘못된 형사법 공부 방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초시에 불합격한 후 많이 아팠습니다. 10개월 동안 병원만 다녔습니다. 비법대생이 1년 만에 붙은 케이스만 반복해서 보다가, 그게 나에게도 가능한 일이어야 한다고 집착했던 것이 패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열려있는 일이고 이미 충분한 선례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스스로에게 한 번이라도 해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1년 동안 건강도 사람도 다 내팽개치고 공부에만 몰두했습니다. 힘들면 공부가 충분히 된 거라 생각했고 쉬면 인생이 끝장날 것처럼 불안해했습니다. 그 순간들을 바로잡지 못한 채 시험만 보고 달려갔고, 불합격하고 나니 그때부터 건강문제가 후폭풍이 되었던 것 같아요. 처음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휴식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공부 중간중간의 휴식을 너무 간과하는 것도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시험이 끝나고 결과가 어떻든 다음 도전을 하기 전까지 여행을 한 번 다녀오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실패감에 빠져서 여행이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이 결국 그 힘든 기간을 빨리 회복하지 못했던 원인이 됐던 것 같습니다.
형사법 공부는 제가 처음에 듣던 선생님 강의를 다른 분 강의로 바꾸기 겁냈던 것이 결국 크게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첫해엔 법원직 강의를 하셨지만 두 번째 시험 때는 국가직 강의만 하셨거든요. 그런데 첫해에 유일하게 80점대를 받은 과목이 형법이었던지라 두 번째 시험에서 다른 선생님 강의로 옮기기가 겁났습니다. 내용 이해도 완전하지 않은데 잘 모르는 선생님으로 바꾸는 게 정말 중요할까, 단순히 내 문제를 강사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닐까 주저했습니다. 이때까지도 저는 법원직 수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법원직 형사법과 국가직 형사법이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재시 때 형법, 형사소송법을 죄다 국가직 수업을 들었던 것이 결국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이해 대비 점수는 좋지 않았던 이유였던 것 같아요. 이건 이번에 법원직 형사법을 들으면서 알았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법원직 형사법은 그 시험 유형이 국가직과 다릅니다. 단순히 국가직 문제집을 보면서 ‘아, 이런 건 법원직에는 안 나오니까 빼고 보면 되겠지.’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법원직에서는 못 맞히는 게 이상할 만큼 되풀이 돼서 나오는데 국가직에서는 한 두 문제 참고용으로만 나오고 넘어가는 파트도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같은 이유로 고민하고 계신 분이 계신다면 결정하시는 데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2022.08. ~ 2023.01]
이번 시험에서는 지난 시험의 패인을 점검하고 ‘약점부터 보완’하면서 공부를 시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2022년 8월부터 기출문제 교재 출간 전까지는 업로드 되는 복습 테스트 자료와 지난 시험에 봤던 자료들을 활용해서 약한 과목을 보완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이때 기본 강의를 전부 다 듣지는 않았고, 정말 필요한 과목의 약한 파트만 반복해 들으면서 ‘못하는 파트가 없도록’ 하려고 애썼습니다. 기출 교재 출간 이후부터는 법 과목과 한국사를 일주일에 1~3회씩 배치하고 모의고사 진도 전에 다 보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저는 진도별 모의고사 단계에서 실강에 등록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그전까지 기출문제를 2번 풀고 약한 파트를 확실하게 다잡아놓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단계가 잘 끝났기 때문에 2월부터는 고생을 많이 안 했다고 생각합니다. 2월에 모의고사 진도에 들어가고부터는 과목별로 고르게, 규칙적으로 공부했습니다. - 국어, 영어의 경우는 수업에 빠지지 않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
과목별 공부법 [2023.02.~2023.06.]
과목별 공부법은 2023년 시험을 대비하며 실강(5개월)을 들으면서 느낀 점 위주로 작성했습니다. 인강은 3년 들었는데 3년을 한결같이 공부하지는 못했고 남들보다 오래 걸렸던 케이스라, 더 짧은 기간 내에 합격하신 분들의 수기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국어(구정민T)- 초시 때는 매일 문학 3지문, 비문학 3지문씩 풀었지만 재시 때는 그마저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국어에 베이스가 있던 반면 법 과목이 너무 약했기 때문에 어학에 투자하는 시간을 최소한만 가지려고 했습니다. 이번 시험에서도 실강을 들었던 마지막 5개월 동안 국어 수업을 빠지지 않은 것이 국어공부의 최대치였던 것 같아요. 수업은 빠짐없이 다 들었습니다!
영어(손진숙T)- 영어도 인강을 따로 듣지는 않았고 하루 1시간씩만 확보해서 문제를 풀고 단어를 외웠습니다. 수능 쪽 교재들을 주로 풀었습니다. 마지막 5개월 간 실강을 들을 때 손진숙 선생님 수업을 처음 들었는데, 수업이 저랑 잘 맞아서 감각을 살리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5, 6월에 마무리 정리를 하는 단계에서도 모의고사 형식으로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었는데, 실제 시험까지 페이스를 맞추는 데에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도 빼먹은 강의 없이 다 챙겨 들었습니다.
한국사(최진우T)- 수업 시간에 웬만한 암기를 다 끝낼 수 있도록 계속 소리 내서 반복 암기하게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수업 시간 외에 따로 공부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한국사가 암기할 게 쌓여서 고민이었는데 이번 시험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험 유형이 다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많이 강조하셨는데, 실제로도 이번 한국사 시험이 그런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헌법(유시완T)- 헌법은 원래 제가 유독 어려워했던 과목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들인 과목이기도 하고, 수업 시간에 가장 질문을 많이 한 과목이기도 합니다. 인강을 듣는 동안 유시완 선생님 기출 교재를 샀는데요, 책을 딱 보는 순간 너무 두꺼워서 겁을 먹고 작년에 들었던 문태환 선생님 교재를 먼저 풀었어요.. 근데 모의고사 시작되고 보니 유시완 선생님 교재가 모의고사에 더 가까워서 그 책도 다 봤습니다. 두 권을 두 번씩 풀었고, 늘 헷갈리고 외우기 힘든 사항들은 질문도 많이 했습니다. 유시완 선생님께서는 질문이 있을 때마다 그와 비슷한데 다른 결론이라 헷갈리는 판례를 묶어서 설명해주셨고 그게 저한테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헌법이 약해서 다른 과목에 투자할 시간을 많이 끌어다 썼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제일 걱정했던 과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좋았습니다.
민법(황보수정T)- 사실 이번 시험에서 가장 아쉬웠던 과목입니다... 수업도 빠짐없이 들었고 관련 기관 시험문제들도 많이 접했고 쪽지 시험도 다 참여했지만, 작년에 민법보다 점수가 안 나온 과목들이 많았던 터라 급한 불 끄는 데에 복습 시간을 너무 많이 썼던 것이 점수가 더 떨어진 이유 같아요. 선생님 수업을 좋아했는데 점수가 나약해서 공부 방법을 언급하기가 조심스럽습니다. 들어가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민사소송법(김춘환T)- 민사소송법은 제가 이상하게 기복이 많았습니다. 4월까지 정말 잘했었는데(?) 5월부터 점수가 이상하게 떨어진다 싶더니 시험 당일에 1, 2, 3번을 연달아 못 풀면서 멘붕이 왔습니다. 민사소송법은 기출문제집(or OX문제집)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높은 점수대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시험 준비 막바지로 가면서 다른 과목에 집중하느라 민소법 문제를 덜 보게 된 것이 내내 아쉽습니다.
형법(정주형T)-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법원직 형법을 들어야겠다 싶어서 이번에 처음으로 새로운 선생님 수업으로 옮겼습니다. 정주형 선생님은 수업 중간중간 법원직은 이것만 해도 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진짜 이것만 봐도 되나, 이게 되나 싶었는데 시험까지 딱 그렇게만 나왔어요. 여태 더 많이 공부하고 점수가 형편없었던 게 허탈했지만 이번 점수가 좋아서 다 괜찮습니다. 형법은 딱 하라고 하신 것만 했습니다. 기출문제집도 모의고사 대비하면서 1~2번 더 본 것이 전부라, 시간 투자가 많지 않았음에도 고득점한 과목입니다. ‘법원직은 법원직 강의를 들어야 한다’고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제 얘기라... 기억에 남았습니다.
형사소송법(이지민T)- 헌법과 더불어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과목이었습니다. 이지민 선생님은 “내 강의 아니어도 되니 제발 법원직 강의를 들어라” 하셨는데, 저는 선생님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일단 문제집이 얇아서 진짜 너무 행복했어요... 특별한 방법 없이 기출문제집 여러 번 보고 오엑스도 여러 번 봤습니다. 콤팩트한데 거의 거기서 벗어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시간별 공부법
실강을 들으면서부터는 요일별 시간표와 출석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시간 맞춰 도착해서 아침 자습을 하고 해당 요일의 수업을 준비했습니다. 오전 수업, 오후 수업, 저녁 자습 패턴은 인강으로 공부할 때도 똑같았는데,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공부하다 보니 그 패턴이 훨씬 잘 지켜졌습니다. 혼자서도 컨트롤이 잘될 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저는 재시 때 좀 해이해졌던 터라 이번에 면학 분위기 덕을 많이 봤습니다. 집 가고 싶어도 다들 공부하는 걸 보면 같이 껴서 좀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랬어요.
마치며
저는 사실 2020년, 2021년에 올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성공적인 결과가 올해 나온 걸 보면 노력하는 때와 보상받는 때가 다른 경우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속상한 결과를 받아 들고 내 노력이 참 부질없었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 악착같던 노력들은 부질없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번 시험 결과에 속상하신 분들께서 너무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원에서 함께 공부하시던 분들께 크고 작은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모르는 걸 여쭤봐도 친절하게 도와주시고, 힘들 때 위로도 받고 감사한 일이 많았어요. 일일이 감사 인사를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언제가 됐든 어디에서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직 덥습니다. 모두들 건강 잘 챙기시고 수험생활 무탈하게 마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첫댓글 <악착같이 버텨내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이 시험을 준비하며 배웠습니다>
너무 공감되는 말!
샘이 수업시간에 말했듯 시험에 떨어지고 그래도 민법은 잘봤어요 보다
시험에 합격하고 들어가서 열심히 할게요가 정말 듣기 좋다고…
걸었고 또 걸었고.. 좀 힘들게 온것 같아도 이 경험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더 빛나게 해줄거야! 정말 정말 고생 많았다.
아무튼! 합격!<아무튼시리즈같네>
합격 축하한다!!! 이제 꽃길만..
구구절절 고생하고 노력한 것이 묻어 나옵니다. 본인의 잘못된 학습법이 있었음을 솔직히 말해주어 고맙습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조금더 빠른 시간에 합격할 수 있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참고생많았습니다. 합격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