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4일~2012년 7월 9일 (세계일주여행 523~529일차)
학교 여름 방학이 시작된 후 필리핀 비자야스(Visayas – 필리핀 중남부의 섬들이 모여있는 지역 이름) 지방의 네그로스(Negros) 섬 최남단에 있는 두마게테(Dumeguete)로 스쿠바 다이빙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바다거북이와 고래상어까지 볼 수 있는 지역이라는 평가에 잔뜩 기대를 하고 갔지요.
클락에서 두마게테로 가려면 마닐라까지 가서 비행기를 타거나 아니면 세부로 날아가서 세부에서 육로나 비행기로 넘어가야 합니다. 저는 클락에서 세부 / 세부-두마게테를 비행기로 이동했습니다. 물론 미리미리 끊어놓은 티켓 덕분에 아주 싸게 갔다 왔지요. 제가 저가항공사(필리핀 국내에서는 주로 ‘세부퍼시픽항공’)로 싸게 갔다 왔다고 하면 도대체 얼마나 싼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보통 왕복 5만원이 넘지 않습니다. (세금포함)
클락에서 세부로 가는 비행기는 밤 늦게 있어서 세부에서 다음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두마게테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하루 묵어야 했습니다. 세부 막탄 공항근처의 지저분한 시간제 모텔에서 하루 잤습니다. 가격에 비해 무척 더러워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그냥 공항에서 지샐걸 그랬습니다.
아침 일찍 두마게테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4열 좌석이 있는 쌍발기네요. 오랜만에 타보는 작은 비행기 입니다. 비행기는 보홀(Bohol) 상공을 날아 40분만에 두마게테에 도착합니다.
미리 예약해 놓은 해롤드 맨션(Harold Mansion)으로 트라이시클을 타고 찾아갔습니다. 예전 같으면 무조건 깎거나 지프니를 탔을텐데, 흥정도 없이 선뜻 100페소를 주고 내렸습니다. 역시 럭셔리 여행모드입니다.
해롤드 맨션은 두마게테 중심부의 역사가 100년도 넘는 실리만대학(Siliman University – 마닐라 이외의 지역에 세워진 최초의 대학) 근처에 있습니다. 이 작은 도시는 대학도시로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해롤드 맨션은 여행과 다이빙을 무척 좋아하는 필리핀인인 해롤드씨가 10여년 전에 세운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필리핀의 여느 도시와 다르게 여기는 진정한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여행자에게 알맞은 작고 기본적인 방, 각층의 Wife, 옥상의 시원한 휴식공간(해먹, 당구대, 소파 등등) 등 모두 여행자의 지갑사정과 취향에 맞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랜만에 자그마한 옥탑 선풍기방에 묵어봅니다. 정말 기본중의 기본이죠. 350페소밖에 안하니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4박 5일간 머무를 예정이지만, 내일부터 3일간은 스쿠바 다이빙에 올인하고 마지막 날은 시내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날 다이빙은 할 수 없습니다. (기압문제로 비행 하루 전에는 다이빙을 할 수 없습니다) 해롤드 맨션 1층에는 해롤드 다이빙샾이 있습니다. 다이빙비가 무척 저렴합니다. 1회 다이빙에 장비 대여까지 1100페소 정도입니다. 문제는 지금이 비수기라 다이버들이 많이 없다는 건데요. 제가 가고 싶어하는 수밀론 & 오슬롭(Sumilon & Oslob), 그리고 아포섬(Apo Island)은 최소 4명 이상은 되어야 갈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도착한 시점에서는 예약자가 하나도 없어서 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첫째 날 다이빙 : 다우인(Dauin)
아무튼 첫째날은 다이빙 가이드와 저 혼자 이렇게 단 둘이서 두마게테 남쪽으로 30km 정도 떨어져 있는 다우인(Dauin)으로 다이빙을 떠났습니다.
보트 다이빙이 아니라 해변에서 걸어들어가는 해변 다이빙이어서 별 것 없는 곳으로 데려온 것 아닌가 좀 불만도 살짝 들려고 했지만 첫 다이빙을 하고 나온 소감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이제까지 많지는 않지만 대략 40회 정도 다이빙을 하는 동안 이렇게 많고 다양한 작은 해양 생물들(Micro Organisms)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3번의 다이빙 동안 수없이 많은 라이온 피쉬, 스콜피온 피쉬, 프로그 피쉬, 레졸(Razor) 피쉬, 넙치, 잭피쉬, 고스트 파이프, 리본 파이 심지어 참치 2마리도 보았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이름을 잘 알지 못하고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쓸 수는 없지만 정말 수없이 많은 생물들을 보았습니다. 정말 버라이어티한 다이빙이었네요. 이번 3일간의 다이빙에서 어쩌면 가장 좋았던 다이빙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둘째 날 다이빙 : 오슬롭의 고래상어와 수밀론 섬(Oslob & Sumiron)
첫날 다이빙을 마치고 보니 다행히 수밀론 투어를 신청한 3명이 있었습니다. 둘째날 이들과 함께 배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수밀론 섬으로 투어를 떠났습니다. 다이빙 가이드는 Leanne이라는 영국인 여자였네요. 해롤드 맨션에서 최근에 건조했다고 하는 럭셔리하고 엄청 큰 방카보트입니다. 정말 편안~하더군요.
오슬롭은 고래상어로 유명합니다. 사실 이 곳은 세부섬(Cebu) 남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두마게테는 네그로스섬(Negros)에 있지만 두마게타와 세부섬 남단은 아주 가까이 해협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습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출몰하는 고래상어에게 먹이를 주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고래상어들이 모여들어 이제는 관광 상품이 되었다는군요. 돈솔(Donsol)과는 다르게 이곳에서는 다이빙으로 고래상어를 관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도착하니 아침부터 고래상어를 보려는 스노클러들이 많이 바다 위에 떠 있습니다. 바다 위에는 1인용 방카보트를 탄 지킴이들이 사람들이 고래상어를 만지거나 해를 입히지 않는지 감시도 하고, 입장료도 징수합니다. 오늘은 고래상어가 8마리 출몰했다고 전해왔습니다.
드디어 입수!! 입수하자마자 중간 크기(5m 정도)의 고래상어 두 마리가 유유히 수면근처에서 헤엄치는 것이 보입니다!!
총 몇 마리를 보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기억하는 건 한번에 5마리가 모여있는 지점이 있었다는 겁니다. 가장 큰 건 8m 정도 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마리가 저를 향해 헤엄쳐 왔습니다!! 사실 고래상어가 무척 신사이고 온순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 큰 녀석이, 게다가 입이 바로 제 앞 1m까지 접근했을 때는 죽어라 도망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녀석을 터치하면 벌금이 매겨진다고 하니 더 그랬죠.
하지만 한번은 한 녀석이 제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제 뒤에서 접근해서 꼬리 부분으로 저를 툭! 치고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제가 안 건드렸습니다. 그 녀석이 저를 건드렸죠.
1시간 가량 정말 원도 없이 고래상어와 놀고, 돈솔에서의 아쉬움을 다 씻었습니다. 어제는 마이크로 다이빙, 오늘은 매크로 중의 매크로 다이빙이네요.
두 번째와 세 번째 다이빙은 수밀론 섬에서 했습니다. 산호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제까지 본 산호들 중 가장 건강한 산호들이었습니다. 그것 말고는 크게 기억 남는 점은 없네요.
(사진을 보내주신 Leanne~ 고마워요~)
셋째 날 다이빙 : 아포 섬(Apo Island)
다우인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아포섬은 정말 건강하고 다양한 산호와 바다거북이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자그마치 15명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갔습니다. 이틀 전만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어디서 온 사람들인지 모르겠네요.
셋째 날 3번의 동안 바다거북이는 3~4마리 보았고 한번은 10분 넘게 함께 헤엄을 쳤습니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 바다거북이와 함께 한 다이빙이었습니다.
이로써 3일간 매일 3번씩 9번의 다이빙을 마쳤습니다. 이번 두마게테 다이빙 여행은 정말 알차고 다양했던 것 같습니다. 첫날 다우인에서 본 다양한 해양생물들, 둘째 날 오슬롭에서의 고래상어, 셋째 날 아포섬에서의 바다거북이…. 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한 다이빙이었습니다. 다이버들에게는 두마게테 강추입니다!!
마지막 날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시내 구경에 나섰습니다. 최근에 생겼다는 로빈손 쇼핑몰에서 스파이더맨도 보고, 한국 식당에서 점심과 저녁도 먹었습니다. 대학도시라 그런지 학생들도 많이 와 있고 선교사를 비롯한 한국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제가 묵고 있던 해롤드 맨션 바로 맞은편에 한국 식품점도 있었습니다. 나름 놀라운 일이죠.
사실 이번 여행에 우리 전군이 함께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같이 못 와서 좀 아쉬웠습니다만 오랜만에 혼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다 돌아온 느낌입니다. 왠지 다음에 한번 더 올 것만 같은 곳이네요.
첫댓글 그렇게 큰 고래가 옆에 있는데 무섭지 않던가요?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못 할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