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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안젤로 아넬리의 오페라 <마르칸토니오 경>
대본 조반나 루피니
초연 1843년 파리 이탈리앙 극장
배경 19세기 중반 로마 돈 파스콸레의 저택과 정원, 노리나의 방
<2010.11.13. 뉴욕 메트 공연 / 142분 / 한글자막>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합창단 연주 / 제임스 레바인 지휘 / 오토 솅크 연출
돈 파스콸레...........돈 많은 독신 노인..................................존 델 카를로(베이스, 바소 부포)
말라테스타 박사.....돈 파스콸레의 친구인 의사......................마리우츠 크비치엔(바리톤)
에르네스토............돈 파스콸레의 조카................................메튜 폴렌자니(테너)
노리나..................미모의 젊은 미망인. 말라테스타의 동생.....안나 네트렙코(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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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 <DVD 내지 해설 / 장-클로드 포예 / 박제성 번역>
나이 들고 독신인 돈 파스콸레는 부유하고 검소한 남자로서 조카인 에르네스토를 수지타산이 맞게 결혼을 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에르네스토는 젊고 매력적인 미망인인 노리나와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에 삼촌이 제안한 수많은 결혼 상대자들을 모두 거절했다. 완강하게 버티는 에르네스토에게 지친 돈 파스콸레는 자신이 직접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이 신뢰하는 의사인 말라테스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제1막
돈 파스콸레는 이상적인 신부감을 찾아달라고 보냈던 말라테스타가 돌아오기를 인내심 있게 기다린다. 의사인 말라테스타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온다 - 그는 최고의 여자를 찾은 것이다. 그가 말하길 그녀는 아름답고 젊으며 천진난만할 뿐만 아니라 현명하고 유순하다고 자랑한다. 그녀는 자신의 여동생인 소프로니아로서 돈 파스콸레와의 결혼을 의논하고자 그날 밤 수녀원을 떠나 여기에 와있다고 말한 것이다. 늙고 독신인 파스콸레는 자신의 귀를 믿지 못한 채 의사가 나가자마자 날뛸 듯이 기뻐한다.
그는 조카인 에르네스토를 불러 마지막으로 자신이 아는 젊고 부유한 여자와 결혼하라고 종용한다. 또 다시 제안을 거절당하자 그는 말라테스타의 여동생과 급히 결혼하겠다고 발표한다. 의사를 진정한 친구로 믿었던 에르네스토는 이내 절망에 빠진다.
노리나 역시 말라테스타의 도착을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고 있는데, 하인이 편지 한 통을 가지고 온다. 에르네스토의 편지로서 최근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돈 파스콸레의 임박한 결혼과 조카의 상속권을 박탈한다는 내용이 적혀있고, 결국 에르네스토는 절망한 나머지 유럽을 떠나겠다고 한다. 다행히 말라테스타가 도착하고, 그는 불쌍한 노리나를 안심시킨다 : 돈 파스콸레와 의사의 여동생을 결혼시키고자 하는 이 모든 계획은 늙은 구두쇠를 골탕 먹이기 위한 것이다. 에르네스토는 이 사실을 아직 모르기에 당황하겠지만, 그의 두려움은 곧 가라앉을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계획이다. 노리나는 소프로니아인 양 행세하고 말라테스타의 사촌이 공증인을 맡아 잘못된 결혼 계약을 맺으며, 결국 돈 파스콸레는 자비를 구할 것이다. 두 사람은 앞으로 펼칠 연극을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제2막
에르네스토는 영원히 로마를 떠나려고 준비하며 자신의 슬픔과 노리나에 대한 확고한 사랑을 표현한다.
돈 파스콸레는 시종들에게 말라테스타의 여동생을 처음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하라고 명령을 내린다. 베일을 쓰고 있는 노리나가 의사와 함께 도착한다.
돈 파스콸레는 요리하고 집안일을 하며 자수를 놓는 것이 자신의 전부라고 말하는 예의 바르고 부끄러워하는 젊은 여인(=소프로니아=노리나)에게 푹 빠져버린다. 그녀가 베일을 벗자 그는 완전히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녀가 결혼을 승낙하자 돈 파스콸레는 기뻐하며 그 자리에서 공증인을 부른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했던 말라테스타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대기시켜놓은 공증인을 불러 결혼 서약서를 작성하게끔 한다.
에르네스토가 화가 나서 들어오지만 말라테스타에게 재빠르게 사정을 들은 뒤 증인으로서 연기하는데 동의하지만, 아직 전적으로 안심한 것은 아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자마자 공증인은 떠나버렸고, 젊은 신부의 성격은 급작스럽게 돌변한다. 그녀는 남편을 밀쳐버린 다음 그의 권위에 이의를 제기하며 젊은 에르네스토를 자신의 호위자로 삼는다.
돈 파스콸레는 완전히 혼비백산하고 에르네스토는 결국 계략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소프로니아는 점점 더 낭비벽으로 가득 찬 주문을 계속 한다. 돈 파스콸레는 분노로 폭발해버리고, 말라테스타는 놀란 척하며, 에르네스토와 노리나는 은밀히 기쁨을 표현한다.
제3막
돈 파스콸레는 노발대발하며 극장에 가려는 노리나를 제지하고자 한다. 싸우던 도중 젊은 부인은 남편의 따귀를 때리고 돈 파스콸레는 결혼을 한 것 자체를 완전히 후회한다. 노리나는 정도가 지나친 것을 조금 후회하고 늙은 구두쇠는 본때를 보여준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떠나기 전 노리나는 실수인 것처럼 종이 한 장을 떨어뜨린다. 이것은 에르네스토가 그날 밤 정원에서 만나자는 글이 적힌 종이였다. 돈 파스콸레는 말라테스타를 불러 도움을 청하고 시종들은 집안에 일어난 분란에 대해 떠들어댄다.
달빛 찬란한 밀회의 순간에 그들을 덮치자는 계획을 세운 돈 파스콸레를 도와주기 위해 말라테스타가 도착하고, 돈 파스콸레는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한 번에, 그리고 영원히 끝내버리고자 한다.
돈 파스콸레의 정원에서 에르네스토가 노리나의 주의를 끌기 위해 세레나데를 부른다. 그녀가 나타나 함께 우아한 2중창을 부른다.
갑자기 돈 파스콸레와 의사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에르네스토는 도망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노리나는 그들과 대면하게 된다. 말라테스타가 돈 파스콸레를 멋지게 속이는 유쾌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돈 파스콸레는 부담스러운 소프로니아를 내쫓기 위해 자신의 조카와 노리나가 결혼하도록 허락해버린 것이다.
에르네스토가 다시 등장하고 노리나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말라테스타는 자신들의 속임수를 설명한다. 오페라는 훈훈한 유머가 넘치는 분위기로 결말에 다다르고, 돈 파스콸레는 모두를 용서하며 젊은 연인들의 결혼을 축복한다.
=== 프로덕션 노트 === <DVD 내지 해설 / James Kuslan / 박제성 번역>
코믹한 자유분방함과 감미로운 노래
<돈 파스콸레>에서의 노리나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의 루치아는 도니체티와 그의 리브레티스트들이 창조해 낸 완전히 다른 히로인들이다.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여 이 상이하게 다른 두 명의 주인공에 융화된 모습을 선보이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청중들을 전율케 했다. 루치아는 남자로 인해 미쳤다. 그러나 <돈 파스콸레>에서의 노리나는 자신을 원하는 멀쩡한 남자를 플롯의 이곳 저곳에서 목적에 따라 마치 축구공처럼 가지고 놀았다. 그녀의 목적은 에르네스토라는 젊은 남자와 결혼하는 것으로서, 그를 사랑하지만 무관심한 척한다. 네트렙코가 하는 만큼 무대를 장악하려는 연주자에게 있어서 희생 대신 사건을 몰고 다니는 인물을 연기해 낸다는 것은 기회를 풍부하게 하는 식습관과도 같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아름다운 외모, 코믹한 자유분방함으로 이 소프라노는 우리에게 향연을 베풀어준다.
<돈 파스콸레>와 같은 이야기는 메난드로스와 테렌스가 활동했던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청중들에게 즐거움을 주어 왔다. 그러나 오토 솅크는 2006년 새로 제작된 이 프로덕션을 맡아 연주자들의 익살스러움을 연출하는 과정에 있어서 너무도 숙련된 솜씨를 선보인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감정에 의거한 생동감 넘치는 집중력에 감사하는 대신 목석과도 같이 표현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화가 난 파스콸레를 맡은 존 델 카를로가 조카인 에르네스토를 만난 자리에서 젊은 에르네스토가 결혼이란 돈이 아니라 사랑으로 결혼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은 솅크의 심리학적 리얼리즘에 대한 충실성을 강조한다. 롤프 랑겐파스(무대 및 의상 감독)는 황폐해진 돈 파스콸레의 집을 너무도 암시적으로 디자인하여 지붕이 새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부를 지키는 것만이 돈 파스콸레의 삶이었다는 생각을 강화시켜 준다. 그리고 솅크는 파스콸레가 에르네스토의 상속권을 박탈하고 스스로 부인을 얻는 장면에서 그가 낭만적인 어리석음을 갖고 있는 동시에 현명한 투자자임을 드러낸다. 이와 난대로 솅크와 랑겐파스는 노리나를 테라스에서 선탠을 하는 장면으로 등장시키며 그녀가 보이는 것만큼 삶을 즐기는 여자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조심하라!
우리는 등장인물들 곁에서 혹은 함께 웃게 되는 코미디를 기대한다. 그러나 코미디가 동정심을 유발할 때 친숙한 플롯의 요소들은 각기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우리를 속이는 협잡과 사기로 구성된 <돈 파스콸레>와 같은 오페라 또한 그러하다. 생동감 넘치는 박자로 시작하는 서곡은 - 메트의 음악감독인 제임스 레바인에 의해 훌륭하게 연주되는 - 곧이어 첼로에 의해 유도되는 멜랑콜릭한 긴장감에게 그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나 음악의 반짝거리는 유머는 - 어딘지 살짝 불안한 듯한 순간들이 교대로 등장하며 - 곧 본색을 비칠 말괄량이가 여우비에 지나지 않는 귀찮은 존재로 변할 것임을 의심할 만한 여지를 남겨놓지 않는다. 삼촌의 결혼계획으로 노리나와의 결혼이 재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에르네스토는 충격에 빠진 채 슬퍼하며 아리아 "달콤하고 깨끗한 꿈이여"를 부른다. 그러나 그는 언어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엄청난 조롱을 수반하는 돈 파스콸레의 인정머리 없는 외침 덕분에 심금을 울릴 정도의 심각함을 자아내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악가들로 하여금 브로드 코믹 스타일을 요구하는 모습은 대단히 믿음직스러운데, 무엇보다도 솅크가 청중을 속이기 위해 <돈 파스콸레>에 담겨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이용하는 모습이 그러하다. 이런 식으로 진지한 음율이 흘러 나오면 우리는 이에 대해 마음의 준비를 하지만, 그 순간은 단순히 놀라움을 전달해 줄 뿐이다.
도니체티와 그의 리브레티스트인 루피니가 함께 두 개의 막을 진행하면서 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즐거운 감정을 붙들어놓는 동안, 솅크는 에르네스토가 뜨거운 호르몬만을 가진 사람이라고 우리가 믿게끔 감쪽같이 속인다. 파스콸레의 친구인 말라테스타는 남의 말을 쉽사리 믿는 바보를 속이는 사기꾼으로, 노리나는 파스콸레를 에르네스토를 얻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뻔뻔스러운 여자로 묘사된다. 70세가 다 된 돈 파스콸레는 자신을 사랑하는 젊은 여자를 통해 낳은 여섯 명의 자녀를 양육하는 꿈을 꾸는 어릿광대로 설정된다. 이 등장인물들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양심이 없는 껍데기일 뿐이다. 여기에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토론은 물론이려니와 우리를 내면세계로 이끌 수 있는 일체의 명암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그들이 하던 대로, 혹은 솅크가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믿게끔 한 대로 행동할 뿐이다.
마지막 막은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 놓는다. 선율이 부드럽게 얽혀 있는 연인의 듀엣은 참되고 진정한 감정들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추어져 있다. 타악기의 사용은 오페라에 있어서 가장 특이한 것으로서, 파스콸레와 노리나가 한 번의 타격음에 의해 자기이해의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이야말로 솅크의 연출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노리나는 자신의 계획이 나이든 남자의 영혼에 상처를 입혔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와 동시에 파스콸레는 팔스타프와 통한 것처럼 젊은이들이 즐거움을 다시는 빼앗기지 않도록 모든 것을 용서해준다. 그는 연인에게 축복을 내리는 동시에 넒은 아량 또한 베풀어주었다. 현실을 깨달은 그의 관대함과 용기는 자신의 바보같음을 만회함과 동시에 다시금 매력적인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존 델 카를로의 감칠맛나는 돈 파스콸레, 마리우츠 크비치엔의 피가로를 연상케하는 앞잡이 의사 말라테스타, 매튜 폴렌자니의 성악적으로 아름다운 에르네스토, 안나 네트렙코의 폭발적인 노리나는 오토 솅크의 독창적이고 사려깊은 무대를 최고의 수준으로 이끌어 올렸다. 마에스트로 제임스 레바인은 도니체티를 지휘하며 바그너에 불어넣었던 것과 동일한 수준의 경외심을 표한다. <돈 파스콸레>는 인간의 마음을 비추어주는 등불과도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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