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게 열매는 최고의 재산인 거다.
그러나 여러 해에 걸쳐 열매 맺는 데만 온 힘을 다 쏟으면 어떻게 될까.
해를 거듭할수록 나무 안의 자생력은 사라지고 점차 기력을 다하게 된다.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무의 상태가 계속 나빠져 어느 순간 한계치에 달했을 때 나무가 또다시 열매를 맺으면 그 나무는 그 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무는 해거리를 통해 한 해 동안 열매 맺기를 과감히 포기한다.
그리고 해거리 동안 모든 에너지 활동의 속도를 늦추면서 오로지 재충전하는 데만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동안 물과 영양분을 과도하게 옮기느라 망가져 버린 기관들을 추스르고, 헐거워진 뿌리를 단단히 엮으며, 말라비틀어진 가지들을 곧추세운다.
그 어떤 생산 활동도 하지 않고 전원 스위치를 내린 나무가 해거리에 하는 게 있다면 오직 하나 '휴식'이다.
옆 나무가 열매를 맺건 말건 개의치 않고 쉴 때는 정말 확실하게 쉬기만 한다.
그리고 일 년간의 긴 휴식이 끝난 다음해에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
삶에 있어서의 진정한 휴식은 흔히 생각하듯 놀고먹는 게 아니다.
삶에 대한 반성과 더 큰 도약을 가능하게 만드는 삶의 에너지 충전, 그것이 바로 진정한 휴식이다.
쉴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면 만들어라.
일을 배우고 익히듯, 쉬는 것도 배우고 익힐 노릇이다.
나무는 오늘도 나에게 조용히 가르친다.
'휴식'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라도 얻어야 할 삶의 중요한 자양분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