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포토에세이】
꽃에 대한 예의
- 라일락꽃의 유혹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화단에 라일락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무심코 지나가던 행인도
우리 집 화단 앞에서
우뚝 섭니다.
학교 다녀오던 여학생들도
잠깐 서서 향기를 맡아보고
지나갑니다.
어느 허리 굽은 팔순 할머니는
화단 앞 납작 돌에 앉아
다리도 쉴 겸
한참을 꽃향기 맡고 계셨습니다.
나도 온종일 오가며
라일락 꽃향기에 취했습니다.
이 순간, 꽃에 대한
많은 지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청춘’, ‘친구의 사랑’, ‘우애’라는
꽃말 정도만 알면 되지 않을까요.
입가에 맴도는 노래 가사도 있습니다.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둘이 손을 잡고 걸었네.
꽃 한 송이 입에 물면은
우린 서로 행복했었네.
라일락꽃 지면 싫어요.
----이하 생략---』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인지
생각나지 않지만,
이 계절에 딱 어울리는 가사가 좋아,
노래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콧노래로 흥얼거립니다.
좋은 것은 그냥 좋아야지,
많은 해석을 달면 그 기분이 반감되고
시상의 이미지도 진부해져요.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화단 앞을 그냥 서성거려 봐요.
직장에 다니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학교 다니는 손자와도
진한 꽃향기 공유하고 싶어
가족 채팅방에도 올립니다.
♧ ♧ ♧
♧ 사진설명 :
우리집 화단에 만발한 라일락꽃
봄꽃 중 매혹적인 향기로 치면
으뜸 아닐까.
이곳 지날 때
무심코 지나치지 마.
꽃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향기 한 번 맡아보렴.
황홀해. 꽃도 고마워할걸!
출근 시간에 모두가 바빠
눈길 한 번 주기 어려우면
퇴근길에 눈길 한 번 주고 가는
마음의 여유 갖기를....
- 지환이 할아버지가
※ 출처 : 카카오스토리 《윤승원의 지난날 오늘(4.12) 추억 이야기》
♧ ♧ ♧
첫댓글 ♧ 카카오스토리에서
◆ 강정윤(전직 경찰관) 2023.4.12. 13:05
라일락 꽃향기가 은은하게 풍겨옵니다.
꽃 내음이 내 코끝에 전해 오는 것 같네요.
윤형의 글에서 보랏빛 라일락은 봄소식 눈 부신 햇살 같네요.
▲ 윤승원(필자)
아. 명품 감상문에 감동합니다.
꽃향기 맡으시고 활력을 찾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몸도 불편하신데 귀한 댓글 감사합니다.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올사모]에서
◆ 동촌 지교헌(필명 청계산, 수필가, 철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3.4.15.11:58
화면에 나타난 라일락 사진을 보니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꽃말을 찾아보니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라고 하네요
나에게도 첫사랑이 있었지만,
편지를 썼다가 발신도 못 하고,
편지를 전해달라고 누나에게 주었더니 전하지는 않고 뜯고 소문만 퍼뜨리더군요.
그리고 내가 보낸 많은 편지 일부를 커다란 봉투에 넣어 되돌려주더군요.
지금 내가 바라보는 저 아름다운 라일락은 나의 첫사랑을 아는지 모르는지?
모두가 실패한 첫사랑이니 라일락인들 어찌 그것을 알 수 있으리오!!
라일락의 향기에 젖어 그 아름다운 얼굴들을 그려봅니다.
아아, 아름다운 얼굴들! 그리운 얼굴들!
오오, 아름다운 라일락이여! 아름다운 너의 향기여!
▲ 답글 / 윤승원
동촌 교수님 '라일락 계절'에 듣는 ‘첫사랑 편지’에 얽힌 사연,
애틋하면서도 아름다운 한 편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이 그래서 아름답다’고 했나 봅니다.
비록 ‘실패한 사랑’이지만 소중하기만 하여 영원히 간직하면서 살아가니,
동촌 교수님은 주옥같은 수필을 쓰시는 명수필가가 되셨지요.
실패했어도 슬프지 않고 아름답기만 한 원로 학자님의 첫사랑 이야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