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5.
1억
있는 놈이나 없는 놈이나 늘 돈 걱정이다. 그럴 때, 아름다운 도움의 손길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면 하늘에서 돈벼락이라도 떨어져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얼마를 쥐여주면 만족할까? 10억? 100억? 공짜만큼 좋은 게 있을까. 가치가 있든 없든 받고 보는 게 공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공짜에 대한 한없는 갈망은 몽상(夢想)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렇지만 재미 삼아 10억의 1/10이며, 100억의 1/100인 1억이 공짜로 생긴다고 가정을 해 보자.
부피와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흔한 1만 원권 지폐로 1억을 받으면 10,000장이다. 현재 발행되고 있는 만 원권 지폐는 2007년 1월 22일 발행된 것으로 148mm×68mm이고 한 장의 두께는 0.11mm이다. 100장 묶음이면 148mm(가로)×68mm(세로)×11mm(두께)의 부피가 되고, 1억은 100장씩 묶은 게 100개니까 148mm×68mm×1,100mm의 부피를 차지한다. 높이가 110cm가량으로 어린아이 키 정도 되는 것 같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꼬깔콘 67그램짜리 12봉지를 넣는 1박스의 크기는 약 440mm×300mm×200mm 정도다. 100장 묶음 2개씩을 6줄로 넣으면 9층이면 된다. 100mm 높이니까 1박스 안에 겨우 반쯤 찬다. 정리하면 1억을 만 원권 지폐로 포장하면 41cm×30cm×10cm 정도의 크기다. 생각보다 크지 않다. 무게가 11kg 정도 되니 들고 뛰어도 될 정도다.
1억이라는 돈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1만 원권 지폐 10,000장을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하루에 1장씩만 꺼내 보자. 한 달은 30만 원, 일 년에 기껏 365만 원이다. 10년이면 3,650만 원이고, 1억을 몽땅 소비하려면 27년 5개월이나 걸린다. 책상 서랍이 아니라 은행이 예금해 두고 매일 만 원권 1장씩만 찾으면 몇 년이 걸릴까. 예금 이율을 2%로 적용해도 무려 38년 10개월 동안 1만 원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다. 사실 요즘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점심 한 끼는 어려움이 있으니 곱으로 올려 하루 2만 원으로 계산해도 15년 9개월은 거뜬하다. 그렇다고 1억 원이 생기면 15년 동안 처마 끝에 매달린 곶감 빼먹듯이 점심만 먹고 말 것인가. 아니면 통 크게 생각한 바를 실천해 볼 텐가. 뭘 하든 본인의 마음이지만 1억은 충분한 가치를 가진 엄청난 돈이다.
장마철에 비가 없다. 장마가 끝났다더니 국지성 폭우가 연이어 며칠을 오락가락한다. 동생이 뜬금없는 카톡질을 했다. “1억까지 세는 게 빠를까요? 1억 원을 모으는 게 빠를까요?” 읽고 또 읽으면서 숨은 뜻을 찾으려다 고민에 빠졌다. 1억까지 세어 볼까? 이참에 1억을 모아볼까?
기가 찰 일이다. 1억까지 숫자를 세겠다는 허세는 제발 부탁이니 접어 두라. 1초에 숫자 하나씩을 센다고 가정해도 하루 동안 86,400까지 밖에 셀 수 없다. 3년 3개월 동안 쉼 없이 세어야 가능한 수가 1억이다. 네 자리인 9,999나 다섯 자리 11,111이라는 숫자는 1초에 하나씩 세지도 못할뿐더러 잠도 자고 밥도 먹고 화장실도 가야 하니 24시간 동안 수를 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근로기준법을 들먹여 하루 8시간 동안만 수를 세고, 숫자 하나를 세는데 평균 5초 정도 걸린다면 47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1억을 모으는 게 빠를 것 같다. 하루에 만 원씩 복리로 적금을 들어도 8년 7개월이면 1억을 모을 수 있다. 마음을 다잡아 열심히 일하고 생활비를 아껴 저축하면 4년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여러 가지 방해 인자를 포함하지 않은 이론적 계산이라 정확성을 따지기에는 부적합하다. 네이버에서 검색해 보니 1억 원을 모으는 데는 연 5% 이자를 가정하여 매월 65만 원씩 모으면 10년 걸리고, 25만 원씩 모으면 20년 걸린다고 한다. 여하튼 1억까지 수를 세는 것에 비하면 1억이라는 돈을 모으는 것이 훨씬 빠르고 또 쉽다는 결론을 얻었다.
탁상공론이라 했던가. 1원짜리 동전 하나 생기지도 않을 쓸데없는 짓이라 하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터무니없는 계산을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가치의 기준조차 바르게 정하지 못했을 게 뻔하지 않은가. 사람 사는 세상일이 본래 그렇다.
첫댓글 케나다 오빠가 1억 버는것이 쉬운가 세는것이 쉬운가 카톡방에 올린걸 보고
가타부타 대꾸가 없어서 우리 언니 오빠들은 돈 불리는건 관심없고 남 잘사는것도 크게 부러워하지 않고 어떻게 재미나게 살까만 궁리한다고 여겻다 그런 맨탈이 얼마나 부럽던지 ᆢ
이렇게 혼자서 몰래 1억을 펼치고 쌓아올리고
무게 다리고 할줄 몰랐다
돈 크기부터 무게까지 계산해 보니 나오더라.
1억 세는 거 계산하다 머리 깨지는 줄 알았다.
1억 써는건 쉽더니만 1억 버는건 경우가 너무 많더라.
그래도 하루 종일 계산해 보니 시간 너무 잘 가더라.
ㅎㅎㅎ
잘햇다 1억을 그렇게라도 주물러봐야징
모으는 게 제일 빠르고 세는 건 너무 걸리더만...
조디로 세고 머리로 고민하지 말고 정성스럽게 돈을 모으란 이야긴가 봐.
기현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