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면은 귀진이라는 관리의 집 여종인데, 주인을 따라 절에 가서 매일 지성으로 염불을 외었다. 주인이 보니 종의 주제에 걸맞지 않는 행동이라 여겨 매번 곡식 두 섬을 주고 저녁까지 다 찧으라고 했다. 욱면은 초저녁까지 열심히 다 찧어 놓은 후, 밤이 제법 깊은 후에 지친 몸을 이끌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절에 가서 염불을 외웠다.
뜰에 긴 말뚝을 세우고 두 손가락을 뚫어 노끈으로 말뚝에 매어 졸음에 몸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고 정성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욱면은 법당 안으로 들어가 예불하라'는 하늘의 외침이 들렸다. 승려들이 놀라 그녀를 법당 안으로 들어서게 하였는데, 얼마 되지 않아 욱면이 불당의 대들보를 뚫고 솟구쳐 올라 날아가더니 부처의 몸으로 변했다.”
예전에 구본형 선생님의 칼럼에서 인상 깊게 읽은 글이다. 사람이 간절하고, 무엇을 정성으로 하면 하늘도 놀라서 그의 꿈을 이뤄준다는 내용이다. 요즘 나의 상황이 그렇다. 꼭 무언가를 이뤄낸 것은 아니지만, 나의 마음이 달라진 느낌을 받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너무 공허하고,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제 밤부터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면서 오늘 새벽에 위에 인용한 욱면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도 매일 정성껏 나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길 희망했다. 나의 고통스러운 마음이 하늘을 울렸는지 이 상태에서 벗어나게 된 것 같다. 그냥 대학 때의 평범했던 한 사람의 나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사실 그때의 난 크게 성공하길 바랐고, 그래서 항상 최고가 되길 꿈꿨다. 그러다 번민 속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년 정도 백수로 지냈다. 그 후 청춘의 절정에서 고꾸라진다. 이때 내가 앞으로 너무 편하게 사는 방향으로 결정을 했다. 그렇게 내 인생은 15년 이상 방황을 더 거쳐야 했다. 그리고 오늘을 맞고 있다.
귀환이라고 말하긴 그렇지만, 간절한 나의 마음을 반영한다면 귀환 아닌 귀환으로 볼 수도 있겠다. 너무 내 삶이 고통스러워 하늘에 벗어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이것이 이뤄진 것 같다. 그렇다고 당장 내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이제 나를 보통의 사람들 중 한 명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마음이 편해졌다. 이 2가지 변화만 해도 엄청난 발전이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말처럼 일하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건강하다.
김신웅 행복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