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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瓦也 정유순
지리산 천왕봉에 서 있노라면 우리민족의 정기(精氣)가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용솟음친다. 백두산에서 뻗어내려 이곳까지 힘차게 한 획으로 그어져 내려 한반도의 모든 기(氣)가 뭉쳐 지리산이 된 듯싶다.
<지리산 천왕봉>
일찍이 이 땅을 만드신 조물주께서 큰 붓에 먹물을 잔뜩 묻혀 처음 점을 찍어 시작한 곳이 백두산이고 남으로 획을 찍어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내려오다가 지리산 천왕봉에 머무르니 우리 땅의 척추(脊椎)가 형성되고, 붓 끝에 묻어 있는 먹물 한 점이 뚝하고 떨어지니 그곳이 제주도의 한라산이 된 것 같다. 붓 끝에 몽땅 묻은 먹물이 시작할 때와 떨어질 때 공기주머니가 생겨 지금의 백두산천지와 한라산백록담이 되었나보다.
<백두산 천지>
<한라산 백록담>
우리 한반도의 지형이 호랑이가 앞발을 들어 중국대륙을 향해 포효(咆哮)하는 형상이라면 백두대간은 정수리에서 꼬리까지 이어지는 등줄기이다. 이 등줄기를 중심으로 근육을 만들었고 동맥을 만들어 민족의 피가 흐른다. 그 근육은 한 개의 정간이고 13개의 정맥이며, 동맥은 우리의 강이다. 서울은 호랑이의 맥박이 고동치는 심장이다.(백두대간, 장백정간, 13개 정맥 : 붙임참조)
<백두대간 지도>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반도를 동·서로 크게 갈라놓은 산줄기 이름으로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지리산까지 약1,490km에 달하는데 우리나라 모든 강의 발원지가 되고, 강의 경계(境界)를 만들어 준다. 각기 다른 강의 발원지나 줄기가 겹쳐지는 곳이 없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하늘에서 같은 구름을 타고 노닐다가 빗방울이 되어 문경새재의 제3관문인 조령관 지붕 용마루에 떨어져 북쪽으로 흘러내리면 한강을 이루고 남쪽으로 흘러내리면 낙동강을 이루니, 참으로 운명이 남북으로 갈라지는 찰나의 순간마저 백두대간이 만들어내는 섭리다.
<문경새재 조령관>
문경새재는 백두대간의 마루 금이 지나가는 곳이다. 또한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 등 한반도의 명산들이 대부분 자리 잡고 있다. 백두대간이라는 용어는 고려 때부터 사용된 것으로 기록에 나오고 있으나 1770년경 조선 후기의 실학자 신경준(申景濬)이 그의 저서 ‘산경표(山經表)’에서 체계화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산맥과도 차이가 많이 난다.
<금강산 원경-고성 통일전망대>
백여 년 이상 우리 지리교과서의 안방을 차지했던 산맥(山脈)은 고토분지로(小藤 文次郎)라는 일본사람이 1900년을 전후로 우리나라 땅을 조사하여 만든 것으로, 땅속의 지질구조선(地質構造線)에 근거하여 땅위의 산들을 분류하였다는데, ‘산맥의 선은 강(江)에 의하여 여러 차례 맥이 끊기고 실제 지형과 일치하지 않으며 인위적으로 가공된 지질학적인 선’이라는 것이다.
<태백산 천제단>
땅위에서 사는 우리의 삶과 떼어서는 설명할 수 없는 산과 강을 의도적으로 제외 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땅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사는 모습을 무시한 채 땅속의 지질구조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고토분지로의 산맥체계는 한마디로 일제강점기 때 우리의 삶과 문화와 역사를 외면하고 지하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침략자의 본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산맥의 이름을 줄줄이 외워야 했던 지난 시간들을 강제로 빼앗기지 않았나 하는 분한 마음이 든다.
<함백산>
그러나 백두대간이 표시된 산경표는 우리 땅위에 실존하는 산과 강에 기초하여 산줄기를 그렸는데, ‘산줄기는 산에서 산으로 이어지고 실제 지형과 일치하며 지리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선’이다. 봉우리가 높이 솟아 큰 산이 되고 옆으로 달려가 고개를 만들며 산이 굽이돌아 포근하게 안아서 우리가 사는 고을이 있게 된 것처럼 자세하게 설명되었다.
<오대산 비로봉>
백두대간은 우리국토의 중심이자 4대강을 포함한 많은 강의 발원지로 이곳에서 많은 생명들이 태동하고 이어져 왔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자식을 얻기 위해 산을 향해 빌었던 것처럼 무수한 생명체들이 터를 잡고 대를 이어온 고향이자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이며, 자연환경과 생물들이 어우러지는 하나의 거대한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백두대간이다.
<속리산 천왕봉>
이러한 백두대간이 지금은 생명들이 꺼져가는 비명소리만 들린다. 석회광산을 개발하여 석회석을 캐낸 곳은 산의 모습과 기능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고, 도로로 허리를 끊는 것도 모자라 땅속으로 백두대간의 등골까지 빼먹는다. 거기에다 스키장 골프장 대규모리조트시설 등 인간만을 위한 위락시설이 촘촘히 들어서고, 양수발전(揚水發電)을 위한 산 정상에 댐이 만들어져 있으며 송전탑은 정수리에 쇠말뚝을 박아버린다. 생명체들이 이동하기가 매우 어려워 생태계가 단절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적상산 산정호수>
우리가 자연을 이용하기 위하여 시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연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다른 생명들과 같이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도로를 만들더라도 산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길을 내고, 자동차의 속도를 조금 줄이더라도 동물들이 오고 가게 할 수 있도록 도로 양편을 완전히 단절시키지 않았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석사에서 본 소백산능선>
사실 산길을 따라 자동차여행을 하다보면 도로시설이 너무 좋아 산속 같은 기분이 아니고 도심의 도로를 달리는 것 같아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도로 옆의 가이드레일은 교도소의 높은 담장 같다. 위락시설이 있는 마당에도 산짐승 들짐승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덕유산 향적봉>
아프리카에 사파리여행을 갔을 때 야생원숭이가 지척에서 재롱을 떨고 있었고, 빈방에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와 준비해 간 과일과 음식을 다 훔쳐 갔을 때도 무섭거나 미운생각보다도 귀엽고 친근한 생각이 더 들었다. 석회석광산도 생태계가 복원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송전선도 주요구간은 돈이 더 들더라도 지상에 탑을 세우지 말고 땅속으로 ‘지중화(地中化)’하여 피해를 최소화 했으면 좋겠다.
<지리산 반야봉>
일을 쉽게 생각하여 빨리 하는 것보다 우리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고 멀리 내다 볼 수 있는 깊은 생각을 해야 과학기술도 발전하는 것이 아닌 가. 우리는 내가 먼저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으면 그 무엇이든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 귀찮아하지 말고 따뜻하게 손을 마주잡자.
<백두대간 선자령 비>
<백두대간 선자령 비 후면의 산경표>
우리주변에는 이름도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이 있다. 이름 모르는 풀은 잡초고, 나무는 잡목이고, 동물은 짐승이라고 부른다. 이름 모르는 산은 그냥 산이고 강은 그냥 강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게 이름을 붙여 불러 주었을 때 하나의 의미를 가진 생명으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구룡령과 생태통로>
우리가 일본에게 잠시 나라를 빼앗겨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을 잊어 버렸어도, 이 땅에는 늘 우리와 함께 숨 쉬며 같이 있어 온 게 백두대간이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고 하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 우리 민족의 자연에 대한 인식을 백두대간이 일깨워 준다.
<백두대간 능선 - 화진포에서>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단 한 번의 단절 없이 쉬지 않고 내 달려온 백두대간은 우리민족의 역사이고 문화이다. 이제 백두대간이라는 이름을 힘차게 불러보자. 뭇 생명들의 탯줄이요 쉼터이며 뿌리인 ‘백두대간’을 산맥으로 둔갑시켜 자원 수탈의 대상으로만 여겨왔으며, 민족의 맥을 끊고자 백두산을 비롯한 명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아버린 일본사람들과는 달리, 하나의 생명체로 되살아나게 하여야 한다. 끊어진 곳은 어떻게 하든 이어주는 길만이 우리들의 장래를 위한 소명(召命) 같다. 그래야 살아 숨 쉬는 백두대간의 맥박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지리산 불일폭포>
https://blog.naver.com/waya555/220928026911
<붙임>
산경표(山經表)에 표시된 15개 산줄기
(2006 백두대간 백서 참조, 산림청)
1.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두산부터 원산, 함경도 단천의 황토령, 함흥의 황초령·설한령, 평안도 영원의 낭림산, 함경도 안변의 분수령, 강원도 회양의 철령과 금강산, 강릉의 오대산, 삼척의 태백산, 충청도 보은의 속리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대동맥으로 국토를 남북으로 종단하는 산줄기다.
2. 장백정간(長白正幹)
장백산에서 시작하여 함경도 경성의 거문령, 회령의 차유령, 경성의 녹야현, 경흥의 백악산과 조산을 지나 서수라곶산까지 함경도를 동서로 관통하는 산줄기다.
3. 낙남정맥(洛南正脈)
지리산 남쪽 취령부터 경상도 곤양의 소곡산, 사천의 팔음산, 남해의 무량산, 함안의 여항산, 창원의 불모산을 지나 김해의 분산으로 이어지는 동쪽을 향한 산줄기로, 낙동강과 남강 이남지역의 산줄기다. 장서각 소장의 『여지편람(輿地便覽)』에는 낙남정간(洛南正幹)으로 쓰여 있다.
4. 청북정맥(淸北正脈)
백두대간의 낭림산에서 시작하여 평안도 강계의 적유령, 삭주의 온정령과 천마산, 철산의 백운산과 서림산성, 용천의 용골산성을 지나 의주의 미곶산에 이르는 서쪽을 향한 산줄기로, 청천강 이북지역에 해당하므로 청북정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5. 청남정맥(淸南正脈)
낭림산으로부터 평안도 영변의 묘향산, 안주의 서산, 자산의 자모산성을 거쳐 삼화의 광량산까지 이어지는 서남향의 산줄기로, 청천강 이남지역이 이에 속한다.
6. 해서정맥(海西正脈)
강원도 이천(伊川)의 개연산에서 시작하여 황해도 곡산의 증격산, 수안의 언진산, 평산의 멸악산, 송화의 달마산, 강령의 장산곶까지 황해도로 뻗는 산줄기다.
7.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임진강과 예성강 사이에 있는 산줄기로, 강원도 이천(伊川)의 개연산에서 시작하여 서남쪽으로 흘러 황해도 신계의 화개산, 금천의 백치와 성거산, 경기도 개성의 천마산과 부소압(송악), 풍덕(豊德)의 백룡산을 거쳐 풍덕 읍치에 이르는 산줄기다.
8. 한북정맥(漢北正脈)
백두대간의 분수령에서 시작하여 강원도의 김화(金化)의 오갑산과 대성산, 경기도 포천의 운악산, 양주의 흥복산, 도봉산, 삼각산, 노고산을 거쳐 고양의 견달산, 교하의 장명산에 이르는 서남으로 뻗은 한강 북쪽의 산줄기다.
9. 낙동정맥(洛東正脈)
태백산에서 출발하여 경상도 울진의 백병산, 영해의 용두산, 청송의 주왕산, 경주의 단석산, 청도의 운문산, 언양의 가지산, 양산의 금정산, 동래의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남쪽을 향한 낙동강 동쪽의 산줄기다.
10.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속리산에서 시작하여 충청도 회인의 피반령, 청주의 상당산성, 괴산의 보광산, 음성의 보현산, 죽산의 칠현산과 백운산에 이르는 산줄기이다.
11. 한남정맥(漢南正脈)
경기도 죽산의 칠현산으로부터 서북쪽으로 돌아 안성의 백운산, 용인의 보개산, 인천의 소래산을 거쳐 김포의(북)성산에서 멈춘 한강 남쪽 산줄기다.
12. 금북정맥(錦北正脈)
죽산의 칠현산에서 시작하여 경기도 안성의 청룡산, 충청도 공주의 쌍령, 천안의 광덕산, 청양의 사자산, 홍주의 오서산과 월산, 덕산의 가야산, 태안의 안흥진에 이어지는 금강 북쪽의 산줄기다.
13.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백두대간의 장안치에서 전라도 남원의 수분현, 장수의 성적산, 진안의 마이산을 거쳐 주화산에 이르는 서북방향의 산줄기다.
14. 금남정맥(錦南正脈)
진안의 마이산으로부터 북쪽으로 뻗어 전라도 진안의 주화산을 거쳐, 금산의 병산과 대둔산, 충청도 공주의 계룡산, 부여의 부소산과 조룡산에 이르는 금강 남쪽의 산줄기가 이에 속한다.
15. 호남정맥(湖南正脈)
진안의 마이산에서 시작하여 전주의 웅치, 정읍의 칠보산, 장성의 백암산, 담양의 금성산성, 광주의 무등산, 능주의 천운산, 장흥의 사자산, 순천의 조계산, 광양의 백운산에 이르는 ‘ㄴ’자형의 산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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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본곳도 있지만 못가본곳 백두산천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