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 '지대본위화폐' 시대를 상상한다⑪ㅡ가장 소외된 곳이 가장 큰 몫을 갖는다: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 AI 동료들
지난 회에서는 파내는 자원과 남기는 자원을 가진 나라들을 살펴보았다. 어느 쪽으로 셈하느냐에 따라 득실이 갈리는 나라들이었다. 이번에는 셈의 방식이 바뀌는 순간 판이 통째로 달라지는 곳들이다. 인도와 브라질, 그리고 아프리카. 오늘의 화폐질서에서 발언권이 가장 작은 곳들이, 왜 이 질서에서는 가장 큰 몫을 갖게 되는가.
다만 미리 밝혀둘 것이 있다. 이들이 이 구상을 판단하는 잣대는 앞선 나라들과 다르다. 얼마를 얻느냐가 아니라 누가 재는가를 먼저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뒤에서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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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 셈으로는 최대 수혜국
지대를 만드는 것이 밀도라면, 세계 최대 인구가 조밀한 국토에 모여 사는 인도는 사용가치 지대의 총량에서 중국과 함께 최상위권이다. 게다가 인구가 계속 늘고 도시화가 한창이니, 지대 유량이 팽창하는 몇 안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발행 기준을 지대에 두면 인도의 몫은 지금의 경제 규모보다 훨씬 커진다. 국제기구에서 "우리 인구에 걸맞은 발언권을 달라"고 오래 요구해온 나라이니 명분 면에서도 반길 만하다. 국내총생산으로 줄을 세울 때와 사람이 모여 사는 밀도로 줄을 세울 때 인도의 자리는 전혀 다르다.
사상적 뿌리도 있다. 인도에서 토지개혁은 독립 이후 정치의 중심 의제였고, 지주에게서 토지를 기부받아 무토지 농민에게 나누어주려 했던 부단(布施地) 운동처럼 토지를 공동체의 것으로 되돌리려는 전통도 있다. 이 연재의 앞머리에서 다룬 프라우트 역시 인도에서 나온 사상이다.
그런데 장부가 없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인도의 토지 기록은 세계에서 가장 부실한 축에 든다. 식민지 시기의 지세 기록과 독립 이후의 기록이 뒤엉켜 있고, 소유권 분쟁이 민사소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같은 땅에 여러 개의 서류가 존재하는 일이 흔하다.
지대를 걷으려면 누가 어디를 쓰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 첫 단계가 막혀 있는 것이다. 앞서 여러 번 말한 3단계 사다리 — 장부, 담보, 발행 — 에서 인도는 첫 칸에 아직 발을 딛지 못했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기회이기도 하다. 인도는 생체인증 신분체계와 디지털 결제망을 짧은 기간에 전국 규모로 구축한 경험이 있다. 없던 것을 단숨에 세우는 일에 익숙한 나라라는 뜻이다. 토지 기록의 디지털화도 국가 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게다가 지금은 위성 관측과 인공지능이 지적 정비의 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 필지 경계를 확정하고 이용 현황을 파악하는 일에 수십 년이 걸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남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의지와 재원이다.
그러니 인도에 대한 제안은 화폐가 아니라 장부부터여야 한다. 국제사회가 인도의 토지 등록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그것이 완성되는 만큼 발행 지분이 늘어나는 구조. 원조가 아니라 투자이고, 시혜가 아니라 지분 참여다.
브라질 — 생태 지대를 넣으면 판이 뒤집힌다
브라질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앞서 세운 설계 원칙 하나가 결정적으로 작동한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대 계정에 산입한다는 원칙 말이다.
이 원칙을 적용하는 순간 브라질은 세계 최대의 지대 창출국 가운데 하나가 된다. 아마존이 붙잡고 있는 탄소, 대륙 전체의 강수 순환을 좌우하는 수증기의 흐름, 그리고 생물다양성. 아마존은 지구에 남은 우림 면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그 60%가 브라질에 있다.
지금 이 모든 것은 국제 회계에서 영(零)으로 계상된다. 나무를 베면 목재 수입이 국내총생산에 잡히고, 숲이 그냥 서 있으면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앞서 말한 대로 재지 않는다는 것은 정확을 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이라고 추정하는 것이며, 영은 가능한 모든 추정치 중 가장 틀린 값이다.
그러니 브라질에게 이 제안은 이렇게 들릴 것이다. "당신 나라가 인류에게 해마다 제공하는 것을 처음으로 장부에 올려주겠다." 원조도 시혜도 아니고 정당한 몫의 인정이다. 브라질이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요구해온 바 — 아마존 보전의 비용을 왜 우리만 지는가 — 에 대한 구조적 답이기도 하다.
남미의 오랜 토지 문제와도 맞닿는다. 브라질은 토지소유 집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고, 무토지 농민운동으로 대표되는 토지개혁 요구가 오래된 정치 의제다. 헌법에는 토지의 사회적 기능 조항이 있고, 도시에는 미이용 토지에 누진 부동산세를 물리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집행이 지지부진했을 뿐이다. 지대의 공유라는 명제에 사회적 기반이 있다는 뜻이다.
유보할 이유도 분명하다. 대두와 소고기 수출이 경제의 기둥이고 그 확장이 곧 삼림 훼손이니, 순사용가치 개념은 농축산 세력의 이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브라질 정치에서 이 세력의 힘은 매우 크다. 그러니 브라질의 태도는 정권에 따라 크게 진동할 것이다.
아프리카 — 착취냐 굶주림이냐
아프리카로 가면 이 구상이 가진 가능성과 위험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먼저 가능성부터 보자.
아프리카 중앙에 펼쳐진 콩고 분지는 336만7천 제곱킬로미터로 인도보다 넓은 우림이며, 아마존 다음으로 크다. 우림 사이를 흐르는 콩고강은 아마존강 다음으로 넓고 유량이 풍부하며, 브라질이 아마존의 60%를 차지하듯 콩고민주공화국이 콩고 분지의 60%를 점유한다.
더 중요한 것은 땅속이다. 콩고 분지 열대우림의 이탄 습지에는 300억 톤의 탄소가 묻혀 있는데, 이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를 태워 배출하는 탄소의 3년 치에 해당한다. 이탄 습지는 일반 토양보다 탄소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콩고 분지의 이탄지와 늪지는 지구 육지 면적의 0.3%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열대 이탄지 탄소 저장량의 약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민주콩고 정부는 열대우림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석유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하고 토지 경매에 나섰다. 유전과 가스 개발 예정지에는 거대한 이탄 습지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 기후특사가 개발 중지를 요청했으나 민주콩고는 거부했다.
그때 민주콩고 환경부 장관이 한 말이 이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아프리카는 자원을 착취하는 것과 굶주리는 것 사이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
이 딜레마를 푸는 것이 지대본위다
여기서 지대본위화폐의 진짜 값어치가 드러난다.
숲을 지키라는 요구는 지금까지 늘 비용의 언어로 왔다. 개발을 포기하라, 그러면 조금 도와주겠다. 원조든 탄소배출권이든 부채 탕감이든 형식은 달랐지만 성격은 같았다. 시혜였고, 그래서 언제든 끊길 수 있었으며, 주는 쪽의 사정에 따라 조건이 붙었다.
그런데 생태 지대를 화폐 발행의 기반으로 계상하면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숲을 지키는 것이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아니라 소득을 얻는 일이 된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이탄 습지를 그대로 둠으로써 해마다 발행 지분을 확보한다.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값을 받는 것이다. 착취냐 굶주림이냐라는 딜레마의 제3항이 여기서 생긴다.
물론 아프리카의 사정이 급하다는 것도 안다. 콩고분지의 개발 압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커지고 있고, 이탄지는 한번 훼손되면 되돌리는 데 수천 년이 걸린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먼저 물을 것은 다른 것이다
여기서 처음에 미뤄둔 이야기로 돌아가자. 아프리카가 이 구상을 판단하는 첫 번째 잣대는 얼마를 받느냐가 아닐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 땅을 재는 자를 남이 만드는가."
식민 지배가 시작된 방식이 정확히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토지를 측량하고 등기부를 만들고 관습적 공동소유를 사적 소유로 전환한 것이 수탈의 첫 단계였다. 근대적 토지제도의 도입은 늘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왔지만 실제로는 땅을 빼앗는 절차였다. 그 기억을 가진 대륙에 "당신들의 땅을 평가해 장부에 올리자"고 말하는 것은 대단히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평가 주체를 누가 정하는가는 아프리카에게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다. 앞서 세운 보충성 원칙 — 평가는 지역이 하고, 검증은 상위 단위가 교차로 하며, 발행만 연방이 맡는다 — 이 여기서 시험대에 오른다. 이 원칙이 말뿐이 아님을 보여주지 못하면, 세계연방은행은 새로운 형태의 식민 기구로 읽힐 것이다. 그리고 그 의심은 부당하지 않다.
뜻밖의 친화성
다만 이 구상에는 아프리카에 유리한 성질이 하나 숨어 있다.
아프리카 상당 지역의 토지는 개인 등기가 아니라 공동체의 관습법으로 보유된다. 서구식 사유재산 등기로 전환하는 것이 발전이라 여겨져 왔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토지 수탈의 통로가 된 경우가 많았다. 등기부가 만들어지는 순간 그것을 사들일 자본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대본위는 소유권을 확정하지 않고도 작동한다. 누가 그 땅을 쓰고 있는지만 등록하면 되고, 지대는 공동체로 환수된다. 소유자를 정할 필요가 없으니 사고팔 대상도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관습적 공동보유와 잘 맞는 구조인 것이다.
이 점을 명확히 하면 설득의 성격이 달라진다. 등기부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사용을 등록하자는 것이고, 그 등록은 소유를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몫을 확인하는 절차다.
담보의 정의를 바꾼 결과
정리하자. 인도는 인구로, 브라질은 아마존으로, 아프리카는 콩고분지와 젊은 인구로 이 질서에서 큰 몫을 갖는다. 오늘의 화폐질서에서 가장 발언권이 작은 지역들이다.
이것은 시혜적 재분배가 아니다. 누구에게 더 주자고 정한 것이 아니라, 담보의 정의를 바꾼 결과일 뿐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서 지대가 생기고, 남겨둔 자연이 해마다 서비스를 제공하니, 그것을 재면 저절로 이렇게 된다. 정의로운 결과가 원리에서 따라 나온다는 것 — 이것이 이 구상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오늘의 강대국들이 이 질서를 순순히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남반구 내부에도 갈등이 있다. 민주콩고가 석유 개발을 선택한 것이 그 증거다. 당장의 재정이 급한 나라에게 "몇 년 뒤 지대 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니 초기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장부가 완성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등록이 진행되는 만큼 선지급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앞서 말한 대로 결제부터, 생태 전환 투자부터 작게 시작하되, 그 첫 수혜가 남반구로 가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그래야 딜레마의 시계를 늦출 수 있다.
이들 지역의 진단에서 지대본위화폐가 기후위기문제의 솔루션이 될 수도 있음을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