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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집사의 애 셋 키우기
카프카즈 목장 박영미 집사
저는 아이가 셋입니다. 올해 9세 딸 가람, 7세 아들 희원, 5세 딸 가윤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밖에 식당에 가면 아들 딸 다 있는데 왜 셋째를 낳았냐며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아들이 첫째냐고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첫째는 조금 작고 둘째는 평균 키라 둘이 키가 비슷합니다) “부자네~.” 이러시는 분들도 계시답니다.
간단히 대답을 드리자면 셋째는 ‘가지자 VS 말자’가 대치 중이었는데 하나님께서 남편 손을 들어주셔서 고민 중에 덜컥 생겼고 가람이랑 희원이랑 키는 비슷하지만 행동이나 똑똑함은 당연히 가람이가 우수하기에 조금만 보면 가람이가 첫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자라 애 셋을 낳은 것이 아니라 저희 부부가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이 별로 없습니다. ‘주께서 주신 생명, 주께서 키우시리라!’ 정도의 강직한 믿음이라기보다는 별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
아무래도 아이가 셋이니 저를 당황케 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 중 몇 개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하나는 가람이가 3살쯤 되었을 때입니다. 평소에는 보낸 메시지함을 전혀 확인하지 않는데 그 날은 우연히 손이 미끄러져서 보낸 메시지함을 눌렀답니다. 누른 김에 메시지 삭제나 할까 해서 몇 개를 고르고 있는데 제가 교회 간사님께 ‘ㅅㅂ’을 보냈더군요. 물론~ 신발, 소반, 성별 등 많은 단어들을 생각하셨으리라 사료되나 어쨌든 그즈음 어린 친구들이 쓰는 유명한 비속어의 약자로도 쓰이고 있었던지라... 너무나 당황을 했습니다. 가람이가 엄마 폰을 만지다가 저 두 자음을 누르고 ‘ㄱ’에 ‘ㅏ’로 시작하는 간사님께 보냈던 것이지요. 아...! 바로 사과 문자를 드리고 설명을 드리고...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났지요. 그 주 주일날 간사님을 보고는 말도 못하고 있는데 다행히 간사님이 웃으며 넘어가 주셔서 정말 감사했었습니다.
막내 가윤이는 올해 초에 “야부리맨” 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웹툰을 “ㄱ”으로 시작되어 계신 여럿 집사님 및 제 카톡 친구들에게 소개를 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웹툰에 초대 받으신 여럿 집사님께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심지어 제목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는데... 아효...! 하여튼 그 후로 핸드폰 단속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터닝메카드”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캐릭터 차는 카드를 가져다 대면 자동 변신도 하지요. 몇 달 전 아는 분이 둘째 희원이에게 선물을 해주셔서 “윙톡”이라는 캐릭터의 변신 자동차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가지고 놀던 시점에 어린이집 친구랑 터닝메카드 차를 바꾸기로 했다면서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네가 괜찮으면 다른 캐릭터 차로 바꿔도 된다고 했더니 다음날 바꿔왔습니다. 2만 원 가까이하는 터닝메카드 차랑 100원짜리 터닝 메카드 캐릭터가 그려진 비타민 캔디랑... 아...! 희원이에게 물어보니 대충 상황이 그려지더라고요. 자기는 바꿀 캐릭터를 가져갔는데 친구가 비타민을 주면서 바꾸자고 했고, 자기는 바꾼다는 생각만 해서 이상했지만 바꿔온 듯했습니다. 저건 아니지 싶어서 일주일간 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찾아오라고 했지요. 사탕 몇 개 챙겨주면서 바꾼 비타민을 같이 주고 사과하고 다시 받아오라고. (비타민 180여 개가 있어야 네 장난감 하나인 거라고 알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하지만 당시 6세 아이는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고 선생님께 전화해서 양해를 구했더니 결국 찾아서 왔더라고요. 희원이 친구는 공으로 생긴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다른 친구에게 줬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시는 어린이집에는 장난감을 들고 가지 못하게 강력 조치 중입니다. (사실 그냥 두고 싶은 맘도 있었지만 물건에 대한 소중함도 알려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도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수술도 시켜보고, 깁스도 시켜보고, 어린이집 친구 부모님께 사과도 하고 (얼굴을 긁어서, 깨물어서 등) 버라이어티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어찌 홀몸으로 우리 셋을 키우셨나 하는 생각도 들고 육아를 하다 지치면 나는 무엇 때문에 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매일매일 저에게 치대는 아이들 때문에 이미 쫀득한 반죽이 되어버린 일상에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행복하고 풍요롭고 즐겁습니다. 위와 같은 이야기들은 더 생기지 말아야겠지만 커가면서 더 다양하고 더 기가 찬 이야기들이 펼쳐지겠지요. 정신 바짝 차리고 아이들을 열심히 즐겁게 주안에서 키우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애들아~! 좀만 도와줄래? 엄마, 아빠 주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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