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년의 마지막 날은 아니고 그 하루 전 날(1/21) 강구막회에서는 선장님이 후원하고 갑판장이 주체하는 조촐한 귀퉁이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름하여 '갑판장과 닭볶음탕 드실 분'이란 다소 해괴한 명칭의 모임입니다. 본 카페의 이벤트게시판을 통해 공지를 하였고 그에 응답을 한 일곱 분과 뒷문을 두드리신 두 분 그리고 갑판장까지 총 열 명이 참석 예정이었으나 두 분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불참을 하셔서 모두 여덟 명이 모였습니다.
추억의 멕시칸사라다
갑판장이 이번 모임을 위해 준비한 메뉴는 닭(또는 달걀)을 이용한 것들입니다. 모임의 개시 시각인 오후 5시 정각이 되자마자 바로 등장한 것은 8090년대에 호프집에서 쏘야(쏘세지야채볶음)와 더불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그러나 지금은 메뉴판에서 자취를 감춘 멕시칸사라다입니다. 멕시칸사라다의 화룡점정은 누가 뭐래도 노른자가루를 솔솔 뿌리는 스킬입니다. 그런데 강구막회에서 내놓은 멕시칸사라다는 사진으로만 봐도 스킬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이는 선장님이 멕시칸사라다라는 메뉴 자체를 모르는 척 하셔서 순전히 갑판장의 구술에 의존하여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소문입니다. 쩝~
선장님표 닭볶음탕
멕시칸사라다와 닭볶음탕 사이에도 이런저런 메뉴들이 있었으나 오늘의 주제인 닭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는 메뉴라 사진 및 설명은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여튼 이날의 주요리는 누가 뭐래도 선장님표 닭볶음탕입니다. 갑판장의 취지는 평소 갑판장이 즐겨 먹는 선장님표 요리를 그 상태 그대로 강구막회를 성원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 나눠 먹겠다는 것이었는데 선장님이 아주 쬐끔 오바를 하셔서 닭볶음탕의 조리법이 평소와는 쬐끔 달랐다는 후문입니다. 참고로 선장님표 닭볶음탕 맛의 비결은 별도의 물 투입 없이 채소와 닭고기에서 나온 즙으로만 조리를 하는 것이랍니다. 특히 양파를 아주 많이 넣으면 맛이 한결 부드럽고 달콤해집니다.
감자와 닭껍질
평소와 쬐끔 다른 조리법으로 인해 닭고기와 채소의 익는 시간이 쬐끔 달라 먹는데 쬐끔의 지장은 있었습니다만은 닭고기와 감자는 엄선을 한 티가 쬐끔 났습니다. 기름기까 쏙빠진 닭껍질은 평소 후라이드 치킨의 기름진 닭껍질을 기피하던 갑판장에게 닭껍질만 찾아먹는 만행을 저질르게 하였습니다. 어찌나 야들하면서도 졸깃하고 고소하던지 말입니다. 포실한 제주산 흙감자와 함께 먹으면 맛이 조화롭게 상승하였습니다.
生유정란
연이어 등장하는 메뉴들을 보고서야 모임의 주제가 '닭'임을 눈치챈 산족씨가 집으로 연락을 취해 처갓집에서 키우는 닭의 유정란 일곱개를 가져 왔습니다. 탁구공 보다 쬐끔 큰 사이즈로 표면이 매우 고르고 깨끗하여 한눈에 보기에도 예사 달걀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강구막회에서 오골계를 주제로 모임을 가졌을 때 제공했던 토종오골계의 유정란과도 매우 비슷한 생김새입니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철저한 관리 및 월등한 품질과 선도를 생산자의 사위인 산족씨가 보증을 하여 예전에 먹던 방식으로 생달걀의 위와 아랫부분에 젓가락으로 작은 구멍을 뚫고는 한입에 쪽 하고 빨아 먹었습니다. 뭐랄까..마치 오뉴월의 오이밭에서 풋오이를 따먹은 느낌이랄까...거의 무취무미하면서도 풋풋한 기운이 목구녕으로 쏙 빨려 들어온 기분입니다. 이런 달걀이라면 갑판장도 정기적으로 공급을 받아 먹고픈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어떻게 안 될까요? ^.,^;;
!!! 주의 : 생산부터 유통까지의 과정이 불분명한 이름만 명품인 시중의 무정란들은 날로 먹으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또 유정란이라고 무조건 다 좋지는 않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생으로 곤달걀을 먹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명일원조닭발
막간을 이용하여 짝퉁창렬군의 협찬품 중 일부인 명일원조닭발도 등장을 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배가 부른 상황이라 갑판장이 짝퉁창렬군의 협찬품을 전량 빼돌리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일부 악질인 참석자가 이의를 제기하여 그 중 명일원조닭발만 꺼내 놓는 척을 하였다는 소문입니다.
건배
선장님과 갑판장이 서로를 격려해 가며 강구막회를 운영한 것이 2007년 12월 3일부터이니 어느덧 연차로는 5년차요, 만으로 따져도 4년 2개월째 입니다. 그 동안 기뻤던 일도 있었고, 안 좋았던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단골분들의 아낌없는 성원에 힘입어 거친 파도와 풍랑을 헤치며 꿋꿋히 순항을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꾸벅~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30년전 오뉴월 오이밭에 가득하던 안개는 농부께서 마침 뿌리던 농약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만..
닭볶음탕의 닭은 친환경 축산물 인증(무항생제)을 받았다는 첩보입니다.
이런걸 현문우답이라고 하나요.
꽦!
자리에 함께 하지 못했어도 훈훈한 마음이 따뜻하게 가슴을 적시네요. 선장님! 갑판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400년 이어가는 [강구막회]가 되시기 바랍니다......
네~ 형님도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고 승승장구하시기 바랍니다.
그날 설 쉬러 지방 고향가는 직원의 당직근무(대근) 하느라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언제 2월 말중 함 보도록 하죠~~~
형님도 잘 지내시죠? 저희는 늘 분주하면서도 바지런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일간 뵙도록 하겠습니다.
자주 방문은 못하고 있습니다만, 여기 까페에는 종종 와서 근황을 보고 가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강구호 운영도 잘되셔서 그곳에 가면 항상 좋은 먹을거리가 있다는 든든한 마음을 제가 계속 지니고 있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오랫만이십니다. 늘 궁리하고 실천하는 강구막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