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쳐 버린 도전권에 대한 차선책으로 시드에 집중하고 있는 원성진 9단이 홍기표 4단을 꺾음으로써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원성진은 7일 한국기원 본선대국실에서 벌어진 제14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본선리그 제26국에서 점심시간을 빼고도 7시간이 넘는 파란만장한 혈전 끝에 힘겹게 홍기표의 항서를 받아냈다. 235수, 흑불계승.
홍기표ㆍ윤준상과의 대국 중 1승만 거두면 시드를 획득하는 유리한 상황이었던 원성진은 중간전적 3승 3패를 만들며 남은 한판의 결과에 관계없이 목적을 이뤘다. 윤준상에게 지더라도 이미 상위 4명 안에 포진, 4명에게 주는 시드를 차지하기 때문이다(동률일 경우 리그 서열에 따라 결정한다).
전기에선 도전권을 획득하며 맹활약했던 원성진은 이번 리그가 시작되자 마자 3연패에 빠져들어 도전권 경쟁에서 멀어졌으나 4라운드부터 3연승하는 뒷심으로 시드에 잔류하게 됐다. 3승 4패로 리그를 마감한 뒤 '하늘의 뜻'을 기다리고 있던 최철한은 탈락이 확정됐다.
도전권은 물론 시드와도 무관한 홍기표의 입장이었지만 집념은 대단했다. 평소 친한 동문선배 원성진이 혀를 내둘 만큼 프로 승부사의 근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50위권 밖인 자신을 제외하곤 전원 한국랭킹 상위권 기사들과 함께 도전권을 다툰 홍기표는 1승 6패로 자신의 리그전을 모두 끝마쳤다.
한편 GS칼텍스배를 2연패 중인 박영훈 9단에게 도전할 한 명은 6승 1패로 리그를 마친 안조영과 5승 1패로 한 판을 남겨둔 조한승 간의 2파전으로 압축되어 있다. 이들 두 명 간의 맞대결은 없지만 조한승이 이영구와의 최종전에서 이길 경우 6승 1패로 올라서 동률재대국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조한승이 지면 그 즉시 안조영이 도전자로 결정된다. 조한승-이영구의 대국은 오는 26일(월) 전라북도 전주에서의 본선리그 최종국(28국)으로 예정되어 있다.
제14기 GS칼텍스배는 8명의 본선 멤버가 리그전을 벌여 도전자를 선발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초읽기 1분 5회), 우승 상금은 5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