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두드러기를 치료한 경우(조세신보 치험례 24)
18세의 B군은 머리가 간지러워서 한의원에 찾아온 환자였다. 처음에는 그냥 간지러워 손으로 긁기만 했었는데, 긁어도 간지러움이 그치지 않다보니, 차츰 두피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진찰을 해보니, 과연 두피가 여기저기 빨갛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심지어 어떤 부위는 너무 심하게 긁어 상처가 나 피딱정이가 생겨있는 곳도 있었다.
양방 피부과에서는 알레르기의 일종인 아토피 피부염으로 보고 투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별반 효과는 보지 못했다고 한다. 너무 간지럽다보니, 직접두피에 대한 외용치료도 했었지만, 머리카락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한다. 화를 내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 증상이 심해졌다고 하는데, 특히 각종 분비물과 비듬 등이 많이 보이는 것도 특징이었다.
<진단과 치료>
보통 알레르기 증상의 경우에는 몇 가지 일련의 증상들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릴 때 태열이 심하다든지,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다든지, 알레르기성 천식이 있다든지, 알레르기성 결막염이 있는 등의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B군의 경우에도 어릴 때, 태열이 심했었다고 한다. 또한 알레르기성 비염도 항상 달고 있어서, ‘콧물 코막힘 재채기’의 3대 증상이 모두 나타난다고 했다. 이는 대부분의 알레르기성 질환들이, 외부 환경과의 적응 능력이 떨어져서 나타나는 질환들이기 때문이다. B군의 경우에도, 환경적응능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보통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외부환경이 심하게 바뀐다고 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무덤덤하게 외부변화에 적응하는 반면에, 알레르기 체질의 환자들은 조그만 환경변화에도 심한 반응이 예민하게 나타난다. 이는 알러젠이라는 항원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체질적인 것이기에 장시간의 치료가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가 어려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체질적인 환경 적응능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강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재발되고 반복되기 마련인 것이다.
B군의 경우에도,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와 더불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자체를 보강하는 치료를 같이 해야만 하는 경우였다. 일단 머리 두피에 새빨갛게 달아오르는 증상으로 보았을 때, 증상의 악화요인이 체내에 있는 속열 때문인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열과 화는 위로 상승하기 때문에, 얼굴이나 머리 쪽으로 몰려가는 경우, 체내의 속열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보통 몸속에 쓸모없는 속열이 잔뜩 쌓여 있어서, 그러한 열(熱)들이 수시로 피부를 뚫고 방출되어 나오기 때문에 피부증상이 계속 반복되는 경우가 많은데, 몸에 열을 유발시키는 음식이나 행동을 하고나면 영락없이 그 증상이 악화되는 것 또한 이러한 진단을 뒷받침해주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처음 2주간 열을 식혀주고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처방을 복용하고 난 후에, 눈에 띄게 혈색이 좋아졌으며, 머리위로 솟구치는 열감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신기해했다. 특히 B군은 성호르몬이 왕성해지면서 상부로 열이 몰려올라가는 것이 더 심해졌기 때문에, 하초 진액을 보강시키는 약재를 병행 투약했는데, 효과가 좋게 나타났다.
이어서 두 번째 한약을 복용하고 난 후에는, 가려움증까지도 거의 사라졌다. 보통의 경우에는 이 정도에서 치료를 끝내는 경우가 많지만, 알레르기성 질환은 환경적응능력까지 보강시켜야만 이후 재발을 막을 수 있기에, 세 번째 한약을 추가 처방했으며, 한약을 다 먹고 난 이후에 더 한약을 복용할 지 말지를 결정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