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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원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침 7시30분까지 출근해서 회진을 돌고 나면 의사들과의 컨퍼런스나 간부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일상적인 결재 등을 끝내면 환자 수술을 해야 한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이렇게 밤 9시 넘어서까지 일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아침식사를 거르는 법이 없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진료와 수술로 이어지는 중노동을 감당할 수 없다. 물론 식사를 중시하는 내 생각은 병원 일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평생 한 차례를 제외하곤 끼니를 걸러본 적이 없다. 제때 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일만큼 건강에 좋은 것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의사로서 남다른 건강관리의 비법이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 건강의 요체는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데 있다.
나는 또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우리 전통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잘 먹는다. 식사는 대부분 김치·나물·국으로 한다. 좋아하는 음식은 더덕구이·산채나물·취나물·쑥국·토란국·청국장 그런 것들이다. 패스트푸드는 먹지 않는다. 유일하게 먹는 패스트푸드가 피자인데, 그것도 아들이 좋아해 한달에 1~2번 같이 먹는 정도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미국 생활을 2년 하는 동안 한번도 아침식사를 빵으로 해보지 않았다. 우리 음식이 입에 잘 맞고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우리 음식은 또 채식 위주로 돼 있어 과다한 칼로리 섭취를 막아준다. 맛과 영양, 건강관리에서 우리 전통 음식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하겠다.
내게도 고민은 있다. 나이가 들다 보니 배가 나오면서 체중이 조금씩 불어나는 것이다. 운동을 해야 하는데 주중에는 전혀 시간이 없다. 주말이면 우면산을 찾는 것으로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한다. 1시간가량 산을 타고 윗몸일으키기 150번, 팔굽혀펴기 60번 정도를 한다. 주중에는 간혹 집에서 러닝머신을 하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아마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일 것이다.
담배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안 피우는 것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연기에도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알고 보면 담배와 관련 없는 병은 거의 없다. 나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만나면 면전에서 담배의 해악을 역설한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예외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내 앞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집에서도 환기를 자주 시킨다. 천으로 된 소파나 카펫 등 먼지나는 것들은 아예 두지 않는다. 맑은 공기가 좋은 식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소식 즐기며 동심 곁으로!
산해진미 앞에서도 포만감은 싫어… 수영·러닝머신 등으로 운동 생활화
지금까지 나는 건강에 대해 크게 신경써본 적이 없으며 심하게 앓아본 적도 별로 없다. 지난 1957년 교육계에 몸담은 이래 45년 동안 오로지 교육만을 생각하며 숨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몸이 아플 겨를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특별히 나의 건강 비결에 대해 소개할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굳이 들자면 세끼 식사를 제때에 맞추어 먹되 소식(小食)을 철칙처럼 지켜오고 있는 일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누구나 그랬겠지만 일제강점기의 어려웠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내며 자연스럽게 생긴 습관인 것 같다.
나는 어떤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그러나 음식에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 아무리 산해진미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포만감이 오기 전에 숟가락을 놓는다. 덕분에 지금까지 체중 때문에 고민해본 적이 없다. 40여년 전의 체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소식은 정신을 맑게 하며 신체의 노화를 방지한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지금도 건강하게 교육감직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소식과 규칙적인 식생활 습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운동은 대체적으로 다 좋아하나 몇년 전까지 즐겨 해온 운동은 수영과 스키, 볼링이다. 특히 수영은 가장 좋아하고 즐기는 운동이다. 해군으로 복무하면서 익힌 것이다.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해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가 주관한 통일기원 한강 헤엄쳐 건너기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 625m라는 짧지 않은 거리를 수백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직접 헤엄쳐 건너다 보면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참가할 생각이다. 요즘은 업무에 쫓기다 보니 러닝머신을 통해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한다. 약 30분가량 뛰다 보면 온몸에서 땀이 배어나면서 몸이 가벼워진다.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풀리면서 어느 순간 무척 상쾌해진다.
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정확하게 판단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그만큼 쌓이는 스트레스도 많다. 그때마다 나는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스트레스는 자연히 줄어들게 되고 쉽게 잊힌다. 나는 오랫동안 걱정거리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법이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의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은 늘 변화하고 발전한다. 아이들이 교육을 통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나는 모습은 곧 보람이다. 보람은 곧 즐거움이다. 평생 교육에 몸담고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보람과 즐거움을 누려왔으니 이보다 더 큰 건강 비결이 어디 있겠는가.
마음 비우고 음식 끊는다
산길 오르며 강퍅한 마음 씻어내… 봄마다 일주일 단신은 최고의 보약
<유마경>에 이런 대목이 있다. “당신 같이 깨달은 이가 왜 이렇게 아파 누워 있는 거요.” 유마는 이렇게 답한다. “중생들이 아프니 나도 아프다.”
1달러 미만으로 하루를 사는 이가 10억명이 넘고, 폭격으로 죽어간 아프간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밀림이 날마다 엄청나게 사라지고, 마시는 물이며 공기가 더러워져 있다. 그런 와중에 내 한몸만 잘 지낼 수는 없으니 유마의 말씀이 새삼스럽다. 쥐의 등에 사람의 귀가 자라게 하는 의술 덕에 내가 안 아프고 안 죽으면 후손들은 살 곳이 없다. 아플 때 아프고 죽을 때는 죽는 것이 순리다.
몸이나 마음이 아픈 것은 지나친 욕심의 결과다. 술욕심·일욕심·사람욕심을 부리니 안 아프면 그것이 이상하다. 병원 가고 약 먹고 안 아프려고 발버둥칠 일이 아니다. 벌이라 달게 받고 욕심을 줄이는 것이 건강법의 으뜸이다. 건강에 대한 집착 이것도 욕심이니 이 욕심도 접고 순리에 맡기려 애쓴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이 세상만물이라 나 역시 아플 때도 있고 건강할 때도 있다. 감히 스스로 건강하다고 말할 이는 없다. 건강비법을 널리 알리고 실천한 노익장이 엉뚱하게도 교통사고로 돌아간 예를 봐도 건강이란 상(相)이 따로 없다.
십수년째 북한산을 오른다. 더러는 도봉산이나 불암산도 가지만 거의 주마다 북한산이다. 어느 해 겨울에는 일주일 내내 저녁마다 눈구덩이 북한산을 혼자 돌아다닌 적도 있다. 동장대에 털썩 앉아 온 천지를 가득 덮은 눈과 까마귀떼를 바라보기도 하고, 봄이면 연초록 봄숲에 넋을 빼앗기기도 한다.
서너 시간 산을 오르고 내린 뒤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에 그간의 강퍅한 마음이며 긴장은 쑥 씻겨 내려간다. 가끔 따라오는 처도 이제는 젊은 학생들보다 여유 있게 산을 오른다.
산말고 주위에 권하는 것이 단식이다. 10년째 봄마다 일주일가량 맹물만 마신다. 그동안의 욕심과 탕진을 반성하려고 밥을 끊는다. 온갖 노폐물이고 살이며 욕심을 털어내고 나면 일주일에 꼭 7kg이 줄어든다. 단식을 한 뒤 내린 결론 하나, 사람은 먹기 위해서 산다. 둘, 먹는 것은 그저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온 우주와 내가 하나임을 느끼는 신성한 제례다. 제 한몸 내어 내 밥이 된 곡식이며 짐승, 이것을 생산하느라 애쓴 농부, 밥을 지어준 어머니. 그리고 밥을 같이 먹는 것은 단순한 밥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것임을 단식을 해본 이들은 안다.
건강해지려 산행과 단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산과 단식의 결과가 건강이라 여긴다.
적게 먹고 자연 곁으로…
소리 수련 과정에서 건강 체질 얻어… 혼신 쏟아 신명나게 일하는 게 보약
나는 ‘소리’를 천분으로 알고 평생 소리만 해왔다. 돌이켜보면 소리를 수련하는 과정이 보통 건강한 사람 이상의 체질을 형성시켜준 것 같다.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나는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인 여섯살 때부터 소리를 했다. 시골에서 태어나 가난한 살림과 소리 수련의 궁핍한 과정에서 특별한 영양식이나 보약 한첩 먹어본 적이 없다. 보릿고개와 전쟁의 와중에 굶어 죽지 않고 누가 그리 알아주지도 않는 전통음악을 하면서 근근 도생한 것을 보면 낙천성은 타고난 듯하다. 이것을 보면 건강은 먹는 것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정신에 더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소리를 배우는 수많은 젊은이들과 늘 함께 지내다 보니 자연히 나이를 잊고 살게 된다. 대여섯살 정도 되는 꼬마들과 벗을 하고, 중·고등생들과 어울려 농담을 하고 웃다 보면 마음이 그저 즐거움으로 가득 차서 어느 순간 걱정거리가 사라져버린다. 생기발랄함은 나이를 넘어 노소가 함께 동락하는 가운데 생긴다.
또한 자연만큼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 나는 일년에 한 차례씩 여름이면 깊은 산속에 들어가 소리공부를 한다. 맑은 공기, 경치 좋은 자연에서 사회와 단절하고 한달 동안 소리공부에만 전념하면 심신이 모두 쾌청해져 생기가 마구 솟는다. 마침 내가 사는 서울 신림동은 집을 나서면 걸어서 10분 안에 관악산 등산로에 닿는다. 매주 일요일이면 강아지를 앞세우고 두 시간 남짓 아주 천천히 산을 오른다. 나이가 있는지라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걷다 보면 온몸에서 땀이 나고, 기분이 좋아진다. 돌아온 오후에는 목욕을 하고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면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풀린다.
식사는 아주 적게 먹는 편이다. 원래 소리 하는 사람은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야만 한다. 소리라는 것이 워낙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 영양이 듬뿍 들어 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나도 젊었을 때는 주로 육식을 했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혈압이 올라가고 당뇨가 생겨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한꺼번에 줄이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줄이다 보니 2~3년 안에 아주 적은 양을 먹게 됐다. 세끼를 다 먹되 적은 양만 먹는 대신 술과 담배를 끊었다. 40대에 접어들고 성대에 이상이 생겨 소리 생활에 지장이 있었는데, 약 3~4년 전부터 담배와 술을 끊고 꾸준히 운동을 했더니 상황이 바뀌었다. 전과 달리 목도 좋아졌고, 음식을 적게 먹어도 피로가 덜하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운동은 매일 아침과 저녁 러닝머신에 올라 30분씩 걷는 것이다. 땀을 흠씬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해진다.
소리를 하면 단전에 기운이 몰려 자연히 단전호흡이 된다고 한다. 그래서 깊은 숨을 쉬게 되고 이게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내 경우도 그렇다. 늘 소리를 하기 시작해서 한두 시간이 지나면 몸 전체에서 소리가 울리는 듯하고, 몸과 마음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듯 가벼운 기분이 든다.
나는 건강의 비결이 무슨 일이든 자기 분야에 혼신을 쏟아 신명을 살려 일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완전히 힘을 빼지 말고 적당히 긴장하고 살면 그것이 늘 정열과 확신 속에 건강을 유지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향기로 치료한다
몸살리기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아로마(향기)요법은 고대 문명권에서도 두루 썼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 학자들은 적어도 6천년 전부터 널리 쓰였을 것으로 추측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 뜰 무렵 태양의 신 ‘라’에게 향을 피우는 예식이 있었고, 그리스에서는 향유를 약품이나 화장품으로 썼다. 고대 중국에서도 제사를 지낼 때 향을 피웠고, 로마에서는 목욕탕에 민간요법의 한 방법으로 향유를 썼다. 인도에서는 아유르베다 전통의학의 일부로 향기 마사지를 시행했고, 아메리카 인디언들도 그들 나름의 생약요법과 함께 향유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향기요법이 본격적으로 치료의 한 분야로 자리잡은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20년대에 향수산업에 종사한 프랑스의 한 화학자 가트포스가 자신의 손에 심한 화상을 입고 얼떨결에 옆에 있는 라벤더 오일통에 손을 담그면서 그 효능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불에 덴 자리와 통증이 급속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라벤더 오일의 소독 효과는 물론 치료도 가능한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그 뒤 그는 다른 오일로도 실험을 해보았다. 그것들 역시 다양한 피부질환에 효능을 보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향유는 생리적 또는 심리적 효과를 가장 빠르게 일으키는 수단으로 쓰였다.
향기요법 전문가들은 향유에 살균작용, 항경련작용, 이뇨작용, 혈관의 확장이나 축소작용, 스트레스 관리 등에 효험이 있음을 확인했다. 민간요법으로는 멍든 데, 곤충에 물렸을 때, 가벼운 화상, 가벼운 소화장애나 메스꺼운 증상에 사용한다. 심지어 피부관리, 정신이완 등에 효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사용법으로는 주로 손수건이나 가제에 향유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냄새를 맡는 방법과, 피부에 문지르는 방법, 목욕물에 타서 이용하는 방법 등이 보급되었다. 드물게는 먹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 이들 향유는 다양한 꽃·뿌리·잎·나무껍질·과일껍질 등에서 추출한 향내가 강하고 휘발성·인화성이 강한 물질이다. 향유에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사항도 있다. 대부분의 향유는 외용으로 만든 것이지 먹도록 만든 게 아니다. 인구의 5% 정도는 피부에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눈 근처에는 바르지 말아야 한다. 적절하게 쓰지 않으면 모두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면 박하 오일은 소화기 질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불면증에는 더 해로울 수 있다. 향기요법에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석이 치료하네!
일러스트레이션/ 방기황
오래된 전설에 따르면 ‘마그네스’라는 이름의 양치기 목동이 ‘자장요법’을 창시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쇠 지팡이가 어떤 바위로 끌리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쇠를 끌어당기는 바위를 ‘마그넷’이라 하고, 보이지 않는 끄는 힘을 ‘마그네티즘’이라 부르게 되었다. 전문가들은 기원전 200년께 희랍의 유명한 의학자 갈렌이 자석을 이용해 치료한 것을 자석요법의 출발로 여기고 있다. 또 다른 기록에는 19세기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포도주나 다른 발효 용액을 자석 옆에 놓아두었더니 더 빠른 속도로 발효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이렇듯 자석이 물질이나 생물체나 환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치더라는 보고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이 끊이지 않았고 신뢰성에 대한 도전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30여년간 자석과 자력과 자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미국의 과학자 알버트 로이 데이비스는 낚시질을 하면서 놀라운 발견을 하기도 했다. 우연히 한 통에 있는 지렁이들은 얌전히 엉켜 있는데, 다른 통에 들어 있던 지렁이들은 상당히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일부 지렁이들은 종이통을 뚫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했다. 이때 우연히도 지렁이 통 옆에 커다란 자석이 높여 있었다. 자석의 N극은 얌전한 지렁이쪽에, S극은 요동을 치는 지렁이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가 달걀을 가지고 한 실험에서는 S극에 노출되었던 달걀이 더 빨리 부화됐다. 여기서 나온 병아리는 더 빨리 크게 자라고 매우 호전적이었으나 일찍 죽었다. 이에 비해 N극의 병아리는 늦게 부화되고 덩치가 작으며 비교적 얌전하고 더 오래 살았다.
이런 관찰을 통해 오늘날 과학자들은 S극이 생체에 증식과 항진 작용을 하고, N극이 위축과 진정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미 의료 선진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자장을 진단과 치료에 광범위하게 응용하고 있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진단법이나 근전도 검사에도 자장을 이용한다. 또한 통증 치료를 비롯해 관절염·염증성질환·두통·불면증·순환기질환·스트레스 치료 등에도 자장이 쓰인다. 심지어 자장은 골절된 뼈의 유합 촉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자장의 이용이 질병 치료에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자장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확실한 만큼 무분별한 사용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