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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절대 동의 못 합니다. 돈도 없지만, 내가 박 병장님에게 빚을 진 것도 아니고,
있어도 드릴 용의가 전혀 없으니, 앞으로도 나에게 그런 요구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듣기에 너무 불쾌 합니다.”
“하하하 불쾌 하시다? 그럼 풀어야지. 소등 한 다음에 통신대 뒤 쪽, 어딘지 알지?
졸병들 군기 잡는 곳, 거기서 내가 사과 하는 것으로 하지. 여기에는 졸병들도 많고
하니, 겁난다고 안 나오면 그 때는 더 피곤 할 거야, 알지?”
시비를 작정하고 거는 박 정호에게 정길이의 인내가 바닥이 된다. 참아야하는데,
하면서도 저런 인간을 보면 참아지지가 않는다. 국내에서 권투선수로서 웰터급
챔피언을 했다니 정길에게 벅찬 상대인 것이 분명하건만, 정길의 마음에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가 않는다. 잠시 시간을 내서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아예 심하게 다루어야 다음에 다시 엉뚱한 생각을 않을 것이다. 또 부대
내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모두에게 각인시켜 함부로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머리에 공격할 그림을 그려 본다. 저절로 머리에
떠오르는 그 그림에 흥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그림대로 몸짓이 따라가 진다.
오히려 몸의 근육이 가볍게 긴장이 되며 흥분이 된다, 밤이 기다려진다.
“여! 나오셨군. 봐라. 여기 이 졸병이 나 박 정호에게 정면으로 도전을 하셨다
이거야. 앞으로 교육적인 차원에서 훈계를 할 테니, 잘들 보고 선배를 어떻게 모셔야
하는지 깊이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알았나?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르지는 마.
하하하하 자던 애들 놀라서 깬다.”
“지금, 박 병장님이 나에게 하는 이게 불법이라는 것은 아시죠? 제가 묻겠습니다.
무슨 자격입니까? 당신이 내 상관입니까? 아니면 제가 박 병장님께 실수를 해서
그럽니까? 저는 박 병장님께 실수한 적 없습니다. 그럼 군대 짠 밥으로 그러십니까?
난 당신이 제대로 된 군인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엉뚱하게 사회의 깡패처럼
힘으로 하려고 하지 마세요. 조금 전에 말은 내게 사과 한다고 했지요? 맞습니까?
박 병장님이 말씀을 잘 못한 것이니 사과 하시고 끝냅시다, 더 이상 갈구시면 저도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 사람은 겉으로 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박 병장님이
아직 임자를 못 만나서 그러나 본데, 여기서 이 정도로 끝내는 게 좋습니다.”
“어린 자식이 뭘 믿고 그러냐? 너 운동 좀 했나보구나? 괜히 까불다가 어디 부서지면
제대해서 밥 먹고 살기 힘들어 진다. 딱 세 대만 때릴게, 얌전하게 그냥 맞고 생각을
바꿔라. 임 마, 너에게 흔한 돈 좀 선배가 나누어 쓰자고 하면 고마워해야지. 내가
공으로 먹겠냐? 너 애로사항 있을 때 내가 봐주면 너에게는 그게 더 고마운 거야.
군대 생활에 애로사항이 없는 졸병 있냐? 너희들도 그렇지? 내 말 맞지?”
“당신이 지금 하는 이 행동은 깡패도 아니고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때리면 다 맞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나 본대, 난 당신에게 맞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러니 여기서 끝냅시다. 머리가 있으면 이 정도 말하면 이해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나는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야! 저 새끼 잡아. 만약 그 놈을 놓치면 너희가 그 놈 대신 맞아야 할 거다.
둘러싸서 막아라, 못 빠져 나가게 해.”
“비키십시오. 이게 법이 아닌 줄 알면서 같이 동조하시게 되면, 선배님들은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나중에 자식들 앞에서도 이렇게 비굴하게 살 겁니까? 여러분은
절대 안 다치도록 책임지겠으니 비키세요, 지금 내무반으로 돌아가세요. 가십시오.
박 병장 너에게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그만 둬라.”
“도저히 용서를 해 줄 수 있는 놈이 아니군. 이빨 몇 개로는 안 되겠다. 어디든
몇 군데 부러져봐야 겨우 정신을 차릴 놈이야. 하하하 그래 네 마음대로 힘을 써 봐라
어디 실력이 어떤 가 좀 보자.”
“당신을 때리고 싶지 않아. 내 손이 더러워질까 봐. 비켜라, 괜히 창피당하면 그나마
여기 부대에서 생활하기 힘들 텐데 말이야, 어디에서 나머지 군 복무기일을 채우려고
그러는 거야? 좋게 이야기 할 때 비키시지,”
“그래, 내 생전에 당해 보지를 않아서, 창피가 무엇인지 모르는데 한번 당해 보자.
하하하 원! 내 앞에서 큰 소리 치는 놈을 하도 오랜 만에 봐서인지, 감격해서 눈물이
다 나오려고 하네. 내 걱정하지 말고, 아가야, 네 힘껏 다 해 봐라. 어디 맛 좀 보자,
그래 그 조그만 주먹으로 마음껏 휘둘러 봐라, 그래야 나중에라도 후회를 안 하지.”
‘다른 놈 하고 틀려. 권투 국내 챔피언을 했다고 했으니, 한 대 맞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약을 바싹 올렸으니, 힘은 들어가되 불안정 할 거야. 내가 큰소리치는 것에
의아심이 있어서, 첫 방은 나를 견제 하는 정도의 몸놀림이 되겠지! 나 역시 너를
한 방에 보낼 수가 있다. 어디 들어와 보시지? 왜? 무슨 의심이 그리 많지? 내가 무슨
고위급 아들인가 해서? 좋아 그럼 내가 먼저 들어가 보지. 공격 할 듯, 덤비는 척
하다가 옆으로 다시 그 반대편으로 생각대로군. 동작이 너무 커. 바싹 붙어 옆으로
돌면서(어때? 너무 빠르니 다음에 내가 공격하는 곳이 어디일지 짐작이 안 되지?)
관자노리에 팔꿈치로 한방, 이어서 단전 부근을 쾅, 다시 오른쪽 허벅지를 콱,
한 대 더할까, 그만 할까? 아예 대들 생각을 못하게 한방 더? 어라! 벌써 갔네.’
“한 동안 못 일어 날겁니다. 데리고 내무반에 가서 눕혀 놓으세요. 한 시간 정도면
깨어날 겁니다. 심하게 하지 않았으니 의무실에 안 가도 됩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선배님들이 모두 보았으니,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좋지 않은 이런
말이 부대에 퍼지지 않도록, 선배님들이 조심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눈으로 보았으면서도 그들은 믿을 수 없어, 입만 벌리고 있었다. 무슨 방법으로 저
천하무적의 박 병장이 쓰러진 건지, 남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몇 번 손을 가볍게 흔든 것만 봤는데, 저 덩치가 기절했으니 너무 어이가 없다.
몇 명이 그를 일으켜 세워 한 사람이 업고 내무반으로 간다. 나머지들도 정길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이제 소문이 퍼지면 알아서, 시비 같은 것은 걸지들 않겠지. 저 놈이 무슨 빽 인지
그게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나도 여차하면 보안대 힘을 빌릴 수 있거든? 아마
창피해서 이 선에서 끝내고 너는 다른 곳으로 가야 되겠지? 어디 그렇게 당하고도
얼굴을 들고 여기 부대에서 있을 수가 있겠어?’
업무를 보고 있는 정길을 평소에 박 병장과 같이 어울려 다니던 본부중대장이 불러서
중대장 실에 들어가니, 정길을 쳐다보는 그의 눈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참을
쳐다보다가 머리를 흔들고 나서 정길을 책상 앞으로 오라고 손짓한다. 전에 평소 보던
하찮은 졸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은 경외감이 있는 얼굴로 말을 건넨다.
“이 정길 아무리 그래도 나이나 군 짠 밥이나 대 선배인데,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살살 할 수도 있었잖아? 상처는 없는데 몸을 쓰지 못할 정도로 만들 정도의 실력이면,
강도 조절이 가능 한 거 아니야? 물론 그 놈이 잘못 처신한 것은 알겠지만, 겁먹을
정도로만 혼내고 말았어야지. 저 커다란 덩치가 끙끙 거리고 앓는 걸 보니, 그 녀석이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런다.”
“권투 챔피언 출신이라 엄청 셀 줄 알았습니다. 저런 약골인지 알았다면 좀 살살
했을 건데, 잘 못된 생활과 술로 인해 약해졌나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 같은 약골
에게 쉽게 당했겠습니까? 괜한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특진
“어째, 내 바둑이 퇴보하는 거 아닌가? 맞수인 장 대위는 그런대로 견디는데 나는
영 힘을 못 쓰네. 자네가 하수하고 두면서도 계속 늘어서 그런 건가? 허어 그거 참!
장 대위하고는 실력이 막상막하인데, 자네하고 두면 내가 장 대위 보다 약한 것 같고
대체 뭐가 어찌 된 게야?”
“대장님은 작은 것을 쉽게 포기하시기 때문에, 버린 작은 것이 나중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아셨을 때 아차 하셔서 그렇습니다. 맞수 일 때는 꼭 필요한 전법이지만,
상수와 대국 하실 때는 작은 것이라도 견실하게 지키시면서 두셔야, 나중에 큰 손해를
안 보시게 되는 겁니다.”
“어디 장 대위와 다시 해보게. 옆에서 보면서 배우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장 대위,
부인은 아직 안 오셨지? 이 상병도 오늘은 늦게 있어도 되잖아? 음어대회 준비는
어떤가? 시간 단축이 어느 정도나 되었지? 그 실력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만사가 불여튼튼이라 했으니, 더 시간을 줄여봐야지. 장 대위 ATT 준비는 잘 되는
거지? 이번에 감독관들은 타 사단에서 나오기 때문에 까다로울 거다. 원리 원칙으로
한다니 선배나 동기라고 봐주는 건 기대하지 말아야 되겠지. OP에서 지휘부 전체에
전사 딱지를 붙였을 때의 상황을 많이 연구해야 할 거야.”
“여러 각도로 대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건 나중 일이고 우선 당장은 정길이가
군단에서 음어대회를 우승하는 것입니다. 자신한다고 해도 군단대회라 머리 좋고
대단한 애들이 많을 겁니다.”
“외우는 건 완전히 숙지해서, 조립이나 해석이나 자신이 있습니다. 글씨를 빨리
쓰는 것과 오자나 탈자가 없어야 하기에, 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교육계로서는
아직 배울 것이 많습니다. 이제 독도법과 진지배치도를 겨우 파악할 정도입니다.
요도에 탄막표시를 하는 것과, 포 사격 지원요청은 이제 배우고 있습니다. 열심히
해서 저로 인해 대대가 잘 못되어 점수를 까먹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전투 교범 5 권은 모두 한 번씩은 읽었습니다.”
쉽게 깨어나지를 않아 의무대 신세를 지었고, 하루가 지나서야 깨어난 후에도, 며칠을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고 누워있던 박 정호가 돌연 사라지고 소식이 없다는 그의
동향이 대장에게 보고되었다, 정길이 며칠을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던 차,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박 정호의 전출 요청이었다. 일을 크게 만들어 보았자 자신이 손해라는 것을
알았다는 뜻이다. 복싱 웰터급 챔피언이 계집애 같이 연약하게 생긴 녀석에게 맞아,
하루 만에 깨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자신의 보호자에게 알린단 말인가? 그럴 수 없었다.
또 증인이 될 놈들이 자기편을 들 리가 없는 것이다. 부대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본부
중대장에게 전출을 의뢰했다. 정길에게 감히 복수란 생각조차 포기해 버린 것이다.
“대장님 박 정호가 다른 곳으로 전출시켜 달라고 본부의 최 대위에게 요청을
했습니다. 이 상병에게 깨지고 나서, 창피한지 밖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하하하하
부대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고, 또 증인들도
많으니,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사라지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 녀석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제 속이 다 시원합니다.”
“그래? 그 놈 보호자가 무시 못 할 사람이라, 알면서도 나도 어찌하지를 못했는데,
잘 된 일이야. 그런 자 하나가 군기를 문란 시키고, 부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거든. 최 대위와 늘 같이 밀려다니더니, 최 대위도 이번에는 정신을 차려야지.
진급 안 된다고 너무 자포자기 하고 지냈는데,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지. ATT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다구 쳐야 되겠어.”
일이 벌어졌다. 음어 전체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합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장 대위가 대장에게 보고를 하면서도 난색을
표한다. 그동안 홀로 연습하느라 노력했던 정길에게 무어라 할지, 군단의 시합자체를
어찌해야 할 것인지 대책이 없다.
“대장님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대회 삼 일을 남겨두고 음어가 바뀌다니, 이런 낭패가
있습니까? 정길이가 밤잠 안자며 노력 했는데, 허 참, 그동안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버렸으니. 그래도 음어대회는 한다고 하고, 아! 참, 하긴 다른 곳에서도 우리와
마차가지니까 어쩌면 모두 똑 같은 조건에서 하는 거라서, 우리에게 더 유리 할 수도
있겠네요. 정길이가 음어 외우는 요령을 스스로 개발했으니, 오히려 더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장님 정말 더 유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다만 시간 기록은 안 나오겠다. 일단은 정길이에게 알리고
새 음어도 주게. 하기는 전쟁이 난 상태라면,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음어다.”
“어쩌겠는가? 다른 사람들도 똑 같은 조건이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런지,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게 되었네.
어쩌면 자네의 능력이 이번 기회에 더 빛을 발할 수 있네. 힘을 다해보게.”
‘머리 안에 가득 차있는, 전 음어 판의 숫자를 어떻게 빨리 지우는가 하는 것이,
승패를 가리는 거다. 방법은 하나, 장인이 가르쳐 주신 자기 암시와 묵상을 해서
예전 음어 판 숫자의 기억을 지우는 방법 뿐 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바뀐 새 음어를
외우느라 정신없을 거다. 그게 아니야 그러면 문제를 풀 때, 전의 숫자와 겹쳐서 생각
나기 때문에 오자가 생겨서 안 돼. 예전의 숫자를 잊어야 이길 수 있어.’
“정길이가 새 음어를 들여다보지 않고, 벽을 향해 앉아 있기만 합니다. 시간은
촉박한데,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무슨 도 닦는 도사같이 하루 종일 저러고
있습니다. 예전의 것을 다 잊으려고 그런다는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건지 원!”
‘이제 머리에서 지운 것 같은데, 아니야 아직 더 지워야 해. 한 숫자도 생각이
나면 안 돼. 오늘 점심 식사하기까지만 더 지우고, 식사 후부터 내일 아침 군단에
도착하기까지 외우면 돼. 대장님하고 작전 관이 꽤 걱정하시겠군. 하하하하 그저 나를
믿어주십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군단에 가는 동안에 음어를 보며, 외우는 정길이 장교들이 보기에는 너무 안쓰럽다.
어차피 다른 부대도 마찬가지이니, 누구나 똑 같은 조건이다. 전번 음어의 숫자와
혼동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정길이 기억력이 좋으니 당황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장교들이 애써 서로 위안을 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정길이 가만히 심호흡을 한다.
“전 중위, 다른 부대들이 답안지를 내기 시작하는데, 정길이가 많이 늦는 거 같다.
벌써 2분대가 넘어 갔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군. 아! 저기 나온다. 시간 체크는
확실히 했겠지? 아까 조립에도 세 번째로 냈지? 1등은 이제 틀린 건가? 어찌되었든
3등이라도 해야 하는데.”
“군단 음어 경연대회의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군단 음어대회 공격 부문,
조립 2분 18초 해독 2분12초로 2468 부대 이 정길 일병이 1등입니다.
시간에서는 다소 늦었으나, 오자 탈자가 하나도 없음으로, 1 등으로 최종 결정되었음,
다음 2 등은~~~”
“으 싸! 으 싸, 우리가 일냈다. 전 중위,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지? 와! 하하하하
이거 감격해서 눈물이 다 나네.”
“장 대위님, 이겼습니다. 시간은 2 등이 많이 빨랐으나. 오자가 있어서 우리가 이긴
겁니다. 어서 대장님께 알려야죠. 아니 벌써 알고 계시겠네요. 군단에 있는 대장님
동기와 선배들이나, 아니면 연대에서 벌써 연락했겠지요?”
같이 왔던 장교들이 기뻐서 체면을 불사하고, 팔짝 팔짝 뛰며 즐거워한다.
대대뿐 아니라 사단과 연대의 큰 자랑거리가 탄생한 것이다. 더구나 음어가 바뀐
상태에서의 승리라 더 기쁨이 큰 것이다. 정길이를 가운데 두고, 모두가 서로의
수고를 축하하는 일색이다.
“예, 오자와 탈자가 생길 것 같아서, 그 숫자를 잊어버리는 것에 온 힘을 다한 것이
적중했네요. 빨리 낼 수도 있었는데, 확인하느라고 타 부대가 나가는 것을 미쳐 보지
못 했습니다. 걱정 하셨지요? 저도 먼저 나간 부대가 두 셋이 돼서, 1 등은 단념
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두 분께서 저 나오기를 기다리시느라고
살이 좀 빠졌을 겁니다. 하하하하.”
“수고 했다. 사단장님과 연대장님이 무척 기뻐하셨다. 사단에서도 대회 4회 만에
1등이라 연대장님이 1 계급 특진, 사단장님이 1 계급 특진 명령을 내리셨다. 이제부터
자네는 병장이다. 하하하하 그동안 너무 고생 했네.”
‘숙아 보았지? 군에 온지 일 년도 안 되어서 병장이다. 이번에는 마이가리 안 달고
진짜 병장이라고, 그런데 무슨 좋은 일은 숙이 아니면 장인 때문이네. 참! 장인이
강릉으로 이사하셨다했는데, 은혜를 입고도 아직 전화 한 번 못해드렸네.
잊지 말고 전화 해 드려야겠지! 좋아하실 장인의 얼굴이 떠오르네.’
음어 경연이 끝나자마자, 대대 ATT 준비를 하느라 정길은 정신이 없다. 장 대위와
박 하신이 교대로 볶아치는데 알던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마음이 집에 가 있으니
집중이 되지가 않는다. 갈팡질팡하면서도, 그래도 휴가 갈 생각에 기분은 좋다.
“탄막 지역은 타 부대의 화기와 겹치는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단 전쟁이
났을 때, 상황에 따라서 변경되기도 해. 화기 배치는 적의 동향에 따라 상급부대의
지시를 받고 배치하며, 우리 대대 작전지역에서는 대대가 직접 명령을 내리는 거다.
포 지원요청은 연대의 4,2인치와 사단의 105미리, 포병 부대의 155미리를 할 수가
있는데, 적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OP 근무자들이 제일 위험해. 지휘부라 말이지!
지휘부를 잃으면 눈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거든. 참! 각 중대 교육예정표는 다 됐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이 정길 병장 어때? 진급도 좋지만 머리에 쥐나지?,”
“나야, 성진이 야! 너 정말 재주 좋다. 우리는 아직도 일병인데 너는 병장이라니,
오늘 부로 너 병장 진급 됐다. 우리 동기들 중에서 너를 보면, 탈영이나 특수부대
근무하는 줄로 잘못 알겠다. 이거 나도 너를 병장님으로 불러야겠네. 하하하하
표창장도 함께 내려 갈 거다. 축하한다.”
“송 대영이 한 테 전화 좀 해라. 네게서는 전화가 없다고 하더라. 걔, 진급심사 때
누락되지 않도록 신경도 써주고, 상급부대 근무한다고 해서 대영이와 너, 나 우리
셋이 의리를 저버리면 안 되지! 나는 가끔 가서 대영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다 오거든.
마음이 심약한 애니까 우리가 자주연락을 해서, 그 녀석의 용기를 북돋아 줘야지.
나 휴가 갔다 와서 우리 셋이 한번 뭉치자.”
“휴가 갔다 온지는 얼마 안 됐지만, 대대 ATT 들어가기 전에 단기 휴가로 일주일
정도 집에 다녀올래? ATT만 아니면 포상휴가를 갈 수 있는데, 전에 갔다 왔으니
이번은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서 일주일만 다녀와라. 내일 아침에 출발해라. 살며시
갔다 와. 휴가신고는 생략하고, 소문나서 특혜니 어쩌니 하면 좋지 않다. 대장님이
그러라 했으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갔다가 와서 슬며시 네 자리에 앉아 있어라.
신고하지 말고 연대 출장 가듯이 정문 통과해라,”
“고맙습니다. 교육관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방귀 새듯이 소리 없이 갔다가
바람 불듯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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