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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꽃무릇들
한 달 내내 오늘을 기다리다 드디어 때를 만난 사람들 마냥 좋아서 날뛰듯이 만나는 사람들마다 인사를 하고 얼싸안으며 기뻐하는 장면은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 동기동창이면서도 이름까지 가물가물해가는 세월과 만남은 나를 망각과 치매에서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은 망상까지 가져오려고 하였다.
더구나 나는 오늘 이 시간을 위하여 어제 미리 광주에 왔다. 핑개는 추석을 맞이하여 벌초를 한답시고 왔지만 그것은 허울 좋은 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하기야, 벌초하는 사람들의 목을 추기기에 딱 좋은 막걸리, 부산 산성 막걸리까지 사와서 4촌 형제간끼리 마시기까지 했지만 그것은 구실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등산을 위하여 미리 광주에 와서 부산역 근처에 있는 빛고을 불가마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잔 것이다. 형제간들이 없어서 찜질방에서 잔 것은 아니다. 형제간 집에 가서 가도 되지만은 형제간들 집에 가서 자러 가면 서로가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첫째 여행하면, 심신이 피곤하면 샤워나 목욕을 하고 자야 하는데 그것이 불편하고, 늙어갈수록 피곤하면 잠잘 때 코를 기리는 습관이 생기기가 일쑤인데 그것 또한 견디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많아서 아예 찜질방을 택하면 그 이상 편할 수가 없다.
찜질방. 마음대로 샤워하고 목욕하고, 저녁을 먹고, 또 마음대로 간식하며 마시고, 이 방 저 방 마음대로 골라가면서 피로를 풀어가다 아무데나 거꾸러져 자도 누구 하나 거릴 것이 없는 찜질방을 나는 사랑하다시피 애용을 한다.
어제도 벌초하고 한 잔 하고 사촌 동생 두연이가 광주비엔날레까지 데려다 주어서 마음껏 구경을 하고 나니, 이종 동생 김정이 데리러 와서 금호동으로 가서 한잔 쭈욱 하고 이곳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멋지게 보내고 광주역 만남의 광장에 나간 것이다.
좀 일찍 나가 기다리니, 에버렌드 관광버스가 먼저 등장한 것이다. 눈에 익은 버스라서 금방 알 수 있었다. 장성 입암산 갓바위 갔을 때 타봐서 알 수 있었다.
조금 있으니, 등반대장 김종국이가 어제 맡겨놓은 막걸리통을 무겁게 들고 나타났다. 연이어 친구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그런데 얼굴은 아름아름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친구, 이름도 성도 알 수 없는 친구들도 나타났다. 그래도 아는 척 얼렁뚱땅 인사를 하고 오늘의 목적지를 향하여 달리는 것이다.
먼저, 답답한 광주 시내를 빠져 시원하게 펼쳐진 황금물결이 넘실대는 광산평야를 달리는 것이다. 아니, 아직도 완공이 안된 광주 영광간 도로가 공사를 한다고 어슬렁거린 것이 눈에 거슬렀지만 우리는 소기의 목적을 위해 그저 앞으로만 달렸다.
맨 처음 도착한 곳은 영광 불갑사. 그리 멀지 않은 옛날에 지존파들이 인고기 먹었다던 유적지(?)를 벗어나 주차장에 도착하여 불갑산을 향하여 걸어간다.
모두 다 그렇다. 일본말로 ‘나가라조꾸’ 뭣뭣하면서 뭣뭣하는 것 말이다. 물론 등산이 주제지만 여행을 하면서, 관광한다. 오늘도 불갑산 등반이 주제지만, 어찌 불갑사를 지나칠손가. 불갑사하면, 인도의 중 마라난타가 우리나라에 불교를 전하기 위하여 황해바다를 건너와 제일 먼저 지었다. 하여 불갑사인데,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절들은 통일신라형태의 절이지만 오로지 전남 영광 불갑사와 충남 공주 마곡사 마는 백제 형태의 유일한 절이다. 대웅전 들어가기 전의 안내문을 읽어보라. 고 이야기하자 관심있게 읽어주는 친구들이 고마웠다. 이게 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들은 풍월이지만.
아홉번째 십오야산악회 산행 결과를 알립니다.
1. 일 시 : 2006. 9. 25(월) 09:00 - 17:00
2. 집결장소 : 광주역 광장
3. 산 행 : 광주역 출발(09:15)-불갑사 주차장(10:10) -불갑사(10:30)-동백골삼거리(10:45)-해불암(11:40)- 연실봉(12:00)-구수재-(12:30, 점심)-용천사(14:00) - 광주역(17:00)
4. 참가자명단-고재선, 김종국, 김 량, 김영백, 김영부, 노강수, 노윤택, 박종일, 송광호, 양수랑, 윤상윤, 윤정남, 이승정, 이용환, 이호창, 장휘부, 제두봉, 정송연, 조학 내외, 최문수, 한연석 (22명)
△.10월 산행은 단풍이 아름다운 전북 무주의 적상산으로 합의함.
우정이 깃든 산행인 것이다. 올라가면서 별의별 세상이야기를 하면서 걷는데, 부동산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나이 들면서 버려야 할 짐 이야기다. 나이 들면서 줄여야 할 세 가지를 들라 하면, 첫째, 집 평수를 줄이다가 갈 때 쯤 되면, 전셋집에서 살아야 할 나이인데도 키웠다느니, 새로 구입했다느니 자랑에 침을 바르면서 하는 것이 아닌가. 둘째, 재산을 줄이고 그 돈으로 세상을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셋째, 몸집이다. 몸집을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써야한다. 운동, 등산 등등 여가를 활용하여 몸집을 줄이는 일이다. 그 점은 이번에 참석한 모두는 건강해 보였다. 나오지 않는 친구들, 보고 싶은 친구들은 어떤지 궁금할 뿐이다. 아니 10월 28일 동창회를 할 때 확인이 되겠지.......
얼마를 올라가다가 L1친구가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가면 다음부터 못나와!”
아무튼 헤어질 시간이며, 쉴 시간인 것을 알렸다. 언제나 등산할 때는 역량에 따라 A, B, C 코스가 있기 마련이니까. 그렇지만 모두 A 코스를 택하였고, 심장이 좋지 못한 J1만이 B코스를 택해서 갔다.
나는 항상 제자들에게 하는 말이 생각났다. 「자기를 이기지 못한 자는 남도 이길 수 없다.」 인간사가 모두 자기와의 싸움이 아닌가. 누가 뭐라고 해도 마지막 결정은 자기가 하는 것이니까. 무슨 일이든지 즐겁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은 결과가 생기게 진리이니까. 이마에 땀이 주르르 흘러도 ‘모두 나에게 좋은 것이야.’ 하면 좋은 것이 된다.
이렇게 조그만 산,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는 산인데 산을 찾는 산악인들이 많다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광주 사람, 전남 사람이 아닌, 이리, 전주 사람들까지 불갑산을 찾고, 용천사 꽃무릇 축제를 보러 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건전한 사회로 가는 징조라고 아니할 수 없었다.
두어 번의 휴식으로 연실봉까지 올라가니 등산복 단풍을 만들어 놓은 듯 휘영찬란하였다. 연실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영광과 함평천지가 한 눈에 파노라마를 그릴 수 있었다. 올라오는 산 길 가에는 붉은 수염을 단 꽃무릇, 상사화-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사연 속에 꽃무릇만이 동고마니 솟아 있었지만, 서북쪽의 영광벌이나 서남쪽의 함평벌이나 마찬가지로 풍년가를 외치듯이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황금물결이 넘실대고 있는 것은 복받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으로 빙긋이 미소를 띠우며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기가 무섭게 또 걸어야 했다.
이제는 오직 내리막길만이 우리의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내리막길이 더 위험한 것이다. 오르막길은 힘이 들지만 위험성은 적은 편이다. 아무튼 가벼운 마음으로 밑으로, 아래로 걸음을 재촉하여 구수재에 도착하니 여기에도 다른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반갑습니다.”
산행인사를 하니, 같이 따라 해주었다. 그것만으로도 피로가 풀리는 산행인사를 잘 받아 주었다. 산 중에서 낯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적인가? 우군인가? ‘혹시나...’하는 마음을 들어주기 위해서도 좋은 인사라고 생각하고 나도 많이 애용하고 있다. 매일 다니는 아침 산행에도.
약속한 대로 대강 모이기 시작하자. 쉼터에서, 둘레 낙엽을 깔고 앉아서 점심을 먹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달랑 김밥 석줄, 두 줄은 내가 먹고, 한 줄은 준비하지 않는 산악인을 위해 언제나 그렇게 준비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보온 도시락에 된장국까지 준비하여 와서 마누라 음식솜씨 자랑이라도 하는 듯이 가져온 사람도 있으나 나는 평소에 잘 먹고, 등산 다닐 때는 가능하면 눈썹이라도 빼버리고 싶은 심정일 때도 있어서 일까, 될 수 있으면 ‘가볍게, 간단하게!’ 주의이다.
모두 인심은 후하여서 자기가 가지고 온 짐을 덜려는 심정과 끈끈한 우정을 더 돈독히 하고자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며 권하는 술은 산기운과 함께 취흥을 돋구어 주고 있었다. 그런데, 신조라고 할까? 건강상이라고나 할까? 못 먹는 친구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고 건강을 무척 찾는 시기라는 것을, 그 동안 자기를 너무 혹사 시킨 것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십시일반 배를 채우고 나니 마음도 가볍고, 배낭의 짐도 가벼워 어느 세월에 내려왔는지도 모르게 곧바로 용천사 꽃무릇 단지에 도착하였다. 버얼건 꽃수염을 휘날리며 한들거리는 모습은 꽃들이 용천하는 듯 돋보였지만 불갑산을 오르면서 내려오면서 지겹게 본 탓인지 반갑지만은 않았다.
용천사 입구 팔각정 쉼터에서 여장을 풀어헤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먼저, 다음 산행에 대하여 논의를 하고, 두 번째로 금년 동창회 참가 범위를 확정짓고 나서 퇴직수당 청구에 관한 토론이 있었는데, 여기서 아직도 관직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의 주장만을 밀어붙이는 병폐가 있는 것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늙어 갈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명언을 잊었는가? 싶을 정도였다. 지는 자가 이기고, 이기는 자는 지는 원리를 생각하여,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길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8명, 그 다음에는 12명, 이번에는 22명이나 되어서 기뻤다. 이렇게 십오야 산악회 회원들이 점점 늘어나 많은 동창들이 많이 동참하여 건강한 노인으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 9988234했으면 싶은 마음뿐이다.
첫댓글 말은 한 번만 하라고 1개만 있고 ,한 번 말할 때 두 번은 들어야 한다며 그래서 귀는 두 개이고, 맞장구는 말 한 번에 세 번씩 하라고 337 박수가 탄생했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