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원 3人의 30대를 위한 재테크 조언
1. 동원증권 문진호 부사장(45)
문 부사장은 “과거에는 은행에 적금을 넣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은행 이자가 얼마 안 되고, 또 앞으로도 지금 같은 저금리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은행에 적금을 넣듯이 적립식펀드에 납입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적립식펀드에만 ‘올인’하라든 게 아니다. 부동산, 예금, 주식, 채권 등에 분산투자한다는 차원에서 적립식펀드에 접근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문 부사장은 “월급에서 생활비를 제외하고 남은 돈의 30% 정도가 적당하다. 개인의 위험자산 선호도에 따라 15~40%까지 적립식펀드에 적금 붓듯 넣는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노후대비 자금마련인데 혹시 실패하면 큰 일 아니냐’는 질문에 문 부사장은 “종합주가지수는 10년 동안 500에서 1,000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했다. 주가가 마냥 하락하기만 하는 일은 없다. 이익을 내고 팔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대답했습니다.
‘종합주가지수가 과거처럼 500~1,000 사이를 오간다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 부사장은 “물론 그렇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서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지금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가느냐 아니면 추락하느냐 기로에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한다. 적립식펀드에 들라는 것은 2만달러 시대로 도약한다는 신뢰에 바탕하고 있다. 그런데 만일 불행하게도 반대로 추락하는 시나리오로 간다면 다른 어떤 재테크 수단도 마찬가지 결과일 것이다.” 문 부사장은 이어 “국내 증시는 기업가치보다 수급에 의해 움직이는 구조였다”면서 “이런 구조가 ‘한국증시 저평가’로 나타났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구조적인 수급호전조짐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이 우량주식을 잠식하면서 유통주식수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큰 손인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적립식 펀드를 통하지 않고 우량종목을 직접 골라 매월 조금씩 사모으는 방법에 대해서 “직접투자는 위험하다. 미래에 어떤 기업이 초우량 종목이 될 지 지금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우량종목 몇 개에 분산투자하는 적립식펀드가 대안이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부사장은 증권사 재직 15년 중에 인천, 강남역, 평촌지점 등에서 8년간 영업을 해왔고 지금은 회사 전체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2.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박만순 상무(44)
“주식 전망을 왜 합니까?”
주가예측이 어려워 선뜻 주식투자에 나서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리서치센터장의 반문입니다.
“한달 뒤, 혹은 1년 뒤에 주가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말을 하지만 누구도 나중의 주가를 전망할 수 없으며, 특히 직장인이 자기 일을 놔두고 주가전망에 매달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는 게 박 센터장의 생각입니다.
박 센터장 역시 봉급생활자에게는 적립식펀드가 가장 적당한 주식투자수단이고, 이를 통해 간접, 분산, 장기투자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도 30대 초반에 투자에 뛰어들 때 부동산이면 부동산, 채권이면 채권 이렇게 특정 대상에만 편중된 투자를 했고, 더 나쁜 점은 상환논리에 따라 원칙 없이 투자를 시작하거나 그만두었던 점이 후회된다면서 이 같은 투자원칙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 센터장의 제언 중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자산배분에 관한 내용입니다.
자산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처음 정한 배분비율을 지킬 것을 권유하면서 박 센터장은 ‘단기적으로 손해가 났다고 해서 그 부분의 투자를 접지 말고 이득을 본 부분에서 손해를 본 부분으로 자산을 이동시켜서 전체적으로 다시 원래의 배분비율에 맞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단순하게 투자자산 가운데 일부분을 여기로, 다른 일부분을 저기로 돌리는 것만이 배분이 아니라 자신이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 가운데 어느 정도가 여유자금이고 꼭 필요한 생활비는 어느 만큼인지, 그리고 내 돈은 얼마이고 남의 돈을 얼마인지를 확실하게 구분하는 것 역시 자산배분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자신에 대한 투자 또한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몸값을 올리는 재테크 역시 중요한 자산증식수단이며, 내 가치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돈만 쫓아다니면 돈도 잃고 자기 자신도 잃을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습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동물적 감각’을 가지고 주식시장을 볼 자신이 있다면, 그리고 그렇게 해서 현재 하는 일에서 보다 더 큰 소득을 낼 자신이 충분하다면 직접투자를 해도 좋겠지만 그렇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간접투자로 시선을 돌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습니다.
3. 한국투신운용 이윤규 IB 사업본부장(49)
이윤규 한투운용 IB사업본부장은 30대 직장인이 노후대비자금을 마련하는 목적으로 주식투자를 하려면 ‘치고 빠지기’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투신이 대한투신과 함께 국내 최대 ‘큰 손’이던 시절에 펀드매니저로서 또 주식운용본부장으로서 세월을 보내며 얻은 결론입니다.
이 본부장은 “펀드매니저 시절에 주변에서 뭘 사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주식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주식을 하지 말라고 해도 다들 기어이 다른 곳에 물어서 주식을 하더라고 그는 빙긋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이 본부장은 “그러나 결국 기회를 노려 주식투자를 한 뒤 빠져나온 사람들은 돈을 벌었지만 계속 주식매매를 한 사람 치고 망가지지 않은 경우가 없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렇다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역마진이 나고 사회보장시스템은 열악하며 자식에게 기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30대 월급쟁이들은 퇴직 후에 먹고 살돈을 어떻게 마련하냐고 묻자 “주식을 정 하려면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주 등과 같은 틈새를 노리라”고 권했습니다.
하지만 한 때 KT&G CB로 50% 이상 수익을 남기고 공모주로 큰 돈을 벌던 시절도 있있지만 지금은 CB는 물량을 구하기 어렵고 공모주는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하지 않냐고 묻자 “공부를 하며 기다리면 때는 온다”며 성질 급한 사람이 따르기 힘든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좋은 기업이 공모에 나설 때 바로 청약할 수 있도록 미리 각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두는 등 부진런을 떨고 신문을 꼼꼼하게 읽으며 일정을 살피라고 권했습니다.
또한 ‘어떻게 모은 종잣돈인지’를 명심하고 묻지마 투자, 대박신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전체흐름을 보고 큰 물줄기를 쫓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만약 집이 없는 경우라면 금리를 생각하지 말고 적금에 가입하거나 적립식펀드에 들어서 일정 규모 이상 돈을 모은 뒤 바로 집을 장만하라고 일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