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무언가를 고치고 있다.
동파된 수도를, 접히지 않는 자동차 거울을, 아무런 반응 없는 GPS를, 부서진 원목의자를, 세 번이나 방전된 자동차를, 화질이 뭉개지는 어머니의 TV와 수평이 맞지 않은 베란다의 건조대를, 양껏 떠지지 않은지 오래인 눈꺼풀까지도.
내일 새벽 담양행을 앞두고 오후에 급히 들른 네비게이션 기기수리점에서의 일이다. 소형탁자를 사이에 두고 앞에 앉은, 엄연히 고객인 나를 앉혀놓고 두 시간이 넘는 작업시간 내내 “좋은 여성 만나기가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을 어찌나 하염없이 꺼내놓는지, 듣다 지쳐 넌지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주변에 아는 교무님들께 한번 소개를 부탁해보게요”라고 운을 뗐더니, ‘아직 40대후반이다’고 대답한다. “그럼 개띠세요?” “아니오. 닭띠입니다. 막 쉰이 되었지요. 만으로는 40대 후반입니다.”
한국에만 남아있다는 ‘세는 나이’를 공식적으로(?)도 없애자는 캠페인을 올해부터 벌인다니 닭띠 노총각에겐 잘된 일이겠다. 역시 여성은 평생 불안과 싸우고 남성은 그놈의 고독이 생의 업보인가 싶었다. 하루빨리 혼인하고, 가능하면 아이도 갖길 기대한다는 총각사장에게 “좋은 인연이 있겠지요”라고 가까스레 말을 얹어 두었다.
30대까지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혼인한다’는 여성이 있으면 말리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짝이 없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든 연을 이어주고 싶다. “빚없고, 자기 땅에 가게 있고, 카오디오도 만지는 기술직 자영업이라 정년도 없고, 언제든 쉬고 싶을 때 문 닫고 여행 갈 수 있으며, 셋째라 부모봉양 의무도 없고, 한 분 남은 어머니도 오랜 투병에 치매가 와서 요양병원에 모셨다”는, 전남 여수가 고향인 영광의 노총각사장에게 관심있는 분은 내게 메일이라도 주시기 바란다. 내 보기에 그만하면 인물은 훤했고, 2세 문제는 ‘여성의 의사에 맡긴다’하니 자기 건강에는 자신이 있는 듯 하고, 붙임성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팔자에 없는, ‘남의 팔자 고쳐주기’에도 한번 오지랖을 펼쳐볼까 싶다.
첫댓글 '여기를 친정으로 생각하고 무슨 일있으면 언제든지 와'라고 늘 말씀하시는 교무님께, 카오디오 노총각에게 소개해줄 만한 처자가 없을지 여쭈었더니, 단박에, "처음만난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늘어놓은 사람은 안봐도 뻔하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원불교에 입교하고, 또 영광에 온 이후로 처음만난 이들이 적지 않은데, 가장 많이 들었던 나에 관한 인물평이 "세상물정을 너무 몰라 어디 가서 사기 당하기 딱 좋다"는 말이었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여전히 헛똑똑이라는 말이겠다. 세상을 아는 공부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