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철북’ 은 199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이다. 영화에 대한 일반적인 줄거리와 감상을 얘기하기 전에 먼저 작가 귄터 그라스에 대해 잠시 언급하겠다.귄터 그라스(Gunter Grass, 1927- )는 단치히에서 출생해, 대전 말기에 징집되어 포로가 됐다. 1958년에 `그루페47상`을 수상한 「양철북」의 성공 이후 서베를린에 거주하며, 소설을 발표하는 한편 정치적인 발언도 강화했다. 하인리히 뵐 이후 독일문단을 대표하는 원로작가인 그라스는 대표작 `양철북`에서 3살 때 추락사고로 성장이 멈춘 주인공을 등장시켜 나치 점령에서 2차 대전 종전 후에 이르기까지 독일의 어두운 역사와 사회상을 촘촘히 그려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
1959년에 출간된 귄터 그라스 G nter Grass의 소설 {양철북 Die Blech- trommel}은 전후 문학의 한 대표적인 예로서 죽음의 모티브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사적 상황의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제 2차 세계대전의 종말은 파시즘의 진압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이 지금까지의 방법으로 정돈될 수 있다는 희망의 종식을 가져왔다. Das Ende des zweiten Weltkrieges brachte nicht nur die Niederwerfung des Faschismus, sondern auch das Ende der Hoffnung, da die Welt in bisheriger Weise zu ordnen sei.
1945년 8월 6일에 일본의 히로시마에 투하된 첫 번째의 원자탄은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양대 강국인 미국과 소련 사이의 강권 정치적, 이념적인 논쟁은 인류에게 끊임없는 위협으로 작용했다. 커져가는 동서 갈등, 즉 소위말하는 `냉전`은 핵전쟁을 통한 세계 종말의 가능성을 강화시켰다. `집단적 재앙`에 대한 전망은 극단적으로 발전해가는 기술, 관료화 그리고 총체적인 정치체계의 제한되지 않은 힘과 일치되고 있다. 여기서 간략하게 스케치한 세계사적인 상황은 죽음의 모티브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전후 문학에 관련지어서, 전체 존재가 의미 없는 것 내지는 불합리한 것인지, 그리고 `죽음은 단지 불합리성의 마지막 증명서인지 der Tod nur der letzte Ausweis des Absurden sei`하는 의문에 대한 계기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양철북}에 나타난 죽음도 그 근거를 물어보아야 한다. {양철북}에 묘사된 죽음은 실로 다양하다. 본 논문은 {양철북}에 나타난 죽음의 특성을 살펴봄으로써, 죽음의 모티브가 전체 작품의 해석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를 먼저 밝혀보고자 한다. 그 다음에 이 소설 속에서 죽음의 모티브가 차지하는 비중에서 출발하여 작가 그라스에게 어떤 추론을 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해서 죽음과 글쓰기 사이의 관계를 알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