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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 패밀리] 김도현
1. 은지의 방 + 주방
온 집안에 티아라의 ‘너 때문에 미쳐’가 울려퍼지고 있다.
♫♬ 멀쩡하게 뛰고 있는 심장이 다 망가질 듯이~
태평 (밥 푸며) 조은지 밥 무라.
-은지 방 ‘오, 오, 오, 오,’ 노래 가사에 맞춰 춤추고 있는 은지.
- 주방 ‘오, 오, 오, 오.’에 맞춰 궁둥이 흔들며 반찬 담고 있는 태평.
- 은지 방 ‘철없게 철없게 철없게 철없게’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는 은지.
- 주방 ‘철없게 살다가 내가 미쳐’ 내가 미쳐... 부분에서 엉덩이 크게 돌리는 태평.
다시 ‘오, 오, 오, 오,’ 가 나오고.
태평 조은지 밥 무라.
- 은지 방. 은지 율동에 맞춰 노래하며
은지 철없게 철없게 철없게 철없게 철없게 살다가 내가 미쳐.
은지, 양 손으로 고개를 잡고 고개를 크게 돌리는 율동. (태평이 엉덩이 돌리듯)
문이 열리고 태평 삐죽 고개를 내민다.
태평 고만 미치고 밥이나 무라. 니 철없는 거 온세상이 다 안데이.
은지 (확 째려보는)
태평 그러다 진짜로 확 미칠까봐 그런다. (눈치보며 나가고)
은지 한참 삘 받았고마는
은지, 퉁탕거리다, 거울을 보며 이쪽저쪽 얼굴을 비춰본다.
은지(na) 다행히 나는 울엄마를 닮았다. 아빠 닮았으모, 내 꿈도 쫑이다.
은지, 만족한 듯 거울을 보며 활짝 웃고는 밖으로 나간다.
책상 위에서 환히 웃고 있는 엄마 희선의 사진.
2. 주방
앞치마를 멘 태평이 식탁위에 밥을 놓고 있다.
김치와 나물 몇 가지가 놓여있는 식탁.
식탁 위를 쳐다보는 은지, 뾰로퉁 해져서 자리에 앉는다.
은지 내가 토끼가? 내 가수 할 끼라 안했나?
태평 와 또?
은지 요새 가수 할라모 키가 커야 한다. 그란데 풀만 묵고 우찌 크노?
태평 풀만 묵고도 쑥쑥 잘만 큰다. 소 바라, 소!
은지 그라모 내가 소가?
태평 채식이 좋다 아이가!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다 마지못해 먹는 은지
은지(na) 우짜모 엄마는 풀만 묵다가 죽었는지도 모른다.
3. 태평의 방 (밤)
밖에 비 오고. 태평, 이불을 걷어차며 자고 있다.
베개를 안고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오는 은지.
천둥 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침대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태평 (잠결에 눈 뜨며) 아직 안 잤나?
은지 밖에 비 온다.
태평 또 무서버가 아빠랑 잘라꼬?
은지 내는 한개도 안 무섭다. 아빠 니가 무서울까봐 와준기지.
어느새 드르렁거리며 코고는 태평. 은지 귀를 막고
은지(na) 우짜모 엄마는 시끄러바서 죽었는지도 모르고,
태평, 거대한 다리를 들어 은지를 덮쳐누르는
은지(na) 이리 다리에 깔리가 숨 막혀 죽었는지도 모른다.
끙끙대며 태평의 다리를 치우는 은지, 그러다 태평을 보고
은지 (na) 그래도 내 말고 누가 또 아빠를 보살피겄노.
태평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씨익 웃는 은지.
그러다 다시 번쩍 천둥이 치면 놀라서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간다.
타이틀 ‘新 조은지 패밀리’
4. 길가 (사진관으로 가는 길)
책가방 멘 은지, 태평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신나게 간다.
태평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은지 당연하지.
태평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은지 말이라고.
태평 경지랑도 싸우지 말고,
은지 (흔들던 팔을 멈추고 손을 뺀다)
태평 (다시 잡으며) 어?
은지 고건 장담 못한다.
태평 민법 제 974조. 부양의 의무. 그랴도 니는 말이다. 자식으로서 부모 님 말씀을,
은지 하참, 늦었다!
사진관 앞에 다다른 은지, 도망치듯 뛰어가는데,
태평 은지야, 조은지!
은지 (뛰다가 뒤돌아보면)
태평 (손으로 하트를 크게 그리며)사랑한데이!
은지(na) 헐... 와 저래쌓노...
은지, 그러면서도 싫지 않고. 신나서 깽깽이로 뛰어가는 은지.
태평, 웃으며 열쇠를 꺼내 ‘좋은지’ 사진관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사진관 전면에 활짝 웃고 있는 은지와 태평의 사진.
그리고 그 옆에 미애, 경지, 경석의 가족사진.
5. 교실 앞
은지, 책가방 메고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맞은편에서 오는 경지.
은지와 경지 눈 마주치고. 은지, 흥! 하며 교실 안으로 쌩 들어가는.
6. 학교 교실
은지, 교실에 들어선다.
남자 아이들 몇몇 뛰어다니고, 교실 뒤편엔 공기놀이 하는 여자애들.
은지, 자기 자리로 가려는데, 끝쪽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상우를 발견한다.
아동용 양복을 입고, 말끔하니 잘생긴 남자아이다.
은지, 순간 넋 나간 얼굴로 상우를 보는데....
경지 저 낯반데기 허연 머시마는 뭐꼬.
은지, 정신 차리고 보면, 경지 앞장서 상우에게로 간다.
은지도 얼른 머리 귀 뒤로 넘기고 따라가는.
경지 니 누고. 와 여기 앉아있는데.
상우 어... 나 오늘 서울에서 전학왔어.
은지 (어색한 표준말로) 서울? 서울서 왔니? 나도 서울에 가본 적 있는데.
경지 어제 일도 기억 못하는 아가, 무슨 기억이 난다하노?
은지 (째려보고) 저기... 모르는 거 있으면 내한테 물어. 내가 가르쳐줄게.
경지 야말고 내한테 물어라. 야는 맨날 50점 받는 아다.
은지, 노려보고 경지와 눈싸움 하는데,
상우 (둘의 이름표 보며) 조은지, 조경지? 니네 둘 쌍둥이구나?
경지.은지 (버럭) 뭐라하노?
상우 (쫄아서) 아니, 얼굴도 비슷하고, 이름도...
경지.은지 (허! 기막힌 표정)
7. 운동장
서로 째려보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가는 은지와 경지.
경지 (은지 흉내내며) 하! 서울서 왔니? 나도 서울에 가본 적 있는데?
은지 입 안 다무나? 와 이름은 비슷해가꼬
경지 뭐가 그리 조타꼬 조은지고. 차라리 나쁜지라 카지
은지 펄펄 뛴 기 누군데 이래 이라노 좋으면 좋다캐라.
경지 (멈춰서며) 니랑 내랑 쌍둥이하모 내가 손해다 아이가!
은지 손해 좋아한다 얼굴도 못생긴 기.
경지 누가 누보러 못생겼다노 공부도 몬하는 기
은지 (버럭) 여기서 공부 얘기가 와 나오노!
8. 경지의 공부방
작은 상에서 시험지를 채점하고 있는 미애.
경지, 거만한 얼굴로 앉아 있고, 은지는 고개 수그린 채 있다.
그 옆에서 그림 그리며 놀고 있는 경석.
미애 경지는 또 100점. 은지는 40점. 경지는 이제 하구 싶은 거 하구, 은 지는 아줌마 올 때까지 틀린 거 다시 풀어놔.
미애, 나가면 경지 고소하다는 듯이 흥흥거리고 웃는다.
은지 와 웃는데?
경지 내 맘이다. 웃지도 몬하나?
은지 웃지 마라.
경지 싫타. 웃을 끼다... 하하하하하하하
은지 이 가시나가!
은지, 벌떡 일어나 경지에게 덮친다.
그 옆에서 둘의 싸움을 재밌다는 듯 쳐다보는 경석.
9. 거실
미애, 초등학생에게 산수를 가르치고 있다.
미애 아직도 곱하기를 더하기로 하면 어떡해. 자, 이거 봐봐.
초등생과 미애 마주보고 웃는데, 우당탕탕 소리.
미애, 골치 아프다는 듯, 눈 감고 한숨짓는다.
미애 (조금 큰 목소리로) 은지랑 경지, 니네 또 싸우니?
은지E 아입니더.
경지E 아이라예.
미애의 등 뒤로 주방에서 프라이팬을 꺼내는 경석이 보인다.
10. 경지의 공부방
은지, 경지 위에 올라타 있다.
은지 공부만 잘하면 뭐하노. 니는 내보다 인물도 몬하고, 힘도 내한테 못 당하는데. 퍼뜩 항복안하나.
경지 이 가시나, 뭐 먹꼬 힘이 이래 쎄노...아저씬 삐쩍 꼴았더만, 지가 다 묵었는 모양이제...
은지 뭐어? 삐쩍 꼴아? 야, 이 가시나야, 울아빠가 삐쩍 꼴았으모, 느그 엄마는 푹 퍼졌다이가 빨리 항복 안하나.
경지 싫타! 항복은 무슨.
은지 (더 힘주어 누르며) 얼렁!
경지 하.. 하...항...(항복하려는데)
경석, 살금살금 걸어와 은지 머리를 프라이팬으로 내리치는.
그대로 핑그르르 쓰러지는 은지.
11. 현관
미애, 문 열면 태평 들어온다.
태평을 보자 엉엉 울면서 달려오는 은지.
은지 아빠... 백점... 사십 점... 웃는데... 후라이팬...
은지, 울면서 설명하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못 알아듣겠는 태평.
태평, 미애를 쳐다보면 미애 난감하다.
12. 경지네 거실
은지와 태평 앉아 있고, 맞은편엔 경지와 경석 그리고 미애가 있다.
미애 미안해요. 제가 잘 봤어야 하는 건데.
태평 괜찮심니더. 멀쩡한데 예.
은지 (머리를 들이밀며)잘 봐 바라 내는 아직도 아프다.
아퍼 죽겠다 안하나?
미애 경지, 얘가 좀... 잘난 척을 해요.
경지 엄마야, 그기 아이고
태평 은지, 야가 괜히 샘을 냈겠지 예.
은지 아빠야, 그기 아이고,
미애 그래도 얘네 혼 좀 내주세요.
태평 아아들이 뭐 싸울 수도 있죠. 혼내기는요.
은지 (답답해서) 아빠야, 저것들이 낼 죽일라캤다 말이다.
경지 니도 내 목 졸라 죽일라 안캤나!
은지 그라고 저 가시나가 아빠보러 삐쩍 꼴았다 캤다!
태평 (헉!)
경지 니는 울 엄마보러 푹 퍼졌다 안캤나!
미애 (헉!)
13. 은지네 골목길
손잡고 걷는 은지와 태평.
태평 니 머리 참말로 대단하다. 후라이팬이 팍 찌그러져가.
(삽입)후라이팬을 들고 과장되게 웃는 경지와 경석.
은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듯 고개를 흔든다.
은지 2대 1. 쪽수가 안 맞는다이가 쪽수가.
태평 근데 참말로 내한테 삐쩍 꼴았다 캤나?
알고보모, 아빠도 근육이 장난이 아닌데.
태평 알통 만드는 포즈를 취해보이며 웃고,
은지, 태평은 보는 둥 마는 둥 여전히 심각하게 생각 중.
(삽입) 경지, 자랑스러운 듯 경석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힘자랑하듯 알통을 보여주는 경석의 모습.
은지 그래, 바로 그기다!
태평 (보는)
은지 (태평의 양 손을 잡으며) 아빠, 니가 내한테 꼭 해줄 끼 생깄다.
태평 ?
은지 (비장한 얼굴로) 동생 하나만 나아도! 힘쎈 놈으로!
태평 !
14. 가게 앞(밤)
평상에 나란히 앉아있는 은지와 태평. 쭈쭈바 물고 있고.
은지 (입에 물고 있는 쭈주바를 확 빼며) 진짜가?
태평 (힐끔 눈치 보며 쪽쪽) 어. 진짜다.
은지 (흘겨보고) 내 하나면 된다 카더만, 안되겠나 보제?
태평 (펄쩍 뛰며) 아이다. 아빠가 그런 거는, 니한테 엄마도 만들어주고,
언니도 만들어주고, 동생도 만들어주고....
은지 (보며) 만들어주고?
태평 그 뭐꼬.. 가족... 행복한 가족을 만들어주고 싶어 그런 기다.
은지 (빤히 보다가) 언니야도 있고 동생도 있다꼬?
태평 (끄덕끄덕)
은지 (잠시 생각하다가) 그라모 3 : 2네...
(일어서며) 좋다. 함 만나나 보자.
태평 (벌떡 일어서) 진짜가! (은지를 끌어안으며) 고맙다, 고맙다이 은지야.
은지 (약간 인상쓰며 밀어내고) 그리 좋나.
태평 (헤...웃고, 등을 내미는) 업히라.
14-1. 동네 풍경 좋은 길
은지, 태평의 등에 업히고. 태평, 흐뭇한 얼굴로 걸어간다.
은지 근데 아빠야...
태평 와?
은지 울 엄마는 와 죽었노?
태평 (멈칫)
은지 응?
태평 (다시 걸으며) 그기... 병 걸려 죽었다.
은지 (목에 바싹 매달리고) 무슨 병?
태평 (걸음 멈추고 한숨 푹....)
은지 무슨 병?
태평 (심각한 얼굴로) 공주병.
은지, 짜증나는 얼굴로 태평의 등에 다시 기대고.
태평, 웃으며 길을 오른다. 태평과 은지의 행복한 모습.
15. 레스토랑 앞
태평,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은지, 태평의 손을 잡아끌며 걸음을 멈춘다.
태평 와?
은지 혹시라도 내가 봐가.. 싫다카모 우짤낀데?
태평 그라모 몬하는 기지.
은지 그 아지매 이뿌나?
태평 억쑤로 이쁘다.
은지 (째려보고)
태평 아니... 은지 니만큼은 아이고... 이뿌기는 이뿌다고.
은지, 약간 삐진 듯 안으로 들어가고. 태평도 뒤따라 들어간다.
16. 레스토랑 입구
은지, 입구에 서서 둘러본다. 그러다가 허걱. 경지와 경석 발견하고 기겁하는데,
태평, 들어와 경지 경석을 보며 손을 흔든다.
점점 커지는 은지의 눈. 점점 벌어지는 은지의 입.
한쪽에서 일어나 웃는 미애. 그 옆에서 약 올리듯 손 흔들며 웃는 경지와 경석.
은지, 태평과 미애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은지 (태평에게) 니 설마....
태평, 은지를 향해 고개 마구 끄덕이며 웃는.
은지, 기가 차고. 태평을 밀치며 나가버린다.
태평 (잡고) 은지야, 조은지!
은지 조은지 좋아한다. 뭐가 조타꼬 조은지고.
은지, 확 뿌리치며 나가버리고.
태평, 미애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고개 푹.
17. 교실
책걸상을 밀어놓고, 아이들 모두 삼삼오오 청소 중이다.
경지, 바닥에 앉아 걸레질하고 있는데, 걸레짝 하나 손 위로 패대기 쳐진다.
경지, 올려다보면 옆에 앉는 은지.
경지, 힐끗 보고 쌜죽해져서 다시 걸레질하는데.
은지 느그 엄마 단속 단다이 하그라.
경지 뭐를?
은지 우리 아빠야 꼬시지 말란 말이다.
경지 느그 아빠가 먼저 목맸다 아이가.
은지 아이고, 누가 들으모 진짠줄 알겠네. 우찌됐든 이 결혼은 절대 안 된다. 절대!
경지 (시큰둥) 누구 맘대로? 내는 좋은데.
은지 니는 내가 좋나?
경지 미칬나?
은지 그라모 와 내랑 살라카는데?
경지 누가 니랑 살고 싶다캤나. 느그 아빠랑 살고 싶다캤지.
은지 와 우리 아빠랑 살고 싶은데?
경지 (한심한 듯 혀 차며) 철 좀 들어라 가시나야. (일어서 가는)
은지 (벌떡 일어서며 버럭) 야!
아이들 일시에 은지를 쳐다본다. 상우와 눈이 마주치고... 머쓱해진 은지.
은지 야...호.... (예쁘게) 청소가 깨끗이 됐네.
은지, 귀 뒤로 머리를 넘기며 살짝 예쁜 척.
18. 경지네 집 거실
미애, 초등학생과 공부하고 있는데, 경지 들어온다.
미애 은지는?
경지 인제 혼자 한다 카더라.
미애 그럼, 밥이라도 먹고 가라고 하지. 배고플 텐데.
경지 그 가시나는 쫌 굶어도 된다.
들어가는 경지의 뒷모습을 보는 미애.
19. 은지네 주방
은지, 밥솥을 열어보면 비어 있다.
식탁 의자를 씽크대 앞에 놓고 올라가 문을 연다. 아무것도 없다.
은지 라면도 다 묵었는갑네... 하참... 배고파 죽어삐리겠네
의자에서 내려와 털썩 식탁에 머리대고 엎드린다.
20. 태평의 사진관
전화 받고 있는 태평
태평 미애씨! 우리 이 난관을 꼭 이겨냅시다. 예...그라모 은지 바로 보내 겠습니더. (공손이 인사하며 전화끊고. 바로 다시 거는)
은지가? 니 왜 아지매한테 안 갔나? 배 안 고프나?
(화면분할) / 전화 받는 은지. 삐죽인다.
은지 하나또 안 고프다.
태평 그라모 공부는?
은지 공부? 그것도 마, 내 혼자 해도 된다.
태평 은지야, 법률 제 06801호 아동복지법 9조 1항! 아동의 보호자는 아 동의 건강유지와 향상을 위하여 최선의 주의와 노력을 하여야 한다.
은지 (또 시작이네 하는 얼굴)
태평 그랑께 이기 뭔 말인고 하모... 니가 거서 밥도 안 묵고, 공부도 안 하고 있으모 아빠는 법률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 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댄다....이 말이다. 아빠는 돈도 없고, 그라모 징역을 살아야 하는데, (우는 척하며)니는 아빠가 감옥에 가 도 좋나?
은지 누가 좋다캤나? 울지 마라.
태평 (우는 척) 감옥 갈까 무서버서 안 그러나.
은지 알았다, 알았다. 아지매한테 가께.
태평 (미소 짓는)
은지 근데 있다이가... 쫌 있따가 짜장면 아저씨가 글로 돈 받으러 갈 끼 다. 쟁반 짜장 아이고, 그냥 짜장이데이. 4000원 계산 좀 해라. 알았 나?
태평 알았데이.
태평, 히죽 웃고 전화끊는. 은지, 맛있게 짜장면을 먹는다.
21. 경지네 집 앞
작은 단독주택. ‘어린이 공부방’ 이라고 적은 아기자기한 간판 보인다.
은지, 들어가지 못하고 왔다갔다 거리다 대문 앞에 털썩 주저앉는다.
은지 지금 들어가먼 조경지 그 가시나가 날 잡아 묵을라 할낀데...
그때, 문 열리면서 초등생 미애에게 인사하며 나온다.
미애 은지야! 왜 안 들어오고 있어?
은지 (벌떡 일어나서) 금방 왔습니더.
미애 들어가자. 응?
은지 (따라 들어가려다) 이거 하나만 분명히 하입시더. 지가 오늘 여기 왔 다꼬 해서, 아지매랑 우리 아빠야랑 결혼을 허락하는 기는 절대로 아 입니더. 공은 공. 사는 사. 알겠지 예?
미애 (따뜻하게 보는) 그래, 알았어. 공은 공. 사는 사.
22. 경지네 공부방
미애, 앞에 앉아 채점하고 있고, 은지와 경지 서로 눈 맞추며 으르렁.
책상 밑으로 서로 발을 찬다. 책상 들썩거리고. 눈치 챈 미애.
미애 또,또.... 둘이 자꾸 까불래?
경지와 은지에게 차례로 꿀밤을 때린다.
경지, 꿀밤맞고 살짝 긁적이는데, 은지, 오바하며 머리 잡는.
은지(na) 경지는 살살 때리고, 내는 힘줘서 때린다.
23. 경지네 주방
경지, 경석, 은지 앉아 있고,
미애 프라이팬에서 김치 볶음밥을 덜어 그릇에 담아 나눠 준다.
미애 은지가 제일 많이 먹어라!
은지(na) 경지 경석이 밥엔 내 밥보다 햄이 더 많다.
똑같이 나눠져 있는 볶음밥.
24. 경지네 거실
경지, 경석 입에 요구르트 하나씩 물고 TV 보고 있고,
은지도 뒤편에서 요구르트 먹으며 심통난 얼굴로 뒤에 앉았다.
미애, 쇼핑백을 들고 와 앉으며 티셔츠 세장을 꺼낸다.
경지에겐 빨강, 경석에겐 파랑, 은지에겐 노랑색이다.
미애 하나씩 샀어. 니네 사이좋게 지내라고 주는 거야.
은지, 두 손가락으로 티셔츠를 집고 미애를 쏘아본다.
은지(na) 허! 나만 똥색이다.
25. 은지네 현관/거실
신발 날아갈 듯 벗고, 가방 메고 들어오는 은지.
은지 아빠야, 아빠야 어데 있노?
태평(E) 아빠, 화장실에 있다.
은지 빨리 나와라.
태평(E) 똥 눈다.
은지 하나뿐인 딸래미가 이때까지 구박받다 왔는데, 똥이 나오나!
화장실 문이 삐죽 열리고. 태평, 문틈으로 고개를 내민다.
태평 와 또?
은지 아줌마가 나를 밉다칸다. 이 결혼은 절대 안 된다.
태평 (말도 안 된다는 듯) 아줌마가 무슨...
은지 참말이다! 증거도 있다!
태평 (보면)
은지 (티셔츠 내밀며) 봐라! 이래도 내말이 틀맀나!
태평 (티셔츠 받아들고 뭐지....? 하는 얼굴로 보는데)
은지 내는 구박받고는 몬 산다. 그러고는 몬 산다꼬!
버럭 소리지르며 악쓰는 은지. 깜짝 놀라는 태평.
26. 빵집
은지, 독기 품은 눈으로 앉아있고.
미애, 분홍보자기에 싼 찬합을 내려놓으며 앉는다.
미애 빵 먹고 싶었어? 은지 오늘 안 온데서, 김밥 좀 싸 왔는데.
은지 김밥은 됐고 예. (빤히 보다가) 내가 와 불렀는지 압니꺼?
미애 (빙그레 웃는)
은지 거 웃지 좀 마이소. 심각한 얘기 할 낀데 와 웃습니꺼.
미애 ....
은지 내가 이리 보자꼬 한 건.. 아지매한테 분명히 말해 둘 끼 있어가... 먼저뻔에도 말했지만서도 내는 이 결혼 반댑니더
미애 ....
은지 우리 아빠는 내가 알아서 맘 정리 시킬꺼고 아지매도 고마 정신채 리고 마음정리 하이소. 지가 안된다모 안되는 깁니더.
미애 은지는 아줌마가 그렇게 싫으니?
은지 (말 떨어지기 무섭게) 야! 억시로 싫어 예.
미애 아줌만 은지랑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은지 그거야, 속셈이 있어서 잘해준 거 아입니꺼.
미애 그런 거 아니야. 아줌마는 은지가 좋아서,
은지 다~ 들지 좋아합니더. 지 안 좋아하는 사람이 오딨습니꺼
미애 .....
은지 (못마땅한 얼굴로 빤히 보다가)아지매,그렇게 결혼이하고 싶습니꺼. 혼자서는 죽어도 못살겠어 예?
미애 .....
은지 그라모 좋십니더. 하나 방법이 있십니더.
미애 (보면)
은지 경지, 경석이 아빠 데려다가 다시 하이소.
미애 (얼굴색 변하는)
은지 울엄마처럼 죽은 것도 아이고, 다시 불러다 살모 되는 거 아입니꺼.
미애 (물잔을 잡는 미애 손 덜덜 떨리고)
은지 와 예? 그 아저씨가 싫다캅니꺼?
(하다가 깜짝 놀라며)경지, 경석이가 있는데도 막 싫다그래예?
미애 ....
은지 (버럭) 보소! 그 아저씨도 싫다하는 거를 와 울아빠 시킬라 하는데예? 아지매가 얼마나 싫으모,경지아빠가 경지도 싫다,경석이도 싫다, 그라 겠십니꺼. 혹시 그라모 경지, 경석이 아빠 없는 것도 다 아지매 때문인 교?. (어이없어하며)참 내. 그래 놓고, 누굴 넘봅니꺼.
고것들 아빠자리를 와 울아빠가 맡아가 해야되는교? 와 예?
미애 (간신히 숨고르며) 그래... 알았어. 은지가 얼마나 아줌마를 싫어하는 지 잘 알았어.
은지 (팔짱끼고 딴데 보는)
미애 (찬합 올려놓고 일어서며) 이거... 아빠랑 먹어.
은지 그냥 가져 가이소.
미애 ....
은지 또 그륵 찾아간다꼬 울아빠 만날 거 아입니꺼.
미애, 보자기 매듭을 잡은 손이 가늘게 떨리고.
은지, 미애 쪽은 쳐다도 안 본 채 고개 돌리고 빨대로 음료수 쪽 빨아먹는다.
태평, 카메라 메고 지나다가 창밖에서 은지와 미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27. 빵집 앞
태평, 놀라서 빵집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미애 찬합을 들고 나온다.
태평 미애씨!
미애 (눈물 그렁해서 보는)
태평 여는 무슨 일인교? 와 그러십니꺼.
미애 다음에... 다음에 얘기해요. (가는)
태평 미애씨!
태평, 미애를 붙잡으려 쫓아가는데, 은지 나온다.
태평 니 뭐라캤길래 아지매가 우노.
은지 내 없는 말 안했다. 아지매가 얼마나 싫으모, 경지아빠가 아아들 버리 고 갔겠냐고. 그라면서 누굴 넘보냐고,
태평, 은지를 노려보고 쫓아가려는데, 은지 앞을 막아선다.
은지 잡지 마라. 괜히 저러는 기다.
태평 (은지 한쪽으로 밀며)비키라.
은지 (다시 막아서고) 괜히 저러는 기라 캐도!
태평 나쁜 가시나... 안 비키나!
태평, 은지를 밀치고 쫓아가고. 그 바람에 은지는 바닥에 철퍼덕 넘어진다.
철퍼덕 앉은 채 태평의 뒤에 대고 소리 지르는 은지.
은지 어데 가노! 내 이리 내삐리고 어디 가노!
내는 안 뷔나! 이리 온나! 퍼뜩 이리 안 오나!
태평, 미애를 쫓아가며 달래는 모습.
그 모습을 보는 은지 눈에 눈물이 고인다.
28. 은지집 거실
태평, 분홍보자기로 싼 찬합을 들고 들어온다.
태평 조은지! 조은지 이리 나와 봐라.
(찬합을 탁자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으며) 조은지! 퍼뜩 안 나오나!
아무런 대답이 없자, 자리에서 일어나 은지방 쪽으로 간다.
29. 은지의 방
태평 (문 열고 들어오며) 안 나오고 뭐....
아무도 없는 빈 방.
태평, 고개를 갸웃하는데, 책상 위에 쪽지 보인다. 쪽지를 펼쳐드는.
은지(소리) 가마이보니까 내는 없어도 되는거 겉다. 아지매랑, 잘묵고 잘 살아라.
태평 (놀라서) 은지... 은지야! (뛰어 나가는)
30. 은지네 집 앞길
태평, 은지를 부르며 뛰어내려오고.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묻는.
가게 앞길로 뛰어내려오다 가게에서 나온 가게 아줌마를 보고 다시 올라오는.
태평 아지매! 우리 은지! 우리 은지 못봤는교?
아줌마 은지? 못 봤는데.
태평, 다시 뛰어내려가고. 아줌마, 고개 갸우뚱.
경지, 가게에서 과자봉지 들고 나와 태평의 모습을 보는.
31. 은지네 동네
태평, 은지 이름을 부르며 은지 또래의 아이들을 붙잡고 묻고 있는 모습.
놀이터, 공원, 버스정류장... 등등...
32. 파출소 (밤)
경찰과 얘기하고 있는 태평.
태평 맘만 먹으모, 지구 끝에 가 있을 압니더. 빨리 좀 찾아 주이소.
경찰 (시큰둥)아아가 장난 좀 친거 갖꼬... 어데서 놀다 들어 올 낍니더.
태평 보소. 이거 완전히 직무유기 아입니꺼. 형법 제 122조 직무 유기죄.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집니더. 3년간 놀 아도 괜찮겄어예?
경찰 (일어서며)알겠십니더. 알았으니까 예. 일단 집에 가서 좀 기다려 보이소. 아가 집으로 가면 우짤라 그럽니꺼.
미애(소리) 태평씨!
태평, 돌아보면. 미애 급히 들어오고. 태평, 고개를 숙인다.
33. 버스 종점 (밤)
기사, 사무실에서 나와 버스 쪽으로 걸어가는데,
구석에 앉아있는 은지 보인다.
기사 야야, 니 여어서 뭐 하노. 니 아까 낮에 내린 그 아, 아이가?
은지 ....
기사 퍼뜩 집에 안 가고 와 여기 있노. 부모님 걱정하신데이.
은지 그러라꼬 여기 있는 깁니더.
기사 으이?
은지, 독기품은 얼굴로 결연한 표정이다. 일어나 엉덩이 툭툭 털어내는.
34. 은지네 집 거실 (밤)
태평, 통화하고 있고 미애, 태평을 보고 있다.
태평 아직도 연락 없습니꺼. 보소. 제발 좀 찾아주이소. 야.
(실망하며 전화 끊는)
미애 미안해요. 괜히 나 때문에.
태평 아입니더. 미애씨 때문 아닙니더.
미애 정말로 집 나간거면... (울음을 터뜨리고)
태평 야물딱진 압니더. 아무 일 없을끼라 예.
태평, 흐느껴 우는 미애를 다독이며 눈물을 닦아준다.
그때, 들어서는 은지. 태평과 미애 모습에 기막히고.
은지 허! 둘이 아주 좋네!
태평과 미애, 화들짝 놀라서 쳐다보면 독기품고 섰는 은지.
태평 (벌떡 일어나) 니 뭐꼬! 아빠 걱정하는 줄 모르고 오데 갔다 오노!
은지 걱정은 무신. 둘이 좋기만 하더만.
미애 (얼른 달려가 은지 잡고) 밥은, 밥은 먹었어? 왔으니까 됐어.
이리 와. 밥부터 먹자. 아무것도 못 먹었지?
(얼른 도시락을 꺼내고) 어딜 갔다 온 거야. 배 안 고팠어?
미애, 도시락을 열어 김밥통을 내미는데, 은지, 김밥통을 확 쳐버린다.
미애, 놀라고. 김밥이 바닥에 쏟아진다.
태평 (버럭) 조은지!
은지 누가 김밥 묵고 싶다 캤습니꺼! 와 한밤중에 넘의 집에 있습니꺼.
이런 거 안 묵을낀께, 제발 좀 가이소.
태평 조은지! 니 지금 뭐하는 기고!
미애 (말리듯) 태평씨...
은지 (태평에게) 와? 내가 와? (미애에게) 아지매, 당장 가이소.
어데서 여우짓 해가 울아빠 꼬십니꺼. 예!
은지, 쏟아진 김밥을 발로 차고 밟는다.
태평, 달려가서 은지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때린다.
태평 니 참말로 버르장머리 없거로!
은지 (그렁그렁해서) 아빠 니 지금 내를 때린기가? 아빠가 이 조은지를 진짜로 때린기가? 저 아지매가 이 은지보다 더 좋다 말이가...
은지, 으앙~ 울음을 터뜨린다. 엉엉.... 서럽게 우는 은지.
그 모습을 보는 태평의 마음도 아프다.
35. 은지네 아파트 앞
가방 멘 은지, 고개 푹 숙이고 아파트에서 나온다.
태평, 뒤쫓아 뛰어나와 은지의 손을 잡고 걸으려고 하면, 손을 빼는 은지.
태평, 다시 잡으려고 하면 또다시 손을 빼고 뛰어가 버린다.
태평 은지야! 조은지!
은지 (그대로 뛰어가고)
태평 (그 모습 보고 섰다가 큰소리로) 은지야! 사랑한데이! 사랑한데이!
은지, 울음이 나오는 듯 팔로 눈물 닦고 달려가는 은지.
36. 태평의 사진관
태평, 카운터에서 접수증을 써 준다.
태평 내일 오후까지는 될 낍니더. 안녕히 가이소.
손님, 가볍게 목례하며 나가고. 전화벨이 울린다.
태평 (받고) 네. 은지네 사진관입니더. (놀라며)누구? 누구라꼬?
놀라는 태평의 얼굴. 얼굴빛이 변한다.
37. 운동장
경지와 은지 나란히 걸어 나오고 있다.
경지 힘없이 걷는 은지가 신경 쓰이면서도 퉁명스레 말한다.
경지 니 오늘도 안 올 끼가?
은지 와?
경지 니 안 오모 좋아서 그런다.
은지 ...
경지 니 오데 아프나? 아이모 아저씨한테 혼났나?
은지 ....
경지 아저씨, 어제 니 없어졌다꼬 요기 조기 찾으러 댕기는데, 삐쩍 꼴은 얼굴이 반쪽이 되가,
은지 (휙 쳐다보고)
경지 완전히 미친 사람 같더라.
은지 미친 사람? 이기, 진짜로 죽고 싶나?
은지, 잡아먹을 듯이 경지에게 달려드는데.
희선(소리) 은지야!
은지, 소리나는 쪽을 쳐다본다. 눈물 그렁그렁해서 달려오는 희선.
희선, 달려와 은지를 끌어안는다. 경지, 의아한 얼굴로 보는.
은지, 누군지 모르겠고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희선 은지야! 너 은지 맞지? 엄마야.
(삽입) 책상 위 희선의 사진.
놀라서 커지는 은지와 눈. 벌어지는 입. 경악하는 은지의 얼굴.
태평, 멀리서 이 모습을 본다. 한발 늦었다. 경지도 태평 보는.
38. 경지네 거실
미애, 걸레질하고 있는데 경지 들어온다.
미애 어, 왔어? 은지는 안 왔네?
경지 엄마. 은지네 엄마 말이다. 죽었다 안했나?
미애 (당황하며) 어? 어... 왜?
경지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오는 법은 없제?
미애 .....
39. 레스토랑
즐거워 보이는 은지와 희선. 태평만 굳은 얼굴로 묵묵히 있다.
은지 엄마! 이래 살아 돌아와 줘서 정말로 고맙십니더.
태평 (일어나며) 다 묵었으모 그만 일어나그라. (일어나는)
은지 아빠야!
희선 태평씨!
태평 퍼뜩 안 일어나나?
은지 싫다. 아빠 니나 먼저 들어가라.
태평 퍼뜩! (팔 잡는데)
은지 (확 뿌리치며) 와 이라노? 아빠 니가 잘못해놓고, 내한테 와 그라는 데? 아빠, 니 공갈친 기 뽀롱나서 그러나? 공갈칠 기 따로 있지,
멀쩡히 살아있는 엄마를 죽었다고 공갈 치나?
태평 (팔 잡아당기며) 일어나라안하나!
은지 내는 참말로 아빠가 싫어질라칸다. 이 손 놔라.
은지, 태평의 손을 뿌리치면, 한대 얻어맞은 듯 멍한 태평의 얼굴.
40. 레스토랑 앞
쓸쓸히 걸어 나오는 태평. 창 너머로 은지와 희선을 본다.
희선, 커다란 선물 상자에서 분홍색 원피스와 분홍색 구두를 은지에게 보이고 있다.
은지, 손뼉 치며 희선에게서 옷과 신발을 받는다.
태평, 고개를 숙인 채 그 옆을 쓸쓸히 지나간다.
41. 레스토랑
희선, 앉아있고. 은지, 한쪽 옆에서 나온다.
분홍색 원피스와 신발을 신은 은지, 떨리는 표정으로 희선의 앞에 와 선다.
희선 어머! 예쁘다, 정말 예뻐. 엄마가 은지한테 잘 어울릴 줄 알았어.
은지 그런데, 예...
은지, 뒤돌아서면, 지퍼가 끝까지 올라가 있지 않다.
희선 지퍼 못 올렸어? 엄마가 해줄게. 이리 와.
희선, 지퍼를 올리려고 하지만, 작아서 잘 올라가지 않는다.
당황하는 희선, 억지로 올리려고 애쓰고
은지, 그런 희선이 신경쓰여 훕하고 숨을 들이마신다. 지퍼, 올려지고
희선 (좋아하며) 맞네. 맞는다. 그치? 내년엔 못 입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딱 맞는다. 그치?
은지 예
희선 신발은? (보면 꺾어 신었고) 왜? 작아?
은지 아입니더. 잘 맞아예. 잘 맞고, 또 참 예뻐예.
은지, 꺾어 신은 신발을 제대로 신으려고 허리 굽히면 후두둑 뜯어지는 원피스.
은지, 민망해서 헤~ 웃는다.
42. 동네 길(밤)
걸어오는 희선과 은지.
희선 옷 안 뜯어지게 이제 조심해서 입어.
은지 살 좀 빼께 예.
희선 (보다가) 내일은 우리 뭐할까?
은지 (걸음 멈추고 얼굴 확 펴지며) 내일? 내일도 오실 옵니꺼?
희선 왜... 엄마 오는 거 싫어?
은지 아이라예. 지는 믿기지가 않아서, 그냥 너무 좋아서...
(자기 볼을 꼬집고 아픈 듯 찡그리며) 엄마, 이기 꿈 아니지 예?
희선 (가만히 은지를 보다가 꼭 끌어안고) 엄마... 은지 보러 온 거야.
은지가 보고 싶어서...
은지 (확 떼고) 그라모 내일 또 오시는 깁니더. 약속하신 깁니더.
희선, 고개를 끄덕이고. 은지, 희선을 다시 한 번 확 안은 후, 뛰어간다.
은지, 뒤돌아 손 흔들고. 희선도 손 흔든 후, 걸어 내려오는.
은지, 뒤돌아 희선을 본다. 그리고 다시 되돌아 뛰려는데 멈칫.
그제야 발이 아픈지 발꿈치를 보며 신발을 살짝 벗는다.
뒤꿈치가 다 까져서 피가 배어 있다.
43. 태평의 집 거실 (밤)
태평, 소파에 앉아 소주를 마시며 한숨 쉰다.
은지(소리) 공갈칠 기 따로 있지, 멀쩡히 살아있는 엄마를 죽었다고 공갈 치 나? 내는 참말로 아빠가 싫어질라칸다.
태평 살아있는 엄마가 니 보러 오도 않으모, 그기 더 슬플꺼 아이가...
태평, 소주를 들이키는데, 들어오는 은지.
태평, 벌떡 일어나 은지를 끌어안는다.
태평 아이고, 사랑하는 우리 은지 왔나? 완전히 공주님 같네.
은지 (삐죽이는)
태평 은지야! 아직도 화난나?
은지 놔라. 아빠랑 말하기 싫타!
태평 아빠가 잘못했다. 화 풀그라. 잉?
은지 (인상 쓰며) 아빠 니 술 마셨나?
태평 (우는 척하며) 은지 니가 자꾸 그래서, 슬퍼서 한잔 했다.
은지 (태평이 울 것 같자 신경 쓰이고) .....밥은 묵었나?
태평 안 묵었다.
은지 웬 일이고? 아빠 니가 밥을 안 묵꼬. 별 일이네.
태평 니 땜에 입맛도 없더라.
은지 밥 묵는 거 봐 주께. 묵어라.괜히 또 쓰러지지 말고.
은지, 제 방으로 절뚝이며 들어간다.
다시 어두워지는 태평의 얼굴.
44. 주방 (밤)
큰 양재기에 밥을 비벼서 먹고 있는 태평.
맞은편에 앉은 은지, 책보는 척하며 흘끔흘끔 태평을 관찰한다.
은지(na) 울아빠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이고, 울엄마도 천사 같은데, 와 엄마야가 아빠를 떠났을꼬?
태평, 입에 상추가 낀 채 은지를 보며 웃어 보인다.
은지(na) 추접스러버서?
태평, 밥 다 먹고 물을 꿀떡꿀떡 마신 후 트림을 한다.
은지(na) 내 몬산다....저래서 떠났는갑따!
태평 은지야!
은지 와?
태평 내 방구 묵으라.
태평, 애교스럽게 엉덩이를 흔들며 뿌웅하고 방귀를 낀다.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벌떡 일어서는 은지.
은지 아빠 니가 그카니까, 엄마가 아빠를 떠난 거 아이가?
퉁탕거리며 나가는 은지. 태평, 당황스럽다.
45. 교실
엄마가 사준 공주 옷을 입고 들어서는 은지.
아이들 ‘우와’하는 시선. 은지, 보란 듯이 경지를 살짝 치고 지나간다.
경지 (쫓아와) 니, 옷 샀나? (만져보는데)
은지 만지지 마라! 때 묻는다..
경지 (훑어보다가) 니 신발도 샀나?
은지 이쁘제?
경지 하나또 안 이쁘다.
은지 옷도 그렇고, 신발도 그렇고... 울엄마가 사준기다.
경지 (놀라며) 그기 진짜가?
은지 하모 진짜다, 내가 훔쳤을까봐 그라나!
경지 그게 아이고, 참말로 어제 그 아지매가 느그 엄마라 말이가!
은지 하모!
46. 동네길(하굣길)
은지, 구두를 꺾어 신고 질질 끌며 가고 있다.
은지 뒤를 졸졸 따라가며 조바심 나서 말 붙이는 경지.
경지 느그 엄마 죽었다 안 그랬나?
은지 (삐죽이며 가는)
경지 말해봐라. 느그 엄마 죽었다 안 그랬나?
은지 와? 살아서 불만이가?
경지 (걸음 멈추고 보는)
은지 가시나... 즈그엄마 있다고 그리 유세를 떨더니만.
(뻐기듯) 나도 인제 엄마 있다!
경지 봐라, 그라모 울엄마는, 울엄마는 우찌 되는 긴데?
은지 느그 엄마를 와 나한테 묻는데?
경지 느그 아빠가 울엄마보고 결혼하자캤다 아이가.
은지 울아빠가 내 싫다는 거 하는 거 봤나? 꿈 깨라. 이 가시나야.
울엄마가 느그 엄마보다 백배는 더 이뿌다.
은지, 신발을 고쳐 신고 희선에게 뛰어간다.
희선 은지를 안고 웃는데, 경지의 눈에도 너무 예쁘다.
47. 경지네 집 거실
미애, 문을 열면, 풀이 죽은 경지 들어온다.
미애의 모습을 훑어보는 경지, 속이 상한다.
미애 은지 안 데리고 왔어?
경지 엄마는 은지밖에 모르나? (화가 나서) 은지 가가, 즈그엄마,...
내는 모른다. 오고 싶으모 오겄지!
경지, 화가 난 듯 제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48. 경지네 공부방
경지, 들어오면 경석, 찌그러진 프라이팬에 장난감을 담으며 놀고 있다.
경지, 프라이팬을 뺏어 경석의 머리를 치며
경지 이기 다 니 때문이다! 니가 무슨 깡패가!
와 후라이팬으로 아를 패는데, 와?
경석, 울음을 터뜨리고 경지도 그 옆에 눈물이 글썽하다.
미애, 들어와 우는 경석을 달래며 안는다.
미애 왜 그래, 어?
경지, 프라이팬 든 채로... 속상한 얼굴로 미애를 본다.
49. 아이스크림 집
은지, 마치 CF찍듯이 맛있게 먹고. 그런 은지를 가만히 보는 희선.
은지 엄마도 드이소. 와 안 드십니꺼.
희선 우리 은지 정말 예쁘다.
은지 (헤 웃고) 엄마, 내랑 살러 오신거지 예?
희선 응?
은지 내가 너무 좋아서 내랑 같이 살고 싶은 기지 예?
희선 어? 그렇긴 한데....(씁쓸히) 아빠한텐 이미 좋은 분이 계시잖니...
은지 (펄쩍) 엄마! 그건 오해라예. 그 아지매, 아무 상관없는 아지맵니더.
희선 (보면)
은지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예. 내만 믿으이소.
은지, 결연한 표정으로 희선을 본다.
50. 은지네 골목길 + 가게집 앞
태평, 터덜터덜 힘없이 걸어가고 있다.
휴... 한숨 쉬며 고개를 드는데, 저만치 가게 앞 평상에 앉아있는 은지 보인다.
태평 (반가워서) 은지야!
은지 (돌아보고)
태평 (뛰어가는) 아빠 기다맀나?
은지 (거만하게 고개 끄덕)
태평 아이고. 여까지 나와 아빨 기다리고. 뭐 묵고 싶은 거 있나.
은지 할 말이 있어 가.
태평 (쭈그리고 은지 앞에 앉으며 다정하게) 뭔데. 무신 할 말인데.
은지 아빠, 엄마랑 다시 결혼해라.
태평 은지야, 그거는
은지 아무 소리 필요 없다. 고마 해라!
태평 그건 안 된다.
은지 와 안 되는데?
태평 안된다카이.
은지 엄마는 아빠 니땜에 안 된다 카더라. 아빠 니 혼자 조차꼬, 엄마랑 내랑 이리 나 몰라라 해도 되나?
태평 은지야..
은지 내 소원이다, 소원. 아빠는 우리 가정을 지켜야 안 하겄나?
태평 (안쓰런 눈으로 은지를 보는)
51. 공원
여기저기 가족 나들이 온 사람들이 보인다.
은지, 태평의 손을 잡아끌며 신나서 온다.
은지 내가 어렵게 만든 자리다 아빠야, 니 잘 해라. 꼭 잘해야 된데이
태평, 씁쓸히 웃다가 저만치 서 있는 희선을 본다.
은지, 태평의 손을 놓고. 엄마...하며 달려간다. 희선이 은지를 품에 안는다.
태평, 희선과 은지가 안고 있는 모습을 본다. 착잡하다.
은지 아빠야, 빨리 온나. 빨리!
태평, 걸어가고. 은지, 한쪽 손은 희선을, 한쪽 손은 태평을 잡는다.
은지 우리 셋이 이래 걸으니까 얼마나 좋노!
희선, 은지를 보며 따뜻이 웃고. 은지 손잡은 채 신나서 깽깽이로 뛴다.
은지 아, 솜사탕이다. 내 저거 사도!
태평 어, 그래.
태평, 지갑에서 돈 꺼내면, 은지 받아들고 솜사탕 쪽으로 뛰어간다.
태평 아한테 말을 우찌 한 기고?
희선 은지한테 싸우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요.
은지, 솜사탕 받아들고 희선과 태평을 향해 손흔들며 웃는다.
희선도, 웃으며 은지에게 손을 흔든다. 태평... 한숨이 나온다.
- 은지, 온 공원을 뛰어다니며 신나하는 모습
- 은지, 태평의 등 뒤에서 자전거 타고. 희선 한쪽 편에서 웃으며 손을 흔든다.
은지 울 엄마 진짜로 이쁘다. 그자?
태평 그리 좋나?
은지 좋다. 좋아 죽겠다.
태평, 씁쓸히 웃으며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활짝 웃는 희선, 푸근한 아빠 등.... 은지, 태평의 등 뒤에서 행복하다.
52. 은지네 집 앞 (밤)
골목길에 택시가 올라와 선다. 태평, 내려서 뒷문 쪽으로 가 문을 연다.
은지, 희선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다.
태평 아 이리 주고 니는 이거 타고 도로 가거라.
태평, 은지를 빼앗듯이 안으려고 하는데, 은지, 잠결에 희선의 허리를 끌어안는다.
태평, 떼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희선 잠깐 같이 들어가요. 할 말도 있고.
태평 (보는)
53. 골목 어귀
질끈 묶은 머리에 반찬 싼 보자기 들고 올라오는 미애.
택시 옆에서 은지를 업고 있는 태평을 본다. 반갑게 부르려는데, 희선이 내린다.
미애, 희선의 모습에 멈칫 놀라 태평을 부르지 못한다.
태평은 은지를 업고. 희선은 그 옆에서 은지를 보살피며 세사람 마치 다정한 한 식구처럼 집으로 들어간다. 아름다운 희선의 모습에 시선이 간다.
미애, 화장기 없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은 후 자신의 옷차림을 본다. 자신의 그런 모습이 갑자기 부끄럽고 슬프다.
54. 경지네 거실/주방
미애, 반찬을 싼 보자기를 들고 들어와 주방으로 간다.
경지, 미애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따라 들어간다.
경지 아저씨 못 만났나? 반찬은 와 안 주고 도로갖꼬 왔는데?
전화도 안 받는다 카더이, 어데 놀러갔는 모양이제?
미애, 말없이 보자기를 풀어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는다.
그러다 손이 미끄러지며 반찬통을 떨어뜨린다. 반찬이 바닥에 쏟아진다.
경지 엄마야! 엄마야, 괜찮나.... (미애, 돌리는데)
미애 (눈물 그렁해서) 엄마.... 바보 같지?
55. 주방 (밤)
식탁에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희선과 태평.
희선, 찻잔을 내려놓은 후 결심한 듯
희선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태평 (놀라보면)
희선 한 번도 당신과 은지를 잊은 적 없어요. 당신만 괜찮다면 은지를 생 각해서라도.
태평 이제 진짜 완전히 돌아온 기가?
희선 (끄덕이고)
태평 내도 이 날만 기다려왔다. 오직 이 날만!
희선 태평씨... 고마워요. 우리 다시 시작해요.
희선과 태평의 뜨거운 눈길. 두 사람의 입술 가까워진다.
은지(na) 스톱! 얼라가 더 생각하모 나쁜 기다...
56. 은지의 방 (밤)
침대 위에서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킬킬대며 웃는 은지. 좋아 죽겠다.
57. 주방 (밤)
태평, 찻잔에 물을 붓고 희선은 앞에 와 앉는다.
희선 깊이 잠들었나 봐요.
태평 할 말이 뭐꼬?
희선 은지... 참 잘 키웠네요.
태평 (노려보며) 분명히 말하지만 은지는 못준다.
깐난쟁이 내삐리고 죽었다 여기라칼땐 언제고, 인제와 다시 은지를,
희선 그만, 그만! 제발 그렇게 몰아붙이지 말아요. 그게 꼭 내 잘못만은 아니잖아. 은지 났을 때 내 나이 겨우 스물 셋이었어. 그땐 너무 어 렸고... 당신이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것처럼, 나한테도 꿈이 있었다 고! 은지 땜에 내 꿈을 포기할 순 없잖아.
태평 니는 니가 낳은 아보다도 니 꿈이 더 중요하더나. 그래, 니는 니 꿈 때문에 은지 놔두고 그리 가삐맀지만, 내는 은지 때문에 내 꿈을 접 었다. 변호사가 되고 싶던 내 꿈. 우리 은지랑 먹고 살라꼬, 그냥 포기해 삐맀다. 그리고 그 선택 쪼금도 후회 없다.
희선 당신이 정말 변호사라도 됐다면 모를까. 나 역시 그때 내 선택에 후 회 없어요. .
태평 니 꿍꿍이가 뭣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은지는 절대로 못 준다. 그리 알아라.
희선 은지 달라고 온 거 아니에요.
태평 (보면)
희선 돈이 필요해요.
태평 (놀람과 분노로 보는)
58. 거실 (밤)
은지. 엿듣고 있다가 충격 받은 모습.
태평(소리) 뭐라꼬... 겨우 돈이 필요해서 왔다꼬.
59. 주방 (밤)
태평 지난 8년동안 한번 구부다보지도 않더니, 이제와 돈이 필요해서 왔 다꼬?
희선 뻔뻔하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만큼 사정이 급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겠어요? 부탁해요, 그래도 애놓고 산 인연으로 이번 한번만 도와 줘요. 그럼 다시는 은지와 당신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60. 은지의 방 (밤)
들어와 살짝 문 닫는 은지. 돌아서는 얼굴에 눈물이 줄줄 흐른다.
팔 들어 눈물을 닦는데, 닦아도 닦아도 계속 흐르는 눈물.
61. 교실
상우, 아이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장기자랑 중이다.
상우 Baby comeback to my world Comeback & be my girl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널 죽도록 미워할거란 걸 알아
널 사랑했던 마음이 미움으로 모두다 바뀌기 전에 돌아와
어서 내게 잘못했다고 어서 얘기해
아이들 모두 분위기에 취해 박수치고 환호하며 웃는다.
환호하는 아이들 속에서 혼자 멍하니 있는 은지. 그대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간다.
62. 운동장 공중전화
은지, 숨을 헐떡이며 들어와 전화를 건다. 신호음 울리고,
은지, 불안한 듯 발을 동동 구르는데,
희선 (소리)여보세요.
은지 엄마, 내 은집니더.
희선 어, 그래 은지야.
은지 오늘도 내 데리러 학교에 올 거지 예.
희선 어어... 사실은 그게... 엄마가 오늘 좀 급한 일이 있는데... 왜?
은지 (입술을 깨물고) 엄마, 내가 오늘 엄마한테 꼭 묻고 싶은기 있어서 그 럽니더. 오늘만 쫌 와주시모 안되겠십니꺼. 오래 시간 안 뺏을 거라 예. 엄마 얼굴 보고 딱 하나만... 하나만 묻고 싶어서 그럽니더. 예?
63. 까페
희선 (전화 받으며) 그래, 알았어. 이따 데리러 갈게. 그래. 그래 꼭.
희선, 전화 끊으면 맞은편에 앉아있는 태평 보인다.
희선, 테이블에 놓인 봉투를 가방에 집어넣으며
희선 고마워요. 잊지 않을게요. (일어서면)
태평 아한테 말 잘해라. 상처주지 말고.
희선 (보면)
태평 부탁한다.
64. 교문 앞
하교하는 아이들 틈에 경지와 은지 나오고 있다.
경지 은지야, 우리 집에 안 갈래?
은지 ....
경지 그냥... 니 오고 싶으면 와도 된다꼬.
은지 ...
경지 내가 경석이도 혼내줬다 아이가.
은지 ....
경지 느그 엄마 언제 가는데?
은지, 걸음을 멈추고 확 쳐다보고 경지, 그 기세에 시선 피하는.
65. 거리
희선, 시계를 보며 급히 택시에 올라탄다.
66. 학교 앞
하교하는 아이들은 없고. 운동장에 몇몇이 놀고 있다.
은지, 교문 앞에 섰고.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경지.
차소리 들리고 택시 멈춰 선다.
은지, 얼른 그 쪽을 보면, 내리는 사람 희선 아니다.
은지 실망하고...쭈그리고 앉아있던 경지 엉덩이 털며 일어난다.
경지 느그 엄마 오늘 안올라는 갑다. 고마 가자.
은지 ....
경지 이리 안 오면 안 오는 기다.
은지 (입술 꾹 깨물고)
경지 그러지 말고 가자. 우리 집에 불고기도 있다.
은지 ...
경지 느그 엄마 아주 가버린는 갑다. (잡아끌며) 은지야. 가자.
은지 (확 밀쳐버리고) 온다캤다. 꼭 온다 캤다.
경지 (바닥에 나가 떨어진)
은지 (화풀이하듯) 울엄마 올 끼다. 올 끼니까 택도 없는 소리 마라. 와 울엄마 가모 울 아빠가 느그 아빠 될 줄 알고. 야 이 가시나야, 울 엄마 올 끼다. 올 끼란 말이다!
경지 (일어서며) 내도 아빠 필요 없다. 누가 아빠 필요하다캤나?
은지 ....
경지 (울먹) 울엄마가 울어서 그런다. 울엄마가 외로버 보여서 그런다. 내 는 아빠가 필요 없지만, 엄마가 행복한 기 좋다. 그래서 그런다.
적어도 느그 아빠는 울엄마 두고 바람은 안 필 거 아이가!
은지 (경지를 본다)
경지 나쁜 가시나. 나쁜 가시나!
경지, 울면서 은지를 밀치고 뛰어가고. 은지도 마음이 아프다.
67. 까페
태평, 굳은 얼굴로 나온다.
휴... 한숨을 쉬더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걸음을 옮긴다.
68. 교문 앞 (해질녘)
기다리고 있는 은지.
(시간 경과) 놀고 있던 아이들, 하나 둘씩 집으로 가고.
어느 덧 운동장엔 아무도 없다. 입술을 악물며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은지.
(시간 경과) 수위 아저씨, 나와서 교문을 닫고 들어간다.
은지, 교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분홍색 구두위로 눈물이 툭 툭 떨어진다.
손을 눈물을 닦고. 구두 위에 눈물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는데,
손등으로 툭. 땅바닥으로 툭.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69. 사진관 (해질녘)
창밖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다.
태평, 은지와 희선이 찍은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고 있다. 마음이 착잡하다.
딩동, 문자음이 울리고. 태평, 확인하는.
희선(소리) 미안해요. 은지 못 보고 가요. 우는 애 떼어놓는 거, 한 번 했으면 됐 어요.
태평 은지! (그대로 뛰쳐나가는)
70. 교문 앞 (저녁)
쏟아지는 비.
오들오들 떨면서도 웅크리고 앉아 교문 앞을 지키고 있는 은지.
은지 오 끼다. 꼭 오 끼다. 꼭 온다 캤다. 꼭 온다고 캤다.
그때, 은지의 머리 위로만 빗물이 떨어지지 않고.
은지,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면 머리 위로 씌워진 우산.
은지, 벌떡 일어선다.
태평, 우산을 받치고 은지를 보고 있다.
71. 중국집 (밤)
은지, 어깨에 수건을 두르고. 말없이 자장면을 먹는다.
태평 잘몬했다. 은지 니가 자꾸 엄마만 찾고 아빠를 밉다캐서 아빠가 고 마 다시는 오지마라캤다.
은지, 아무 말 없이 먹기만 하자 더 과장되게 말하는 태평.
태평 엄마가 울고불고, 은지 없으모 몬 산다꼬 난리난리를 치는데, 아빠 가 한번만 더 얼씬거리모 쥑이삔다캤다.
은지 (빤히 보고)
태평 그래도 엄마가 온다카는 거로 아빠가 고마 이단 옆차기로,
은지 시끄럽다. 마 얼른 묵기나 해라. 엄마 안 온 거 보고, 안 그래도 아 빠 니가 그랬지 싶었다.
그제서야 안심한 듯 웃으며 자장면을 먹는 태평.
72. 은지네 집 앞 골목길 또는 풍경 좋은 마을 길(밤)
은지를 업고 오는 태평.
은지 아빠야, 내 무겁나?
태평 말이라꼬. 고마 내려와라.
은지 싫타. 하도 서가 있었더니 발이 아프다. 아빠 니, 그리 묵꼬 힘도 엄나?
태평 (웃는다)
은지 아빠야, 내 꿈이 뭔지 아나?
태평 아빠가 그것도 모를까봐... 가수 아이가. 가수.
은지 바깠다.
태평 뭐시로?
은지 내 변호사 하 끼다.
놀란 듯 걸음을 멈추는 태평. 은지, 태평의 등에 얼굴을 묻는다.
태평,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하는데,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등에 업힌 은지의 눈에도 눈물이 찬다.
73. 은지네 방 (밤)
태평, 잠든 은지 옆에서 안쓰러운 듯 은지를 보고 있다. 불을 끄고, 나간다.
잠시 후 가만히 눈을 뜨는 은지. 일어나 불을 켜고 책상 앞에 앉는다.
희선의 사진을 물끄러미 보는.
은지 (소리) 사실은 엄마한테 꼭 하나 묻고 싶은기 있었십니더. 그거는...
진짜로 엄마가 내를 그리 버리고 떠났나... 하는 것도 아이고,
진짜로 엄마가 돈 땜에 내를 다시 찾아왔나... 하는 것도 아이고.
내가 진짜로 묻고 싶었던 거는...그거는....
은지, 사진 속 희선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만진다.
희선과 은지의 다정한 한때가 장면으로 스쳐간다.
은지(소리) 그래도 내를... 다시 본께 좋았냐고.
언젠가 내를... 다시 보러 올 끼냐고. 언제 다시 올 끼냐고...
그걸 묻고 싶었심니더...
74. 은지네 집 앞
미애, 급히 뛰어와 은지네 집으로 들어간다.
75. 은지네 방
은지, 누워있고. 태평, 옆에서 물수건으로 열을 식히고 있다.
미애 (들어오며) 은지, 괜찮아요?
태평 이제, 열은 좀 내린 거 같습니더.
미애 (보는)
태평 가시나... 아무렇지 않은 척 하더니... (눈물을 닦는다)
미애 제가 볼게요. 태평씬 이제 눈 좀 붙이세요.
태평 아입니더.
미애 얼른요.
태평 그라모 잠깐 씻고 오겠습니더.
태평, 나가고. 미애, 물끄러미 은지의 얼굴을 본다. 안됐다.
미애, 가만히 손들어 은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은지 엄....마....
미애 (멈칫)
은지 엄.... 마.....
미애, 은지가 불쌍하다. 은지의 손을 잡고. 은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은지, 따뜻한 손길에 가만히 눈을 뜬다. 희선이, 눈물 글썽한 얼굴로 보고 있다.
은지 엄... 마....
은지, 벌떡 일어나 희선을 본다.... 희선, 두 손으로 따뜻하게 은지의 볼을 감싼다.
은지, 눈물 그렁해 희선을 보는데... 희선의 모습... 미애의 모습으로 바뀐다.
은지, 숨이 턱 막힌다. 자기도 모르게 헉... 하고 울음이 터진다.
은지 엄마... 엄마.... 엄마!
은지, 작게 흐느껴 울다가 이내 큰 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엉엉 운다.
미애, 그런 은지를 안고 말없이 운다. 은지도, 미애 품에 안겨 운다.
태평, 엄마를 부르며 우는 은지를 방문 앞에서 보고 있다.
은지(na) 우리 엄마랑 저 구두랑은 참 많이 닮았십니더.
예쁘고.... 진짜로 예쁘고.... 내한테는 너무 아팠십니다....
책상 위에 놓인 희선의 사진. 책상 밑에 숨겨둔 분홍 구두.
엉엉 우는 은지....
76. 은지네 사진관
경석은 과자 먹고 있고, 은지와 경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있다.
경지, 은지가 준 분홍구두와 분홍 드레스를 입고 있다.
경지 은지야, 봐라. 이 언니가 니보다 이뿌게 나왔제?
은지 이 가시나가 미칬나? 언니는 무슨 놈의 언니고
경지 내가 니보다 생일도 빠르다 아이가.
은지 생일 빠른 기 뭐가 대수고. 키는 내가 더 큰데!
미애 (나오며) 니네 또 싸우니?
미애, 보면 어느새 어깨 동무하고 다정히 웃는 은지와 경지.
은지.경지 아이라예. 안 싸웁니더.
미애 (웃으며) 이제 다 됐어, 얼른 들어가자.
미애, 경석을 데리고 들어가고. 경지와 은지도 따라 들어간다.
은지(na) 엄마가 준 옷도, 아빠도.... 이제 더 잘 맞는 제 짝을 만났다.
카메라를 맞추고 있는 태평.
태평의 자리를 비워놓고, 다들 앞에서 자리를 잡는다.
태평 은지, 옆으로 좀 땡기고, 경지, 고개 좀 틀고... 옳지! 그대로 있어라.
은지(na) 엄마는 떠났지만, 내는 혼자가 아이다.
내한테 이리 새 가족이 생겼다.
태평, 뛰어가 자리에 앉으면, 찰칵하고 사진이 찍힌다
77. 운동장
체육시간. 공놀이 하는 남자아이들 보이고. 다들 자유롭게 놀고 있다.
은지와 경지, 모래밭에서 두꺼비집을 만들며 논다.
경지 참, 은지 니 들었나?
은지 뭐를?
경지 상우 있다이가. 오늘 생일이라꼬, 아아들 초대했다 카더라.
은지 진짜가?
경지 진짜다. 니도 초대 안 받았나?
은지 받아도 안 갈라켔다.
경지 내랑 생각이 같네.
은지 그 머시마, 볼수록 밥맛이데이
경지 하모. 말이라꼬! 전학 온 주제에 어디서 설쳐 쌓노
그때 공이 날라와 경지의 머리에 맞는다. 경지, 머리를 감싸고.
은지 (벌떡 일어서며) 누고? 누가 죽을라꼬 용쓰노?
상우 (뛰어와서) 어, 미안.
은지 와 사람을 치는데? 서울서는 공으로 사람쳐도 된다 카더나?
경지 그렇더나?
상우 (당황하며) 일부러 그런 거 아냐. 미안해.
은지 일부러 한 거 아이모 치도 된다 카더나?
경지 그렇더나?
상우 (겁먹은 얼굴로) 니네 왜 둘이서 한꺼번에 이래?
은지 왜냐꼬?
경지 왜냐꼬?
경지.은지 왜냐하모 우리는....
상우 (보면)
경지.은지 쌍딩이다!
큰소리로 웃으며 하이파이브 하는 은지와 경지.
<끝>
에필로그
태평, 사진관 앞에 진열돼있던 (태평과 은지)의 가족사진을 들어낸다.
그리고 그 옆의 (미애, 경지, 경석)의 가족사진을 들어낸다.
잠시 후 한가운데에 새롭게 들어서는 신 조은지 패밀리의 사진.
첫댓글 재밌게 본 작품이라 감사히 받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