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덕이 묘에 얽힌 이야기?
안성 남사당패에서는 조선시대에 여성으로 꼭두쇠가 되어 불멸의 예술을 남겼던 바우덕이를 찾아 나섰다. 서운면 청룡리 불당골은 전국 남사당의 거처로써 이곳에서 겨울을 나면서 아이들에게 기예를 가르치고 다음해 작품을 준비하던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에 찾아가 마을 어른들에게 바우덕이가 묻힌 곳을 수소문하였다. 노비보다 못한 천민이다 보니 마땅한 땅을 허락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일부 학자들은 사당패 등 천민들은 수장을 하는 경우도 많았으므로 바우덕이도 역시 수장되었으면 무덤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을 어른들은 저마다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와 어릴 적 경험을 떠올리며 물이 바위에 굽이쳐 흐르는 곳에 있는 양지편에 바우덕이의 무덤이 있다고들 했다. 그리고 바우덕이는 냇가 옆의 하천 바닥에 묻었는데 큰 홍수가 나서 무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면서 어렸을 적에 그곳에 앉아서 여기가 바우덕이 묘가 있던 곳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지역 향토사학자와 남사당패 어르신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그곳에 가서 무덤을 흔적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냇가 옆의 바위 위쪽에 무덤의 형태로 보이는 조그마한 언덕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다른 여타의 무덤 흔적이라곤 없었으므로 마을 분들의 의견을 들어 이것이 바우덕이묘라고 결론지었다.
다시 무덤을 가꾸기 시작했다. 허물어 내린 봉분은 흙을 더 쌓아주었고 없었던 무덤 날개도 마련해 주고 제를 올릴 수 있도록 제단석도 갖추었다. 잔디도 심고 풀을 뽑아주었다. 무성했던 잡목도 베어주었다.
이렇게 했더니 제법 어여쁜 무덤이 되었다. 그리고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 님도 이젠 편히 잠드실 것이라고 생각했다. 바우덕이 묘비도 세워 주었다. 하천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따뜻한 양지바른 바위 위에 자리한 푸근한 무덤이 되었다.
지역 무속인들의 연합체인 안성 숭단회에서 바우덕이를 위한 굿도 열어주었다. 이로부터 현재 안성남사당패들이 해마다 벌초도 하고 풀도 뽑아주며 제사를 지내 주었다. 그러던 중 이상한 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마다 추석이 오기 전에 한번씩 벌초를 하는데 이 때에는 무덤은 물론이려니와 바위 아래의 하천부분까지 풀과 잡목을 깎아준다. 그런데 하천 옆 바위가 막혀서 물이 밀려오지 못하는 지점에 바위 아래쪽의 평편한 땅이 작년보다 더 솟아오른 것이다. 뭐 그러려니 혹시 올해 비가 많이 와서 흙이 떠내려 와서 그렇겠지 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그 다음해에는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솟아났던 곳이 더 높게 솟아 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는 더 높게 솟아올라서 마치 무덤의 봉분처럼 보였다. 남사당패들은 모두 놀랐고 두려움도 생겼다. 땅이 솟아 올라와서 무덤이 된 것이다. 그래서 풀을 깎고는 술잔을 부어주고 절을 올렸다. 경외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숭단회에서 하는 바우덕이 굿은 해마다 정례화되었다. 바우덕이묘를 찾아낸 이후부터 매년 무속인들이 바우덕이제례를 올렸다. 물론 바위 위에 마련한 조그만 무덤 앞에서 행해졌다.
그러던 중 어느 해인가 굿을 하던 무당이 갑자기 바위 아래로 뛰어내려갔다. 바우덕이 신이 아래 솟아난 무덤 위에 앉아 계시다는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에! 마을 어른들이 하던 말씀이 그대로 맞았기 때문이다. 냇가 땅에 묻었는데 큰 홍수가 나서 무덤이 흔적 없이 없어졌다는 그 이야기!
그리고 수소문하여 찾아낸 지금의 바우덕이 묘! 그리고 갑자기 솟아오른 무덤! 신이 내린 무당은 솟아난 무덤 위에 바우덕이 신이 앉아 있다고 말하는데…
이 후부터 바우덕이제례는 솟아난 무덤 앞에서 해마다 이어져 왔다. 바우덕이축제를 시작한 2001년도까지는 이곳에서 굿이 행해졌다. 축제가 열리면서는 바우덕이축제 행사장인 종합운동장에서 제례굿을 하고 있다.
아울러 남사당패도 이곳에 조그만 제단석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해마다 바우덕이 묘를 찾아 성묘할 때에는 솟아오른 무덤에 먼저 술잔을 드리고 절을 올린 후에야 바위 위에 있는 무덤에서 성묘를 드린다.
2005년도 금년 추석(추석 전날)에는 전에 보지 못한 폭우가 내렸다. 마을 분들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바우덕이 묘를 찾아가 보았다. 냇가의 다리가 끊기고 하천의 석축들이 모두 쓸려가고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솟아오른 무덤은 어떻게 됐을까? 혹시 모두 패여 나갔으면 어쩌나.
냇가를 건너 다가간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이 온통 파여 나가고 몰려든 자갈과 나뭇조각들로 아수라장인데 정작 솟아오른 무덤에는 물 하나 범접한 흔적이 없이 평온했기 때문이다.
물이 굽이쳐 흐르도록 막고 있는 바위 암벽이 그 많은 홍수를 막아준 것이다.
노비보다 더 하층계급인 천민! 남사당패! 꼭두쇠인 바우덕이의 주검을 남사당패들은 최고의 지혜로 한 평짜리 임자 없는 땅을 찾아내고 이곳에 자신들의 꼭두쇠를 편히 모신 것이다. 수십년간 불당골을 드나들며 찾아낸 임자 없는 한 평짜리 땅을 꼭두쇠 바우덕이에게 저승 가는 길에 선물로 주었다.
이렇게 해서 바우덕이 묘는 청개구리 무덤인데도 불구하고 온전했고 사라져가던 남사당패의 명맥을 살리려고 안성의 후예들이 남사당보존회를 만들고 바우덕이를 찾아가자 스스로 몸을 올려 나타난 것은 아닐는지….
나는 캔 맥주를 좋아한다. 그리고 마음이 어수선하면 스스럼 없이 캔 맥주 두 통 들고 바우덕이 무덤가에 앉는다. 그리고 먼저 한 모금 부어 드린다……
첫댓글 청개구리 무덤인데도 불구하고 온전했고 사라져가던 남사당패의 명맥을 살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