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평정치 못하면 미평국未平國을
나라를 얻지 못하면 미득국未得國으로 고쳐서
간신들이 그를 죽였다.
어린 나이 27세에 이조 역사상
전무후무한 병조판서 자리에 오른다.
이렇다 보니 좀 교만방자하여
안하무인격으로 사람을 대했고
그 교만방자함이 조기 실패의 원인이라 본다.
승승장구 남이 장군의 출세에
시기를 한 간신들이 역적으로 몰아,
혹독한 고문에 못이겨 거짓 자백을 했다.
화가난 왕이
또 다른 역적 모의를 한 사람은 없느냐 물었을때,
왕 옆의 80살이 넘은 영의정을 가리키며
같이 모의를 했다고 자백 했다.
영의정은 고문틀을 보고 겁에 질려서
그냥 자기도 역모를 했다고 했다.
미운자 몇 명도 같이 했다고 해서 다 죽였다.
형장으로 끌려 가는 수레에서
영의정은 너무 분하고 억울하여,
"야, 이놈아!
왜 죄없는 나를 몰아 넣어 죽이려 하느야?"
남이 장군은 태연하게 웃으며,
"이 영감탱이야! 살만큼 살은 놈이
내가 죄가 없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옆에서 말 한마디 하지 않는 놈이
무얼 잘했다고 그러느야!
심심한데 저승 길 동무나 하려고
네놈을 끌어 들였다!"
영의정도 그 말이 맞다 싶어 할 말을 잃었고,
둘이는 나란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남이 장군 사건만 보더라도
남 잘되는 것 절대로 못보는 우리 조상들의,
못된 심보를 요즘 여의도 한량들이나,
나 잘 났다고 떠드는 정치인 꼬라지 보면
우째 그렇게도 많이 닮았는지... 쯧 쯧
유자광柳子光의 비참한 말로는
그당시 사람들은 입에 담기도 싫어했다.
부자의 페륜이 이처럼 극에 달한 일이 없었다.
애비의 이름이 자광이니
자식들이 빛나야 하건만. 절대 그렇지 못하다.
그는 독사처럼 사람을 대했다.
음험한 쪽으로 재주가 뛰어나서
자신보다 왕의 눈길을 더 받는자가 있다면,
반드시 이를 갈며 죄를 만들어 죽이고 말았다.
어진 신하들을 무참하게 해치고,
그 또한 연산군의 일등 간신이었다.
중종반정 때에도 어째 용하게 살아 남았다.
그러나 이듬 해 탄핵을 받아
피로 얻은 관작을 모두 빼았기고 유배된다.
경상도로 쫓겨갈 때에는 두 눈이 멀어
암흑의 구렁텅이에서 헤매고 있었다.
두어 해나 더 모질게 살았건만,
결국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조정에서
아비의 장사를 지내는 것만은 허락하였으나,
한 아들은 계집의 치마폭에 빠져서,
한 놈은 술독에 빠져서 병이 났다는 핑계로,
남은 자식들도 끝내 한 놈도 가보지도 않았다.
마침내는 큰 아들이 나서서
늙은 제 어미를 길거리로 내쫓고 말았다.
또 아우를 욱발질러 죽여버렸다.
저 또한 스스로 미쳐 고꾸라져 죽고 말았다.
애비가 이 세상 자식에게 남기고 간 빚이었다.
이 얘기는 세상 일을 경계하는 바 되는데,
이렇게 악한 자의 말로는
멀어버린 눈처럼 음험한 암흑과 같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결국 뿌린만큼 자식들에게도
폐륜의 업을 남기고 천벌을 받고 죽었다.
이 유자광이
왕에게 남이 장군을 시기하여
미평국을 미득국으로 슬쩍 고쳐서
역적으로 몰아 죽인 바로 그 간신입니다.
이런 경우를 보면
천도天道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하 하 하!
이얘기거리를 연관시키다 보니
좀 글이 길어졌소.
쭈구리고 앉아서 두둘기는 사람도 있으니
그냥 좀 길더라도 읽으소. 하하하!
*
꼬마가 화장실에 들어 오며,
"이모, 뭐해?"
"응, 목욕하고 있어."
"그런데, 밑에 그 자국은 뭐야?"
별로 달리 설명할 것도 없었고
아직도 어리니 얼렁뚱땅 넘어 갈려고,
"이거? 도끼 자국이란다."
다시 흘낏보며,
"도끼 자국?
우 와~~ 정통으로 찍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