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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강급에 속하는 K9 자주포
압권^^ 155mm 포.. 사거리 약 40km
* 맹호부태 K1A1의 사격훈련
포병출신들이라면 다뤄 보고 싶은 욕심나는 장비 같습니다...
K9 자주포의 개발 비화
신형 자주포 K-9은 사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안전할까.
화포는 추진장약이 급속히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가스팽창력으로 포탄을 포구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때 폭
음(爆音)과 함께 반동력이 발생하면서 포신을 뒤로 주퇴시킨다. 폭음과 주퇴력은 각각 승무원과 장비의 안
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선행체계개발 기간 무장연구팀(문갑태 팀장)의 이영현・강국정 선임연구원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개발
한 신자포용 제퇴기와 주퇴복좌기는 신자포의 사격 충격량이 K-55에 비해 2배, KH-179보다 1.4배가 큼에도
불구하고 승무원과 장비를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있다.
외관상으로 보아도 타 화포의 그것과 확연히 구별되는 신자포의 제퇴기는 ‘다공형’으로서 여러 개의 격실
을 갖는 점이 특징이다. 최초에는 KH-179의 제퇴기와 동일한 형상인 단공형이었다. 그러나 시험 결과 음압
이 높고, 섬광이 많아 인간공학 측면이나 적에게 식별될 위험이 우려됐다. 이 문제는 선행개발 중간 시기쯤
에 발견돼 실용개발 착수 이전에 기술적인 분석과 이론적인 모델링 등을 거쳐 전혀 새로운 제퇴기를 개발
했다.
다공형 제퇴기는 방출가스를 각 격실의 가스 방출구를 통해 순차적으로 확산하기 때문에 폭음이 낮다. 뿐
만 아니라 각각의 격실에 가공된 가스 충돌판은 높은 주퇴 제동 성능을 갖는다. 특히 이러한 구조는 화염의
양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야간사격 시에도 빛에 의한 노출을 현저히 감소시켜준다.
신자포 주퇴복좌기에는 기존의 화포에서는 필수적인, 사격 고각에 따라 포신의 주퇴 거리를 조절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 그리고 속도를 조절하거나 완충해주는 장치가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해보자.
이는 연구진이 자동장전장치의 부착을 위해 포탑 바닥면으로부터 포신 중심선까지의 높이를 상당히 높
게 설계하면서 비롯된 것이다. 연구진은 최대장약 사격 시 어떠한 사격 고각에서도 포신이 820~860mm
정도의 주퇴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적화하고, 나아가 포신이 사격위치로 되돌아올 때 복귀속도를 제어
하는 완충장치도 주퇴 실린더 내에 조립시켰다.
결과적으로 주퇴복좌기의 구조를 상당히 단순화했을 뿐만 아니라 포 구조물에 전달되는 사격하중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면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성능은 김봉수 선임연구원이 개발한 주퇴장치 모
의 시험기를 통한 4,500발의 사격 시험과 실용 시제품에서의 모든 사격 시험 등을 견뎌내면서 충분히 확인
되었다.
안전 위협하는 차압, 어떻게 해결하나
“엇! 저게 뭐야?” 1992년 봄 안흥종합시험장. 국내 개발 추진장약의 첫 실사격시험을 지켜보던 연구진은 비명
을 지르듯 외쳤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후방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수십 미터를 날아가는 흰 물체를 본 것이
다. 모두 방호벽 뒤에서 일제히 달려 나왔다. 시험사격용포의 격발기가 파손된 상태였다. 누군가 10여 미터 떨
어진 곳에서 종이뭉치를 가져왔다. 흰 물체는 장비를 닦기 위해 포 근처에 놓아둔 두루마리 화장지였음이
확인됐다. 도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추진장약은 약실 안에서 연소하며 가스를 발생시켜 그 팽창력으로 포탄을 날려 보내는 역할을 한다. 기존
155mm 곡사포용 추진장약은 그동안 미국의 것을 모방 개발, 사용해왔다. 약포형으로 종류도 약포 색깔에
따라 다양하다. 백색장약 5호로 사격할 경우 6, 7호는 버려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국제적 호환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굳이 독자 개발할 필요는 없다.
1989년 신형자주포 개발계획 수립 당시 전혀 새로운 체계의 신자포용 추진장약을 필요로 한 자주포체계팀
은 (주)한화가 박격포용이지만 소진(燒盡) 탄피 제작기술을 확보한 사실을 확인하고 기존의 복잡한 약포
장약체계 단순화, 잔여장약의 재사용은 물론 발사속도 증대에도 유리한 단위장약을 독자 개발, 적용키로
했다.
이를 위해 단위장약개발팀이 팀장 김형식 박사를 비롯해 장대성 책임연구원, 이정환 박사, 이홍석 선임연
구원, (주)한화 여수공장의 기술진 등으로 구성됐다. 1992년 봄에 가진 첫 시험에서 격발기 파손은 그동안
성능이 입증된 모방개발 장약만을 시험평가해 온 시험장에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원인은 사격 때 생긴 5만psi(1만psi는 1cm²에 703kg이 작용하는 힘)의 차압(差壓). 생소한 현상이었다. 안
흥종합시험장 한충원 책임연구원은 “차압은 자동차 엔진의 노킹 현상과 같은 것으로 압력이 포탄을 밀어내
는 방향으로 발생하지 않고 반대방향으로 높아진 현상”이라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된
다고 설명했다. 실례로 미국의 155mm 자주포로 수행된 이스라엘의 단위장약 시험에서는 이 같은 차압으로
인해 승무원 2명이 희생된 바 있다.
안전도가 확보되는 적정 차압은 3,000psi 수준. 개발팀은 강내 탄도 코드로 추진제 형상을 설계하고 밀폐
폭파시험(closed bomb test)으로 성능을 확인하였으며 화포 시뮬레이터를 제작, 연소과정을 고속카메라로
촬영・분석하는 등 이론적으로 연소 특성을 해석했다.
실사격 시험 중에는 차압으로 격발장치가 수없이 손상됐다. 격발장치를 마냥 손상시킬 수 없어 화약연구
실 김성호 책임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원격 격발 장치를 개발하는 등 갖은 방법을 다 기울였다.
1996년 말 차압이 최소화된 6호 단위장약이 일단 개발됐다. 그러나 포구속도의 약실 압력이 무장설계치인
5만 3,000psi보다 5,000psi가 높다는 사실이 연구원들을 괴롭혔다. 추진제 형상을 바꿔 약실 압력을 조절키
로 했다.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추진제의 작은 알갱이들은 마치 연탄과 유사한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의
수와 모양을 바꾸는 것이다.
“미국의 추진제가 보통 7공 형상인데 비해 독일의 것은 19공입니다. 사진으로 확인했지만 설계 제원은 알
수 없었지요. 7공 형태에서 개선을 시도하다가 1997년에 19공으로 방향을 틀었지요. 수많은 시험을 거쳐
1998년 실용 개발단계에 들어서야 5만 3,000psi 이하에서 40km 의 사거리 달성이 가능한 포구속도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김형식 박사)
이것으로 개발이 완료됐을까. 또 하나의 시련이 잠재해 있었고 그것은 훗날 운용시험 중에 큰 아픔으로 나
타나게 된다.
항력감소장치 개발에 35만 달러?
최대 사거리 확보에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탄(彈)이다. 기존 RAP탄은 로켓 노즐을 갖추고 그 안에서 추
진제를 태워 사거리를 늘린다. 이에 비해 신자포의 사거리 연장탄은 항력 감소장치(Base Bleed)가 달린, 즉
탄 비행 때 탄체 밑 부분에 생기는 공기저항을 항력 감소 추진제 연소를 통해 감소시키는 탄이다.
포탄연구팀(개념연구 이성호, 탐색개발 최병두, 체계개발 홍종태 팀장)은 유병도, 정명지 책임연구원, 이종
철, 윤상용(이상 포탄체계) 선임연구원, 황준식, 김창기(이상 항력 감소장치) 박사, 조용찬 선임연구원(탄체)
으로 구성됐다.
황박사는 먼저 항력 감소장치 분야 전문가인 미국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쿠오 박사를 찾아가 공동연
구를 제안했다. 그러나 쿠오 박사가 35만 달러의 연구비를 요구하는 데다 미국도 40km용은 개발이 안 된
상태여서 공동연구보다 국내 독자 개발의 길을 택했다.
황・김박사는 탄저부 항력 감소장치 작동 개념 및 연소현상을 파악하는 등 개발에 나섰지만 곧 난제에 부
닥쳤다. “포탄 비행시간에 맞춰 30초 이상의 연소시간을 확보해야 했는데, 포탄의 회전이 없는 지상실험에서
는 성공했지만 분당 수만 번을 회전하는 비행 중에는 연소시간이 13초에 불과했어요. 그렇게 급격히 연소
시간이 짧아지는 원인 규명이 잘 안 돼 고전했습니다.” (황준식 박사)
연구진은 최초 에어모터에 의한 회전시험 장비를 제작했으나 진동이 심하고 회전도 2,000rpm 정도밖에
오르지 않아 전기모터로 구동하는 회전시험 장비를 개발, 1만5,000rpm까지 회전시키며 연소시험을 실시
했다. 그 결과 알루미늄 분말이 연소 속도를 증대시킨다는 사실을 파악, 문제 해결과 함께 사거리 연장기술
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최대 사거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35% 이상의 사거리 연장효과
를 실현할 수 있도록 연소속도(시간), 압력지수, 산화제함량 등의 주요 설계변수를 최적화할 수 있는 탄저부
항력 감소장치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요했는데 김박사가 이를 개발, 설계변수를 최적화해 항력 감소장치를
개발했다.
신자포의 장사정용 포탄은 선행개발 당시 탄두형상이 완전한 유선형으로 설계되고, 강내에서 운동 안정
성을 유지하기 위해 작은 날개(너브) 4개를 달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선행개발 운용시험에서 매우 중요한 문
제가 대두됐다. 탄 날개가 자동 이송장치에도 장애가 되고 발사 때 포열 강선을 파손시키며, 날개의 제작과
부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1996년 3월부터 홍종태 박사는 날개를 없애면서 공기저항을 최소로 받도록 탄체를 유선형으로 바꿨다.
그 결과 최대 사거리 40km를 상회했으나 40km에서 낙하 때 탄 분산도가 기존탄보다 2~3배가 넘었다. 탄
체 하부의 회전탄대(포열의 강선을 타고 탄을 회전시키는 역할)를 수정하면 해결되리라고 보았다.
하지만 산 넘어 산. 이번에는 탄체 일부가 깨지며 날아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초속 925m로 포구를 이탈하
는 탄에서 깨져 나가는 물질을 촬영, 확인하는 자체가 어려웠다. 거듭된 시험 속에 탄체 뒷부분이 파손돼 항
력감소 추진제도 깨진다는 결론을 얻었다. 최종적으로 조용찬 선임연구원이 ‘보조탄대’를 부착하는 아이디어
를 창출해 개발함으로써 탄 분산도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로써 K-9용 포탄의 독자 개발에 성공
할 수 있었다.
화포 독자개발의 절정 ‘탄도’
“신형 자주포 K-9에 이르러 명실상부하게 화포의 독자개발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충호 책임연
구원이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탄도분야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KM114A2는 1970년대 미국의
기술자료를 이용해 모방 개발한 것이고, 1980년대 초 KH-179 155mm 견인포는 우리 손으로 개발했지만 미
국의 M198, M109A2의 탄도를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완벽하게 독자개발했다고 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상태
였던 것이다.
탄도(彈道)란 포탄이 중력(重力), 항력(抗力), 양력(揚力) 등의 영향을 받으며 날아가는 궤적이다. 탄약이 포
신 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다루는 강내(腔內)탄도,포구(砲口)에서 표적까지 포탄이 비행하는 과정을 다
루는 강외(腔外)탄도로 구분된다.
강내탄도 연구는 탄도연구팀장인 이원백 책임연구원이 맡았다. 사격 시 탄의 이동 속도와 압력을 계산하
는 전산 프로그램을 개발, 강내탄도 해석(simulation)에 활용했다. 하지만 영향을 주는 요소가 많은 만큼
불확실성 또한 크지 않을 수 없는 분야이다. 해석 결과가 실험 결과와 잘 맞지 않아 애로가 컸다.
강외탄도 연구는 포구를 떠난 포탄의 이동 궤적을 추적해 포병이 화포의 사격제원을 산출하는 자료(사
표・탄도 프로그램)를 개발하는 것이다. 실내 실험자료와 경험적 요소를 반영해 이론적 방정식을 만들고 실
사격 시험에서 얻은 결과로 방정식을 보완한다. 이런 보완과정을 수없이 반복해 사표와 탄도프로그램을 만
드는데, 계산량이 많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탄도연구팀은 초기 이 강외탄도분야를 1988년 미국이 항력감소장치포탄 M864를 전력화하면서 개발한
강외 탄도 프로그램을 구입해 보완하려고 미국 측 탄도연구실과 사전 접촉을 가졌다.
“미국 측은 이때 ‘미국의 탄과 사격지휘 체계를 도입하면 지원할 수 있다.’고 당연하면서도 냉정한 반응을
보였어요. 그즈음 강태형 책임연구원이 미국 탄도연구실에서 연수중이었는데, 장차 항력감소장치 관련 프로
그램을 개발해야 하니까 미리 관심을 갖고 파악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었지요.” (이원백 팀장)
1년 6개월의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강 책임연구원이 밤낮없이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리는 가운데 실내시험
자료의 대표적인 공력설계・해석은 안성호 박사가 맡았다. 자료는 주로 풍동실험(인위적인 바람으로 탄 주
위의 공기 흐름과 저항 등을 측정)으로 얻어진다. 대부분 국방과학연구소 내에서 실험했지만 포탄이 수만 번
회전하면서 생기는 매그너스(Magnus : 투수가 회전시켜 던진 볼이 커브를 일으키는 현상이 한 예) 특성은
설비 부족으로 미국에서 실험했다.
이렇게 사거리 예측이 가능하고 각종 제원을 산출해낼 수 있는 한국형 강외탄도 프로그램이 개발되자 실
사격에서 나타난 실제 값과 기상자료를 입력, 방대한 자료(사표 및 제원 산출 입력용)를 구축했다.
김재호 박사도 제원 산출 입력용 곡사포탄 탄도방정식을 이용해 실시간 정확한 계산이 가능한 소프트웨
어를 개발했다. 사표를 사용하는 약식의 탄도기상통보는 물론 고도별 기상 측정값이 그대로 반영된 ‘계산기
기상통보’라는 기상정보를 사용, 보다 더 정확하게 사격제원을 산출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었다.
K-9은 수동식(기계광학식)과 자동식(전자식) 사격통제장치(Automatic Fire Control System) 사격통제 장
치로 구성돼 있다. 수동식은 기존 자주포의 것을 거의 그대로 적용한 반면 자동사격통제 장치는 1991년부터
이상국(팀장)박사를 비롯하여 12명으로 구성된 사통 연구팀이 국내 독자개발했다.
개발 결과부터 설명하면 AFCS는 크게 시스템 통제기, 전시기, 탄도 프로그램이 내장된 사격제어기, 통신
처리기 및 전원조절기로 구성돼 있으며 운용병과 K-9 간의 인터페이스(연동 Man-Machine Interface) 역할
을 한다. 즉 위치확인장치, 포・포탑구동장치, 탄 이송장치, 격발장치, 포신온도센서, 무전기 등 각종 전자제
어장치를 상호 연동시켜 자동화를 달성함으로써 운용병들에게 사격과 관련한 정보를 보여주고 사수가 지시
한 명령을 관련 장치에 전달,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AFCS는 탄도 프로그램과 포구초속측정기를 이용해 자체적으로 사격제원 계
산은 물론 BTCS(포병사격지휘체계 Battalion Tactical Command System)와 연계해 데이터 및 음성통신으
로 사격명령을 수신하고 포반의 상황을 보고한다. 또한 위치확인 장치와 연동해 화포의 위치 및 자세한 정보
를 획득하며, 포를 자동방렬하는 구동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포신 잠금장치, 탄 이송장치, 장전장치
및 포신온도센서와 연동해 운용상태를 자동 인지함으로써 사격준비 완료 및 사격안전 여부를 알려주고 격
발장치와 연동해 사수에 의한 자동격발이 가능케 한다.
이 같은 AFCS에 힘입어 K-9은 현재 어떠한 운용상황 하에서도 외부 장치의 도움 없이 30초 이내(정지
때) 초탄 발사, 3발의 탄을 표적에 동시에 탄착시키는 단독 TOT(Time on Target)사격, 포대(자주포 6문)가
한 개 이상의 표적을 분할해 사격할 수 있는 ‘포대 다중임무’ 수행능력 등 특유의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여타 분야도 그러했듯 AFCS 개발 노정 역시 결코 순탄치 않았다. M109A6, PzH2000, AS-90 등 당
시 배치 또는 개발 중이던 자주포의 자동사격통제장치를 다각도로 탐구하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했으나
자국의 방위기술 보호를 위해 기술 유출을 극히 꺼리는 상태에서 연구진은 성능기준서(fact sheets)와 단편
적인 팸플릿만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만 연구진에는 30mm 자주대공포 비호체계의 개발을 통해 축적한 기술이 있다는 것이 위안 아닌 위안
이었다. 여기에 과학자적인 도전의식을 더해 연구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기존의 포술 교리와 향후 포술 발
전 방향을 신자포에 적용하기 위해 포병학교 교관 및 야전부대의 운용관들과 수 차례 토론을 가졌다.
이렇게 사통설계를 구체화하면서 연구진은 AFCS의 각 구성품은 가능한 한 동일한 하드웨어 모듈을 사용
하는 공통 모듈 개념을 도입했다. 또 신뢰성 향상을 위해 주요 부품과 통신 채널들을 2중화했으며 소프트웨
어도 기억장치를 교체하는 방법이 아닌 외부 포트를 통해 다운로드하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선행 시제품 첫 시험평가에 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이 속담은 무기체계 개발에 있어 체계종합을 하는 체계팀의 역할을 잘 표현한 말이다. 체계종합은 바로 그 구슬을
꿰는 작업이자 또 하나의 핵심기술이다. 체계종합은 김동수박사(현 5기술본부장)를 중심으로 신민재 박사(체계분석), 이진영 책임연구원(체계결합), 송기천 선임연구원(형상관리) 등 12명이 수행했다.
하드웨어 측면에서 보면 무장, 포탑, 사격통제장치 등 무기체계의 주요 구성품들을 연구개발하는 각 전문팀
은 체계(종합)팀의 요구사양에 따라 구성품, 즉 ‘구슬’ 을 만든다. 체계팀은 전문팀에서 만들어 온 구성품을
꿰어 완성체계, 즉 ‘보배’로 만드는 것이다. 구슬을 꿰는 작업과정을 살펴보면 설계 단계에서는 구성품 간
인터페이스 조정・통제, 시제 제작단계에서는 체계조립 절차서를 작성해 구성품 간 인터페이스 시험, 가(假)조
립 연동시험, 체계조립, 실내기술시험 및 최종 수락시험을 통해 체계종합이 완성된다.
최종 수락시험은 삼성테크윈 창원공장에서 수행됐다.
낮에는 기계가 돌아가는 진동 등으로 인해 수포와 추선이 미세하게 흔들려 공장가동이 모두 끝난 심야에
작업을 해야 했다. 작업 위치 또한 0.1밀(mil)이라는 정확도를 갖는 정밀 측량 장비로 측정했다. 이곳에서 정
렬한 후 그 오차를 확인・보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체계조립이 끝나면 크기, 중량, 무게 중심점 등 자주
포의 일반 제원을 측정하고 사격 및 기동기능 등과 관련된 성능을 점검한다. 선행 시제품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시험평가를 받을 준비를 갖췄다.
1995년 9월 5일 오후. 안흥종합시험장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장감이 휘돌았다. 선행 시제
품으로 완성된 신형자주포가 처음으로 시험평가를 받는 날이었던 것이다. 신자포는 웅장하면서 당당한 모
습으로 다섯 번째 사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100m 가량 떨어진 방호벽 뒤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 관련 방
산업체 연구, 기술진 수백 명이 삼삼오오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어느 틈에 숨죽인 채 신자포만 응시할 뿐이
었다.
이윽고 짧지 않은 거리임에도 연구・기술진의 귀에 다섯 번째 포탄이 덜컹하고 장전되는 소리와 폐쇄기가
철컥하고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2사격장 5번탄 사격 10초 전, 열! 아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모
두의 심장 박동이 점점 빨라졌다. 이 순간이 이날 시험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사격이기 때문이 아니다. 다섯
번째 사격에 적용된 포탄 장약이 보통 사격 때 쓰이는 최고장약보다 15% 약실압력이 크게 발생하도록 만든
장약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장비에 손상을 줄 위험이 가장 높았던 것이다.
시험사격을 지휘하는 김현배 자주포체계관리팀장은 신경이 곤두서 머리카락이 쭈뼛 선 듯한 느낌마저 들
었다. “그 사격 장비에 손상이 없어야 본격적인 시험평가에 안심하고 들어갈 수 있고, 만약 장비에 손상이
발생하면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사업 전체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지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그때 연구진에는 큰 압박감과 함께 두려움, 초조함, 그리고 긴장감이 팽
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둘! 하나! 발사!” 연구・기술진은 폭음에 순간적으로 눈을 깜박였다. 신자포 주위에는 포연과 함께 흙먼
지가 자욱했다. 그리고 이내 사격 전 그 늠름한 모습 그대로의 신자포가 눈에 들어왔다.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며 굳은 악수로 서로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이로써 선행개발 시제품에 대한 시험평가가 계속될 수 있
었다.
선행시험 평가는 개발장비의 기술적 도달 수준과 사용 군(軍)이 제시한 작전요구능력(ROC) 충족여부를
확인, 전투용 장비로 계속 개발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평가하는 과정이다.
자주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일반성능, 화력성능, 기동성능과 승무원의 임무 수행이 가능한지를 확인하
는 인체공학적합성, 자주포가 극한적인 환경에서도 운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환경시험, 내구 및 신뢰성
시험 등을 시험계획서에 의해 검증하게 된다. 여기서 기술적 측면의 평가인 기술시험은 국방과학연구소가,
ROC 충족 여부 및 전술적 운용 측면의 평가인 운용 시험은 사용 군이 각각 주관한다.
사업책임자 김종규 박사를 비롯한 시험평가단은 96년 4월까지 국방과학연구소의 안흥종합시험장과 창원
기동시험장, 전방 포병부대 등을 수없이 오가며 시험평가를 진행했다.
시험평가 기간 단축과 효율성을 위해 많은 항목을 동시 또는 통합해 실시하기도 했다. 이 기간 중 어려운
부분은 장약이 자연 발화하는 온도까지 분당 2발씩 지속사격을 하는 것이었다.
포탄은 뇌관을 연소시켜 발사된다. 그러나 지속사격을 하다 보면 발사 때마다 포신에 전달되는 열이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어느 온도에 이르면 장약이 뇌관에 의하지 않고도 발사될 수 있다. 이때 사거리에 변화가
생겨 대단히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장약의 자연 발화가 일어날 수 있는 온도까지의 지속발
사속도시험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다.
1차, 2차 지속사격시험은 시험 중 무장에 고장이 발생해 중단됐다. 1996년 4월10일 실시한 3차는 장비를
철저히 점검, 성공적으로 실시했다. 사격을 끝낸 시험요원들이 안전을 위해 입었던 방탄복을 벗었다. 옷이
흥건하게 젖은 그들의 모습에 모든 사람은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안흥종합시험장에서 화포사격을 담당하
면서 수만 발을 쏘았을 것”이라는 이응남 기술원은 “이렇게 센 장약(6호)으로 1시간도 안 돼 78발까지 사격
해보기는 처음”이라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시험평가, 그 치열한 전투
연구개발, 시험평가는 일종의 치열한 전투다. 땡볕을 피할 그늘도 없는 사격장에서, 영하 20도가 넘는 전방
고지에서 개발장비의 운용성과 개선점들을 찾는 모습은 실전, 바로 그것과 다름 아니었다. 그곳에 안락한
연구조건이 있을 리 없지만 더 좋은 장비를 개발하려는 연구진은 그같은 악조건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형자주포가 극한적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운용 가능한지 시험하기 위해 선행개발 기간 중 전용시험설비
를 건설했다. 신자포를 시험설비에 넣고 16곳에 온도계와 난방장치를 설치해 영상 50도까지 높였다. 39시
간이나 걸렸다. 신자포 전체가 이 온도로 올라가도록 29시간 동안 유지시켰다. 이어 시동을 걸어 시험설비
밖으로 나간 뒤 5발의 사격을 실시했다.
이번에는 질소가스가 팽창하며 기화열로 주위 온도를 내리는 원리를 적용해 온도를 영하 32도까지 내렸
다. 35시간이 걸렸고 22시간을 유지시켰다. 승무원들은 질소가스로 인한 호흡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산소
호흡기를 쓴 후 자주포를 몰고 나와 5발을 사격했다.
성에가 하얗게 자주포 전체에 엉켜 붙었지만 사격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신자포는 사격통제장치, 포・포탑구동장치, 위치확인 장치, 무전기 등과 같은 다양한 전자장치가 서로 연결
되어 작동된다. 전자장치가 작동할 때는 전자파가 방출되어 다른 전자장비에 오작동을 유발할 수 있다. 설
계부터 전자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반대로 외부에서 전자파가 들어오더라도 오작동하지 않아야
한다.
전자파 대책연구팀은 창원에 위치한 전자파 시험장에서 체계전자파와 관련한 기술 및 운용시험을 통합,
실시했다. 신자포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방사량 측정 결과 합격이고, 자주포 내부 전자장비 간 상호 간섭현상 시험
결과도 양호했다. 외부에서 자주포를 향해 전자파를 쏜 후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 역시 합격이었
다. 이와 함께 창원의 기동시험장에서는 환경 적응시험으로 2시간 동안 240mm에 달하는 강우량에 노출시
킨 후 정상작동 여부를 확인한 것을 비롯해 기동성능으로 60% 경사로 등판, 장애물 극복 능력(도섭 및 수
직장애물, 참호 통과), 항속거리, 주행속도, 조향능력,제동성능 등이 시험되었으며 또한 내구도 주행시험이
실시됐다.
야전에서의 운용시험은 국방과학연구소와 업체 지원을 받아 군이 주도적으로 시험했다. 화포방렬, 사격통
제, 자주포 조종수를 비롯한 승무원별 조작 편의성 등을 평가했다. 기존 무기체계와의 상호 운용 적합성은
전술적 사격, 직접조준사격, 영거리사격, 정밀기록사격등으로 확인했다. 전력화 때 필요한 교리 발전, 포반원
의 편성, 교육훈련분야도 점검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시험평가 기간 중 겪은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장비도 개발했다. 많
은 연구개발진이 경험했듯, 사격 후 8m나 되는 포신을 청소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훗날 자동 포구 청
소기를 개발하는 동기가 되기도 했던 것이다.
또 좀 더 완벽한 자주포로 개발하기 위해 개선 요구사항을 많이 도출해야 했다. 장비를 운용하는 병사들
과 많은 대화를 가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체계종합팀장 김동수 박사는 개선 요구 사항을 제안하는 병사에
게 1건당 통닭 한 마리의 상품을 걸기도 했다. 처음에 병사들은 이런 연구진의 제안에 의아해했지만 적극 참
여했다. 그 결과 직접사격 및 영거리 사격용 사거리 카드 부착과 같은 연구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반
영될 수 있었다.
8개월에 걸친 선행시험평가 결과 54개 항목 중 기준충족 36개였고 기준 미충족과 일부 미흡은 각각 7개
~11개 항목으로 나타났다. 이중 작전요구능력(ROC) 보완 및 수정은 5개 항목으로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고장이 웬말
선행시험평가를 끝내고 실용체계개발계획을 세우면서 국과연은 시범사격 계획안을 수립했다. 온갖 가혹
한 시험을 거친 선행시제품으로 공개 시범사격을 한다는 것은 시체말로 ‘잘해 봐야 본전’이다. 거기에 전례
가 드물고 또 신뢰성 면에서 무리일 수도 있다는 반대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선행시험평가 후 작전요구
성능을 대부분 충족시킨 상태, 이제는 개발 성공 확률이 높아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우세했고 그
것은 곧 연구진의 자신감이었다.
1996년 6월 11일 안흥종합시험장. 오후 들어 해무가 다소 가시기는 했으나 시계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이양호 국방부장관과 김동진 합참의장, 윤용남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고위 장성과 언론사 기자 및 방산
업체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공개 시범사격이 실시됐다.
사업추진 현황 보고에 이어 시범사격이 진행됐다. 정지 상태에서 30초 이내에, 기동시 60초 이내에 각각 초
탄이 발사됐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최대사거리 40km 시범이 이어지고 다시 1분 이내에 6발의
사격이 끝나자 박수 소리는 더 길게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15초 이내에 3발을 발사하는 급속사격이 준비되
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카운트다운이 끝나도 발사되지 않는 것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 대기시킨 시
제2호가 사격위치에 등장했다. 다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연구진의 심장은 쿵쾅거리는데, 웬일인지 또
발사되지 않았다. “장비 고장으로 시범사격을 종료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통제실의 방송이 나왔다. 연
구진은 리허설 때는 이상 없이 작동하던 자주포가 하필 결정적 순간에, 그것도 2대가 동시에 고장났을까
하며 원망과 당혹감으로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서둘러 원인을 분석해보니 시제1회는 장전제어기의 제어박스(box)의 CD롬이 전기접촉 불량상태였고, 시
제2호는 유압조작 판넬 중 전력차단기의 고정나사가 그동안 누적된 충격으로 이완돼 고장이 발생된 것이었
다. 각 부품과 체계 상태의 이중 체크와 충격 누적이 주는 영향에 대한 고려 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대가치고는 다소 값이 비쌌다.
후덕한 성품의 이양호 장관은 다과회장에서 “선행개 발품을 가지고 이 정도의 우수한 성능과 화력시범을
보인 연구개발진의 노력을 치하한다.”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으며 머쓱해 하는 연구개발진에 새로운 용기
를 불어넣어 주었다.이날 시범사격을 지켜본 국내 언론매체도 따뜻한 시 선을 보내주었다.
신자포의 개발 내용과 성능상의 우수성을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국내외의 관련자는 물론 해외 전문가들,
특히 수출 예상국가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펌(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첫댓글 자지포는 알겠는데~ 맨윗 사진들은 다련장포유~? 정확한 명칭이 뭔지 갈켜주구랴~~^ㅡ^
맞슴다.자주포구요...밑에는땅큽니다. 곁가지로 묻어들어온 사진들임다...^^
앞 사진 연통 여러개 묶어 논 궤도 차량도 자지포유~?
ㅋㅋㅋ 저도 있어여 아주 쓸만한 걸로 그것도 한 가운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