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동물 탐험대
지오 녀석은 요즈음 동물에 푹 빠져 있습니다.
휴직중인 엄마와 함께 지내며 한결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 눈에 띄게 드러납니다.
할머니집에 올 때마다 이 녀석이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자랑 호랑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북극곰이랑 흑곰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아나콘다하고 보아뱀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 ......... .........
그런 질문을 할 때 마다 할아버지가 한 대답은
“그 동물들은 사는 곳이 달라 싸울 일이 없단다.”였으니
녀석은 크게 실망한 모습이었지요.
그러자 그런 질문을 듣던 고모가 아예 책을 하나 선물했는데
그 책은 녀석에게 꼭 맞는, 동물들 간의 싸움에 있어
각 동물의 전투력과 특징적 무기를 숫자로 비교해
승자와 패자를 명쾌하게 판정하는 내용이었죠.
그러자 이제 질문은 그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어졌고
오답을 이야기할 때마다 아주 구체적인 설명까지 해주며
가리고 있던 책의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더니 이제 동물백과를 섭렵했는지(?)
동물이름 맞히기를 시작했습니다.
말로 또는 흉내 내는 행동으로 동물이름을 알아 맞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엄마아빠와 꽤 많이 해본 모습으로
식구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그 게임을 해야 하는데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편을 먹게 하고
1:0, 4:6 하며 점수까지 매깁니다.
게임은 동물사진을 보여주고 이름을 맞히는 게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출제자는 아빠로 하고 할아버지는 녀석과, 할머니는 엄마와 편을 갈라
진행합니다.
사진을 본 순간 먼저 “정답”을 외치며 손을 들어 답을 말해야 하는데
하도 그 게임을 많이 하게 되니 당연히 지오가 거의 다 맞히지만
가끔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정답을 말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녀석은 제 편인 할아버지가 맞히면 파이팅을 하고
할머니가 맞히면 지가 먼저 손을 들었다고 우기며 시비를 걸기도 합니다.
가족들이 정답을 말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이제 녀석은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하며 자신이 출제자가 되었습니다.
아마 엄마아빠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기라도 한 모양입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처음 본 동물사진이 대부분입니다.
식구들이 답을 말하지 못하면 힌트를 주기도 합니다.
몇 글자인지 물어보면 엎드려 손을 가린 채 손가락으로 헤아려
일곱 글자라고 알려주기도 하고(알려줄 걸 왜 가리고 헤아리는지^^)
그래도 못 맞히면 첫 글자를 말해주기도 하고
어렵게 답을 말하면 ‘딩동댕’ 칭찬도 해주고~
검색을 위해 글자를 입력해야하는 덕분에 녀석은 한글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초성, 중성, 종성을 조합하며 써야 하니 어려운 글자도 깨우칩니다.
지난 월요일, 모처럼 작은할아버지 가족과 희주누나까지 모인 자리에서
그 퀴즈게임을 위해 할아버지 폰을 사용했지만
어른들의 외면으로 진행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무심코 폰을 켜니 네이버 검색창이 떠 있었습니다.
안경 고래
띄어쓰기 까지 했는데 검색 결과는 이렇게 떠 있었습니다.
안경할머니곱창
반월동 고래식당
노랑고래 찹쌀꽈배기
지오 녀석, 많이 속상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검색만 하면 모든 정보가 나타나는 이 요물,
정보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자료까지 내보이는 이 괴물,
누르면 연결 연결 연결되어 끝을 알 수 없는 늪과도 같은 블랙홀,
천사 같은 아이들이 정말 위험한 세상에 일찍 눈 뜰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