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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21세기스피치웅변아카데미 원문보기 글쓴이: 유달산(이영근)
2009년 11월 11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1111수] 북의 서해 도발 속셈 정확히 읽어야
어제 오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 해역에서 북쪽의 도발로 남북한 해군이 교전을 벌인 사태는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발생한 점이 공교롭다. 정부는 일단 우발적 충돌로 간주해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오바마 미 대통령 방한과 보즈워스 대북 특별대표의 방북 등을 앞둔 시점에 북한이 도발행위를 저지른 의도를 정확히 가늠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추가 도발에 빈틈없이 대비하면서도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이다.
사태를 우발적 충돌로 볼 정황은 있다. 당시 NLL 주변 해역에서 중국과 북한 어선 수십 척이 조업 중이었던 점으로 미뤄 북한 경비정은 불법조업을 단속하기 위해 내려왔을 수 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도"영해를 침입한 불명(미확인) 목표를 확인하고 귀대하고 있을 때 남한 해군함들이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은 5차례 경고통신을 무시한 채 NLL 남쪽 2.2km까지 침범했다. 이어 우리 고속정이 교전규칙에 따라 경고사격을 하자 대뜸 직접 조준사격으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해군은 격파사격을 가해 북한 경비정이 반파된 상태로 퇴각하게 했다. 2002년 제2 연평해전 뒤에도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해 우리 해군이 경고사격을 한 적은 여러 차례 있으나, 북측이 이번처럼 공격적으로 대응한 적은 없다. 다분히 의도적인 도발을 의심할 만하다.
북한이 전력 열세를 무릅쓰고 의도적 도발을 꾀했다면, 오바마 대통령 방한과 북미 대화를 앞두고 정전체제의 불안을 부각시킬 속셈으로 볼 수 있다.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비핵화의 선결조건으로 앞세우고 있다. 그게 아니라도 남북간의 긴장을 고조시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운신을 어렵게 만들려는 속셈일 수도 있다.
물론 사태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북한의 의도를 도와줄 수 있다. 무작정 강경 대응을 촉구하거나, 반대로 정부의 '대화의지 부족'따위를 되뇌는 것은 모두 옳지 않다. 북한의 움직임을 냉정하게 지켜 볼 때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1111수]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투표로
정부가 행정구역 통합 대상으로 수원·화성·오산 등 전국 6개 지역을 선정했다. 여론조사 결과 이들 지역의 찬성률이 높게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의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마치 통합이 결정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곤란하다. 찬성률 50% 이상을 통합 대상으로 하겠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데다 정부의 일방적 홍보와 지역개발 약속 아래 조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과 청원은 찬성률이 50%에 못 미쳤는데도 무응답자층을 빼는 방식으로 통합 대상에 포함시켰다.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방의회가 의결하면 바로 통합을 추진하고 의결이 안 되면 주민투표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통합 논의는 몇몇 지방자치단체장과 정부에 의해 주도됐을 뿐 지역 주민들은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가 없었다. 실제로 통합이 이뤄지면 해당 지역 예산이 줄어드는 등 손해를 보는 곳도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의 장점만 일방적으로 홍보해 왔다.
공청회 몇 번 열고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통합을 마무리 지어선 안 된다.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통합에 따른 득실이 정확하게 전달돼야 한다. 특히 행정구역 통합만 이뤄지면 제 고장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감을 부풀려서도 안 된다. 논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주민 참여도 보장돼야 한다. 그런 상태에서 주민투표가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자율 통합의 취지에 맞는 일이다.
특히 수원·화성·오산, 성남·하남·광주, 안양·의왕·군포 3개 지역은 통합할 경우 인구 100만~160만명의 대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과연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 지방자치의 본뜻에 맞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약속대로 통합 시에 각종 혜택를 줄 경우 엄청난 수도권 인구 유발 요인이 발생한다. 말로는 지역 균형발전을 얘기하면서 실제로는 수도권 비대화를 부추기는 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 통합이 주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고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생활권이 같거나 현실적인 필요성이 입증된 지역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자치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행정 효율화나 경쟁력 강화만 생각했다면 애초부터 지방자치를 실시할 이유가 없다.
[동아일보 사설-20091111수] 마은혁 판사 보면서 사법부 신뢰할 수 있겠나
서울 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소속 국회의원(현 진보신당 대표)의 후원 모임에 참석하고 후원금도 낸 것에 대해 대법원이 법관 윤리강령 위반 여부를 따지고 있다. 마 판사의 처신이 문제가 되는 것은 최근 논란을 일으킨 그의 판결이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 무관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마 판사는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을 점거한 혐의로 기소된 민노당 관계자 12명에게 5일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그는 민주당 당직자들도 함께 점거했는데 검찰이 민노당 관계자들만 기소한 것은 사회적 신분에 따라 차별 취급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민주당 당직자들은 국회의장 퇴거 명령 후 자진 해산했지만 민노당 관계자는 점거를 계속하다 체포됐다”며 “민노당 관계자 19명 중에서도 전과가 있는 12명만 기소했으며 공소 기각은 불고불리(不告不理·공소 제기가 없으면 심리할 수 없음)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마 판사의 판결은 노 전 의원 후원 모임에 다녀온 뒤 6일 만에 나온 것이다. 그는 대학시절 노동운동을 할 때부터 노 전 의원과 알고 지냈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나 마 판사의 정치 성향이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면 문제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법관의 독립을 규정했다. 헌법 조항의 ‘양심’은 재판관으로서 직무상의 양심이나 객관화된 양심을 말하는 것이며, 개인의 신앙 도덕심 정치소신이 아니라는 것은 헌법학의 통설이다.
법원조직법에 판사가 할 수 없는 행위로 ‘정치운동에 관여하는 일’을 명시한 것이나 법관윤리강령에 ‘개인적 사상, 가치관, 종교 등으로부터 오는 편견을 갖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 것은 판사의 정치 성향과 법률 외적 요인이 판결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마 판사의 정치 성향이 이번 공소 기각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는 재판을 통한 정치활동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
마 판사가 정치 성향과 관련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는 처신을 한 것부터 잘못이다. 가뜩이나 마 판사가 소속됐다는 우리법연구회 판사들의 ‘사법의 정치화’ 조짐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대법원은 국민 불신이 더 커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91111수] 어느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한 어느 판사의 모습
지난 5일 국회 로턴더홀 불법 점거사건으로 기소된 민노당 당직자 12명에게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서울남부지법 마은혁 판사가 선고 6일 전인 지난달 30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운영하는 민간 연구소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한 사진이 10일자 조간신문에 실렸다. 이 사진은 노 대표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마 판사는 10만원의 후원금을 냈다고 한다.
마 판사 주변에선 후원회 참석과 후원금 기부를 "개인적 인간관계에 의한 사적(私的)인 활동"이라고도 하고 한달 전쯤 마 판사 가족 상(喪)에 문상 왔던 노 대표에 대한 답례 표시라고도 하고 있다. 그러나 판사가 민감한 정치사건 재판을 맡고 있으면서 특정 정치인 후원회에 나간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법원공직자윤리위는 2007년 판사가 정치인 후원금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권고사항으로 내놓았다. 법령이나 윤리강령에 판사가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해 후원금을 낸 것이 정치활동이냐 아니냐를 가려줄 명시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판사들의 오해나 빗나간 처신이 있을까 우려해서였을 것이다. 분명한 금지나 강제 조항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판사라면 윤리위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이다.
한 사람의 운명이 좌우될 수도 있는 재판권을 가진 판사의 처신은 다른 어느 직업보다도 신중해야 한다.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한다. 법조문을 그 사회의 상식과 시대정신에 따라 해석하고 적용하는 주체가 바로 판사의 양심이다. 그런데 이 판사의 양심이 이념적 색채에 물든 것으로 비친다면 그 판사가 내린 판결에 승복할 사람은 없다. 좌파 성향 판사는 좌파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하고 우파 성향 판사는 우파 정치인 후원회에 참석한다면 그런 법원과 판결을 어느 국민이 중립적이라고 믿어주겠는가. 좌(左)로만 가는 판사와 우(右)로만 가는 판사가 뒤섞인 법원은 이름만 하나이지 사실은 2개의 법원으로 쪼개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이 어떤 판사에게 사건이 배정되느냐에 따라 판결의 내용을 미리 짐작할 수 있다고 믿게 된다면 법원과 재판은 설 땅을 잃게 된다.
[서울신문 사설-20091111수] 탄력받은 시·군통합 넘어야할 산 많다
행정안전부는 어제 행정구역 자율통합 여론조사 결과 6개 지역의 16개 시·군에서 찬성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행안부가 통합에 너무 앞장섬으로써 자율추진 원칙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논란 속에서도 16개 시·군에서 통합지지율이 높게 나온 것은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폭넓게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행정구역 자율통합에 탄력이 붙은 셈이다.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 3곳, 영남권 2곳, 충청권 1곳이 자율통합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특히 수도권 3곳은 통합이 성사된다면 인구·면적·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큰 반향이 예상된다. 영남권 2곳과 충청권 1곳 역시 지역의 중심 행정구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행정구역 통합이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면 앞으로의 과정이 순조로워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한쪽 지자체의 짝사랑으로는 통합이 어렵다. 찬성률이 과반에 이르러 통합대상에 들었다고 해도 지자체 간 온도차가 존재한다. 청주·청원의 경우 청주는 89.7%가 찬성했지만, 청원은 찬성률이 50.2%에 머물렀다. 청원은 찬반 의견이 오차범위 안이었다. 다른 곳도 정도의 차가 있을 뿐, 지자체 간 찬성률 편차가 있다. 이 같은 편차를 극복하고 ‘윈·윈’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한다.
행안부는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을 확정한 뒤 내년 7월 통합시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지방의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되면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투표율이 3분의1 이상이 되어야 개표가 가능해 쉽지 않은 방안이다. 어려움이 있을수록 정도를 가야 한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모름·무응답을 제외한 채 찬성률을 집계해 약속위반 시비를 낳았다. 지방의회 의결, 인센티브 제공, 국회 입법 등 남은 절차는 원칙을 지켜 투명하게 추진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1111수] 담합 따지기 전에 부처 행정지도부터 정리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가격담합 조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해당 업계가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는 가격담합에 대한 조사는 엄연히 공정위의 업무이고, 그런 점에서 혐의가 포착됐을 경우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시장구조의 특성이나 주무부처의 행정지도 등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일단 거액의 과징금부터 때리고 보자는 식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정위는 LPG 담합건에 대한 과징금을 곧 결정하는 것을 비롯해 현재 소주, 제약, 대학 등록금, 항공사의 화물운송료, 통신요금, 유제품 등 거의 전 업종에 걸쳐 담합조사를 진행중이다.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들 업종에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는 담합이 있었다면 제재가 뒤따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왜 담합조사를 받는지를 기업들이 최소한 인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과징금만 1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LPG의 담합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가격의 90% 이상이 원가, 세금 등으로 이루어져 담합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항변(抗辯)하고 있다. 공정위는 가격이 거의 같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오로지 그 이유만으로 담합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공정위는 다른 합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소주건도 그렇다. 가격에 관한한 거의 모든 것이 국세청 행정지도를 따르도록 돼 있는 현실에서 이를 담합이라고 몰아붙일 경우 기업의 반발을 사는 건 당연하다. 문제를 삼으려면 일체의 행정지도를 없앤 뒤에나 해야지 지금처럼 다른 부처 정책은 상관할 바 아니란 식이면 기업들만 봉이라는 얘기밖에 안된다.
결국 공정위가 거액의 과징금을 때려도 기업들의 불복소송이 잇따르고, 그 결과 지난 상반기에 기업들이 돌려받은 과징금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82.6%에 달했다는 통계도 있다. 한마디로 공정위 제재조치가 무리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공정위는 시장에서 공정위야말로 오히려 불공정하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091111수] 공기업 부채 심각성 보여준 LH 채권발행 실패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채권발행 실패는 공기업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LH는 지난 6일 1,000억원 규모의 채권발행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으나 5개 증권사가 500억원 정도만 응모하는 데 그치자 전량 유찰시켰다. 투자자 부족으로 채권발행이 무산된 것이다. 공기업이 국내에서 채권발행에 실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채권발행 실패는 LH의 부채가 85조원에 달하는 등 재무구조가 극히 좋지 않은데다 금리를 너무 낮게 책정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부채가 자금조달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부채는 LH만이 아니라 모든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해당하는 문제다. 지난해 말 현재 24개 공기업과 77개 준정부기관의 부채는 213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43조원이나 늘어났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형 국책사업에 필요한 재원은 정부 지원이나 차입이 아니고는 달리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자를 내거나 적자는 면해도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많아 자체자금 충당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는 점이다.
공기업 부채 증가는 자금조달 비용을 증가시켜 재무구조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LH의 경우 채권 재발행에 나설 예정이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는 민간기업의 회사채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채급증의 가장 큰 이유는 대규모 정책사업비 마련을 위해 채권발행을 늘렸기 때문이다. 높은 급여와 과다한 복지혜택 등 방만경영도 공기업 재무구조 악화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정부는 공기업 부채의 경우 국가채무가 아니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를 피해가기 위해 공기업에 국책사업 재원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사업비 8조원 부담과 LH의 보금자리주택 수행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돌아온다. 부채급증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공기업의 경영합리화와 구조조정, 그리고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와 같다고 인식해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문 차장)-20091111수] 우연과 필연
“나로서는 무엇인지 모르는 것, 그 하찮은 것이 모든 땅덩어리를, 황후들을, 모든 군대를, 온 세계를 흔들어 움직이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그것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지구의 모든 표면은 변했을 것이다”라고 쓴 사람은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었다(『팡세』). 역사를 합리적 인과관계보다는 우연적 사건의 연속으로 보는 우연사관(偶然史觀)의 신봉자들도 파스칼과 같은 편에 선다. 만약 그랬더라면, 안토니우스가 클레오파트라의 치마폭에 빠져 본처를 버릴 일도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처남 옥타비아누스와 격돌한 악티움 해전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여기서 승리한 옥타비아누스가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가정이다. 그러니 한 남성이 클레오파트라란 여성에 매혹 당한 우연적 사건이 역사의 향방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물론 우연만으로 역사를 설명할 수는 없다. 우연도 따지고 보면 필연의 산물이었기 십상이다.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서울대생 박종철의 죽음과 은폐조작 사건이 6월 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그 사건이 없었더라도 민주화 운동이란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명제를 남긴 E H 카는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우연사관을 배격했다. 하지만 역사에는 분명히 우연의 역할이 존재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14세기의 터키 황제 바야제트는 통풍이 발병해 중앙 유럽으로의 진격을 중단했다. 역사가 기번은 이 사건을 들어 “한 사람의 한 가닥 근육에 생긴 종기가 많은 국민의 비참함을 방지하거나 연기시키는 수가 있다”고 기술했다.
엊그제 20주년을 맞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동독 공산당 대변인의 말실수란 우연에서 촉발됐다는 보도가 나와 화제를 모았다. 동독 주민의 여행 자유화 조치를 발표한 동독 공산당 대변인에게 기자들이 득달같이 발효 시점을 묻자 얼떨결에 “지금 당장”이라고 대답해 버린 게, 뜻하지 않게도 동독 주민들로 하여금 망치와 도끼를 들고 달려가 장벽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물론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필연이겠지만, 하필이면 그날 그렇게 극적인 방식으로 무너진 것은 분명 우연의 힘이다. 그래서 역사는 재미있다. 우연 없는 필연만으로 돌아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란 그 얼마나 따분하고 답답하겠는가.
[경향신문 칼럼-여적/박랠용(논설위원)-20091111수] 고장의 명예
조선 시대 과거시험은 식년시와 증광시, 별시, 알성시가 있었다. 큰 경사가 있을 때 부정기적으로 치러진 다른 시험과 달리 식년시는 3년에 한번씩 열리는 정통 국가고시다. 소과·문과·무과·잡과로 나눠지는 시험은 대략 30여명씩을 뽑았는데 과거를 볼 때면 전국의 유생 10만~20만명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경쟁률이 수천대 1쯤 됐다.
당시에도 급제자는 ‘서울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2486명 문과 합격자 중 한양 거주자가 65.2%, 무과도 47.6%로 단연 많았다. 지방은 한수 이북에선 평북 영변·정주 지역이, 이남에선 경북 안동·영주·봉화 지역에서 합격자를 최다 배출했다. 가문별로는 전주 이씨(784명), 안동 권씨(357명), 파평 윤씨(334명), 청주 한씨(271명), 밀양 박씨(256명) 순이다.
과거 급제는 고장의 영광이었으니 급제자가 귀향하는 날 모든 고을 사람들이 나와 환영하고 수령이 주연을 베풀며 축하해주는 것은 어느 지역이나 한 가지였다. ‘로열 패밀리’ 다음으로 최다 급제자를 낸 안동 사람들은 초면 인사를 나눌 때 누군가 고향을 물으면 고개를 번쩍 쳐들고 “추로지향 안동이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추로지향(鄒魯之鄕)은 맹자가 태어난 고을 추(鄒)와 공자가 태어난 노(魯)를 합친 말로 학식이 높은 고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만큼 고향에 자부심을 가졌다는 얘기다.
충남 금산군이 명문대 진학의 꿈을 심어 준다며 17억원을 들여 시내 한가운데 400m 도로변 양쪽에 서울대 정문 등 국내외 32개 대학의 교문이나 상징물을 줄줄이 세웠다고 한다. 옆에는 ‘큰 꿈을 갖자’는 글과 함께 연도별 서울대 입학생과 해당 고교 이름을 돌에 새겨놓고 ‘교육특화거리’라 명명했다. “대학 상징물을 만들어놓으면 학생들이 더 좋은 대학을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게 군청 측의 설명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을 늘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역·학교별 학력 서열화 정책의 파생물임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급기야 도심 한복판에 대학 모형까지 세워놓고 학벌 만능을 부채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건 실소를 넘어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지역 인재는 투자를 늘리고 다양한 교육정책을 통해 키워나가야지, 장승 세워놓고 고사 지내는 식으로 만들 순 없다.
[매일경제신문 칼럼-테마진단/이만의)(환경부장관)-20091111수] 기후변화 대응도 경제위기 극복하듯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정부와 국민, 기업이 함께 노력해 다른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경제회복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고 도전적으로 대응해 놀라운 실적을 거둠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연말이 다가 오면서 우리는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와 국민생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2013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논의를 위한 코펜하겐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기다리고 있고, 회의 결과에 따라 새로운 국제질서가 태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사적 흐름에 앞서 우리는 지난해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을 향후 60년 간의 국가비전으로 천명하고 녹색기술ㆍ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등 새로운 국정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과 금년 7월 개최된 G8 정상회의에서 금년 중 중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밝히겠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녹색성장위원회는 국내 최고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받아 2020년까지 현 추세대로 갈 경우 예상되는 배출량(BAU) 대비 21%, 27%, 30% 감축하는 세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 여러 차례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
분명히 중기 감축목표 설정은 쉽지 않은 과제다.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에 규제비용을 증가시키지만 경쟁력을 높여주고, 국민에게는 일상생활의 불편을 감내하도록 요구하지만 사회비용을 줄여준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절약,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기차 개발 등 새로운 기술개발 노력과 투자기회를 늘려준다.
한편 국제사회는 코펜하겐총회에서 포스트 2012 체제에 관한 협상 타결을 위해 정치적 압력을 높이고 있다. 하토야마 일본 총리는 기존 공약인 1990년 대비 8% 감축목표를 25% 감축으로 과감하게 높였고, 미국 상원도 하원 통과 법안보다 높은 2005년 대비 20% 감축법안을 발표했다. 특히 개발도상국인 인도네시아는 BAU 대비 26%, 선진국 지원 시 41%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산업계에 부담이 되고 국민생활에 불편이 따르니 일단은 편하게 갈 것인가, 아니면 당장은 힘들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브랜드로 확고히 다지고 리더십을 강화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BAU 대비 30% 감축하더라도 이는 2005년 온실가스 절대량 대비 4% 감축 수준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가벼운 것이다. 또한 우리가 선제적으로 감축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의무감축국으로 편입하라는 선진국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세계시장의 맥을 짚은 우리 일부 기업들은 기술개발과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도전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과감하고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은 비산업 부문이 점하고 있는 온실가스 생산비중 43%를 획기적인 노력으로 줄여 기업 부문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국가적 감축목표를 기필코 초과달성할 것이다. 우리 국민은 주저하고 겁먹은 자는 얕은 물에서도 넘어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6ㆍ25의 폐허 속에서도 최단 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이제는 선진국 진입을 시도하고 있고 단합된 힘과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IMF 외환위기를 졸업한 경험이 있으며, 인구 5000만명 안팎 국가 중 악조건을 딛고 일곱 번째로 국민소득 2만달러에 다가선 자랑스런 한국인이 아닌가!
우리는 G20 의장국으로서 내년에는 세계에 녹색성장의 생생한 현장을 내놓고 스마트파워 대한민국의 힘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이 세계 변방에서 중심국가로 이동해 가고 있는 만큼 그에 상응한 적극적 몸짓으로 세계를 이끌고 공존공영에 기여할 나라라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 해우(海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