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가 3세트 타이브레이크를 13-11로 이기고 우승을 확정하자 두손을 높이 들어 기뻐하고 있다
세계 1위 페더러가 마침내 호주오픈에서 우승했다.
페더러는 31일 멜버른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영국의 앤디 머레이에 3-0(6:3/6:4/7-6<11> )승리를 거두었다. 우승 상금은 210만 호주달러.
로드레이버아레나 1만5천석을 가득 메운 관중은 이날 호주오픈 결승전의 두 주연 배우의 테니스 연기에 묘미를 만끽했다.
이날 테니스의 진수는 3세트 타이브레이크 숨막히는 10분간. 머레이가 앞서 가면 페더러는 침착하고 차분하게 따라갔고, 머레이가 세트 포인트를 맞으면 어느새 페더러는 듀스를 만들며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에 만들었다.
페더러는 챔피언 포인트를, 머레이는 관중들의 한세트라도 따 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은 세트 포인트를 오가다 관록의 페더러가 결국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날 페더러 테니스의 진수는 3세트 2-5로 뒤진 상황에서의 추격전.
1,2,세트에서 머레이의 포핸드 아웃사이드 공에 번번이 당하며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당한 페더러는 그럼에도 게임스코어 4-3에서 집중력을 발휘했다. 상대 서비스게임일때는 브레이크를 하고 자신의 서비스게임에선 지키며 벌렸다. 머레이의 백핸드 크로스 샷이 쭉 뻗어나가듯이 페더러도 게임스코어 4-3에서 쭉 뻗어 나갔다.
3세트는 백미. 3세트 머레이의 무심타법에 혹은 형제의 나라 영국의 아들을 응원하는 호주 관중들에게 예의를 갖춰서인지 2-5로 밀렸다.
하지만 이내 차근차근 따라가며 머레이의 기를 눌렀다. 마침내 6-6을 만들어 3세트는 타이브레이크로 몰고갔다.
3세트 추격전에 이어 타이브레이크도 페더러가 머레이를 따라 가다 막판에 챔프포인트를 만들며 2시간 41분의 경기를 끝냈다.
페더러는 경기 뒤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들고 코트를 돌아 2주간 환호해준 관중들에게 답례했다.
지난해 나달에게 패해 시상식에서 눈물을 보인 페더러의 모습을 이날 머레이가 대신했다.
하지만 머레이는 페더러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다른 선수와 달리 페더러 공의 괘적을 읽고 페더러의 스텝 패턴을 간파해 페더러가 공을 넘기지 못하게 각이 있고 빠른 공을 자주 연출했다. 상대전적 6승4패의 우세가 바로 게임운영 능력을 제외하고 스트로크에서 페더러를 무력화 시키는 기술을 보유했고 이날 유감없이 발휘했다.
머레이는 페더러의 브레이크 위기에서의 탈출과 결정적인 게임 포인트에서의 착실한 득점에서의 차이로 우승을 놓쳤다.
머레이는 " 1세트와 3세트에서 세트를 딸 기회가 많았는데 살리지 못했다"며 "페더러는 경기 초반부터 끝까지 플레이가 일정했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1회전에서 이고르 안드레예프와 8강전 니콜라이 다비덴코 등에게 첫세트를 내줬을 뿐 다른 경기는 3-0 스트레이트승으로 어느해보다 순탄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멜버른=박원식 기자
2010호주오픈남자결승 시상식
시상식에서 우승트로피에 입맞춤하고 있는 페더러
31일 호주오픈 남자단식 시상식을 끝으로 시즌 첫 그랜드슬램이 막을 내렸다. 메인 스폰서인 기아자동차의 대표가 자연스런 영어로 연설을 하며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해 관중들로 부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시상식 도중 페더러와 머레이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나 머레이의 소감때 우는 모습 모두 테니스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또 예년과 달리 페더러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경기장을 한바퀴 돌며 환호해준 관중에게 트로피를 보이며 감사한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번대회 페더러는 자녀를 낳은 뒤라 그런지 매우 인간적이면서도 자연스런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런 페더러에 대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세계 최고인 페더러의 플레이와 세레머니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