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성낙선 기자]
지난 2014년 8월 14일 상지대 김문기 전 이사장이 상지대 총장에 선임된 이후, 김 총장을 옹호하는 상지학원 이사회 측과 학교 민주화를 바라는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학내 분규가 점점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김 총장은 1994년, 학교 비리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이사장 자리에서 해임된 전력이 있다.
▲강원대, 한림대, 춘천교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한중대 교수들이 10일 상지대를 방문해 상지대 학내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교수들과 학생들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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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전력이 있는 김문기 전 이사장이 총장으로 선임되면서, '상지대 사태'가 20여 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꼴이다. 상지학원 이사회는 또 김 총장 선임 이후, 지난 4일에는 상지학원 설립자를 김문기씨로 바꾸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는 지난 2004년 상지대 설립자가 '김문기'가 아닌 '원홍묵'임을 확인해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행위다.
상지학원 이사회는 같은 날, 그동안 "김문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학내 민주화에 앞장서 온 정대화 교수를 직위해제했다. 정대화 교수와 윤명식 총학생회장 등 7명은 그날로 7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 사이 상지대에서는 '김 총장 측이 교수와 학생들을 감시하기 위해 총학생회 간부를 매수한 사실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러자 이 같은 문제들을 보다 못한 다른 대학의 교수들이 10일 상지대 대학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기 전 이사장을 총장으로 선임한 상지학원 이사회를 즉각 해체하고 민주적인 임시 이사진을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더불어 학교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는 상지대의 교수와 학생들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강원대와 한림대, 춘천교육대 등 강원지역 내 대학교 교수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지대 사태를 바라보는 강원지역 대학교 교수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리는 현 상지대 사태가 한 사립대학교의 분규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대단히 심각한 사태"라고 주장했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또 다시 불거진 상지대 학내 분규를 바라보면서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과거 상지대 총장으로 있으면서 수많은 비리와 비민주적인 악행을 저질렀던 김문기씨는 (다시 총장에 선임된 이후) 학내 반발을 꺾기 위해 또 다시 부정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비판을 받았다. 교수들은 "대학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아직까지 상지대학 사태의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교육부에 "상지학원 현 이사회를 해체하고 임시이사진을 구성하는 등 대학 정상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지역 대학 전체 성패 달려... 강원 지역 대학 교수들도 동참하겠다"
▲상지대 천막농성장 안 벽에 걸린 '김문기가 안 되는 8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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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은 "우리는 과거 김문기씨의 부정부패로 얼룩진 상지대학을 모범적인 사립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년간 혼신의 힘을 기울인 상지대 교수와 학생, 원주 시민, 그리고 민주 인사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그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적인 대학을 만들고자 하는 상지대학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의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상지학원 전·현직 이사진이 내린 교수 직위해제와 총학생회 간부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철회"하고, "교육부는 상지학원 이사회에 대한 행정감사를 하루 빨리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지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최동건 교수는 "현재 학교 상황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어 교수, 학생, 교직원 모두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어려운 시점에, 어려운 시기에 강원 지역 대학 교수들의 방문과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강원대 원정식 교수는 "상지대학의 문제는 단지 상지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사학의 문제"라며, "(상지대 민주화가) 만약 여기서 좌절된다면 대한민국의 사학은 더 나쁜 상태로 빠질 것이고 대한민국의 고등교육 역시 더 비참한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사학이 얼마나 견실하고 민주화되고 훌륭한 대학으로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강원 지역 (전체) 대학의 성패가 달려 있다"며, "상지대 교수와 여러 학생들, 뜻을 함께하는 원주 시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강원 지역 대학 교수들도 함께 동참해서 (상지대의 민주화 노력을) 적극 응원하겠다"는 지지 의사를 밝혔다.
'상지대 사태를 바라보는 강원 지역 대학교 교수들의 입장' 제목의 성명서는 '강원대학교 교수협의회, 한림대학교 교수평의회, 춘천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 상지대 정상화를 촉구하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교수 일동, 상지대 정상화를 촉구하는 한중대학교 교수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