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의 주성분은 규소(硅素)로 지구상에 가장 흔한 모래(규사)나 석영의 형태로 존재하는 흔한 물질이다. 바닷가나 강가에서 고운 모래를 퍼오기만 해도 유리를 만들 재료는 준비가 된다.
그런데 이 규사(硅砂)를 녹여서 유리로 만들려면 1천4백 도가 넘는 고온이 필요하다. 이런 높은 온도의 용광로를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경제성도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규사를 녹이려면 고온이 필요하지만, 다행하게도 규사와 함께 다른 재료를 섞으면 녹는 온도가 크게 내려간다. 규사 외에 석회석, 소다회(탄산나트륨)를 섞어서 가열하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유리를 가공할 수 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탄산나트륨을 사용해서 소다석회유리를 만들어 사용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연에서 탄산나트륨이 함유된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탄산나트륨은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초나 해조류를 태운 재에서 구할 수 있는데, 대략 해조류 1톤을 태우면 1㎏ 정도의 소다회(탄산나트륨)가 생산된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해안에는 지형 특성상 바다에서 물결을 타고 해안으로 밀려드는 대형 갈조류가 많았다. 그래서 이 지역주민들은 켈프라고 부르는 이 해조류를 태워 탄산나트륨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 생업이었다. 켈프가 현대에는 해안을 더럽히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그 당시는 귀중한 산업자원이었다.
그러나 켈프를 산처럼 많이 쌓아놓고 태워도, 탄산나트륨 생산량은 많지 않아서 늘 비싸고 귀한 재료였다. 그래서 유리는 오랫동안 보석처럼 귀하고 비싼 물건으로 취급되었다. 탄산나트륨이 귀하고 비싸기 때문에, 북유럽에서는 나무를 태운 재에서 산출한 탄산칼륨으로 유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유리를 포레스트 글라스(forest glass)라고 불렀다. 탄산나트륨 대신 탄산칼륨을 넣고 만든 유리는 녹는 온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가공성은 떨어지지만, 그 대신 단단한 특성을 가진다.
이 시기에 유리생산 기술이 가장 앞선 곳은 베네치아였다. 베네치아의 무라노 섬에서는 탄산나트륨을 함유한 소다석회유리로, 거울과 부가가치가 높은 유리제품을 만들어 높은 수익을 올렸다. 13세기에 베네치아 지도자들은 유리 길드의 기술자들을 모두 강제로 무라노 섬으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선진 유리 공업을 육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