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날짜 : 2011.12.18(일)
산행코스 : 추풍령(07:00) - 눌의산(08:18) - 장군봉(08:52) - 가성산(09:30) - 괘방령(10:57) - 여시골산(11:37) - 운수봉(12:24) -
황악산(13:41) - 형제봉(14:03) - 바람재(14:33) -여정봉(15:13) - 삼성산(15:43) - 우두령(16:20)
산행거리 : 25.3km
산행시간 : 8시간20분
"구름도 자고가는~~" 추풍령은 옛 명성과 달리 고속도로 톨게이트부터 헤매게 한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김천을 지나 추풍령휴게소에서 추풍령IC로 빠지게 돼있다.
고속도로 이정표에는 휴게소와 IC가 같이 표기 돼있어 휴게소로 진입해 주차장을 몇차례 맴돌고 나서야 좌측 출구를 찾을 수 있었다.
IC를 빠져나와 바로 오른쪽이 추풍령이다.
~령 하면 재나 산마루를 일컫는 말인데 이곳 추풍령은 이름이 무색하게도 도로가 사방으로 뚫려 있고 기차도 지나가는 평지형다.
한계령, 이화령, 죽령, 조령.....이런 이름에 걸맞게 고갯마루에는 주막도 하나 있을법 하고 조망이 좋다면 아스라히 사람이 사는 마을도 내려다 보이겠지 했던 기대와 달리 실망감마져 갖게 하는 추풍령이다.
추풍령은 산행 들머리도 헤매게 하는데 기차길을 넘고 경부고속도록 지하도를 빠져 포도밭 비닐하우스 단지를 거쳐야 하는데 그 흔한 대간 씨그널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GPS가 없었더라면 한참 헤매고 다녔을 것이다.
대간종주의 묘미는 이렇게 헤매고 알바를 해가며 길을 찾는데 있다지만 들머리부터 이러면 김빠질 노릇이다.
도서관에 들려 25000분의 1지도를 직접 복사해서 조각조각 붙이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아가며 없는 길을 찾아가던 19년전 그때는 알바를 밥먹듯이 하고 산행시간 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이동하는데 소비해가며 다녔다.
그러다보니 한번 들어가면 보통 2박3일 가깝게 산행을 해야 했다.
짜부라지게 무거운 배낭과 신내 풀풀흘리며 기차나 전철을 타면 주변 사람들이 슬슬 피할 정도였으니 풋풋한 처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내게 있어 그때가 바로 황금시대였었다.
그래서인지 백두대간은 짙은 향수처럼 느슨해진 중년의 나를 다시금 도전하게 만들었고 남은 삶에 또다른 획을 그어줄 것이다.
50즈음이면 도착해 있을 내 꿈을 향해....... 내 꿈을 위해......지금 이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주변 사람들의 질타와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집과 욕심을 부려본다.
내가 생각하는 삶이란 저마다 생긴 모양과 환경이 다르듯 인생살이도 같아야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얼마나 만족한 삶을 살았느냐에 무게중심을 두고 싶다.
추풍령에서 출발해 눌의산까지는 뒤로 목을 꺾어 쳐들고 봐야할 만큼 경사가 급하다.
첫 걸음 부터가 힘에 부친다.
고개를 들고 보면 쉴 틈도 없이 계속되는 경사로에 주눅이든다.
산을 오르다 보면 산은 인생살이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경사가 급하면 급할수록 힘겹게 올라야 하지만 정상을 향한 최단거리가 될 수도 있다.
완만한 능선길은 편하게 정상을 향한다 싶지만 구비구비 먼 거리를 걸어야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다리가 후둘거리는 급경사길을 한시간쯤 걸었을까? 눌의산에 도착했다.
코가 아리도록 찬 아침바람에도 여전히 새들은 지저귄다.
겹겹이 입은 옷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추위에 작고 여린 새들은 어디서 자고 또 어떻게 겨울을 나는지 놀랍기만하다.
눌의산 아래로 광천리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새벽4시경 휴게소에 들려 봉화산악회원들과 사골우거지국밥 한그릇 먹고 왔는데도 허기가 진다.
생체리듬은 보너스 아닌 규칙적인 급여에 길들어져 작동하는 모양이다.
밥 때가 됐는데 밥은 안주고 자꾸 걸으라고만 하니 40년산 엔진도 부화가 났는지 추위와 상관없이 벌러덩 누워버린다.
작은 사과 한알 먹고서야 겨우 걸을 힘이 생긴다.
산비알길을 오르고 내리기를 여러차례 반복하다 괘방령에 도착했다.
『괘방령(掛榜嶺) 이곳은 충북과 경북의 경계지역으로 조선시대부터 괘방령이라 불리고 있다.
괘방령이라는 지명은 조선시대 때 고개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면 급제를 알리는 방(榜)에 붙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인근의 추풍령이 국가 업무 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관로였다면 괘방령은 과거시험 보러 다니던 선비들이 즐겨 넘던 과거길이며 한성과 호서에서 영남을 왕래하는 장사꾼들이 관원들의 간섭을 피해 다니던 상로로서 추풍령 못지않은 큰 길이었다.
또한 이곳은 임진왜란 때 박이룡장군이 왜군을 상대로 격렬한 저투를 벌여 승전을 거둔 격전지로서 북쪽으로 1Km 떨어진 도로변에는 장군의 공을 기리기 위해 지은 황의사라는 사당이 있다.
비록 이곳이 해발 300m의 낮은 고개이지만 민족정기의 상징인 백두대간의 성기가 잠시 숨을 고르다 황학산으로 다시 힘차게 뻗어 오르는 곳이며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이기도 하여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으로, 남쪽으로 흐르면 낙동강으로 흘러가는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괘방령 안내문구 발췌
이시간쯤이면 봉화산악회 회원들도 괘방령에 도착할테고 허기지고 추운데 괘방령산장에 들려 뜨신 국물과 간단한 요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생각만으로 그칠 일이다.
이미 앞서간 이상갑선생님은 쉴 틈도 없이 된 산비알을 오르고 계시니 머뭇거릴 여지가 없다.
여시골 오르는 길에 봉화산악회 대간팀들과 만났다. 자동차키를 맡기며 교차하는 과정이다보니 사진이라도 함께 찍자고 할 것을 그냥 보낸 것이 못내 아쉽다.
그쪽 팀원들 얼굴빛으로 봐서 남은 구간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지나온 구간은 아직 눈이 없었지만 맞은편에서 온 팀들 말에 의하면 허벅지까지 눈이 쌓였다고 하니 걱정이다.
아이젠을 넣을까 말까 망설이다 스틱이 있으니 그냥 빼놓고 온 것이 후회스럽다.
우째든지간에 올 겨울 첫 눈산행이다.
금방이라도 여우 한마리 툭하고 튀어 나올 것 같다.
여우굴 안내판에 여우와 손을 잡았다.
무디고 멋없는 나도 여시처럼 변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여우캐릭터 손을 잡으며 전수를 희망해 본다.
운수봉을 지나면서 부터 눈이 보인다.
멀리 아스라히 황학산이 보인다.
올 겨울도 만주벌판 개장수 컨셉이다.
조금 달라진게 있다면 고글을 껴 눈을 가린 것 외엔 작년 그 컨셉이다.
대간동지로 함께 산행을 시작한지가 벌써 일년이다.
이젠 동지라는 의미가 어색하지 않을만큼 편하게 산행할 수 있어 참 좋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그럴때마다 다시는 같이 산행 안하겠다고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버럭버럭 화를 낼 때는 감당이 안돼고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것 같아 화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변함 없이 묵묵히 지원해주시고 코치해주셨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 내게는 더할나위없이 고마운분이시다.
살다보면 언젠가 고마운 마음 갚을 날이 오겠지......
정상석 비석에 새겨넣은 글자도 바람에 날렸는지 삐딱하다.
누구의 생각인지 위트있는 사람이였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영암 월출산에는 '바람폭포'라는 지명이 있다. 너무 멋진 이름이다.
맨 처음 누가 그렇게 불렀는지 그사람이 궁금했었는데 오늘 이 비석 앞에 서니 그때처럼 어떤 사람이 이렇게 익살스런 비석을 남겼는지 무척 궁금해진다.
이곳 바람재는 바람만 가득하고 바람이 아니면 쉽게 허락지 않을 만큼 급경사를 올라서야 바라재에 닿을 수 있다.
바람
류명화
바람은 순수를 과장한 광기(狂氣)
빛도 형체도 향기도 없는 텅빈 충만
낙엽을 유혹해 사찰 마당을 뒹굴다
서릿발 성긴 틈새로 도망치는 난봉꾼
가고난 자리엔 흔적도 남기지 않을 싸이코페스
여정봉을 지나면서 부터 산행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1~2km가 이렇게 멀게 느껴진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한참을 걸은 것 같은데 남은 거리는 여전히 거기서 거기니.....지친다.
일단 산에 들어서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까지는 별수 없다.
열심히 걷는 수 밖에.....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태어났으니 죽을 때 까지 열심히 사는 수 밖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저기 봉화산악회 대간팀들 봉고차가 보인다.
우두령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소모형 비석도 있고.....
온종일 행동식으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속이 니글니글한데도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와 김이 모락모락나는 삶은 옥수수가 머리속에 가득하다.
오늘도 매섭고 아린 겨울 산을 통해 한없이 작고 나약한 나를 확인하고 또 경험하고 왔다.
오로지 따뜻한 아랫목과 한송이 삶은 옥수수가 절대적 소망인양 소박한 기대감을 안고 집으로 향한다.
또 한장의 대간 일기와 함께......
첫댓글 꺼벙씨 정말 대단하셔~~!!
더 늦기전에 나도 대간 함 뛰어보고싶은데
이런저런일들이 많아서~~~^^
열정이 넘치시는 두분께 박수를...ㅉㅉㅉ
내년에도 한결같은 열정이 쭈~~~~욱
얼마남지 않은 연말
행복하게 마무리 하시길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