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시절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지방사무소에 놀러갔다가 책상머리에 놓인 아버지의 일기장을 훔쳐 보았다.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절절히 흐르는 글 중에 “피아노"라는 단어에 눈길이 꼿혔다. "온가족이 피아노 둘레에 앉아 홈스위트홈을 노래 부르는 미래를 그리며,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사주고 싶다. 피아노, 피아노, 피아노..." 몇년이 지난 어느날 정말 집에 등치 큰 시커먼 피아노가 들어왔다. 여동생이나 나도 음악재능은 깡통이었고, 피아노소리가 울려퍼지는 아버지의 기대는 며느리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집사람도 마찬가지...공간만 차지하던 피아노는 이사 중에 필요하다는 좋은 곳으로 보내졌다. 사촌이 16명, 형제가 5명인 가난한 대가족의 장손인 아버지에게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지는 스위트홈은 이루고 싶은 꿈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결핍은 창조의 원동력’이라 했다. 부족함을 채우려는 에너지는 남과 다른 시각을 갖게하고, 생경한 시도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성공한 사업가들의 스토리에는 한결같이 결핍의 트라우마가 있다. 이들은 본인의 경험에 따라 자신만의 ‘인생성공 매뉴얼’을 만든다. “열심히 노오오력하고, 부지런히 저축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와 같은... 그러나, 모든 매뉴얼은 미래의 환경도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있다. 불행히도 세상은 계속 바뀐다. 마부의 매뉴얼이 운전기사의 매뉴얼을 대체할 수는 없지 않나?
1980년대 이후 2000년 이전 출생한 사람들을 밀레니얼 세대(혹은 Y세대)라 한다. 베이비붐 세대를 부모로 모신 미래의 중추 세대이고, 사회의 다이네믹을 일이키는 집단이다. 이들에게 산업화세대의 인생성공 매뉴얼은 ‘꼰대들의 빗바랜 고서”로 비추어진다. 끈기를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더이상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 시절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결과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 단순한 모델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계의 세상이다. 통신기술의 진보와 소셜미디어의 확산이 이러한 현상을 더욱 조장한다.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이 안되어, 최근에는 감성과 관찰을 중요시 하는 ‘센스메이킹(Sensemaking)’이 각광을 받기도 한다.
작가들이 직접 강연을 하는 WeCEO 모임에서 이신영 기자로부터 “콘트래리언”이라는 단어를 얻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도 역발상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존 폴슨” 헤지펀드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콘트래리언 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콘트래리언은 어느 광고의 카피처럼 ‘남들이 모두 Yes라고 할 때 No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시장의 트랜드에 우왕좌왕 ‘떼몰림’하지 않고, 트랜드를 읽고 전략적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콘트래리언의 특징은 ‘어른이지만 아이의 마음, 개방되고 솔직하며, 평판보다는 사명, 실패로 부터 학습하고, 군림하기 보다는 봉사하고, 경주마라기 보다는 야생마로, 자신이 받은 은혜를 후대에 되값는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다. 젊은이들이 말하듯이 “꼰대가 아니다”라는 말이다.
콘트래리언의 특징은 남과 다른 방향을 선택하고, 실패로 부터 기회를 찾으며, 상식에 도전한다. 대표적인 콘트래리언은 Costco의 “짐 시네갈(Jim Sinegel)”과 Netflix의 “리드 헤스팅스(Reed Hastings)”를 꼽는다. 코스트코는 월마트와 비교되고, 넷프릭스는 '블록버스터'사와 비교된다. 월마트가 14만가지의 상품을 자랑할 때, 코스트코는 4천가지의 상품만을 판매하며 관리비용을 낮추고, 소비자협동조합형태로 년 가입비로 현금흐름을 높였다. 유통마진은 최대 15%를 넘지 않고,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4억(약 35만불)을 넘을 수 없다. 미국의 여타 탐욕적인 기업과 대립되는 코스트코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편, 넷플릭스는 블록버스터체인의 연체료 이슈를 간파하여, 초기에는 우편을 이용한 DVD 대여, 이후에는 정액제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 인기있는 독점 콘텐츠의 확보와 더불어 빅데이타 분석을 이용한 콘텐츠 추천서비스로 미국 인터넷 콘텐츠 업계를 평정하였다. 그들의 해외진출에 국내 통신업체들이 떨고 있는 이유이다.
금수저로 태어나 손에 쥔 기득권이 많은 사람, 대기업의 황금수갑을 차고 있는 엘리트 직장인들에게 콘트래리언의 길은 요원하다. 그들에게 가진 것을 보존하는 일은 사회의 변화가 적도록 함에 있다. 창업은 변화를 부추긴다. 우리나라의 상속부자 비율은 74%, 중국의 상속부자 비율은 2%(앞으로 높아지겠지만), 미국의 상속부자 비율은 29%라고 한다. 중국과 미국에 비하여 우리 경제의 미래가 어둡다는 의견이 이 때문이다. 새천년에 우리가 뒤쳐지지 않을 방법은 밀레니얼 세대가 자유롭게 꿈을 실현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고 양성하는 길 뿐이다. 변화의 생태계를 못 만든다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A.T. Kearney'사의 오릭 회장은 예전에 모 언론을 통해 부모의 말을 듣지 말라 하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지금 젊은 사람들의 부모 세대는 대기업이 빠르게 크던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자식들한테도 큰 회사 들어가라고 말하겠지만 자신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마음맞는 사람들과 창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는 것이다. 부모 세대엔 큰 건물에서 일하는게 성공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의 젊은 세대라면 해야할 일이고, 옳은 길이라면 당당하게 밀어부쳐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희망이다. <끝>
ZDNET 칼럼 전체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