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울 땐 시원한 콩국수 한 그릇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그래서 인근 콩국수 집을 자주 찾게 된다. 집에서 해달라고 하면 이상하게 맛이 없다. 결론은 콩가루인데 시중에 판매되는 싸구려 콩가루를 사다 대충 해주기 때문이란 결론을 얻었다. 사실 감칠맛을 내려면 콩가루에다 두유를 섞으면 제대로 맛을 즐길 수 있다. 땅콩가루를 섞으면 고소하긴 하지만 뭔가 2% 부족하고 약간 비릿한 맛까지 난다.
콩은 잘 상하기에 잘못 먹으면 무조건 설사한다. 그래서 집에서 먹든지 전문집에서 먹기를 권한다. 나의 단골집은 칠성동 CBS 방송국 뒤 골목 안에 있던 할매 콩국수집이다. 반찬은 김치도 없다 생마늘과 고추와 된장뿐이다. 그리고 전라도에서 말하는 ‘콩물국수’라는 용어처럼 콩물이 아주 뻑뻑하다. 다른 집처럼 고소하고 묽은 콩물 맛을 기대하다간 실망할지도 모른다.
“덩치 봐라 그거 묵어서 되겠나?”
입구에 앉아서 할매는 이것저것 주방을 보고 간섭을 한다. 나를 보고는 양을 아주 많이 담아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분이 좋았다. 당시엔 많이 주면 무조건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할매의 그런 경영 방침은 언젠가부터 일정량으로 고정되고 말았다. 아마 일선에서 손을 뗀 뒤로부터 없어진 것이리라.
장소도 크고 멋지게 이전했다. 이전 장소는 주차장도 없어 많이 불편했고 자리도 없어 기다리기 일쑤였는데 지금은 큰 주차장과 넓은 매장으로 인해 그런 불편은 완전 사라졌다.
‘볶음콩국수’라고 메뉴판에 있다. 퓨전 콩국수인데 마치 야끼우동에 콩물 부어놓은 것 같다. 호기심에 그냥 한번 먹어보았지만 그다지 입에 맞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육전을 파는데 제대로 된 육전이 아닌 텁텁하기만 하고 맛이 없는 육전이다. 그냥 콩국수만 먹고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전엔 이랬다.
지금은 훤하다
생마늘이랑 반찬은 변함이 없다.
육전이다. 난 이런 걸 육전이라 부르지 않는다.
볶음콩국수이다. 퓨전이라 젊은이들에겐 통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