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룡소
‘아이고, 어머니 고맙습니다’ 어느 시인은 검룡소를 처음 보고 자기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한다.
검룡소 가는 길은 존재의 시원(始原)을 찾아가는 길이다. 한강의 발원지인 이 웅덩이는 실제로 포유류의 자궁처럼 생겼다. 둘레 20여m, 직경 4~5m 가량의 둥근 소(沼)가 있고, 여기서 폭 1.5m 가량의 물굽이가 길게 흘러내린다. 이 조그만 웅덩이에서 하루 2000여t의 물이 샘솟는다고 한다. 이 물은 정선의 골지천과 조양강, 영월 동강을 거쳐 단양 충주 여주를 지나 양수리 팔당 서울을 흘러 서해에 이르기까지 총 514km를 흐르며 1500여만 수도권 주민의 피와 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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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발원지인 태백 검룡소에서 물장구를 치고 있는 정유진(15), 일영(13) 남매. 둘은 작년 여름 여기서 맛본 산딸기와 오디 맛을 잊지 못해 올해도 아버지를 졸라 다시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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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룡소 가는 길은 ‘버림의 길’이기도 하다. 38번 국도를 타고 가다 추전역을 지나 황지역 조금 못 미쳐 삼수령 방면으로 35번 국도를 타고 10km 가량 가다 보면 왼쪽으로 검룡소 안내판이 나온다. 여기서 친숙한 아스팔트를 버려야 한다. 고랭지 배추밭이 낮은 구릉 사이로 펼쳐진 자갈길을 8km 가량 달리면 차 5대 세울까 말까한 검룡소 입구 주차장. 여기서부터 검룡소까지 느릿 느릿 걸으면 30분, 빨리 걸으면 20분이다. 이 길은 환경부에 의해 자연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도시에서 익숙했던 ‘빨리빨리’ 습관도 버리자. 때론 뱀이 걸음을 방해하고, 나비떼가 눈 앞을 가로 막는다. 앞 뒤를 둘러봐도 사람은 드물다. 마치 원시인이 된 것처럼 길가에 지천으로 널린 산딸기와 오디를 따먹으며 가다보면 자연 발걸음이 늦어진다.
검룡소에 닿으면 손을 담가본다. 물 온도는 연중 섭씨 8~9도. 손이 시리다. 친구와 함께라면 손 담그고 오래버티기 내기를 해도 좋을 듯. 검룡소 들어가는 비포장길은 지금 공사 중이다. 그동안 진입로가 워낙 멀고 험해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공사가 끝나면 관광객이 늘어날 게 뻔하다.
나는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따위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다면 공사가 끝나기 전 서둘러 검룡소 가는 오솔길에 서 보기를 권한다. 숙식은 태백시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태백시청에서 직영하는 태백시 민박촌(033-553-7460)과 스카이호텔(033-552-9977) 등이 있다. 태백은 한우 고기로 유명하다. 연탄불에 한우를 구워 먹는 태성실비식당(033-552-5287)은 인근에서 세금을 가장 많이 내는 집으로 소문나 있다. 생등심 300g에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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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 환선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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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환선굴
이곳은 늦가을. 아무리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놔도 이보다 더 시원할 순 없다. 동굴 안은 기온이 10도 내외. 한여름 바깥 기온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1시간 가량 걸리는 동굴 관람은 말그대로 최고의 ‘피서’다.
38번 국도를 타고 동해 쪽으로 가다 태백, 도계를 지나 신기에 이르면 왼쪽으로 환선굴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들어가면 바로 쌍용양회 공장이 나오고 대이리 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을 따라 9km쯤 가면 환선굴 주차장. 굴은 주차장에서 40분 가량 걸어가야 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민박을 겸하고 있는 식당촌이 나오고 여길 지나면 길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등줄기에서 땀이 절로 흐른다. 동굴 입구에 도착할 때쯤이면 평소 땀을 잘 안 흘리는 사람도 셔츠가 축축해진다. 여기서 주의사항 하나! 동굴 관람전에 입구에 마련된 벤치에서 반드시 쉬었다 가자. 온도차로 인해 갑자기 들어갈 경우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환선굴의 규모는 엄청나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가 30m에 이르는 곳도 있다. 굴 안에 펼쳐진 폭포와 웅덩이는 마치 설악산 어느 계곡을 옮겨다 놓은 듯하다. 나무와 풀 대신 동굴 새우와 가재가 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동굴 안에 형성된 비너스상, 만물상 등 갖가지 희귀한 모양의 종유석은 보너스.
그러나 더 큰 보너스는 동굴 입구에서 38번 국도까지 이어지는 대이리계곡이다. 환선굴을 목적지 삼아 가다 동굴은 보지도 않고 계곡에 눌러 앉는 사람도 있다. 계곡 물 빛깔은 옥색이며, 10초 이상 발을 담그기 어려울 정도로 차다. 동굴 입장료는 성인 4000원. 초등학생 2000원. 동굴안에서 “4000원 하나도 안 아깝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문의는 동굴 관리사무소(033)541-9266. 숙박은 환선굴 민박협회(033-541-4567)에 문의하면 된다. 맛집으로는 청국장(5000원)을 잘하는 고무릉식당(033-541-5298)과 굴밤나무집(033-541-3900) 등이 있다.